캘거리 2번째 날 밤에는 호스텔의 내 방에 손님이 왔다. 4명이 나가고 4명이 들어왔는데 2명은 음악을 찾아 이곳에 왔고(뭐랄까... 낭만적이다 -_-) 한 명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또 한 명은 친구를 보러 시카고에서 날아온 녀석이다.
한 밤중에 온 것 같았는데 다음 날 침대 아래층에 사는 Bob의 표현을 빌리자면, "쿵, 쾅, 우르를.... What the....xxx" 이런 소리를 연발하면서 그들을 표현한다. fxxk만 한 100번은 들은 듯. -_- 참... 한국인들도 욕 마니 하지만 여기 사람들도 마니 하는 것 같다. -_-
나야 뭐.... 한밤중이니 자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침에야 그들과 통성명을 했지만 Bob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사실 아침 또! -_-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 그건 Bob의 영향이 크다. 간밤에 우리 예민하신 Bob군은 결국 잠을 못 이루었고, 아침에 문을 쾅!! 하며 나가는 덕분에, 또다시 아침 6시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_-
호스텔을 나가기 전에는 조금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문제는 새로 온 Peter(토론토에 거주하는 canadian. 결혼식보러 온 넘)가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job interview책을 보고 나에게 한 말이 시작이었다.
" Leo, 너 일자리 구하고 있어? " <-- 비웃음이 섞인 말투.
" 응, 너 아는데 있어? "
" 아니, 나 방금 여기 왔는데;; 근데 너 연습 좀 많이 해야 겠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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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ㅋㅋ
아 이런........... ㅁㄴㅇㅎㄹㅇㅎ...... 나 어제 왔거든. -_- 오자마자 바로 정확히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저런 책 보고 있겠니? 너네 동네에서 자리잡고 살아보겠다는데 그 비웃음 섞인 말투는 모냐...
하아.......마음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용암 분출하듯이 터져나오는데 이걸 도저히 영어로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입에서 나오는건 고작 단어의 연결... 갑갑하다. 문장을 제대로 말하려면 생각하면 되지만 그걸 생각하는 시간에 나와 이야기하던 상대방과의 대화의 흐름이 끊어져버리고, 단어라도 이야기 안하면 ' 이 넘은 영어 못하는 놈이군..' 이렇게 생각할까봐 마음이 초조해진다.
아.... 역시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리는게 답인 것 같다. 쳇. 지지 않는다. 하루에 10개씩 외워주마. 흥. -_-
아침의 일이 있고 나서 도망치듯이 호스텔을 빠져 나왔다. 지금 이 곳의 날씨는 가을. 아침 저녁으로 조금... 아니 쫌 많이 춥다. 비는 시도때도 없이 내리고 하늘도 우중충하다. 생각해온 아름다운 캐나다 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높은 빌딩과 건설현장만 눈에 띈다. 하아...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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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저거 교차로에서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려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_-
오늘은 집을 구했다. 가지고 들어온 돈이 풍족하지는 않기에 다른 사람들처럼 캐네디언과 룸메이트를 구하지 못했다. 렌트비에 디파짓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올인인 상황. 하루에 A&W 햄버거 세트 하나로 버텨주면서 오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집을 구했다. 사실 집을 이렇게 빠르게 결정해 버린건 주소가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 오늘은 의료 보험과 운전 면허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주소가 필요하고 레쥬메를 내는데도 주소가 필요하다. 집이 없으면.... 계획한 모든 것을 시작조차 할 수 없기에 과감히 결정해 버렸다. 어차피.... 사람 사는데야 다 똑같고 내가 조금만 더 양보하면 충분히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4년간의 룸메이트와의 생활을 기초로 보면, 이것은 진리다.
쨌든 구한 집 주소를 바탕으로 제일 먼저 간 곳은 다시 TD square. 계좌를 개설할 때 정한 주소를 새로운 주소로 변경하고 거주증명서 같은 걸 띄어 달라고 졸랐다. 집으로 편지가 날라오기를 어느 세월에 기다릴 것이며, 그럼 나중에 귀찮아 질까봐 은행가서 바뀐 주소로 거래증명서 같은 걸 띄어 달라고 졸랐더니..... 해준다. 캬캬캬캬캬.
은행직원 왈, " 이거 원래는 안 해주는 건데, 니가 자꾸 조르니까 프린트해 주는 거야. "
.... 이 동네에도 불쌍함, 안쓰러움이라는 감정이 통한다. 안 해줄꺼 같으면 plz를 연발하면 그만이다. ㅋㅋ
주소 증명이 있으니 다음은 일사천리. 의료 보험과 운전 면허 한 방에 해결.
의료 보험에 관련해서는 도군 님의 체험기를 많이 참고 해서 7 ave 7 st 에 있는 건물을 찾아갔는데 registry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해서 motor assocaition으로 찾아감. 의료 보험 등록하러 왔다고 말했더니 이 곳은 AMA 멤버스만 등록 가능한 곳이라고....( 사진에 보면 꼬딱지만한 별표 쳐져 있는 데가 있다. 거기가 AMA 멤버스만 등록 가능한 곳이라는 뜻. -_- 크게 좀 써놓든가..) 해서 Bow Valley square IV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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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에서는 the licensing company가 찾아가기 제일 쉬운 것 같다. (2 ave 4st S.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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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 밸리 스퀘어. 안에 드러가서 2층으로 올라가면 the licensing company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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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ensing company. 이곳에서 의료보험 신청과 운전면허 신청이 둘다 가능하다. -_- 굳!!
사실 의료보험이 공짜라는 소문을 듣고 갔지만, 그래도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신청해보니 진짜 공짜다! 캬캬캬. 돈 굳었다. -_-
같이 신청한 알버타주 운전면허증은 17달러 30센트를 내고 신청했다. 돈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여권을 매일들고 다니기에는 귀찮을거 같아서 그냥 신청해 버림. 이 곳에서도 영어에 대한 설움은 계속 된다.
직원 왈, "ㅏ머누아ㅓㅁ눙파ㅓ문퍼ㅜㄴㅇ허ㅏ넣와너ㅗㅇ?" <--너무 빨라서 들을 수 없었다.
"뭐라구? 다시 한번만 말해줄래?"
"너 건강하냐구."
"아....응. 나 건강해;;;"
(옆 직원과 말하면서) " 휴... 얘네들은 이런 쉬운 영어로 해야 알아듣지. 이게 얘네들한테는 쉬운 방법이야! ㅋㅋㅋ"
어이..... 다 들린다구.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와서 그렇지, 귀는 나도 살아있어. 너네끼리 무시하는 투로 말하지좀 마... 이런 ㄴㅁㄹㅇㄹ.... 기분이 또 좋지 않다. 모라구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말이 머릿속에만 맴돈다. 휴우......쳇.
기분은 꿀꿀했지만, 모든 서류를 다 작성하고 다시 다운타운으로 빠져 나왔다. 이 곳에서는 항상 손, 혹은 가방에 수첩을 들고 다니는데 거기엔 막상 그 자리에선 말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영어로 쓰곤 한다. 모자란 영어지만 다음에는, 꼭 다음에는 영어 못한다고 무시당하지 않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적어 놓는다. 휴... 이래야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다.
꿀꿀한 기분을 뒤로 한 채 다시 호스텔로 복귀. 집을 구했지만, 미리 예약해 놓은 호스텔 비용이 아까워서 3일치 예약한 만큼 꾹꾹 채우고 들어가련다. 6인실 방에 남자(그것도 냄새나는. 잘 씻지도 않는 것 같다 ㅠ)들만 득시글대는 곳이지만 버텨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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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또 다시 바쁜 하루.
부족한 영어를 메우기 위한 특단의 방법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어학 연수를 오는 사람들처럼 어학원을 다닐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항상 문제는 money. 학원을 등록하면 친구도 생기고 좋겠지만, 등록 비용을 가져온 돈으로 충당할 수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다운타운을 헤짚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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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gary transit. 10북을 샀다. 23달러...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므로 교통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몰라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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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t에 있는 지도. 펼쳐보면 무척 크지만 휴대하기 좋다. 공항 인포에서 가져온 지도가 비에 젖고 낡아서 다 찢어질 것 같아서 가져옴. 공짜다. ㅋㅋ
결국... 내가 등록한 곳은 YWCA esl program. 예전에 YMCA 같은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를테면...수영 ㅋ)을 수강한 기억이 있기에 찾아간 곳. 비용은.... 놀랄만큼 저렴했다. 3달 등록에 370불.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수업. 그것도 8월 21일 전까지 등록하면(가을학기 시작은 9/15 부터 12/14 까지) 10% 할인 해 준다길래.... 그 자리에서 바로 시험보고 바로 등록. 10%면... 37달러니까....... 돈 벌었다. 캬캬캬캬.
........캬캬캬캬캬.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수업을 시작하기 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가서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을 만난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ㅋㅋㅋ 이번에는 영어 못한다고 무시 안당하게 미리 자기소개를 외워가는 센스를 발휘해 주마. 더이상 물어본다면.... 난감해질 따름이지만, 그때 또 힘들어지면 또 다시 준비하면 되겠지. -_-
기분 좋게 YWCA를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백인 여자와 마주쳤다. (백인 여성의 용모는... 음.... 헐크같았다. 건물의 5층에는 gym이 있는 것 같았는데 거기서 운동을 하고 내려오는 건지 머리가 땀에 젖어 산발인 상태였으며 체중은 과히 내 2배를 넘을듯 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숨소리조차 거칠었다.)
ESL course는 3층이라서 마지막 등록하기에 앞서 엘리베이터를 조금 잡고 있었는데(내가 잡은게 아니다. 직원이 그 여자에게 잠깐 기다려달라고, 금방 끝난다고 기다려달라고 말한...) 엘리베리터를 타고 main floor에 내리자마자 그 백인 여자가 플로어 직원에게 왈, " I hate asian boy! ㄴ러ㅗㄴ마ㅓ하먾" <--뒤에 말은 빨라서 안들렸다.
아나.....이런 나ㅓㅇ라저ㅜㅎㅈ......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헐크같은 그녀의 모습에 굴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아 주었다. 여기 와서 며칠간 겪은 영어에 대한 설움, 동양인이라는 설움이 울컥 솓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또다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 곳에서 다시 이방인이라는 설움, 때때로 배척받는 기분, 이러한 모든 감정들이 물밀듯이 솓구쳐 오르지만... 또다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여기서 싸우면 다시 한국으로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음에도.... 부릅뜬 눈을 감고 건물을 나섰다. 밖에도 비가 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이 갑자기 무서워진다.....
.....비를 맞고 걸어가면서 마음을 추스린다. 이 곳은 나에게 기회와 행운의 땅이 아니며, 너무 많은 도전이 기다리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을 만나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살아가는 것. 생각은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곳 캘거리에서의 적응은.... 즐겁지만 쉽지 않은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하아.. 지지 않겠다. 인종 차별쯤이야 이미 예상했다. 흥. 니가 별난 캐네디언이라고 생각해 주마. 쳇.
첫댓글 그 헐크녀 모에요 ㅡㅡ;진짜웃긴다 신경쓰지마세요!!
흑. 그러게요ㅠ 이럴땐 제가 헐크남이었으면 좋겠네요 ㅠ
앞으로 좋은 친구들 많이 생기실거에요~! 힘내세요 ^^ 그래도 착착 계획하신대로 잘 해나가고 계신것같은데요??
감사합니다^^ 아직 이 곳에 친구가 하나도 없어 외로움을 타고 있는 중이네요. ㅋㅋ 그래도 곧 좋은 친구들 얻을 수 있겠죠?
글 넘 재밌게 보고 있어요 ㅎㅎ 진짜 헐크녀 어이없네요. 그래도 기죽지 마시고 항상 황이팅!!!!
고맙습니다^^ 다음부터는 저도 어깨에 각 잡고 다니려구요. -_- 그래도 헐크녀들 보면 가끔 무서워요....;;
유스호스텔+의료보험+헐크녀..모국어뿐이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그런 인격을 자랑이라고 내세우는지..님 힘내세요!! 누구보다 잘 해내실수있을거예요!!
오오!! 딱 제가 하고 싶었던 말! 모국어밖에 못하는 주제에 ㅋㅋ 감사합니다^^
헉.... 재수없다!!!ㅡㅡ
그쵸? ㅠ 모든 캐네디언이 그렇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상했어요..
당당히 반격하세요,, i hate fat ass 떄리진 마시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으신 분이네요. fat ass... ㅋㅋㅋㅋ
fat ass ㅋㅋㅋㅋㅋ 한국말로 욕을 퍼부어버려요. 우린 걔네들 말 알아듣기라도 하지 지들은 알아듣지도 못할꺼면서
네 ㅋㅋ 저두 당하면 로우킥 맞는 파워를 내는 욕 하나 준비해두려구요! ㅋㅋ
오 2009년 맵 나왔네요?? 캘거리로 돌아가면 받아야겠어요ㅋ
아...이거 새로운 맵인가요? ㅋㅋ 디자인은 예쁜것 같아요. ^^
체험기 너무 재미있어요, 잘보고있어요! 저도 캘거리에 지낸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아..ㅋㅋ 반가워요^^ 캘거리에 사는 깻잎분들 다 만나보고 싶군요. ㅋ
의료보험 직원도..백인여자도..참 ㅡ.ㅡ;;; 못 배웠나 ;;;...캘거리..동양인이 많이 없고..화이트 칼라보다..블루칼라가 많아서 인종차별이 많다는 얘기 들었어요..근데 어딜가나..외국에서는 저렇게 이상한 사람들은 있는것 같아요..글타고 머라 할수도 없고 참..일구해서 돈 벌어주는걸로 복수해야져 ㅋ....
일자리를 구하면... 밥 3그릇 비워버리려구요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이렇게 체험 후기 써놓으신거 보면 ㅠㅠ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제대로 자고 먹을수나 있을까 ㅋㅋㅋㅋㅋ
암튼 ㅋㅋ 체험기 잘 보고 있습니다 ^^
정말 궁하면.... 사람은 못하는게 없다죠. -_- 힘내세요!! ^^
저번에 부산 안군님이랑 헷갈려서 뻘찟했던 잘살아보세 입니다.. 기억 하실런지.. ㅋㅋ 사과드릴께요 그리고 전 1월 15일에 캘거리 들어 갑니다~ㅋㅋ 하하하하^^ 재밋네요~ 그래도 저보단 훨씬 잘하고 계신듯!
아니에요 ㅋㅋ 생각해보면 '~군'으로 끝나는 아이디 정말 많은 것 같아요 -_-;;; ㅋㅋㅋ
안굼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저도 담달에 워홀비자로 캘거리 가는데요 따로 보험(AIG 등등) 들 필요없이 캘거리가서 의료보험 들면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