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4구간(애미랑재-칠보산-새신고개-덕산지맥 분기점-깃재-885봉-길등재-한티재)
1.일시: 2024년 5월 30일 목요일~ 31일 금요일
2.참가인원: '그윽한 미소'의 강력한 이빨에 물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바람' 을 끌고 나왔다.
3.날씨: 깊은 오지에 파묻혀 탁트인 하늘을 볼 수는 없었으나 등산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한티재 도착 전 벌목지에서의 햇볕은 한여름 땡볕을 방불케 한다.
4.산행거리및 시간:
시작부터 칠보산까지 된비알 비탈 능선을 치고 올라가는 바람에 초반에 기운을 다 빼고 말았다.
이번 구간 가장 높은 산 칠보산(974m)인 것이다.
오지의 발자취.
전라도에도 없고 강원도에도 없는 전화 인터넷이 불통인 지역, 춘양 봉화 영양 울진이 서로 어께를 나란히 붙이고 있는 우리나라오지중 오지다.
그 많은 산을 후비고 다녔지만 전화 불통에 인터넷 불통 지역은 이곳 말고는 없었다. 아마도 인구가 없다보니 기지국 설치에 소홀했던 모양이다.
준양 임시 터미널 앞 전경으로 정감가는 풍경이다. 앞에는 소나무 묘목이다. 소나무가 산불의 주범이라는데 굳이 왜 산에 심는지모르겠다.
참나무 종류를 심으면 여러가지 이로울 텐디...
오늘도 삼강여관 옆 목공소 사장의 도움으로 공짜 버스를 타지 않고 트럭을 타고 삼강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강여관 여주인이 원 주인에게 여관을 양도하고, 이곳 청옥산 식당에 올인하기로 했다고 한다.
순댓국과 뼈해장국이 맛이 별로라 이곳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 없었는데, 지은 죄(트럭 얻어 탐)가 있어 할 수 없이 이곳에서 전골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손댓국과 뼈해장국과 달리 전골은그런대로 괜찮은 맛이다.
동해 지장수 막걸리는 먹어본 맛인데 아마도 백두대간 하면서 동해로 빠질 때 먹었던 것 같다.
맛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더 먹으려 했더니 없단다.
저녁 동영상.
음식 맛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식당에 전념한 탓이 아닐까 한다.
현동 택시를 호출하여 이곳 애미랑재까지 왔다. 이따가 한티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현동 택시 기사는 어느새 우리랑은 오랜 지기 사이가 되었다.
이번 구간을 끝으로 잊혀진 사람이 되겠지만 서도...
會者定離 生者必滅이라!
낙동정맥을 기점으로 오른쪽은 봉화군이고 왼쪽이 영양군이다.
오전 5시인데도 환하다.
오지의 찬기운 때문에 온 몸이 썰렁하다.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올라 온 칠보산이다.
도착 시간 오전 6시 19분.
일곱 빛깔의 쇠가 났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다.
북한의 칠보산, 영덕의 칠보산 보다는 영양의 칠보산이 족보가 떨어지는 모양이다.
자세 죽이고!
민백미꽃.
민백미꽃의 뿌리를 한방에서는 백전이라는 약재로 쓰이고, 진해 거담 기침 가래에 좋다.
연분홍 민백미꽃도 있다는데, 애간장을 녹일 만한 자태라고 한다.
꽃말은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이다.
춘양목은 다른 곳의 육송과 달리 곧게 자라고 껍질이 얇고 나뭇결이 곱고 부드러워,
일제 강점기에 수난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무를 켠 뒤에도 굽거나 트지 않고 켠 나무 면이 다른 육송 처럼 하얀색이 아닌 붉은 빛 또는 노란 빛을 띠고,
대패질 해 놓으면 윤기가 난다고 한다.
나뭇꾼의 도끼 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드라지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나무나 사람이나 다 적용되는 양생의 기본이다.
튀면 안된다.
튀면 정을 맞던지 도끼를 맞는다.
10지 춘양목 앞에서 경의를 표하며 '바람' 도사 는 지금 명상 중.
춘양목 춘양목하는 이유를 현장에서 보고 체험하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규모와 크기 장엄함과 기하학적 아름다움까지도...
덕산지맥 분기점 도착 오전 7시 36분.
덕산지맥은 일월산 덕산봉 거쳐 낙동강을 만나는 안동시 용상동에서 맥을 다하는 73km의 산줄기이다.
눈에 익숙한 준희 팻말이 보인다.
인터넷도 안되는 오지에서 뭘 확인하는 고?
춤추는 춘양목.
일제 강점기의 수탈의 현장.
송진으로 비행기 연료를 추출했다고 하니 발악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굳굳하고 묵묵히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소나무, 네가 대견하고 대견하다.
이곳으로 빠지면 신암 분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 동영상.
885봉 도착 10시 47분.
이제 겨우 7시간을 왔는데 넋들이 나갔다.
안빈낙도 회원들은 잠깐의 짬에도 입은 성해서 이빨을 까고 있다.
하늘도 보이질 않는 짙은 전나무 숲에서 심심산골 깊은 오지의 향기를 맡는다.
새소리를 빼면 깊은 침묵의 소리만이 우리를 감싸 안는다.
전나무숲 동영상.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인 길등재이다.
이 도로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바람' 은 분명 이곳에서 탈출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고자 길등재의 소재를함구했다.
만약 시간상 춘양에서의 막차를 못 탈 상황이 생기면 이곳에서 빠질 생각을 했는데,
한티재까지는 4.5km 남았으니 아직 시간은 널널하다.
여기서 빠질 이유가 없질 않은가!
한티재 도착 전 벌목지에서 드디어 탁트인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짚은 숲속에 가려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었는데 드디어 여기서 하늘을 본다.
하늘이 열리니 우리를 반기 듯이 머리와 등뒤로 따가운 햇살이 내리 꽂힌다. 아스라이 올라오는 도로가 한티재 도로이다.
한티재 도로.
한티재에 내려 서니 우리를 반기는 것은 금계국이다.
한티재 도착 3시 59분.
아침에 만나기로한 현동 택시 기사는 아이들 통학 택시 시간 때문에 올 수 없어,
부득이 영양의 수비 택시를 불러 춘양으로 이동했다.
한티재에서 이곳 억지 춘양시장까지 택시비만 6만냥 이상이 나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식사 시간은 1시간이다.
억지 춘양 시장안에 허름한 '산내식당' 에 들어가 잡고기 매운탕을 시켰는데, 그야말로 맛의 촉수의 달인답게 제대로 걸렸다.
생물 꺽지가 부족함 없이 들어가 국물 맛이 깊고 시원하고, 거기다가 알싸하고 얼얼한 초피(제피)가루가 들어가니 강렬한 맛이 짜릿하면서 혀와 아구창을 마구 때리는데, 제대로 된 매운탕을 만난 것이다.
중부 이남에서는 초피, 중부 이북에서는 산초다. 자생지가 다르니 중부 이북에서는 초피 만나기 쉽지 않다.
제피라고도 하는데 표준 말은 초피이다.
나는 산초보다 맛이 더 강렬한 초피가 입맛에 맞다.
산내식당은 숨은 맛집이라 멀리서도 매운탕을 먹으러 일부러 온다고 한다.
나도 매운탕을 먹으러 다시 갈 의향이 다분히 있다.
매운탕집 주인은 터미널 가는 지름길을 친절하게 멀리까지 따라 나와 알려준다.
춘양구곡
서곡
태백산 남쪽 산수 맑고도 신령하니
발원지 물이 어찌 청결치 않으리오
춘양 땅 들판으로 구불 구불 흘러가서
구비 구비 마을마다 뱃노래 들려오네
팔곡이라 한수정가 넓은 들판 열리고
신선대 우뚝 솟아 맑은 물을 내려 보네
나그네야 선경이 없어졌다 한탄하지 말게나
가을 달이 못 가운데 밤마다 오는 것을
-경암 이한응-
버스를 탔더니 어느 새 집이더라
이것이 꿈일런가 생시일런가?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인생이로고...
첫댓글 고생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