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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Don Giovanni
작곡 : 모짜르트(Wolfgang Amadeus Morzart [1756-1791])
대본 : 로렌초 다 폰테, 이탈리아어
때 : 17세기 경
곳 : 어떤 스페인의 거리
초연 : 1787. 10. 29. 프라하 극장
연주시간 : 제 1막 1시간 30분, 제2막 1시간 20분, 총2시간 50분.
등장인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 : 젊은 귀족의 호색가(Br)
기사장 : 돈나의 부친(B)
돈나 안나(Donna Anna) : 돈 오타비오의 약혼자(S)
돈 오타비오(Don Ottavio) : 돈 지오반니의 친구(T)
돈나 엘비라(Donna Elvira) : 돈 지오반니에게 버림받은 부르고스의 여인(S)
레포렐로(Leporello) : 돈 지오반니의 시종(B)
쩨를리나(Zerlina) : 농부의 딸이며, 마제토의 약혼녀(S)
마제토(Masetto) : 농부(B)
그 밖의 농부인 남녀악사, 유령 등
Din Giovanni – Eberhard Wächter
Donna Anna – Joan Sutherland
Don Ottavio – Luigi Alva
Commendatore – Gottlob Frick
Donna Elvira –Ekisabeth Schwarztzkopf
Leporello – Giuseppe Taddei
Masetto – Piero Cappuccilli
Zerlina – Graziella Sciutti
Philharmonia Orchestra & Chorus
Carlo Maria Giulini
Recorded in 1959
♬서곡
빈에서는 자기의 오페라가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1787년 1월 11일 그의 전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대성공 이후
"피가로 이외의 오페라는 없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피가로 뿐이었던" 프라하로 들어선 것은
프라하 극장 지배인 본디니(Pasquale Bondini)과 두섹(Frantisek, Josepha Dusek) 부부로부터 초대 때문이었다.
이 여행에서 모차르트는 38번 교향곡 "프라하"를 손수 초연하고
본디니로부터 100두카트의 사례를 조건으로 새로운 오페라 작곡의 의뢰를 받아들고 2월 말경 빈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시작된 "돈 죠반니"의 대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인 제실 극장에서 일하고 있던 유대계 이탈리아인 로렌쪼 다 폰테에게 의뢰되어
그 해 4월 상순에는 모차르트 손에 넘겨졌다.
작곡은 그 해 여름까지 태반이 끝나고
9월 상순에는 미완성의 초고를 들고 모차르트는 두 번째로 프라하로 여행을 떠난다.
프라하에서 본디니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두섹 부부로부터 교외의 별장을 제공받아 편안히 신작을 완성한다.
하지만 서곡만은 초연전날인 10월 27일부터 28일에 걸친 하룻밤 사이에 작곡되었다.
곁에서 부인으로 하여금 지켜보게 하며 얘기도 나누면서 작곡을 했는데, 졸려서 붓이 잘 나가지 않았다 한다.
할 수 없이 콘스탄체는 1시간 후에 깨워 줄 약속으로 모차르트를 잠들게 했는데,
그가 너무나 곤히 잠들고 있었기에 깨운 것은 2시간 후인 아침 5시였다.
그렇지만 아침 7시에 그를 찾아 온 사보 담당자는 완성된 서곡을 어김없이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래 작센 황자 신혼 축하로 10월 14일에 초연하려던 예정이었던 것이
가수의 형편과 연습부족으로 이행되지 못해 대신 "피가로의 결혼"을 대신 상연하고
1787년 10월 29일 프라하 극장에서 초연 된다.
이미 "피가로"로 모차르트에 심취해있던 프라하의 청중들은 그에 못지 않게 "돈 죠반니"에도 열광하여 초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빈에서의 초연은 1788년 5월 7일, 약간의 수정과 함께 상연되었으나 프라하에서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이날 초연에 하이든이 참석했는데 그는 이 곡의 위대함을 높이 샀다한다.
하이든은 빈에서의 초연이 있던 1788년 5월 7일, 오페라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파티에 참석했는데
그 날의 일화를 독일의 저널인 "Die allgemeine Musik-Zeitung"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이날 비엔나의 평론가의 대부분은 파티에 참석했으며 조셉 하이든 역시 거기 있었다.
하지만 모차르트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새 작품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는 "돈 죠반니"가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다방면의 천재가 빛나는 고귀한 작품임에 틀림없다는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너무 음악으로 넘치며 너무 혼란스럽고 멜로딕하지 못하다며 또한 불규칙적이라는 등등의 말들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말해 모든 이런 의견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파파 하이든을 제외한 참석자 모두가 자기 나름의 의견을 피력 했을때
그들은 그 겸손한 작곡가에게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하이든은 예의 까탈스런 말투로 말했다:
"몇몇 불확실한 점이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 그가 힘있게 덧붙였다 -
"그것은 모차르트야말로 인류가 아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는 점이다". 참석자들은 그 말을 듣고는 모두 조용해졌다.
<줄거리>
17세기 세빌리아.
서곡 : Andante, d단조, C장조,2/2박자, 소나타 형식
이 서곡은 초연하기 전날 하룻밤 사이에 작곡했다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그가 항시 쓰던 독립된 음악적인 소재를 취하지 않고 ,
최종의 장면 석상(石像)이 나타나는 주제를 채용하여 오페라의 클라이막스를 예상하게 하는데 특색이 있다.
이 서주에 계속 하는 주제는 오페라와는 별도로 된 것으로,
경쾌한 D 장조의 Allegro로서 약진하여 C장조에서 끝난다. 그리고 F 장조로 옮겨지면서 제 1막이 계속된다.
[제 1 막]
달빛이 거리를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어느 늦은 밤이었다.
한 웅장한 저택 밖에서 웬 사내가 서성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귀족 돈 지오반니의 하인 레포렐로였다.
그는 돈 지오반니가 그 저택의 딸인 돈나 안나를 유혹하는 동안 망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내 신세가 이게 뭐람."
레포렐로는 투덜대며 벽 쪽에 기대섰다.
밤새 주인이 벌이는 호색 행각을 지키느라 지칠 대로 지쳐버린 것이다.
바로 그때 안나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고,
가면을 쓴 지오반니기 그 뒤를 따라 나오는 바람에 그의 외로운 밤샘도 끝이 났다.
"이럴 땐 도망치는 게 상수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은 지오반니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일단 밖으로 나와 위험에서 벗어난 안나는 도망치려는 그를 붙잡고 정체를 밝히려고 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검을 뽑아든 채 달려 나왔다.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타난 것이다.
"어떤 놈이 우리 딸을 건드리느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안나는 도움을 청하려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도대체 넌 누구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다니.... 좋아.
네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내 딸과 나의 명예를 위해!"
안나의 아버지는 밤 공기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결투를 신청하였다.
"그냥 날 보내주시오. 난 나이든 사람과는 결투하고 싶지 않소."
지오반니는 몇 번이고 결투를 거절하였다.
하지만 안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지오반니는 결국 칼을 뽑아들었다.
결투는 간단히 끝났다.
지오반니는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고는 시신을 길가에 놔두고 달아났다.
모든 것을 지켜본 레포렐로는 겁에 질린 채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안나가 약혼자인 옥타비오와 몇몇 하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녀는 쓰려져 있는 아버지를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안나, 정신 차리시오. 안나!"
옥타비오는 안나를 붙들고 소리쳤다.
잠시 후 안나가 눈을 떴다.
그러나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두 볼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려 내렸고 목에선 비통에 찬 울음소리가 꾸역꾸역 삐져 나왔다.
"오, 안나, 안나, 너무 상심 마시오. 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옥타비오는 안나를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녀를 위로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떤 말로 그 깊고 깊은 상처를 치료할 수 있으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달랠 수 있겠는가.
"옥타비오, 부탁이에요. 제발 복수해주세요."
흐느끼던 안나가 고개를 들고 옥타비오에게 말했다.
그 눈은 슬픔과 복수심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알았소. 우리의 사랑을 걸고 맹세하겠소. 당신을 위해 꼭 복수하리다."
그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한 뒤 슬픔에 잠긴 약혼녀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른 아침, 레포렐로와 지오반니가 한적한 거리를 터덜터덜 걷고있었다.
"주인님, 약속하세요. 제 말을 듣고 화내지 않겠다고."
레포렐로가 걸음을 멈추며 갑자기 주인에게 말했다.
난데없는 하인의 말에 지오반니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겠다고 약속하였다.
"정말이죠? 화내지 않는 거죠?"
"그렇다니까. 무슨 말이든 해봐."
지오반니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주인님은 정말 악당이에요!"
레포렐로는 숨도 쉬지 않고 내뱉었다.
그러자 지오반니는 약속을 잊고 불같이 화를 내며 레포렐로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아아, 잘못했어요,. 주인님, 정말 잘못했어요."
"어디다 대고 입을 아무렇게나 놀리는 거야."
"잘못했어요. 이제부터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게요. 용서해 주세요."
지오반니는 레포렐로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잘못을 빌자 화가 수그러졌다.
두 사람은 다시 아무 말 없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오반니가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가만! 여인의 향기가 나는데."
레포렐로가 조그만 소리로 툴툴댔다.
"코 한번 좋군"
그들은 저만치에서 걸어오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얼른 한쪽으로 숨었다.
그리고는 여행복 차림의 그 여자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는데,
혼잣말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에 대한 분노의 수치심을 토로하고 있었다.
지오반니는 비탄에 잠긴 아가씨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고,
결국 기사도 정신을 내세우며 그 여자 앞으로 나섰다.
순간, 지오반니는 깜짝 놀라며 당황하였다.
그 여자 역시 지오반니를 보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지오반니는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고, 그녀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이 못된 독사, 당신을 찾아낼 줄 알았지!"
"사랑스런 돈나 엘비라, 진정해요."
지오반니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간청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분은 가라앉을 줄 몰랐고,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녀는 쉬지 않고 그를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
궁지 에 몰린 지오반니는 레포렐로를 향해 재빠르게 속삭였다.
"날 도와줘.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해 줘. 그럼 좀 나아질 거야."
그리고는 엘비라가 잠시 멈칫한 틈을 타서 줄행랑을 쳤다.
"아, 이런 또 놓치고 말았어. 악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인과 단둘이 남은 레포렐로는 자기 주인의 여성편력을 얘기해주며 그녀를 위로하려고 했다.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당신은 주인님이 차버린 첫 번째 여자도, 마지막 여자도 아니랍니다."
그는 그녀가 말을 자를 틈도 주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벌여왔던 지오반니의 애정행각을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주인님이 차버린 여자는 이탈리아에 649명, 독일에 231명, 프랑스에는 100명,
그리고 이곳 스페인에는 자그마치 1003명이나 되지요."
레포렐로는 쉬지 않고 계속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들의 신분도 가지가지랍니다.
농민들, 하녀들, 백작부인들, 남작부인들, 심지어는 공주들도 온갖 부류의 여자들을 주인님은 상대했지요.
주인님은 가리지 않아요.
젊건 늙건, 키가 크건 작건, 뚱뚱하건 마르건 간에 상관없이 모든 여자들을 상대하지요."
얘기를 듣고있는 돈나 엘비라는 온갖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표정이었다.
"세상에!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겠어. 이젠 복수만 남았어."
레포렐로는 증오에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지오반니는 자신의 성이 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작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운 농촌인 그 마을에선 결혼하는 한 쌍을 위한 축하가 한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인 체를리나와 마제토를 둘러싸고 마음껏 축하해 주고 있었다.
지오반니와 레포렐로도 이 즐거운 모임에 끼어 들었다.
모여 있는 예쁜 아가씨들에게 끌린 지오반니가 혼잣말로 속삭였다.
"난 여기서 또 하나의 위업을 달성하고 말겠어."
그는 약혼한 한 쌍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자신의 저택에서 연희를 베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레포렐로에게 하객들을 성으로 데리고 가서 초콜릿과 커피, 포도주를 대접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내 친구 마제토를 잘 대접하게. 난 매력적인 체를리나와 함께 있을 테니."
마제토는 지오반니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고 거슬렸다.
그래서 비아냥대는 말투로 지오반니의 제의를 거부하였다.
"그러지 않는 게 좋아. 기분 좋게 내 말 듣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거야."
지오반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딱딱한 표정으로 자신의 칼을 마제토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마제토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화난 얼굴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레포렐로는 내켜하지 않는 마제토와 하객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우리는 단둘이 되었군, 아름다운 체를리나."
지오반니는 체를리나와 단둘만 남자, 곧장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에게 구애하였다.
"이제 그 멍청이는 없소! 그를 잊어버리고 나와 함께 새로운 계획을 세웁시다."
체를리나는 지오반니의 말을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지오반니의 유혹에 가득 찬 속삭임을 뿌리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여성을 유혹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나는 귀족이고 당신을 그 어떤 여자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소. 당
신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그런 녀석과 결혼하도록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요.
난 당신을 내 신부로 삼겠소. 손을 내밀고 '네'라고 속삭여봐요."
지오반니는 강렬한 눈빛으로 체를리나를 바라보며 뜨겁게 속삭였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체를리나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결국 언젠가는 나를 버리게 될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요. 약속하오. 자, 이제 내 마음을 받아들이겠소?"
체를리나는 그 동안의 저항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였다.
지오반니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체를리나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의하였다.
"잠깐 기다려요, 아가씨. 그 사람 말을 믿으면 안돼요."
그들이 함께 달아나려고 할 때, 갑자기 어디선가 엘비라가 나타나 두 사람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녀는 당황하는 체를리나에게 지오반니의 과거 행각과 여자들에게 내뱉었던 사탕발림을 폭로하고는
지오반니가 어찌해 볼 틈도 주지 않고 체를리나를 데리고 가버렸다.
순식간에 꿈이 깨지고, 혼자 남게된 지오반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침부터 재수 없군! 마귀까지도 날 훼방 놓는군."
그가 투덜거리며 일어서는데, 안나와 옥타비오가 나타났다.
그들은 지오반니가 안나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그를 점잖고 영향력 있는 귀족인 줄 알고 아버지의 원수를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찾아온 것이었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지요."
지오반니는 복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 다시 엘비라가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
"그는 거짓말쟁이이고 배신자예요! 당신들은 그의 진짜 모습을 모르고 있어요. 그에게 속고 있다고요."
당황한 지오반니는 두 사람에게 저 여자는 미쳤다고 말하였다.
두 사람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망설였다.
"하루빨리 복수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도 기꺼이 힘이 되어드리지요. 그럼, 저는 이만...."
두 사람이 망설이는 사이에 지오반니는 정중하게 말한 다음 얼른 안나의 손에 입을 맞추며 엘비라를 데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갑자기 안나가 숨을 몰아 쉬며 외쳤다.
"바로 저자가 지오반니예요. 지오반니가 내 아버지를 죽였어요.
목소리를 들으니까 생각이 나요. 저자가 바로 그 침입자예요."
그녀는 옥타비오에게 그 날 밤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고는 다시 한번 복수를 부탁하였다.
'귀족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비열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녀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다. 반드시 그녀를 위해 복수하고 말겠다.'
옥타비오의 복수를 다짐하며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엘비라를 떼어놓고 자기 성으로 돌아간 지오반니는 자신을 반갑게 맞아들이는 레포렐로의 말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마제토를 진정시키느라 힘들었어요.
그는 자기 애인에 대한 분노와 주인님에 대한 질투로 성난 말처럼 날뛰었거든요,"
지오반니는 레포렐로가 은근히 생색을 내는 것을 기꺼이 치하해주었다.
그리고는 샴페인 한 잔을 마시며,
먹고 마시고 춤추고 여인들과 질탕하게 노는 파티를 머릿속으로 계획하였다.
"마제토, 제발 마음을 풀어요. 난 결백해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요."
성 안의 정원 한쪽에서 체를리나와 마제토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오반니가 마련한 파티에 함께 참석하기는 했지만 마제토는 아까의 일 때문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체를리나가 애를 썼지만 그는 쉽게 마음을 풀지 않고 시큰둥해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애걸하였다.
"그러면 날 때려요. 양처럼 순순히 맞아줄 테니. 그러면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우리가 누릴 기쁨과 행복을 생각해봐요."
마제토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체를리나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거의 열 참이었는데,
그때 지오반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체를리나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스치는 것을 보고 마제토는 다시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나 엿보려고 얼른 수풀 속에 숨었다.
지오반니는 하인들에게 손님들을 안으로 모시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체를리나는 그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아름다운 체를리나, 나와 함께 있어요! 내 마음은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오!"
약혼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체를리나의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몸이 달은 지오반니가 그녀의 팔을 잡아 끌며 수풀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체를리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다.
그녀를 끌고 수풀 속으로 다가가던 지오반니는 숨어있던 마제토와 맞부딪쳤다.
지오반니는 깜짝 놀랐지만 능숙하고 재빠른 동작으로 몸가짐을 바로하였다.
그리고는 왜 체를리나를 에스코트라지 않고 수풀 속에나 숨어 있느냐며 오히려 마제토를 비난하였다.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젊은 한 쌍에게 춤추러 오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서 있던 체를리나와 마제토는 팔짱을 끼고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난 뒤, 가면을 쓰고 하객으로 가장한 안나와 엘비라, 그리고 옥타비오가 지오반니를 찾아 정원으로 들어왔다.
레포렐로가 세 사람의 등장을 주인에게 알렸고, 지오반니는 그들을 파티에 초대하라고 명령하였다.
복수심에 불타는 세 사랑은 자신을 지켜달라고 기도한 뒤,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의 무도회장은 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미뉴에트가 끝나자 지오반니는 예쁜 여자 몇 명과 노닥거리다가 가면을 쓴 세 손님을 맞아들였다.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그는 유쾌한 기분으로 그들과 건배하였다.
"자유를 위하여!"
그는 잔을 높이 치켜들고 외쳤다.
다시 춤이 시작되자 지오반니는 거부하는 체를리나을 끌다시피 하여 쌍쌍이 춤을 추고 있는 남녀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레폴레로는 마제토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면을 쓴 세 손님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춤이 점점 무르익어 가자 지오반니는 체를리나를 다른 방으로 슬그머니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데 곧이어 체를리나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와 무도회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중단되었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하여 웅성거리고 있을 때,
문제가 생겼음을 안 레포렐로가 아까 지오반니가 체를리나를 데리고 간 방으로 재빨리 스며들어갔다.
마침내 격분한 마제토와 친구들 몇몇이 방 문을 부수려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지오반니가 칼을 빼들고 레폴레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나왔다.
"하인 주제에 도대체 어디서 그런 못된 짓을 하느냐?"
지오반니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레폴렐로를 꾸짖었다. 레포렐로가 체를리나를 겁탈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레포렐로도 장단을 맞추어 엎드린 채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 유치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안나, 엘비라, 옥타비오가 차례로 가면을 벗어 던지며 앞으로 나섰고,
모두 함께 지오반니의 잘못을 거론하며 그 죄악을 심판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지오반니는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았다.
도리어 칼을 들고 레포렐로와 함께 사람들을 헤치고 달아났다.
[제 2 막]
연회장에서의 소란이 있은 다음날 저녁,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와 함께 세빌리아의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레포렐로는 지오반니의 하인을 그만둘 작정이었다.
"이제 전 목숨이 매일 오락가락하는 이런 삶에 신물이 난다구요.
더 이상 주인님을 모실 수가 없어요. 전 이제 떠나겠어요."
지오반니는 레포렐로가 심각하게 얘기해도 들은 체도 안하고, 금 네 조각으로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면 최소한 여자들을 쫓아다니지는 마세요."
지오반니의 제안에 레포렐로가 간청하였다.
"그럴 수는 없어. 난 아름다운 여자들을 사랑한다구. 그들은 내 삶 자체야."
그는 눈빛을 빛내며 얘기를 계속했다.
"혹시 엘비라의 하녀를 봤니?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엘비라를 데려다 주면서 그녀를 처음 봤는데, 정말 눈부시더군.
이제 다음 정복 목표는 그녀야! 레포렐로, 네 외투를 줘봐."
떠나겠다고 투덜대던 레포렐로는 또다시 지오반니가 시키는 대로 외투를 건네주었다.
둘은 외투를 바꿔 입고 엘비라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이 엘비라의 집에 다 왔을 때, 엘비라가 창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따돌릴 방법을 궁리 중이던 지오반니는 얼른 레포렐로 뒤에 숨어서 외쳤다.
"내 사랑 엘비라!"
레포렐로는 목소리에 맞는 적당한 몸짓을 하려고 애를 썼고, 지오반니는 뒤에서 구애를 계속했다.
"그 동안의 내 잘못을 모두 용서하시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오직 당신 한 사람뿐이오.
오, 내 삶의 기쁨이여,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난 자살할 거요."
엘비라로서는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 말을 너무나 믿고 싶었던 나머지 결국 그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지오반니를 증오하면서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포렐로는 자기 주인의 매정함과 야비함, 그리고 엘비라의 어리석음 그 모두가 역겹기만 했다.
하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오반니는 잽싸게 숨어버렸고, 잠시 후면 집에서 나와 자신에게 달려올 엘비라를 어떻게 하면 떼어놓을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달려나온 그녀는 지오반니로 변장한 레포렐로에게 왜 자기를 버렸었냐고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저에게만 충실하겠다고 맹세해줘요."
"물론이오, 몇 번이고 맹세하겠소."
레포렐로는 지오반니인 양 목소리를 꾸며서 약속했다.
그때 숨어있던 지오반니가 무서운 소리를 내자 엘비라와 레포렐로는 함께 달아났다.
혼자 남은 지오반니는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만돌린을 들고 창 앞으로 다가가서
한번만 쳐다봐 주면 원이 없겠다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창가에 누군가 나타났는데,
바로 그때 양손에 장총과 권총을 든 마제토가 몽둥이를 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는 바람에
지오반니는 얼른 레포렐로인 체하였다.
그는 덕분에 위험을 넘겼을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 자기 자신을 쓰레기 같은 악당이라고 욕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맞장구를 쳤다.
그의 태도에 흡족해진 마제토는 지오반니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그를 찾을 수 있냐고 속을 터놓고 물어보았다.
지오반니는 계속해서 능청스럽게 레포렐로인 양 행동하며 그들에게 작전을 짜주었다.
"그자는 멀리 못 갔을 겁니다. 당신들 중에서 반은 이쪽으로 가보고, 나머지 반은 저쪽으로 가보세요.
서둘러 쫓아가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오반니는 막 떠나려는 마제토의 팔을 슬쩍 붙잡았다.
"이제 지오반니는 죽은목숨이군요. 갖고 있는 무기 좀 보여주세요. 멋진데요."
단둘이 남게되자 지오반니는 마제토에게 그의 무기를 보자고 청하였다.
마제토가 별 의심 없이 무기를 넘겨주자, 그는 무력해진 마제토를 마구 두들겨 팼다.
엉망으로 얻어맞은 마제토가 풀썩 쓰러지자 지오반니는 달아났다.
잠시 후 등불을 들고 마제토를 찾아다니던 체를리나가 그의 신음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녀는 처음엔 무척 놀랐지만 크게 다친 것이 아니어서 곧 안심하였다.
체를리나는 그간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왜 공연한 질투를 했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를 위로하며 상청 입맞추었고,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축해주었다.
"걱정 말아요. 나의 사랑으로 당신을 치료해주겠어요.
그리고 다시는 나를 의심하지 말아요. 난 영원히 당신의 사랑이에요."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제토에게 속삭인 다음 절룩거리는 그를 부축해 거리를 걸어갔다.
세빌리아의 거리를 돌아다니던 엘비라와 레폴레로는 안나의 집 뜰에 이르렀다.
아직도 레포렐로를 지오반니로 알고 있는 엘비라는 전보다도 훨씬 더 깊이 사랑에 빠져버렸고,
레포렐로는 그녀가 눈치채기 전에 빠져나갈 궁리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엘비라가 한눈을 파는 사이 어둠 속으로 몰래 달아나야겠군.'
그런데 갑자기 안나와 옥타비오가 나타나는 바람에 레포렐로는 엉겁결에 엘비라를 한쪽 구석에 숨기고 자신도 다른 쪽 구석에 숨었다.
옥타비오가 안나를 위로하며 이제 그만 슬퍼하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위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레포렐로는 탈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내 어느 문을 찾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제토였다.
지오반니를 찾아다니던 그는 지오반니로 변장한 레포렐로를 지오반니로 알고 레포렐로를 붙들었다.
"이제야 잡았다. 이 나쁜 자식!"
마제토의 고함소리를 듣고, 지오반니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재빨리 달려와 레포렐로를 둘러쌌다.
레포렐로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벌벌 떨며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살인자라고 욕하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죽어야 해!"
"기다리세요. 제발 진정들하고 이 사람을 용서해 주세요.
이제 이 사람은 옛날의 지오반니가 아니에요."
아직도 속고있는 엘비라만이, 자신을 포함해 모두들 지오반니인 줄 알고 있는 남자의 생명을 구하려고 애썼다.
엘비라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잠시 주춤했으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않았다.
옥타비오가 드디어 칼을 빼들어 그를 죽이려하자,
레포렐로는 입고 있던 지오반니의 우아한 외투를 벗어 던지고 정체를 드러냈다.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복수의 기회를 잃은 안나는 울면서 집 안으로 달려들어갔고,
나머지는 가짜를 두들겨 패는 기쁨을 먼저 맛보기 위해 서로 입씨름을 벌이기 시작했다.
영리한 레포렐로는 재빨리 애매 모호한 말로 그들을 혼란시켰고, 그 틈을 타서 슬그머니 문으로 다가가 달아나 버렸다.
"이런, 저 생쥐같은 녀석에게 또 당했군.
지오반니! 반드시 너를 붙잡아 안나의 복수를 하고 말겠다.
여러분, 다들 안나의 집으로 들어갑시다.
다시 계획을 세워 그 나쁜 놈을 잡아버립시다.
여러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전 안나를 위해 반드시 복수를 해야합니다."
옥타비오는 열띤 어조로 말하며 사람들을 집 안으로 이끌었다
마제토와 체를리나도 옥타비오를 따라 들어갔다.
혼자 남은 엘비라는 자신이 사모하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을 번번이 배반한 악당을 저주하며 그들을 뒤따라갔다.
자정도 지난 깊은 밤이었다.
지오반니는 교회당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반성하거나 겁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정복'만을 생각하며 웃고 있었다.
그때 레포렐로가 교회당 안으로 그림자처럼 숨어들었다. 그는 주인을 보고는 버럭 화를 냈다.
"난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주인님은 팔자 좋군요. 내가 주인님 역할을 하다가 어떤 위험을 당했는지 아세요?"
레포렐로는 자신이 당한 수많은 위험을 늘어놓으며 투덜댔다.
하지만 지오반니는 그 얘기를 재미있어 할 뿐, 가책을 받는 기색은 아니었다.
"넌 참 지지리도 복이 없나보다. 난 말야, 너인 척해서 좋은 일이 있었는데....
젊고도 예쁜 아가씨를 만났거든. 내가 레포렐로가 아니라는 게 들통나기 전까지는 일이 정말 잘 풀렸단 말씀이야!"
지오반니가 소리내어 웃자 레포렐로는 몹시 화가 났다. 그런데 갑자기 으스스한 어떤 음성이 들렸다.
"아침이 되기 전에 네 웃음은 끝날 거다."
둘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오반니는 칼을 집어들고 물었다.
"거기 누구요?"
그러자 다시 한번 으스스한 목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들려왔다.
"죽은 자를 평안히 자게 내버려두어라."
레포렐로는 겁에 질려 옴짝달싹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하지만 지오반니는 누군가 숨어서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하며 코방귀를 뀌었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는 안나 아버지의 석상을 보고서 레포렐로에게 뭐라고 쓰여있나 읽어보라고 말했다.
겁에 질린 레포렐로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지만 지오반니가 칼을 들이대자 별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하늘이 악독한 암살자에게 복수해 주기를 기다린다!"
그 문구를 읽으며 레포렐로의 얼굴은 완전히 하얗게 질려버렸지만 지오반니는 여전히 코방귀를 뀌며 웃었다.
"놀랍기도 하군. 저자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레포렐로는 주인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칼을 들이대자 하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석상을 초대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석상이 고개를 끄덕여 승낙을 표시했다.
레포렐로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그의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지오반니에게 물었다.
"저걸 보셨어요? 석상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지오반니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바보같이 굴지마."
하지만 석상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자신만만함도 조금 흔들렸고 목소리도 떨렸다.
"말을 해보시오. 내가 초대하면 당신은 오겠소?"
석상이 대답했다.
"그렇다!"
순간, 지오반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자, 레포렐로, 가자.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지."
지오반니는 애써 그렇게 말하며 레포렐로와 함께 서둘러 교회당을 빠져나갔다.
안나의 집에는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옥타비오와 안나만이 남아 있었다.
옥타비오는 계속해서 안나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청혼하였다.
"안나, 악당은 곧 잡힐 거요. 당신의 심정은 알지만, 우리의 결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오.
하루속히 나와 결혼해주오.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 마음을 왜 모르오?"
"옥타비오, 알아요. 당신의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저도 당신을 사랑하는 걸요. 하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비명에 가셨고 내 마음이 아버지에 대한 애도로 이렇게 미어지는데,
어떻게 지금 결혼할 수 있겠어요?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어야 하는데 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안나는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당신은 나를 너무 애태우는군. 내게 너무 잔인해."
옥타비오는 탄식하며 제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안나는 그런 그를 가만히 껴안으며 달랬다.
"이러지 날아요. 난 당신을 사랑하고,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찾아오리라 믿어요. 당신이 이러면 난 어떡해요?"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옥타비오는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아픔을 나누겠다고 맹세했다.
지오반니 저택의 큰 방에는 식탁이 차려져 있고, 악사들과 하인들이 때늦은 저녁식사의 시중을 들기위해 늘어서 있었다.
지오반니가 식탁을 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악사들은 음악을 연주했다.
지오반니는 한입 한입, 맛을 음미해 가면서 식사를 즐겼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레포렐로가 침을 꿀꺽 삼키며 둥그레진 눈으로 음식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혼자 먹고있었다.
"이 요리 접시는 치워."
지오반니가 거의 다 비운 접시를 치우라고 했고 레포렐로는 그것을 치우면서 남아있는 음식을 재빨리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지오반니는 일부러 레포렐로가 먹을 것을 입 안 가득 넣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괜히 쓸데없는 것을 물어보았다.
레포렐로는 간신히 우물우물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번엔 음악에 맞춰 휘파람을 불리고 명령했다.
도저히 그렇게 할 형편이 아닌 레포렐로는 되받아 쳤다.
"주인님이 요리사가 요리를 너무 잘한다고 하시기에 정말 그런가, 맛 좀 본 거라구요!
그것도 남긴 음식이었잖아요. 그런데 너무 하시는군요."
둘이 아옹다옹할 때 엘비라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지오반니에게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말라고 애원하였다.
그는 비웃으며 저녁식사를 같이 하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화가 난 그녀는 그를 한참 노려보다가 문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문을 열던 그녀가 쥐어짜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정, 정말로 오고 있어요. 석, 석상이 걸어오고 있다고요."
레포렐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지오반니는 믿지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서 문을 열어."
그가 명령했지만 레포렐로는 엎드린 채 도저히 못하겠다고 간청했다.
"그럼, 내가 하지!"
지오반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고, 레포렐로는 얼른 식탁 밑으로 숨었다.
지오반니가 문을 열자 석상이 한발 한발 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지오반니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침착하려고 애쓰면서 레포렐로에게 손님을 자리로 모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상은 으스스한 목소리로 지오반니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인간들의 음식이 필요 없다. 나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
지오반니는 용기를 내어 석상의 초대를 승낙했다.
"그러면 내 손을 잡고 악수하자."
석상이 손을 내말며 말했고, 석상의 손을 맞잡은 지오반니는 비명을 질렀다.
"손이 얼음장보다 떠 싸늘해!"
지오반니는 손을 빼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석상은 그에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라고 요구했다.
"안돼! 안돼! 안돼!"
소리를 지르면서 지오반니는 힘껏 손을 뺐다
"네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석상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러자 바닥이 갈라지며 화염이 치솟아 오르더니 지오반니를 집어삼켰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그의 눈에는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길이 펼쳐졌다.
레포렐로가 공포에 질려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지오반니는 땅 속으로 사라졌고 석상도 사라졌다.
그리고는 정적이었다.
정적 속에서 레포렐로는 정지된 듯 서 있었다. 그런 정적을 깨고 복수심에 불타는 다섯 사람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돈 지오반니는 어디 있지?"
레포렐로가 더듬거리며 상황을 설명하자 그들은 그 석상이 바로 그들이 본 망령임에 틀림없다고 수군대었다.
악당 지오반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진 옥타비오는 다시 안나에게 청혼을 하였다.
"내 마음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일년만 기다려주세요."
그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던 체를리나와 마제토가 두 사람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한쪽 구석에 있던 엘비라는 자신은 수녀원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한편 레포렐로는 여관에 묵으면서 더 좋은 주인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들은 돈 지오반니는 당연히 지옥에 떨어졌고, 그의 일생은 옛 교훈을 떠오르게 한다고 소리 모아 말했다.
"모든 죄인은 그 합당한 대가를 받는다!"
인간의 생각이 만든 인물 중
가장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한 인물은 누구일까?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
로미오와 쥴리엣?
이들도 상당하지만
아마 돈주앙 아닐까?
돈 주앙이라고도 하고 돈 지오바니 라고도 하는 사람..
그는 본디 전설속의 인물이었단다.
그런데 스페인의 성직자이며 극작가였던 티르소 데 몰리나의
'세비야의 호색가와 돌의 초청객'이라는 책으로 1630년 처음 문학작품에 등장하게 되었었단다....
그후 그는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철퇴를 맞으며도
예술적 비호 아래 자신의 의미를 조그맣게 외치고는 있었으나
피가로의 결혼에서 아주 조그만 말썽쟁이 하인을 자기 결혼으로
영웅처럼 잘도 귀족들과 맞서게 하였던 모옹의 재능이
다시 한번 돈 주앙에게 예술적 지지를 보내게 됬음은
어찌 보면 그럴싸 한 맥락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르랴
모옹은 기기절묘한 오페라로 돈지오바니 이야기를 탄생시켰으니
이제 오페라 내내 감탄하실 준비를 하며
이 오페라를 들으시라.
아마 내가 오페라를 본격적으로 들은 첫번째 작품이라면
모옹의 이 돈지오바니 일 것이다.
그러나 소재의 난해함과 더불어 나의 어줍잖은 모랄로
난 이 돈지오바니라는 인물을 가까이 접해 보질 못했다.
해서 귀를 번쩍 트이게 할 음악들의 아름다움을 들으며도
돈지오바니의 행적과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접목시킬 재간이 없었다.
그저 거기서 나온 곡들을 따로따로 들어보는 정도 였다.
돈 지오바니의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이다.
하나는 여자를 버리는 남자의 행동과
다른 하나는 그의 행동들에 대한 신의 정죄.
그 두가지가 얼마나 많은 족쇠를 감상자들에게 채우는지...
음악의 아름다움에 황홀해 하려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에서 자유로와 지는 이 나이에
꼭 한번 다시 들어보고 싶은 오페라 돈 지오바니...
이제 난 돈 지오바니가 한 행적에도
또 그에 대한 신의 겁벌에도
괴로움없이 다가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를 위해 우선 그 대본의 줄거리를 위에 구해다 옮겨 놓았다.
뭔 얘긴지도 대충 알고
아름다운 음악도 들을 수 있게 됬다면
이제 이 멋진 오페라를 감상할 자세는 준비된 것이렸다.
자 그럼 시작하자.....
이 오페라는 모옹의 사대
또 후궁으로 부터의 탈출까지 모두중 유일하게 비극이다.
주인공이 죽으니 비극 아니겠는가?
헌데도 슬프지가 않다.
주인공이 워낙 나쁜 놈이니까?
차암내 그런 정도의 심성이라면 아직도 준비 안된 감상자인 걸게다.
서곡이 흐르는데 왜 극의 말미를 이야기 하는가?
이 서곡은 이극의 끝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연주는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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