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교회에서 청소년 힙합 댄스팀을 이끌던 그는 지난 2007년 5월 다운증후군 딸을 두고 있는 교회 권사의 제안으로 다운복지관의 댄스 교사를 지원했다. “어릴 때부터 춤 추는 게 좋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혼자 TV를 보면서 춤 연습을 했죠. 동방신기와 비를 좋아합니다.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면접 때 댄스 지도 경력이 풍부한 여성 지원자도 있었는데 절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댄스 교실의 학생들이 주로 여학생이다 보니 남자인 제가 유리했던 거 같습니다.” 그는 한때 무대에서 가수의 백댄서로 활동했을 정도로 춤 실력은 수준급이다. 춤을 배우는 학생들이 다운증후군으로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해서 안무가 쉬운 곡을 택하는 법은 없다. 그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여성 그룹 2NE1의 ‘파이어’와 같이 어깨가 들썩들썩 거리는 신나는 인기곡의 안무를 가르친다. “일반인들도 따라하기 힘든 빠른 템포의 동작을 다운복지관의 아이들이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죠. 눈에 띄는 동작을 추려서 안무를 다시 짜야 해요. 동작은 최대한 쉽게 바꿔야 합니다.” 임씨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지난해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제3회 전국 장애인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수상했다. 서태지의 ‘난 알아요’ H.O.T의 ‘행복’ 원더걸스의 ‘텔미’ 등 세 곡의 댄스 곡 안무를 한데 엮은 춤으로 본선에 올라온 14팀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았다. 그는 힘든 연습 과정을 잘 견뎌낸 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막상 댄스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학생들 부모님들의 기대가 더 크셨어요. 대상을 원하셨죠.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한테 휴식시간도 제대로 못 준 게 마음에 걸립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생 한명 한명에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칭찬해줬더니 아이들이 180도 변했습니다. 고집을 부리던 아이들도 이젠 제가 말하면 ‘예 알겠습니다’고 해요.” 지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일반인의 비해 몸이 뚱뚱한 편이어서 행동이 둔합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낮다 보니 안무 동작을 기억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틀린 동작을 다 잡아주고 고쳐줘야 했습니다. 될 때까지 무한 반복을 시켰죠.” 그가 다운센터에서 주당 3시간 춤을 지도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38만원. 교통비를 빼면 남는 것도 없다. 임씨의 꿈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서울 역삼동의 한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임씨는 3개월에 140만원하는 학원비를 벌기 위해 도시락 업체에서 시급 5000원 짜리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강남에 있는 재수 학원에 320인분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학원생들이 식사를 마치면 플라스틱 찬합을 수거해오는 일이다. 그는 다운복지관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이 세계 장애인 대회에 나가 수상하는 게 꿈이다. “댄스 수업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학생들도 아주 즐거워합니다. 힘들더라도 다운증후군 학생들에게 춤을 계속 가르칠 생각입니다.” 김용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