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 30일(목)
길이 막혔습니다. 전국이 장마철에 들어섰고 이곳 백담사 만해마을도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던 식당에서 인솔대장이 긴급 조장회의를 했습니다. 오늘 예정된 진행로가
밤새 내린 장대비로 훼실된 도로가 많아 관계기관에서 우려의 문의전화가 밤새 왔다고 합니다.
DMZ 250km 통일걷기 프로그램은 통일부가 주관하에 지원을 하지만 현지 작전 지역의 지휘관의
절대적인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산림청 관계자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산림청이 수해 복구를 직접 관장하기에 산림청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점심 식사로 목적지인 서화리 이장의 협조로 주민들이 식사를
추진한다고 했으나 길이 훼실되고 비가 내려 진흙길이라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진부령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어렵게 동의를 받은 향로봉 코스를 걸으려 했던 계획은 장마비로
인한 도로 유실과 악천후로 취소 되었습니다. 어떻든 걷는 행사이기에 걸어야 했습니다.
미시령 고개마루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미시령 옛길을 걷는다고 하였습니다. 여하튼 걸어야 합니다.
09:00에 정각에 일행은 광장이 아닌 우중 걷는 태세를 갖추고 버스로 집결을 했고
코스 변경에 대한 이해를 다시 구하고 미시령을 향해 출발을 했습니다.
09:30에 미시령에 도착하니 얼마나 비바람이 쎈지 눈을 뜨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체 사진 촬영을 하는데 우비가 강풍에 미친개 날뛰듯하니 모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둥 마는둥 버스로 올라간 길을 꺼꾸로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결론은 만해마을에서 미시령까지 버스로 갔다가 꺼꾸로 걸어서 만해마을까지 걸어 왔습니다.
미시령 터널이 개통된지 어느덧 15년이 지났고 미시령을 넘나들던 옛길은
뜨문뜨문 한가한 드라이브족들만 이용하는 길로 변한듯 하였습니다.
비가 내리기는 하나 산등성이 아래로 계곡길을 걸어가니 바람이 잦아들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 위를 걷는 우리들은 오히려 수월하였습니다.
빗속의 설악산 계곡을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우비를 입고 열지어 걸어 갔습니다.
이미 아랫도리는 젖었고 신발도 다젖어 무거워서 설악산 계곡의 바람이 몰아치는
우중의 걷기는 그래도 쉽지 않았습니다.
설악산 산림수련관에서 잠시 쉬었고 이전한 군단 특공연대 앞 고가도로
아래에서도 쉬며 미시령을 걸어 내려온 지 2시간 반인 12시에 진부령과
미시령의 갈림길인 인제 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인제 삼거리는
황태 삼거리로 불러도 될만큼 대형 황태 식당들이 넓은 광장을 끼고 성업중이었습니다.
점심 후 미시령 옛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비도 계속 내렸습니다.
인제 삼거리에서 한시간 거리의 백담사 입구까지 도로 좌우측은 황태덕장이었습니다.
가로수는 마가목이었습니다. 해바라기가 익어 숙인 모습으로 마가목 열매가 다닥다닥 맺혀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 밑으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마가목으로 가로수를 조성한 지 꽤되었는지
마가목 밑둥이 제법 굵었고 이끼까지 끼었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마가목 열매가 다치지 않도록 피해가며 걸었습니다.
저멀리 산중에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고 있었습니다. 용대리 풍력발전단지입니다.
백담사 입구입니다. 도로 양측으로 마가목 가로수 넘어 쭉쭉 하늘을 향해 뻗은
붉은 금강송이 나타났습니다. 남자의 새벽같은 남성을 상징하는 붉은 금강송을 보니
나도 모르게 도로에 괴인 빗물을 힘차게 밟았습니다. 물이 튀었습니다.
덕장은 사라지고 펜션이 나타났습니다. 황태마을이라는 무지개 간판이 커다랗게
도로를 가로질러 설치된 아래를 지났습니다. 14:30 만해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미시령에서
걷기 시작한지 5시간 만에 23,000보 약 17km를 걸었습니다.
간식으로 따끈한 옥수수가 지급되고 잠시 휴식이 있은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출발을 하였습니다.
본디 걸어서 들어가야 했는데 버스를 타고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에 왔습니다.
'평화생명 산촌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우비를 벗었습니다. 역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이곳 세탁기로 탈수를 하였습니다.
준비해온 빨래줄을 커텐줄과 이불장의 정첩을 이용하여 방을 가로질러 묶고 빨래를 널었습니다.
식사는 마을에 있는 식당 두곳을 이용하였습니다.
남자들은 마포갈비 라는 식탁 네개의 작은 식당에서 부페식으로 특별히 만든 저녁을 먹었고
아침은 여자들이 석식을 한 오동동이라는 식당에서 교체 이용하여 식사를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사단 본부가 주둔하여 제법 번성하였으나 이제는 본연의 전형적인 산촌의 농토가 넓은
평야지대의 마을로 군용품을 파는 군장 가게도 있어 전방 분위기가 남아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오늘 잠자리를 배정 받은 6명이 석식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셋은 이미 숙소를 함께했으나 세사람은 처음으로 한방에서 잠을 잡니다.
1은 김포 2는 경북 영주 3은 서울 당산동 4는 인천 송도 5는 부산 6은 서울 여의도에서 참가하였습니다.
나이는 모두 60대입니다. 내가 좌장입니다.
대부분 소위 왕년에 한가닥을 했다는 말을 하듯이 걷기 뛰기에는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어디를 걸었고
어떻게 운동한다 등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 일찍 9시 잠을 청하며 4일차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비 맞고 비 그치면 후텁지근하고 고르지못한 날씨에 고생 많은 일정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