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정보화 시대에서는 과거의 시대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이 더더욱 빠르게 사회가 변화되고 있다. 아울러 대중화된 정보화 사회의 디지털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들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열광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대와 사회가 빠르게 변해 갈수록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거나 소외 받는 사람들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인문학 영역과 예술 영역은 그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미술 분야 역시 그런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과연 이 시대에 인문·예술은 필요 없는 것일까? 지금부터 이것에 대한 오해를 진지하게 풀어보자.
많은 현대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디지털 문화는 과거와 전혀 관련 없는 새로운 시대의 미래지향적인 문화라는 막연한 믿음이다. 그렇지만 이 막연한 믿음은 정말로 큰 착각의 편견일 뿐이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만약 정보화 디지털 시대에 과거의 인문학적인 바탕의 유산을 외면하고 기술적인 가치에만 의존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면 과거 인류가 저질러왔던 무서운 역사적 과오를 다시 반복 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역사적 과오를 우리는 먼 과거가 아닌 가까운 20세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식민제국주의의 잘못된 패권주의에 대한 잘못은 외면한 채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 기술 발전의 환상에 사로잡혀 다가올 20세기의 미래를 유토피아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던 미래의 꿈이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악몽으로 깨어지고 더군다나 그 뛰어난 인류의 과학 기술이 인류를 대량 살상하는 무서운 전쟁 무기로 만들어져 엄청난 희생을 겪으면서 인류는 큰 교훈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근대주의의 잘못을 인식하고 비판하면서 나타났던 수많은 인문학적 반성에 따른 여러 사상들과 예술계에서의 역사 및 현실 비판에 따른 여러 예술 운동들은 오늘날 인류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즉 인문학과 예술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 제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문학과 예술이 없는 과학은 인간에게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잊어버린 듯 또다시 기술지상주의 환상에 사로잡혀 디지털 문화를 맹신하며 또다시 미래를 유토피아로 꿈꾸려 하고있다. 다행히 과거의 엄청나게 잘못된 역사적 과오를 기억하는 인문학자들과 예술가들은 다양한 저술 활동과 예술 창작 활동을 통하여 세계가 처한 위험에 따른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데 이것이 인문학과 예술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이다. 물론 모든 인문학과 예술이 그런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에는 그런 역할과 임무를 필요로 할 정도로 혼란에 직면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문학과 예술이 이 시대에 필요한 또 다른 존재의 이유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융합(融合, convergence, fusion)과 통섭(統攝, consilience)이란 이 시대의 새롭게 등장하여 주목받는 개념 때문이다. 16세기 이래로 학문의 분과와 지적인 체계는 전문화라는 명목아래 세밀하게 분류되었다. 이런 경향이 근대 과학을 발전시켰는데 그렇지만 그렇게 세분화된 학문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의 한계를 보이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켰는데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자 나타난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향이 바로 융합과 통섭이다.
융합과 통섭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의미적 차이가 있다. 융합이란 두 가지를 화학적으로 합쳐 하나로 만든 개념(비슷한 개념인 통합은 단순히 떨어져 있는 둘을 물리적으로 합친 것)이고, 통섭이란 두 가지를 합쳐서 전혀 새로운 그 무엇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특히 통섭이란 개념은 지식의 대통합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넓게는 예술의 영역까지 연결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이런 융합과 통섭의 경향에 우리 나라에서는 새로운 이름의 대학교 학과가 생겨나고 새로운 학문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음악, 미술, 공학이 합쳐 「미디어아트공학」과(科)로 탄생을 하고 화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의학 등이 합쳐 「나노바이오공학」과(科)로 나타났으며 경제학은 심리학과 만나 「행동 경제학」과 같은 새로운 이론을 탄생시키고 있다.
융합과 통섭적인 시대 상황에서는 사고에 따른 발상의 경향도 평범한 보통의 발상인 수평적( ━ ) 발상이나 수직적( ) 발상만으로는 힘들며 수평적 발상과 수직적 발상이 서로 만나는 교차적( + )인 종합적인 발상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 종이컵을 가지고 발상을 해본다면 보통의 수평적, 수직적인 발상에서는 일반적 사용 용도인 물 컵 외에도 동전 담기, 연필꽂이, 화분 등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차적인 발상에서는 장난감 전화, 고깔 모자, 찢어 펼쳐서 만든 작은 부채 등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좀 더 높은 차원의 발상에서는 다른 영역이나 분야와 결합된 새로운 형태나 기능이 담긴 디자인으로 표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종이컵 형태와 특징을 이용한 휴대폰 디자인이나, 건물 회전문 디자인, 패션 쇼핑몰의 피팅 룸 디자인, 공원의 화장실 디자인 등에 컨셉, 아이디어, 모티브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교차적인 종합적 사고는 폭발적인 아이디어 발상과 혁신을 가져오는데 문제 이런 경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이라 할지라도 수박 겉 핥기 식의 지식이 아닌 상당한 깊이의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2010년 12월 27일 미국의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기사에서는 20세기를 풍미한 경영학 석사인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저물고 전문이학계열 석사 PSM (Professional Science Master)의 시대가 예상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PSM은 과학, 수학, 경영, 법학 등 실용학문을 함께 가르치는 석사 과정으로 이공계 출신들에게는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인문·사회계 출신들에게는 과학 지식을 가르쳐 기업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CEO라 할지라도 과학을 모르면 경영이 힘들고, 엔지니어라도 인문학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PSM 과정 개설은 미국 대학에서 이를 선도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의 대학들도 속속 PSM 과정을 개설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2005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문화기술대학원이, 2009년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으로 유명한 안철수 교수가 있다.
최근 기업에서도 자기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인재를 뜻하는 T자형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T의 ━ 는 횡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문제 해결능력 등을 고루 아는 것이며 는 종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능력을 깊이 안다는 뜻으로 미국 유명 전자회사 GE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 안철수 교수는 이런 비슷한 개념을 A형 인간이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A라는 의미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지식과 다른 분야(\)의 상식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이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소통 능력을 말한다.
역사적으로도 융합형·통섭형 인물이 많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세종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다. 현대에도 이런 인물이 많은데 미국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와 우리 나라의 안철수(1962∼ ) 교수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혁신적이고 뛰어난 컴퓨터 및 IT 제품들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방향을 제시한 업적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IT 기술능력 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 그가 배웠던 미술에서 손으로 글씨를 써서 만드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 디자인 수업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업을 통해 미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했고 이런 따뜻하고 부드러운 전통적인 미적 감각을 차갑고 딱딱한 컴퓨터 및 IT 제품 디자인에 도입하여 인간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IT 문화를 탄생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안철수 연구소를 만들었던 안철수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융합 학문을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자 산증인이다. 그는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취미로 컴퓨터 공부를 하고있었는데 우연히 자신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실을 알고 자신의 컴퓨터 지식을 이용하여 우리 나라 최초의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 V1, V2, V2 플러스를 만들었고 그 프로그램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학과장으로 근무하다가 나중에 해군 군의관으로 입대를 하였는데 군복무를 하는 동안에도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를 만들어 계속적으로 무료로 나눠주었다. 군 제대 후 의과대학 교수직도 그만둔 후 우리 나라 최초의 바이러스 프로그램 회사인 안철수 연구소라는 벤처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경영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자 그는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스탠포드 대학에서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수료하고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나중에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이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좌 교수로 있으면서 융합 영역을 강의하기 시작했고, 2009년 서울대에서 융합기술대학원을 만들면서 안철수 교수를 융합기술대학원장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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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화 시대 - 유비쿼터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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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대 사람들이 상상한 2000년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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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 통섭형 인물 - 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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