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구/악절 단위의 선율이 문장이라면 화음은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어는 문장을 만드는 요소이므로 그 용법/용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별 효용이 없을 것입니다. 음악/화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코드‒사전에 나열된 개별적 단어/화음을 안다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 음악문장을 쓰는 데에는 별로 소용에 닿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ㅡ 음악적 문장을 기준으로 하여 각 단어끼리의 유기적 관련성을 알지 못한 채, 즉 단어에 대한 용법/용례를 도외시하고 사전에서 단어만 외우는 것은 음악적 작문에는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코드‒사전에는 수천 개가 화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많은 Jazz/Rock 주자들이, 또는 기타로 반주하는 애호가들이 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각국의 언어는 수십만 단어에 이르며, 기타 코드 역시 수만 내지는 수십만(전위화음 및 복수 지판‒코드 포함)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는 산술적 계산일 뿐, 음악문장에 쓰이는 코드/화음은 단지 7개(scalechords/음계화음)뿐입니다. 그나마 7개 단어의 ‘품사/화성기능’은 단 3개뿐입니다. ㅡ tonic, dominant, subdominant
얼마나 조촐하고 간단합니까. 다만, 코드/화음에는 대리/대체 화음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떤 역할/기능을 대리인에게 맡길 수 있듯이, 또는 지정된 어떤 특정물로써 대체할 수 있듯이, 3개의 핵심 단어/화음을 대리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확장화음, 변화화음들이 있습니다.
그 대리/대체 원리와 계통만 알고 있으면 수만/수십만 단어/화음을 금방 파악할 수 있으며, 이때는 그 용법/용례까지도 알고 있으므로, 바로 음악문장을 쓸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ㅡ 이에 관련된 음악이론이 ‘음계론/화음론 및 성부진행론’(통칭 화성학)이다.
반면에, 코드‒사전 등을 보고 개별화음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많은 시간을 요하고 힘들뿐더러, 학습한 개별적 화음들은 음악문장을 쓰는 것과 별로 관련이 없을 것입니다. 이때는 코드/화음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즉흥연주‒애드립 따위에 연결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Pop/Rock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래악보에는 노래 선율/가사와 함께, [영문음명표시법]으로 불리는 화음‒명명법에 의한 코드‒이름(예: CM7, Am7)이 부기되어있는데, 개별화음을 많이 알면 이들을 대충 재현하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ㅡ 그러나 이마저도 성부진행론을 학습하지 않으면 멋진 반주를 할 수 없다 ㅡ 즉흥연주‒애드립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단어를 많이 알아도, 그 단어들이 바로 용법/용례 및 문장작법(선율진행론/화음진행론)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즉흥연주/애드립이라든지, 작편곡이라든지, 창의적 해석에 따른 악곡연주를 하려 한다면, 화음에 대한 학습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가 되는 화음에 대한 용법/용례를 알아야 하고, 또, 화음의 발생근거부터 추적해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바로 [음계론 및 화음론]을 통해 [음계화음 원리] 및 [대체화음 원리]를 알아야 함을 뜻하는 것입니다.
음악적 문장을 만듦에 대해서 그 개략적인 것을 살펴봅시다. 언어학/문학에서의 문장구조 및 그 품사 등은 종류도 많고 복잡하지만, 음악문장은 수식어와 피수식어뿐이라 할 수 있고, 그 품사 또한 tonic과 dominant뿐이라 할 수 있습니다. sub-dominant가 하나 더 있긴 하지만, 거시적 기능화성에서는 중개화음 정도로 취급되며, 미시기능에 있어서도 dominant 직전/직후에 놓여서 이를 보좌하는 정도라 하겠습니다. ㅡ 음악은 저급언어
아래는 음악적 문장, 즉 선율과 화음을 수식어와 피수식어에 빗대어 예를 든 것입니다.
[도표-1.]
언어학/문학에서는 형용사 또는 부사가 수식어에 해당하며, 형용사는 명사를, 부사는 동사를 수식하게 됩니다. 이때, 형용사/부사는 대개 명사/동사의 앞에 놓이며, 이는 음악도 마찬가지로서 수식어는 보통 피수식어의 앞에 놓입니다. 이는, 언어 및 음악이 모두 시간적 진행형태이고, 음악문법은 문학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문학에 있어서 수식어가 뒤에 놓이는 경우도 있는데, 음악도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가 있으며, 음악에서는 전자를 앞꾸밈음, 후자를 뒤꾸밈음이라 합니다. 그런데 앞꾸밈음/뒤꾸밈음은 기능적 측면에서 본 것으로서, 성악 악보에서는 꾸밈음 형태로 간이 기보하지만, 기악 기보법에 있어서는 꾸밈음의 음가대로 정규 기보하며, 이는 즉 비화성음의 한 형태를 뜻하는 것입니다. ㅡ 비화성음 이론 참조.
한편, 선율/화음은 리듬을 기준으로 하는데, 리듬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때 리듬이라 함은 강박과 약박의 조합에 내재된 어떤 맥동이 만드는 율동을 뜻하며, 화음은 다성부에 의한 복선율을 의미합니다.
선율은 또, 화성음과 비화성음으로 이루어지는데, 화성음은 피수식어이고 비화성음은 수식어이므로, 화성음/피수식어로만 이루어진 선율 골조를 선율원형이라 하며, 조성음악 문법에 의하면, 이때 화성음은 강박에, 비화성음은 약박에 위치해야 합니다. 단, 예외적으로 화성음이 강박에 올 수 있는데, 이에는 계류음, 전과음이 있습니다.
비화성음이라 함은 화음 밖의 음, 즉 화음성음이 아닌 음을 말하는데, 이때 화음이라 함은 기준화음이 되는 협화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제1박‒강박 위치의 수직화음을 뜻하며, 강박이 비화성음인 경우에는 그 다음 화음, 즉 비화성음이 속해있는 불협화음을 해결해주는 협화음인 후행화음을 뜻합니다. 만일, 예컨대 4/4 박자표라면 한 마디 안에 2개의 강박이 있으므로, 이때 선율원형은 2분음표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Rock/Pop, 노래 악보에 보면 주선율 위에, 대개 반 마디 또는 한 마디 단위로 영문음명표시법에 의한 화음명이 기재되어있는데, 이는 바로 선율원형/강박 위치에서 성립되는 수직화음을 암시/의미하는 것이며, 이를 기준/범위로 하여 다성부/복선율을 만들든지, 이로써 반주화음을 만들라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ㅡ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있으나 마나한 엉성한 코드도 많이 볼 수 있다.
위 [도표-1.]에서 [①]은 수식어를, [②]는 피수식어를 지칭하는데, 이 예에서는 수식어가 언제나 앞에 있으므로 앞꾸밈음 형태임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수평적 현상이므로 선율적 장식음이 됩니다. 또, 부선율 음들 또한 각각 자기가 속해있는 성부에서 그 다음에 오는 피수식어/강박을 선율적으로 치장합니다. 이때는 선율에 있어서 수식어가 먼저 출현하므로 리듬적/운율적으로는 [여린내기]가 됩니다. ㅡ 클래식은 여린내기가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전통적이다. 반면에 Hard Rock 장르의 리듬은 센내기가 제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수식어가 속해있는 수직화음의 나머지 구성음들 및/또는 피수식어가 속해있는 수직화음의 나머지 구성음(③)들은 모두 부차성부에 속해있는 부선율 또는 반주 음들로서, 이들은 모두 ㅡ 시차는 있지만 ㅡ 주선율에 있는 피수식어를 화성적으로 장식한다 할 수 있습니다. ㅡ 앙상블 코러스 개념
2. 애드립 ㅡ 문장 만들기
아래 [도표-2.]는 영문법에서의 5형식 문장을 기악/애드립으로 표현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기악은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으로 나뉘지만, 문학적 주제를 가진 표제음악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절대음악이라 해서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문학적/언어적 관점보다는 음향적 측면에서의 주제를 강조하는 것이고, 이는 또 작가/연주인의 주관적 정서를 음향적 주제로 바꾸었다는 것이지, 작가/연주인에게 어떤 느낌/정서와 연계되는 주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애드립/즉흥연주는 음악적 문장 만들기이므로, 연주인은 그 악곡의 주제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며, 애드립은 주제 문장을 이어 나가는 창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드립은 본질적으로 작곡과 다를 바 없는데, 다만 미리 악보에 일일이 기보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작곡함과 동시에 연주한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ㅡ 이에 관하여, 애드립은 형식을 파괴하는 자유전개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로서, 단지 애드립 형식 중에는 전통적으로 cadenza 라는 게 있고 보면, 경우에 따라서 연주자의 기량발휘를 위해 solo 시간을 주기도 하고, 형식/악식을 떠나서 일정범위 내의 자유재량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차라리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애드립은, 기술적으로는 원칙적으로 ‘variation/변주’(주제에 대한 변화/모방기법)를 도구로 해서 만드는 문장이며, 변주기법에는 대위법적인 것과 화성법적인 것이 있지만, 대개는 이 두 가지를 혼합/절충, 병행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ㅡ 베토벤 직전/직후부터 대위법과 화성법은 이미 융합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단선율인 애드립에 있어서는 시차를 두고 각각 나타날 수 있다. 또, 이러한 음악이론적 사항들은 Jazz/Rock 장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연주인이 아래 문장을, 또는 그 느낌/정서를 음향으로써, 애드립으로 전달한다고 치면, 이는 5형식 문장으로서 문학적/어학적으로는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다소 복잡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조합이 연속되는 간단한 문장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녀 앞으로 달려오는 비극적 운명을 보았다.”
[도표-2.]
이때 음악적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애드립 연주자는 다음 몇 가지 전제를 요구받게 되지만, 음악문장은 언어/문학과 달라서 주제와 관련된 언어적/문학적 구성을 부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기보다, 전체적으로(악구/악절 단위로)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ㅡ 이와 관련하여, 가사가 있는 성악/노래 악보를 보면 각 음 하나하나마다 가사 한 음절이 할당되어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 음이, 또는 각 음형이, 또는 구획화/분절화 된 반악구/악구 단위의 각 단위박절이 어떤 단어나 구에 해당하는 개별적 의미를 지닌다기보다, 악절 전체, 또는 음악 전체가 가사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대응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 문장구성에 있어서 기본적 단어에 해당하는 기본음계의 triad/음계3화음, 즉 강박영역을 지배하는 화음에 대한 어떤 느낌/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ㅡ 단, 이는 작가/연주인의 주관적인 것으로서, 평소 청음훈련을 통해 각 음계화음을 식별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구해야 할 것이다.
나. 기본음계의 음계7화음 및 확장음계의 확장화음에 대해서도 청음훈련을 통해 그 색조를 구해야 하며, 각종 7화음의 문법적 용법/용례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기본단어에 대한 1차적 대체용어/대체화음이므로 그 관습적 용법 또한 문장작성에 중요할 것이다.
다. 차용화음/변화화음은 2차적 대체화음이므로, 변화무쌍한 문장전개를 위해서는 이들의 발생근거, 계통, 대체범위, 용례/용법 등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라. 선율원형, 즉 선율‒강박음은 화음성음을 수평적/일정간격으로 분산해놓은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선율은 수평화음이고, 다성부/복선율은 결국 강박‒수직화음으로 축약되는 것이므로, 이를 거꾸로 보면 강박음을 박자분할 하여 비화성음/수식어, 즉 장식음들을 만드는 과정이 음악적 문장을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애드립/문장‒만들기는 강박음/선율원형 형태로 문장을 쓰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ㅡ 골조 구축, 핵심어 연결
마. 언어적/문학적 문장의 구성요소인 각 단어가 고유 품사/기능을 가지고 있듯이, 음악적 문장에 쓰이는 화음도 ㅡ 이때 각 화음성음은 선율원형/강박음이 된다. ㅡ 고유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화음진행/음악문장’의 종류라 할 수 있는 종지형태 및 기능화성문법에 ?숙련되어야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 [라]항에서 전술한 비화성음 삽입하기는 강박을 박자분할 함으로써 그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인 즉, 이는 비화성음논리에 대한 숙련과 함께 그 악곡의 기준 리듬 범위 내에서 다양한 리듬 변주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므로, 박자분할/박자병합, 음형조합을 통한 리듬에 대한 깊은 조예와 숙련은 필수적이다. ㅡ 비화성음논리는 골조구축 다음 공정인 실내장식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된 화음진행은 [변화 vs 안정]을 구사하는 것이며, 리듬/운율 변주는 동적인 운동성/역동성을 뜻하고, 이와 관련된 진행은 [운동 vs 정지]를 구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