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에서
월야중학교 23회 동창회 송년모임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단 소리를 듣고
가장 기뻐하고 반갑게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나 자신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어느 누가 참석하든지 간에 내가 해밀톤 호텔과는
가장 가까운 동네에 살기 때문에 우선 지각할 일이 없고 택시를 타고 간다 하더라고
기본요금이면 족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도 숨이 목에 차기 전에 도착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모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창회 집행부 한사람 한사람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함께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다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왜 저렇게 지극 정성으로 모임을 위해 모든것에 우선하여 매달리는지
저런 마음가짐의 십분지 일만이라도 자기 부인한테 베풀어 준다면 아마도 다음날 아침
밥상의 메뉴가 달라질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쨌든 1차 회합을 통해 모임의 진행을 구상하고 2차에는 행사에 필요한 내용들을
다시한번 챙겨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지고 오그라드는 걸 온몸으로 절감하였다
스스로는 맨날 하는 말이 "나는 가진게 돈뿐이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해댔었는데 정말로 아니
차라리 가진게 많다면 돈으로 막든지 때우든지 하고픈 맘이 굴뚝같았다면 너무 솔직한 표현일까?
모사는 재인이고 성사는 재천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헛기침을 하면서 몸가짐을 바로잡는 간부급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들 하는구나 하는 것을 배운것을 포함하여 모르긴 해도 열 수 이상은 배운 것 같다
그렇게 서서히 동창모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