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부지역 "교사역할훈련" 연수생, 목포청호초 강영란입니다.
며칠 전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딸은 아침에 과제를 하지 못한 것을 깨닫게되면 엄마아빠에게 큰 소리로 상황을 얘기하며 울음을 터드리곤 했습니다. 우리부부는 며칠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야하는 상황이 있어서 그 전날 좀 일찍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딸은 영어학원에 다녀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좀 보다가 자기도 피곤했는지 엄마아빠 옆에 누워 잠시 자고 일어나 숙제를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저도 한 두 시간 자고 일어나 집안일을 좀 하려고 했는데, 몹시 피곤한탓인지 저녁 7시 30분에 잔 것이 새벽에 일어나야할 시간까지 잠들게되었습니다.
새벽에 아이 아빠와 저는 일이 있어 나가면서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전날 특별히 깨워주라는 부탁도 받지 못했고, 몇 주 딸 아이가 이런 저런 일로 몹시 무리를 했다는 것을 알기에 곤히 자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일을 보고 아침 6시 넘어 돌아와서 깨우니 아이가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무슨 일을 하는가 싶더니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 아빠엄마를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습니다.
딸 : 엄마! 어제까지 모의고사를 봐야했어요.
나 : ......
아빠 : 무슨 모의고사 말이야! 아! 영어학원 모의고사 말이니?
딸 : 그럼 모의고사가 그것 말고 또 있어요. 어떻게해요. 그것 안하면 절대 안된단 말이예요.(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
나 : ... 모의고사를 못해서 어쩌지?
딸 : 몰라요. 나 죽는단 말이예요. 오늘부터는 안된다고 했단 말이예요.
나 : (최대한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분한 어투로)어제 저녁에 해야하는데 하지 않고 자버려 몹시 속상하겠다. 그럼 어떻게 하지?
딸 : (거실의 컴퓨터 쪽으로 가서 전원을 켜고 앉아 모의고사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한 후) 봐요. 안돼잖아요.(컴퓨터 자판을 세게 두드린다.)
나와 아빠 : 그럼 어쩔 수 없네.
딸 : (자기 방으로 횡 들어가더니 잠시후 나와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나 : 모의고사 되는거야?
딸 : 아니요. 사이버가정학습이라도 하려고요. 혼내면 혼나죠 뭐!
위의 대화문이 정확하게 옮겨진 것은 아니고,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았습니다. 그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왜, 어제 하고 자지, 그냥 자고는 아침에 그렇게 짜증을 부리냐?"고 나무랐을 것이고, 딸은 속상해서 울고불고 했을 것인데, 연수해서 배운 것을 적용할 절호의 기회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 문제소유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딸이 숙제를 하지 못해 속상한 것은 엄마아빠가 소유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딸의 상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대화를 하며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문제해결책을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러자 의외로 딸은 울지 않고 자기 방에서 마음을 삭힌 후 나와서, 할 수 있는 다른 숙제를 했습니다.
그날 저녁 영어선생님께 혼났냐고 물어보니, 모의고사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아, 그랬구나."만 했다며 무척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처럼 "교사역할훈련"에서 배운 것을 가족과의 대화나 학생과의 관계에 적용해보고 있는데, 학생들이나 딸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적어지고 훨씬 스트레스가 적어지는 것을 경험하며 좋은 연수의 기회를 만들어주신 연수원과 박인숙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정말 멋지게 실천하셨네요. 부모님의 그마음을 그대로 받아가는 따님도 저력이 대단하구요. 교사역할 훈련에서 배운 것을 가족과 학생들에게 실천하시면서 보람을 일구시는 선생님! 멋지십니다. 내일 연수에서 행복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