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법과 필력이 뛰어난 수작이다." "들에서 옥을 주웠다."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시상 및 전시회가 개막된 8월 1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7전시실. 올해 대상 작품인 '아정 선생 시 삼호도중(雅亭先生 三湖途中) ' 앞에서 한국의 내노라 하는 서예계 대가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서보(書譜)를 근간으로 하는 한문 초서(草書)작품으로, 각 서체별 기초를 고루 갖추고 충분히 익힌 사람"이라는 평에 이어 "심사위원중에 소속 선생이 한 명도 없었다. 계파를 초월해 투표에 의해 공정하게 선택되었기에 더욱 큰 수확"이라는 찬사도 뒤따랐다.
16년간 국전 출품 14번 떨어지고 '대상'
조용 조용한 목소리로 국내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영예의 대상 수상자 김영만(42)씨. 8월 1일 시상식을 전후해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홍성군내 곳곳에 나붙었다. 고향인 서부면 궁리 당곡마을에서 함께 뒹굴며 자랐던 친구, 선후배들의 모임인 당곡향명회, 습자시간이 있어 다 갈라진 붓을 들고 신문지에 쭉쭉 그어대며 장난치던 서부초등학교(40회)의 선후배들, 소에 멍에 매고 밭갈이 하며 다녔던 갈산중학교(25)에서 동문수학했던 친구들이 그의 수상을 함께 기뻐했다.
"16년동안 국전에 16번 출품해 2번 입선하고 14번 떨어졌습니다. 올해 대상이라니 저 자신도 의아해 했습니다. 아마도 어머님이 주신 선물인 것 같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덕소초등학교 앞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그의 서실 '지산서예학원'을 찾았을 때 기자는 이 한 마디의 수상소감과 작품 한 점을 선물로 받고 되돌아와야 했다. 밥 먹고 먹 갈고 붓을 잡고 한결같이 걸어온 30여년의 길이 참으로 힘들었기에 돌이켜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서예에만 매달리다보니 고향에 사람 노릇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친지, 친구들과도 왕래를 끊고 살 수 밖에 없었기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어렵게 사는 막내 아들이 눈에 밟히셨는지 지난해 11월에 돌아가신 모친이 저 세상에서 선물을 보내주신 것 같다며 눈을 감았다.
서부초등 4학년 때 엄한섭 교사가 재능 발견
서부 궁리서 농사짓던 김인용(81년 작고), 김은분(2002년 작고)씨의 2남5녀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김영만 씨의 붓글씨 재능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서부초 4학년 때 담임 엄한섭 교사다. 엄 교사는 글씨 잘 쓴다며 계속 써보라며 그의 재능을 인정해 주었다. 예산 중앙고 시절 이은길 미술교사는 미술부원도 아닌 그를 각종 미술대회 서예부문에 출전시키면서 그의 재능을 키워주었다. 청소년기까지 그의 옆에는 언제나 그보다도 붓글씨를 훨씬 잘 쓰던 형이 있었다. 형은 그에게 먹을 갈라 시켜 지겹도록 먹을 갈았다. 먹을 갈아놓고 보니 그도 자연히 붓을 들게 됐다. 그렇게 입문한 서예라는 학문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청년기. 일생의 모든 것이 책 속에 다 들어있기에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며 그 글을 서예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참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갈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아내 손미영과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들 현성, 현섭 등 네식구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어데 든 가리/어데 든 가리/산 넘고 강 건너/또 산을 넘어서, 가시밭길 자갈밭 맨발로 가리/가시밭길 자갈밭 버얼겋게 수 놓으며/생에 못 가면 사후에라도 가리.
서예학원 강사라는 직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오로지 이 한 길 밖에 안 왔는데, 다시 돌아설 수도 없지 않은가 라며 처절히 몸부림칠때 김영만 씨는 이 시를 지었고, 지금까지 어려울 때마다 좌우명처럼 읖조리며 오로지 실력을 쌓는 방법밖에 없다며 서실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두문불출하고 서예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그의 필봉에서는 드디어 서예의 꽃이라 일컫는 행·초서가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먹갈고 붓잡기 30년 외길 결실
그는 스승(성제 황방연)의 반 만이라도 쫒으면 작품이 좋을 것이라며 자신은 한참 멀었다고 겸손해 하지만 올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대상을 받음으로써 국내의 권위있는 서예 공모전은 졸업을 했다. 대한민국 서예고시대전 연특선 및 초대작가, 지난해 대한민국 서예공모대전 대상, 올 4월 제16회 서예대전 대상 등 탈 만한 상은 모두 타고 초대작가가 돼 더 이상 출품한 공모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경기도 덕소에서는 새벽마다 불켜진 그의 서실을 지켜봤던 동네 사람들과, 서학의 배를 더불어 타고 있는 덕소연묵회원들은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반응이고, 이 말에 누구보다도 기뻐 눈물 흘리는 이는 20여년 그의 곁에서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내온 아내 손미영씨다. "국전 발표가 있을 즈음 공교롭게 다른 서예 공모전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불미스런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들으며 더 떳떳하고 당당하고 남편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아이들과 놀러 한 번 못갈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직하고 열심히 살아왔고,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에게도 아빠의 위신이 세워져 무척 기쁩니다." 또한 그의 대상 수상을 본인보다도 더 기뻐한 40년 지기 이창원 씨는 오늘의 그가 있기 까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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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러해전 어디선가 소식을접하고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있었는데 오늘 다시보게되네요 자랑스러운 후배님이지요 아울러 이렇게 훌륭한 동생을둔 우리 33회 김영근 전 지기님
도 서예라면 우리 영만후배님 보다는 바로 한수 아래지만 그역시 대가이지요.
먹갈고 붓잡기 30년 외길 버티기를 잘 한 울 자랑스런 후배님 2003년 기사가 있어~ 몰래 훔쳐 왔네요 ~ 기사 중 후배보다 붓글씨를 더 잘 썼던 형이 있었다고 했는데 아마 그 형이란 분도 지금쯤 명필가가 되셨겠죠? 엄한섭 선생님의 가르치심 존경스럽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김영근 선배님의 동생분이 아닌가? 했는데... 역시 그랬군요. 밥 먹고 먹 갈고 붓잡은... 외길인생에 큰 결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자랑스러운 동생분을 두셨군요.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축하드리고 싶네요. 기분이 좋아서요."축하합니다"
울 아우님 서예 대상 가슴이 뭉쿨하네 김영만!!정말 화이팅 이다 ~~멋지다
김영만 후배님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은 누구나 탈수 있는 상이 아니지요.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준 선물입니다. 볼수록 잘 쓴 글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