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의 수명
골프용품은 반영구적으로 보이는 외관을 지녔지만, 사실 그 교체시기가 생각보다 짧다.
반발계수 제한이니, 그루브 규정같이 규칙으로 인해 교체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프로 골퍼의 경우이고, 아마추어가 규정 때문에 클럽을 변경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기술했듯이 골프용품의 교체시기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그로 인해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마추어 골퍼가 용품의 교체시기를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글 : 이동한
오지영 프로의 경우엔 골프클럽이 닳을 때까지 연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하면 금속소재의 클럽이 닳아서 못쓸 정도가 됐을까란 놀라움이 컸겠지만, 클럽의 수명은
일반인의 상상보다 그리 길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지영처럼 2개월 만에 클럽을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다.
많은 메이커들이 1년 무상 수리, 2년 유상 수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클럽의 수명이 이 이상이라는
증거가 된다. 메이커라는 영리집단이 틀림없는 클럽의 수명을 넘어선 A/S를 해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문제는 헤드가 아닌 샤프트
골프 클럽 헤드가 나무로 만들어지던 시대를 지나 금속으로 교체되면서 그 수명은 훨씬 늘어났지만,
그 조차도 금속 피로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구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힘이 들어가는 드라이버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스윙으로도 볼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떨어진다면
드라이버의 교체시기가 다가 온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주기는 아마추어의 경우 보통 3년 전후로 본다.
골프용품 업계에서는 드라이버의 경우 2만번 이상 볼을 치게 되면 헤드에 손상이 온다고 한다.
보통 주말골퍼들이 한 라운드에서 14번 정도 드라이버를 잡는다고 가정할 때 2만번 이상 볼을 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말 골퍼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연습을 하는 프로선수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들이 골프채를 바꾸기도 하지만 이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들을 써보기 위해서이거나 실수로 인해
파손됐기 때문이다.
아이언 역시 최대 200라운드를 치르면 교체해 주야 하며 골프연습장의 중고 골프공을 사용하면 클럽 페이스가
더 빨리 닳게 된다. 하지만 이는 숫자상으로 표현된 것일 뿐 주말 골퍼들은 한번 골프채를 구입하면 실수로
파손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경우, 헤드의 문제 이전에 샤프트가 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먼저다.
보통 샤프트의 경우 수명이 3~4년 정도이므로 이 때가 클럽의 교체시기가 될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피팅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시점에서는 샤프트만 적당한 것으로 교체한다면, 헤드는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단명의 웨지, 장수의 퍼터
선수들이 주로 쓰는 웨지나 아이언의 클럽헤드는 단조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무른 연철이 사용된다.
쇼트게임에 필수적인 쇼트 아이언과 웨지는 선수들의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클럽이고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연습을 하는 클럽이다. 연철 자체가 무른데다 디센딩 블로로 치는 웨지나 쇼트 아이언의 그루브와 바운스,
리딩에지는 다른 골프채에 비해 많이 닳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벙커샷을 하는데 쓰이는 샌드 웨지는 마찰력이
큰 모래와 접촉하기 때문에 더 쉽게 닳는다.
또 프로 선수들은 주말 골퍼와 달리 클럽 페이스의 스위트 스팟에 공을 정확히 맞히게 때문에 그루브가
손상될 수 있다. 그루브는 그린 위에 볼을 세울 수 있도록 스핀을 거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에
그루브가 닳게 되면 바로 클럽을 바꿔야 한다.
이에 반해서 퍼터의 경우는 사용특성상 수명이 상당히 길다고 평가된다. 보통은 5년 전후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녹이 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골프백에 넣을 때 주의를 요한다면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골프공, 사용시기가 아닌 제조시기를 판단해야
골프공은 합성고무로 만든다. 여러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지만, 결국은 합성 고무라는 얘기에 통합된다.
이 합성고무라는 것은 오래되면 경화를 일으키고 이 경화작용은 공의 반발력을 저해한다. 보통 이 기간을
1년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사용시기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제조시기를 기준으로 1년 이내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열과 수분은 골프공 생명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로서 온도나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골프공 코어의 탄성이 떨어져 비거리가 짧아질 수 밖 에 없다.
즉, 골프공의 경우에는 신선함이 생명이다. 잘 팔리는 브랜드의 골프공을 사용하는 것이 그래서 유리할 수 있다.
미사용 골프공이더라도 매장에 오래 방치돼 있었다면, 그 골프공의 성능은 어느정도 떨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장사가 잘 되는 회집이나 고기집에 가야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생각보다 짧은 용품의 수명 확보
보통 클럽 헤드커버의 경우, 멋으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것은 클럽의 수명을 늘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클럽헤드가 헤드커버 내부에 수용되었을 때 외부충격으로부터 충분한 완충효과를 보장하기 때문이며,
수분 흡수를 더디게 하며, 열전도성을 낮춰 외부에서 오는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적절한
관리 요법을 통해 짧은 골프용품의 수명을 더욱 줄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샤프트 중 스틸은 녹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비에 맞거나 아니면 가끔 WD40 같은걸 살짝 발라서 방청작업을
해주는 게 좋다. 그라파이트의 경우는 녹이 나지는 않지만 갈라진 곳이 없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
그립은 클럽과 손을 잇는 유일한 접점으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라운드 혹은 연습이 많은 사람은 1-2주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 세제 혹은 비누를 목욕수건 같은 것에 묻혀 잘 닦아줘서 때를 제거해야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골프화는 주기적으로 구두약을 발라 방수와 가죽이 트는 것을 예방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캐디백의 경우 클럽이 들어가기 때문에 건조가 제일 중요하다. 습한 상태로 있으면 클럽에
녹이 슬기 쉽다. 장마철에 자동차의 트렁크에 캐디백과 클럽을 보관하는 것은 클럽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 리피니시 볼
리피니시 볼이란 코스에서 잃어버린 공들 중에 상태가 좋은 것들을, 재판매를 위해 다시 코팅하고 글자만
다시 인쇄한 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아웃 오브 바운스(일명 OB)가 나거나 워터 헤저드에 빠지던지,
혹은 깊은 러프에서 찾지 못하고 잃어버리게 된 볼들이 골프장 혹은 골프장에서 고용한 인부들에 의해 수거되고,
이 볼들이 리피니시 볼이 된다.
리피니시 볼의 장점은 골프장 입장에서는 쓰레기가 될 분실구를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혹은 오히려 수입을 얻으면서
처리할 수 있고, 골퍼들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공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리피니시 볼은 성능에 문제가 있다.
한 때 폐기 직전의 중고 골프공을 사서 유명 상표를 붙인 뒤 비싼 값에 되판 판매업체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들은 손상이 심한 중고 골프공 40여 만개를 사들여 세척과 화학처리 과정 뒤 유명 상표를
붙여서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되팔았다.
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즐겨 찾곤 하는 중고 재생 골프공인 일명 '리피니시 볼'을 만든 것이다.
'가격에 비교해 성능은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소비자들이 구입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
러프나 해저드에 빠져 있었던 공을 재처리한다고 이전과 같은 좋은 성능을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 외피를 벗겨 내고 색칠을 다시 하는 등 리피니시 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공의 성능을 더 떨어뜨릴
위험도 크다고 지적한다.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아쿠쉬네트 코리아 관계자는 "워터 해저드에 빠진 공은 표면뿐 아니라 속에도 물이 흡수돼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겉보기가 괜찮다고 성능도 변함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한 드라이버샷과 우드샷, 아이언샷 등을 반복하다 보면 공이 찌그러지고 뒤틀려 표면뿐 아니라
안까지도 손상돼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프로 골퍼들이 겉보기에 문제가 없어도 2~3홀에 한 번씩 공을 교체하는 이유다.
아쿠쉬네트 코리아 관계자는 "진정으로 골프를 즐기려면 리피니시 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정품 공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공, 환경오염 유발
하지만 그렇게 쉽게 리피니시 볼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는 없다. 우선 저렴한 가격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골프조합(Danish Golf UnionㆍDGU) 연구진은 골프공이 자연 분해되는 데 100~1,000년이 걸리며
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잃어버리거나 그냥 버리는 골프공이 미국에서만 매년 약 3억 개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괴물의 존재를 살피기 위한 네스호 탐사 도중 바닥에서 수많은 골프공이 발견되기도 했다.
DGU는 실험을 통해 골프공이 분해되는 동안 다량의 중금속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볼의 내부를 채우는
합성고무 충전물에 위험한 수준의 아연이 검출되기도 했다. 아연은 물에 가라앉아 침전물과 합쳐지면 주위의
식물이나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토벤 카스트럽 페테르센 DGU 코스 매니저는 "이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 수 없지만 화학반응 지수가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며 "미국의 환경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문제의 정도를 충분히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하비 영국 글래스고 의원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해결책은 페어웨이로만 볼을 보내거나 자연 분해되는
볼 개발업체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골프장들은 주기적으로 잠수부를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워터해저드 내의 볼을 수거하고 있다.
분실구의 소유권
사실 이전까지는 분실구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골프장들이 적극적으로
분실구를 수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실구를 수거하는 비용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고, 오히려 이 수거로
인해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피니시 볼이 쓸모 없는 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그래서 분실구가 리피니시 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이는 분실구의 수거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 될 시점이 바로 분실구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시초가 될 것이다.
골프공은 당연히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버려진 볼이란 것은 이른 바 다시 말하자면 쓰레기와 다름이 아니다.
쓰레기는 언제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여기엔 아무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일단 분실구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냐는 것이 문제다. 분실구를 가져간 것이 절도로 표현된 것을 보면 분실구라고 하더라도 소유권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분실구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냐는 점은 그리 쉽지 않다. A가 B의 집 마당에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 돈의 소유권이 B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절도죄가 성립했다는 것은
분실구가 금전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프장 측은 이 분실구의 소유권을 증명할 만한 조칙이 있을까? 즉 골퍼에게 동의를 구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골퍼들은 그런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은연 중에 골프장에 그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골프장 측 역시도 성문화된 계약서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당연히 여긴다.
리피니시 볼(refinish ball)의 성능
리피니시 볼이 새 볼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볼 메이커야 당연히 그 성능을
인정할 수 없다. 리피니시 볼의 효용성을 인정하면 스스로의 이익이 줄어든다.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중고 제품에 신품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문제는 과연 중고품이 그 가격만큼의 성능은
하느냐의 문제다. 거기에 대한 의견이 없다는 것이 볼 메이커 주장의 한계다.
더구나 이 의견이 대중에게 힘을 얻어간다면, 리피니시 볼 메이커와 골프장의 반대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것은 이 두 업체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단체 역시도 리피니시 볼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쪽에
설 것이다. 그것이 환경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장을 하는 것은 쉽다. 그리고 그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주장이 스스로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전문 업계로서의 사회공여적 성격을 띤 공정한 주장이었으면 하는 것이 기업에 바라는 소비자의 바람일 것이다.
리피니시 볼이 신품과 같은 성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리피니시 볼의 가격이 신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은,
리피니시 볼 메이커 스스로가 리피니시 볼의 성능이 신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속일
생각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볼 메이커는 리피니시 볼의 성능이 신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마치 리피니시 볼의 성능이 무척이나 형편없다고 느끼게 끔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리피니시 볼의 성능에 대한 의문을 품기 위해서는 중고라는 사실을 감안하고, 가격대비
성능에 대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전문업체라면 수치화된 자료로써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 소비자를
위해서도 스스로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에도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