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을 핵분열시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과 원자폭탄은 바탕 원리는 같다. 발전용이냐 무기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라늄의 농축 농도다.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 우라늄 원석에는 핵분열하는 성분인 우라늄235가 약 0.7%밖에 들어있지 않다. 나머지 99.3%는 핵분열을 하지 않는 성분인 우라늄238이다. 자연상태의 우라늄으로는 발전이나 폭탄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라늄235의 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우라늄 농축이다. 국내에서는 충북 괴산에 우라늄이 묻혀 있으나 우라늄 함유량이 너무 적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 따라서 한국은 우라늄 원석을 정련·농축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농축 우라늄을 수입해 가공만 해서 핵연료를 만든다.
◆ “발전은 3~5%, 폭탄은 95% 이상 농축 필요”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켜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우라늄도 95% 이상의 고농도로 농축된 것이 필요하다. 반면 핵발전소,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타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폭탄과는 달리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없다. 그래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거나 우라늄235를 3~5% 정도로 저농축해서 사용한다.
농축됐다고 해도, 우라늄이 무조건 핵분열(우라늄에서 중성자가 튀어나와 생기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우라늄의 질량이 일정한 수준을 넘지 않으면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때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질량을 ‘임계질량’이라고 한다. 임계질량은 우라늄235의 농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데, 90%농도에서는 약 50㎏이다.
그러나 핵분열을 촉진하는 장치를 하면 임계질량을 15㎏까지 줄일 수 있다.
◆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인공원소”
우라늄이 자연상에 존재하는 원소인 반면 플루토늄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생기는 일종의 인공원소이다. 플루토늄은 우라늄238이 원자로 속에서 중성자와 충돌했을 때 생긴다.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한 번 사용한 우라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만든다.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플루토늄의 동위원소 중 핵폭탄에 사용하는 것은 플루토늄239이다. 플루토늄239는 지극히 불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에 쉽게 급격한 핵분열을 일으킨다. 적은 질량으로도 큰 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라늄을 대신해 핵무기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는데, 같은 양일 경우 농축우라늄탄에 비해 60배 가량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저농축 우라늄은 스스로 핵분열 못해”
발전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 즉 핵연료는 스스로는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래서 핵연료를 원자로에 장전할 때는 핵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중성자 발생 장치를 함께 설치한다. 이 장치에서 발사된 중성자가 우라늄을 때리면 그 우라늄에서 다시 중성자가 튀어나오면서 연쇄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난다.
그런데 핵분열이 너무 급격해지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제어봉이다. 제어봉은 은과 이리듐 등을 섞은 것으로 중성자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핵분열 속도를 늦추려면 제어봉을 넣어서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면 된다. 원자로가 열을 받았을 때 그것이 녹지 않도록 식혀주는 물질을 감속재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물과 흑연 등이 사용된다.
◆ “북한에 경수로 짓는 이유는 핵개발 막기 위한 것”
감속재는 크게 흑연, 경수(보통 물), 중수(중성자가 하나 더 많은 물)를 쓴다. 흑연감속재의 경우 최초의 원자폭탄들을 만들 때 사용됐으나, 요즘은 북한 등지를 빼면 찾아볼 수 없다. 중수로 핵발전소는 수소 이온 내에 중성자가 하나 더 많은 물을 사용한다.
흑연과 중수를 이용하면 사용 후 핵물질이 핵폭탄을 만들기에 좋은 플루토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경수로 핵발전소는 일반적인 물을 감속재로 사용한다. 경수로는 사용 후 핵물질에서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물질을 추출해내기가 힘들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을 끌어들여서 북한이 보유한 흑연감속로를 폐쇄시켜서 핵물질을 얻지 못하게 하면서 전력난 해소를 돕기 위해 경수로를 지어주는 것이다.
<도움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