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그래서 탄생과 함께 장례의식은 중요한 절차로 여겨왔으며 더욱이 사후세계를 믿어왔던 우리 조상들은 장례의식을 고귀하고 신성한 의식으로 여겨왔다. 특히 효(孝)사상이 뿌리깊은 한국사회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묘주변에 천막을 치고 3년상을 치르는 것을 기본 예(禮)로서 여겨왔다. 이처럼 장례에 대한 의식은 아주 옛날부터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가시는 고인의 장례의식을 담당하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누구나 싫어하고 금기시하는 죽음을 다룬다는 이유 때문에 사회로부터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직업이 되었다. 현재까지도 장례지도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하나도 없으며 또한 다른 업종에 비하여 매우 낙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동과 고도의 전문산업사회로의 변화에 의한 가족구성의 핵가족화,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 추세로 장례지도사에 대한 유족들의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장례의식, 즉 장의(葬儀)는 죽은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며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으로 이를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 장례지도사이다.
장례지도사의 업무는 장례상담부터 시작된다. 가족중에서 노·쇠약자나 위급한 환자 등이 있는 경우, 의뢰인의 사전방문에 따라 장례절차와 방법에 대해 상담을 한다. 전화 또는 인편에 의해 사망이 통지되었을 때 장례지도사는 상가에 도착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유족을 문상·위로하며 시신의 안치장소를 설정하고 당해 상가의 종묘의식, 가풍, 유풍 등을 사전 문의하여 의식절차를 상호협의한다. 그리고 시신을 곧고 바르며 깨끗하게 거두는 수시(收屍)작업을 수행한다. 위생처리된 탈지면으로 입, 코, 귀, 항문을 막아주고 시체가 굳기 전에 손, 발을 골고루 주물러서 펴고 탈지면으로 깨끗이 닦아준다. 이러한 작업이 끝난 후 깨끗한 흰 홑이불로 시신을 아래, 위 전부를 덮은 다음 병풍을 치고 영좌를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냉동실에 안치된다. 이후 초상을 밖으로 알리며 유족과 장례일정, 입관시간, 장지, 운구차량, 발인시간 등을 논의한다. 그 다음으로 염습(殮襲)을 하는데 염습은 보통 2일째에 수행하며 시신을 깨끗이 목욕시켜 수의를 입히는 일이다. 염습은 2명 1개조로 하며 어려울 경우 유족측을 조력자로 1명 정도를 선정된다. 염습이 끝나면 입관(入官)을 하는데 이때 시신과 관벽 사이의 공간을 깨끗한 벽지나 마포 등으로 꼭꼭 채워 시신이 관 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출상은 일반적으로 3일장의 경우 마지막 장지로 영구가 떠나는 절차를 말하며 상주의 종교에 의거하여 종교의식에 따라 발인제가 거행된다. 발인제가 끝난 후 영구를 장지나 화장지까지 장의차로 운반한다. 영구가 장지에 도착하면 묘역을 살피고 곧 하관을 한다. 이외 장의사는 장례후 제례의식, 화장, 묘를 다른 자리로 옮겨 다시 장사지내는 이장에 관한 주선 및 시행도 한다.
이러한 장례절차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장례지도사이며 시신의 기초적인 처리와 염습을 수행하는 사람을 염사라 한다.
이외에 외국인의 시신 또는 내국인이 국외에서 사망하였을 경우 시신 운구를 위해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고 위생처리(멸균, 악취제거) 및 복원(안면 및 신체를 생존시의 상태보다 더 아름답게 보존)을 하는 시체방부사가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대형비행기 사고, 재난, 사고 또는 전쟁을 통하여 많은 다수가 동시에 사망하게 되고 시신의 국가간에 이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전문적으로 위생처리 즉 방부처리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시체방부사 또는 위생처리사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업환경
장의업무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장례지도사는 주중, 주말에 상관없이 근무해야 하며 항상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따라서 장의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적을 경우는 불규칙적으로 일하며 장시간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업무상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가 필요하며 최소 2명 이상이 업무에 참여해야 한다. 장례지도사의 작업환경은 근무지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일만 병원의 장례식장에 근무할 경우는 각 병원의 시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쾌적한 환경하에서 근무를 한다. 반면에 일반 장례지도사의 경우 상가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작업환경면에서는 병원 영안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현재 대부분의 장례지도사는 가계부업정도의 영세성으로 대부분 가족끼리 근무하고 있거나 1∼2명이 종사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은 다소 길고 다양한 반면, 병원내의 장례식장에 근무하는 경우는 하루 8시간 주당 6일 근무가 보편적이며 이 중 2일 정도는 야간근무를 한다.
장례지도사는 때때로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건강규정을 지켜야 하고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을 상대하기 때문에 항상 정중하고 적합한 옷을 입어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교통사고나 각종 사고로 인해 시신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경우도 있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교육훈련 및 자격
그 동안 공식적인 장례지도사 육성 교육기관은 없었으며, 1999년 3월 서울보건대학교에 장례지도과가 신설되었다. 장례지도과는 장례 예절과 보건위생교육 등을 실시하여 공중보건 및 질병의 감염방지를 위한 장례 전문인력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강의 과목으로는 상장예절, 인체해부학, 종교의례, 사체관리법규, 전염병관리학, 한국민속학, 음양지리학 등이 있다. 참고로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1999년 경쟁률은 8.7대 1이며 현재 44명이 재학중이다. 한편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에서도 1년 과정으로 장의지도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는데 교과과정으로 방부 및 위생처리, 지역사회개발론, 상장례 예절, 상장례 관련법규, 염사실기, 법의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자격제도는 1992년까지 실시되어 왔으나 1993년 12월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장의업에 종사하는 자의 자격을 규정했던 "염사관리지침"이 행정규제 완화지침에 따라 폐지된 후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된 자격증은 없다. 그러나 일부 장의관련협회에서는 내부적으로 장례전문사 자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자격제도는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지며 필기는 장례지도사로서 필요로 하는 광범위한 전문지식을 평가하며 실기로는 장례의 제반의식을 거행하는 기본적인 능력과 훈련을 평가한다.
장례지도사로의 취업은 자영업형태로 운영되는 장의업체와 병원의 장례식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의 장례식장에 취업하기에는 상당히 힘들며 취업경로도 주변사람들의 권유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취업을 할 경우에도 특별한 자격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일단 입사한 후에 경력이 있는 선임자를 통해 배우는 게 보통이고 대략적으로 3∼4주 정도의 교육후 실제업무를 수행한다.
고용현황
장례지도사는 병원장례식장, 전문장례식장, 일반장례업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12월 현재 장의사 및 관련서비스업 사업체수는 2,251개소로 4,162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중 여성은 858명으로 대부분 가족형태의 사업체운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형태별로 보면 개인 자영업이 2,123개소로 9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규모별로 보면 5인 이하 사업장수가 2,164개소(96%)로 총 3,367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장례식장은 병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형태와 개인이 임대를 통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있으며 대부분은 후자에 속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98년 12월 현재 전문장례식장 45개소, 병원장례식장이 330개소가 있다.
임금
일반장의업소 규모는 96% 이상이 5인 이하 사업장으로 대부분 1인 또는 2인이 영업활동을 하는 소규모 업체로 평균 업무건수도 단체 또는 인맥을 통해 월 1∼2건에 불과한 실정이며 이에 따라 장의업체에 종사하는 임금수준도 불규칙적인 편이다. 반면에 병원장례식장의 임금은 각 병원의 임금체계에 따라 다양하지만 국내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의 경우 1999년 현재 초임은 연봉을 기준으로 약 2,300만원, 약 5년 정도 근무한 경우는 2,700만원 정도이다. 이 임금은 다른 병원 장례식장의 임금보다 약 20∼30%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업전망
향후 5년 동안 장례지도사의 고용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4년 장례업 자유화조치 이후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동네 장례지도사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으나 요즘에는 대부분 병원장례식장을 이용하고 있으며 신규로 장의업을 시작하는 경우에도 주민들의 민원으로 대도시 중심가 대로변이나 식당주변에서 장례식장을 임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장례지도사는 수개월 동안 단 한건도 장례계약건수가 없어 아예 장례업을 포기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부업을 하는 등 겸업을 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더욱이 급속한 도시화, 핵가족화에 따라 보다 쾌적하고 안락한 시설, 현대화된 설비에 대한 고객의 선호경향은 가속될 것으로 보여 동네 장례지도사의 고용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례지도사의 직업전망을 매우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주요 이유를 보면 한국사회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반면에 핵가족화에 따른 공동체의식의 퇴조에 따라 향후에는 이를 대신하고 도와줄 수 있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된 『1996년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1997년 현재 6.3%인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7.1%에 달하게 되는 2000년에 가면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4년경에는 14%를 넘어서게 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문 장의인력 양성차원으로 서울보건전문대학이 1999년 최초로 장례지도과를 신설하여 2년후에 전문장례지도사를 배출할 예정이며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의 경우에도 장의지도사 특별과정을 개설하여 장례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보건전문대학에 따르면 장례지도과의 지원률이 8.7대 1 정도로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2003년 이후에는 상당한 전문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들이 장의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현재 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향후 전문 장례지도사의 배출에 대비하여 전문적인 교육의 수강이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정부에서 인정하는 관련교육을 받거나 관련 교육기관에서 일정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급속한 도시화, 핵가족화에 따라 장례지도사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화할 것으로 보여 보다 쾌적하고 안락한 시설, 현대화된 설비를 통해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전문화된 병원장례식장 또는 전문장례식장이 크게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