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너무 피곤해서 도서관에 가지를 못하였다.
그러나 내가 없을 때 많은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내가 도서관에 가지 못한 다음날 아침,
그 친구와 같이 도서관에 있던 친구들끼리 뭔가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난 상황을 몰랐던지라 스토리가 매우 궁금하였다.
그리고 난 그 키가 큰 친구에게 어제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처음에 그 눈이 큰 꼬마아가씨는 그 친구에게 또 쪽지를 보냈나보다.
그런데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는 참으로 놀랍지 않은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두살 어린 예쁜 여중학생과의 아름다운 청소년기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인데 그 다음일이 나를 너무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 답장의 내용을 내가 들은 이야기로 보아하니,
'저는 생각 없으니 도서관에서 쪽지 보내지말고 공부하세요.'
뭐 이런식으로 보낸 듯 하다.
좀 내 주제에 방정맞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스타일은 상당히 질색이다.
몇번이나 눈 마주쳐봤다고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무담담할수 있는지,
적어도 한번 정도는 제대로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 할까 싶다.
내가 저꼴이라서 그럴수도 있다. 뭐 그건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 아가씨는 약올랐는지 앞자리에서 칸막이를 두들기며 그가 돌아갈때까지
괴롭혔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 아가씨에게 연락해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요 며칠동안
나의 그 더러운 인상으로 눈 마주친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관두었다.
어쨌든 하루를 도서관을 쉬게 되고 그날도 역시 도서관에 갔다.
공부하는 동안은 별일 없었다. 그 아가씨도 보였지만 별일 없었다. - 그러나
수없이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이 나쁜 버릇은 고칠 생각이다 -
난 해가 지고나서 친구들과 집에 가려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이었다.
지나가는 도중에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밤중의 육교 아래에서 걸음을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동안의 일들이 필름 스치듯이 지나갔다.
프라다 상표의 가방과 원래는 곱슬머리지만 손질한 생머리......
이는 분명히 날 엿먹인 그 소녀X였다. - 그 학생은 "소녀X"로 정의하겠다.
이름도 상스러운 문자도 싫다. -
게다가 배화여고의 교복은 예감을 확실하게 했다. 어둡고 앞모습도 보지 못했지만
분명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릴정도는 아니었지만 숨이 막히고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너무 화가 나서 그랬는지 너무 반가워서 그랬는지는 모른다.
나는 멀리 가버린 친구들을 따라 발걸음을 떼면서까지 시선을 피할수가 없었다.
그 순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결국 얼굴을 확인해보지 못했다.
저만치 가서야 애들을 일단 먼저 집으로 보낸다음에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서 보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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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균이의 시사만평
chapter #3 화균이가 쓴거 옮겨왔다.
F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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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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