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우려내는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고 누가 말했던가?
다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겨우 5개월째인 초보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멋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다도예절원에 오기 전에는 다도란 그저 차 끓이고 차를 내는 예절을 배우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도(茶道)는 종합예술이다
먼저 정초에 받은 '연하장'
![연하장_00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F%25AC%25C7%25CF%25C0%25E5_001.jpg)
추사는
조용히 앉아 차의 맑고 깨끗한 색과 향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 새 자신의 마음 속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 흥취를 묘사했다.
이 멋진 글을 받고 너무도 좋아서 벽에 붙여두고 자랑을 한다.
오늘은 '말차'를 처음으로 실습하는 날이라 기대가 큰데
다도예절원에 들어 서자 원장님이 오늘 아침에 옆직이와 함께 산에서 꺽어 오셨다는
'버들강아지'가 나릉 반긴다.
![말차_012.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8%25BB%25C2%25F7_012.jpg)
버들강아지 노래가 절로 나왔다. (원장님은 나만 보면 노래를 부르라 하신다)
버들 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봄아가씨는 멋쟁이
머리에다 꽃꽂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비 등에 업혀온다.
(봄 아가씨/ 김영일요, 한용희곡)
차를 끓이기 전에 먼저 퇴계선생의 매화시를 공부한다.
퇴계는 생전에 매화를 사랑하여 2000수의 매화시를 썼다는데 그 중 97편을 원장선생님이 배우셨다고 하신다.
오늘은 그 네번째 시
4.望湖堂尋梅 丙午仲春 將歸嶺南
망호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며 병오년 중춘에 장차 영남으로 돌아가려 하다
望湖堂裏一株梅 망호당 뜰 안에 한 그루 매화꽃.
機度尋春走馬來 몇번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왔던가.
千里歸程離汝負 천리길 사는 길에 그대 저버리지 어려워,
鼓門更作玉山頹 문열고 벗 불러 옥산이 무너지듯 취하리'
퇴계선생 46세 때 명종원년 2월에 쓴 시.
퇴계선생은 '매화가 아내요 학은 아들이다' 고 그의 친구가 말했듯이
그리도 애틋하게 사랑했나보다.
매화를 자신은 梅君, 梅兄이라고 불렀다한다.
(옥산퇴玉山頹는 중국 위나라 해강은 술에 취했을 때는 옥산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는데
이 시에서는 술에 마음껒 취한다는 뜻)
자, 이제 말차(가루차) 한 잔 하실까요?
![말차_004.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8%25BB%25C2%25F7_004.jpg)
말차는 물에 차가루를 섞어 다선(찻솔-오른쪽 )으로 찻물이 녹색의 크림같이 될 때까지 저어서 마신다.
다선은 솔바람소리가 나도록 앞뒤로 잘 저어야 하는데 나는 서툴어 원장님이 도와주셨다.
![말차_00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8%25BB%25C2%25F7_005.jpg)
오! 아름다운 연둣빛, 비취색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색이다!
찻자리의 기쁨이요, 황홀경이다.
연둣빛 호수 위에 산당화 꽃하나 띄웠다.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맛! 씁쓰름하면서도 묘한 상쾌한 맛! (원장님은 말차 마니아라고 하신다)
말차의 그 깊은 뜻과 맛은 차츰 배워 갈 것이다.
![말차_013.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8%25BB%25C2%25F7_013.jpg)
다도예절원 입구에 놓인 아름다움.
![말차_014.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3%2F55933%2F1%2F%25B8%25BB%25C2%25F7_014.jpg)
다도는 종합예술이다.
차례 뿐 아니라 노래가 있고 시가 있고 다화꽂이, 도예, 서예와 그림, 춤까지....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배우는 여정은 끝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