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동에 사는 정 모씨(56)는 얼마 전 고민 끝에 30평형 아파트 를 매입했다. 주변에서는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테니 기다리라고 충고 했지만 전세를 얻는 대신 좋은 조건으로 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정씨가 산 아파트는 이른바 로열층으로 올해 초까지 호가가 3억원을 넘었는데 정씨는 2억7000만원에 급매물을 잡았다. 정씨가 대출을 끼 면서까지 집을 산 것은 2년 후 집값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전세로 들어가는 대신 싼 매물이 있을 때 내집마련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반기 집값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주택 수요자 가운데 내 집마련 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경제연구소와 금융권에서는 약보합으로 전망치를 내놓는 반면 중개업 소와 수요자들은 여론조사 결과 소폭 상승을 점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택구입 의사가 있는 수요자는 7월 중순 까지 시세보다 싸게 나온 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충고한다. 조영호 MK랜드(www.mkland.co.kr) 팀장은 "이왕 아파트를 살 생각이 라면 장마철이 끝나고 방학철 수요가 늘기 전에 싼 매물을 잡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남 비재건축 단지에 매물 많아■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에서는 비재건축 단지에서 그나마 가격 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은 지 10년 정도 된 아파트는 새 아파트도 아니고 재건축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급매물 중에서도 값이 싼 편이다. 94년 완공된 송파구 풍남동 '동아한가람'은 33평형 저층만 2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중간층에도 이 가격에 나오는 매물이 종종 있다. 풍납동 시티극동 33평형도 중간층 시세는 보통 3억3000만~3억5000만 원 선인데 간혹 3억1000만~3억2000만원에 나온 매물도 눈에 띈다. 지은 지 10년 된 현대조합아파트는 36평형 중간층 이상이 2억9000만 원 선이었는데 최근 2억7000만원에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 일대에도 최근 시세보다 싼 매물이 늘었다. 얼마 전 1129가구 규모 삼성아파트가 새로 입주하면서 매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34평형은 로열층 시세가 최소 5억원을 넘었는데 최근에는 4억7000만~4억8000만원짜리도 나온다. 입주한 지 2년 된 서초래미안도 전세계약이 끝나고 급매물로 나온 게 많아 보통 8억원을 넘던 46평형 로열층이 7억8000만~7억9000만원에도 나온다. ■비강남권은 대단지에서 급매물 찾아볼 만■ 강북이나 강서지역에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노려볼 만하다. 규모가 크다 보니 급매물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지난달부터 다주택 보유자들이 내놓은 물건 중 팔리지 않은 게 상당수 남아 있기 때문이 다. 다음주 입주를 앞둔 성북구 정릉동 풍림아파트는 2300여 가구 대단지 여서 매물이 풍부하다. 41평형 로열층 시세는 3억원을 넘는 게 보통 이지만 최근 전세가 나가지 않으면서 2억9000만원대로 떨어진 매물도 생겼다. 1531가구 규모 상월곡동 동아아파트 호가도 내려가고 있다. 42평형 중간층은 3억2000만~3억4000만원 선이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3억100 0만~3억1500만원에도 나온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대우는 2462가구 규모 대단지고 1년짜리 전세계약 해지물건도 있어 급매물이 많은 편이다. 33평형은 지난해 말부터 로열층 호가가 3억5000만원 이상 유지했는데 얼마 전부터 3억3000만원 선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재개발 대단지가 많은 관악구 봉천동에서도 싼 매물이 늘고 있다. 우성 26평형 중간층이 1억9500만원 안팎에 나왔는데 최근 시세표에는 1억9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도 있다.
박만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