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는 산의 모양을 오행(五行)에 따라 목산(木山), 화산(火山), 토산(土山), 금산(金山), 수산(水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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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산은 산봉우리가 삼각형 형상으로 솟아올라 붓끝같이 뾰족한 모양인 것을 말한다. 통상 문필봉으로 불리며 총명, 관직 등의 귀(貴)를 관장한다. 화산은 연속된 산봉우리의 끝이 뾰족뾰족하여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이다. 그래서 화산은 일반적으로 기가 강하고 억센 산으로 분류된다. 문장과 귀(貴)를 관장한다.
토산은 산봉우리 윗부분이 일자모양으로 평평하며, 일자문성사라고도 한다. 귀(貴), 장수(長壽), 재물(財物) 등을 관장한다. 금산은 산봉우리가 종이나 솥을 엎어놓은 것처럼 둥글고 살이 찐 형상을 말한다. 부(富)와 귀(貴)를 관장한다. 수산은 산봉우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듯한 형상이다. 길한 형상이면 총명하고 지혜로운 문인(文人)을 배출한다.
위의 다섯 가지 형상 중 목산(木山), 토산(土山), 금산(金山), 수산(水山)이 대체로 길하게 여겨지는 반면, 화산(火山)은 터 주위로 보이는 것이 흉하게 여겨지는 형태이다. 화산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산들이 길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산의 모양새가 대체로 반듯하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마을의 고택들은 반듯하고 단정한 모양의 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또 대문이나 마당을 그 방향으로 두고 있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반대로, 화산은 산의 모양이 각지고 뾰족하며, 구성 성분이 흙보다 억센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풍수에서는 터에서 화산이 보이면 화재의 발생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 마을 등에서 화산이 보일 경우, 숲과 연못을 조성함으로써 화산을 가리거나 수의 기운으로 화의 기운을 눌렀다.
심리적으로도 각지고 뾰족한 형상이 사람을 직접 향해 있으면 불안하다. 단적인 예로,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때 기분 나쁜 경우가 그렇고, 밥상머리에서 모서리에 앉으면 어른께 혼이 나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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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도 모양새가 반듯하고 단정한 풍수적 길봉(吉峰)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양동마을의 서백당 마당 너머로 보이는 성주봉이 있다(그림 2). 성주봉은 단정한 목산이다. 주택의 조영자는 성주봉의 기운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마당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그 방향으로 두었다. 풍수적 관점에서, 서백당에서 태어난 두 명의 귀인, 손중돈과 이언적의 탄생이 성주봉과 무관하지 않다.
교촌마을의 최부자 고택에서도 풍수적 길봉을 찾을 수 있다(그림 3). 최부자 고택에 들어서서 몸을 들어온 방향으로 되돌리면, 대문 너머 반듯한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도당산(돛대산)이다. 도당산은 토산으로, 풍수적 관점에서 최부자 가문의 부의 축적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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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산 너머로 다시 세 개의 봉긋한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남산이 남에서 북으로 달려오며 중간 중간 힘차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이다. 이 봉우리들이 도당산을 뒤에서 받쳐줌으로써, 도당산이 고택으로 기운을 불어넣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정 집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수적 길봉과 달리, 경주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길봉이 있다. 앞 회에서 설명한 바 있는 망산과 성부산(그림 4)이다. 두 산은 시내에서 남쪽, 즉 율동과 내남면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들이다. 시내 곳곳 아파트의 5층 이상 정도의 높이면 두 산을 볼 수 있으며, 곳(서천이나 교동 일대)에 따라서는 길 위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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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은 지역 일대에서 보기 드물게 귀한 금산이다. 망산 뒤의 성부산은 문필봉 형상으로 전형적인 목산이다. TV 프로그램 ‘썰전’으로 인지도가 한층 더 높아진 유시민과 풍수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풍수를 잘 모르는 촌로(村老)들도 두 산이 보이면 ‘배곯을 일이 없다’고 평할 정도로 풍수적 길봉이다. 집의 창문이나 마당 너머로 두 산이 보인다면 자주 쳐다보면서 음미해봄 직하다.
안강 사방리에 단정하고 반듯한 목산의 칠보산이 있다. 칠보산 남쪽 산자락에는 사방초등학교가 그 품에 안긴 듯이 자리하고 있다(그림 5). 필자는 몇 년 전 ‘학교 교가와 풍수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경주시 소재 학교 80여개 소를 답사한 적이 있다. 그 중 사방초등학교의 풍수적 입지는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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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칠보산 산자락의 품에 안긴 듯 배산임수로 자리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교가 가사가 “칠보산 산기슭 ~”으로 시작해서, “형산강 물줄기 수 천 년 맑을세라” 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6년간 공부하고 뛰어놀면서, 칠보산에서 이어져 온 산줄기를 밟고, 또 칠보산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중에 그 정기를 고스란히 받았을 것이다.
교육정책에 따라 많은 시골 학교가 통폐합되는 과정 속에서도, 이곳 학교가 꾸준히 지속되어 온 것은 칠보산의 정기와도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