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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골프고 학생이 실외 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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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공통점은 모두 전라남도 함평골프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것. 자나깨나 골프와 더불어 생활하는 게 이 곳 학생들이다. 레슬링으로 유명했던 함평농고가 지난 2002년 이름을 바꾸고 특성화 고등학교로 변신을 시도한 뒤 탄생한 게 바로 골프고다. 골프 학교로서의 구력은 짧지만 벌써 걸출한 스타를 키워내고 있다. 신지애(16)양이 대표적이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그는 키가 155㎝이지만 240m가 넘는 장타를 자랑해 별명이 '진짜 슈퍼 땅콩'이란다. 올해 아마추어 대회에서 연승을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골프고는 겉모습은 일반 학교와 다를 것 없었다. 운동장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학교 건물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볼수록 이런 알짜배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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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골프고 안에 있는 스윙 연습장. |
골프고엔 전남과 광주 인근 지역 출신들이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는 '유학파'도 늘고 있다. 1학년에서만 서울 아이들이 7명 있다고 한다. 입학 경쟁률은 아직 그리 높지는 않다. 일대일을 조금 넘는 정도다.
골프고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20여명 정도 된다. 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스포츠레저학과나 골프전공에 합격한 아이들도 있고, 골프장 관리 분야 등 현장으로 나가 실무를 본격적으로 익히는 학생들도 있다.
골프를 치는 것은 모두가 배워야 하는 기본 교과목이지만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두달 배우고 온 학생들도 있고, 어려서부터 실력을 키워 온 아이들도 있다. 지도교사들이 각자의 수준에 맞춰 가르치는데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는 평가다. 안병호 교감은 "싱글을 치는 학생들도 1학년에 4명, 2학년에 2명이나 된다"며 "골프채를 잡은지 1~2년 밖에 안되는 학생들이니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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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골프고 안에 있는 실외 스윙 연습장. |
그런 면에서 안병호 교감은 "대안없이 오는 학생들도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 무슨 말이냐면 운동을 하려면 이를 악물고 덤벼 들어야 하는데 "내가 골프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소신을 가진 아이들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골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교의 기본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박세리나 최경주 같은 골프 선수로만 대성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골프고 졸업하면 세미 프로 정도는 되겠지'라고 기대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세미 프로 자격을 따면 취업에는 유리하지만 아마추어 대회에는 출전을 못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데에는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골프를 지도하는 박종상 교사도 "죽기살기로 달려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어 안타깝다"고 거들었다. 박교사는 "이곳에 오려는 아이들은 '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익 교장은 "처음 출발할 때는 교직원.학부모간 갈등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학부모들이 골프선수만을 육성하는 게 최고라고 여겨 학교와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학교는 골프 산업과 관련한 인재를 폭넓게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골프란 선수 뿐 아니라 골프와 관련한 장비.코스.마케팅 등이 다 포함된다. 모든 학생들이 최경주같은 골프선수가 될 수는 없는 게 분명한 현실이다. 전국에 특기생 등으로 골프선수를 육성하는 학교가 50개 쯤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장교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하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수 하나를 육성하기 위해 고교 3년간 7000만원~1억5000만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성공 가능성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 골프 산업을 제대로 바라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래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골프 산업 전반으로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활약하는 게 장교장과 교사들의 바람이다. 이런 다양한 골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갖춘 인력을 키워 내보내는 게 과제라는 것이다. 장교장은 "지금은 학부모들 인식도 이런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장교장은 "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이 많은데도 왜 우리나라엔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클럽 제조회사가 없느냐"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 골프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각 분야에서 고루 양성하는 게 골프고의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회장인 정호찬 군도 "일단은 골프를 열심히 배우는 게 최우선 목표지만, 골프 안에서도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걸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함평은 골프장 건설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 지역을 골프의 메카로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골프고가 있음은 물론이다. 남도의 관광 자원과 어울려 함평이 '골프 타운'으로 발돋움하면 골프고의 성가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골프 교육하면 돈부터 걱정하게 마련이다. 박교사 역시 "학생들이 골프를 맘에 둔다면 경제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골프는 '머니'와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선수의 자질, 지도자, 후원자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한국 골프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골프고에도 관심있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 역시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돈 문제라고 한다. 골프고에 들어오면 일단 분기당 18만원 정도한다는 납입금에 기숙사비를 내야 한다. 문제는 라운딩 비용이다. 현장 감각을 익히려면 수시로 필드에 나가서 실제로 골프를 쳐야 하는데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측에선 학부모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주기 위해 인근 상무대.무안 골프장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비용을 저렴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 장교장은 "앞으로 학교 주변에 미니 골프장을 만드는 게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함평골프고는 10월21일~11월5일까지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원은 남.여 48명. 전형방법은 중학교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교과성적 100%)으로 사정을 한다. 문의는 전남 함평군 함평읍 내교리 518(서해안 고속도로 함평 인터체인지에서 가깝다), 061-322-2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