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밤
금자 : 과연 제 안에 천사가 깃들어 있을까요?정말 그렇다면 제가 그토록 사악한 행위를 하는 동안 천사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전도사님의 말씀을 듣고, 전 늘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 안의 천사는 오직 내가 부를 때만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을. “어디 계신가요? 나와 주세요.”,“ 저 여기 있어요.” 이렇게 천사를 부르는 행위, 바로 그것을 우리는 ‘기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기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실 교도소야말로 기도를 배우기에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왜냐면......
홈무비처럼 찍은 거친 화면 - 금자, 전도사와 나란히 무릎 꿇고 기도한다. 운동 시간에 고선숙 노인을 모시고 산보한다. 우소영과 나란히 엎드려 종이학을 접는다. 머리를 다듬어주는 김양희와 농담을 나누며 웃는다. 병든 마녀의 밥을 대신 타다 먹여준다. 장씨에게서 제과 기술을 배운다. 실종된 박원모 어린이를 찾는 전단을 자기 방 벽에 붙여놓고 기도한다. 오수희의 지도를 받아 학사고시 문제집을 푼다. 잠든 박이정 곁에 앉아 부채질을 해주며 성경을 읽는다.
금자
(그동안의 열변을 경건하게 마무리하며) ...왜냐면, 여기서는 우리 모두가 죄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연단에 선 금자, 정중히 인사한다. 뒤에 걸린 현수막-재소자 웅변대회, 주최: 소망선교회, 후원:열린 교도행정 협의회.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치는 소장 이하 교도관들. 몇몇 재소자들은 훌쩍이기까지 한다. 벌떡 일어나 열렬히 손뼉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보는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