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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폰서 검사'파문이후 법무부가 감찰시스템 강화를 위해 외부 공모를 통해 뽑은 감찰관에 김제 출신인 안장근 전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장(53)이 임명됐다. 검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법무부 감찰관을 맡게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만난 안 감찰관은 "최초의 외부 공모에 의해 국가의 중추기관인 법무부의 감찰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엔 '개인적 영광'을 뛰어 넘는 심적 부담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솔직히 내·외부로 부터 기대가 크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이 이어졌다. 마음속으로 상당한 각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그의 눈빛과 입술에는 자신감도 배어있었다.
'외부 공모 1호 법무부 감찰관'이라는 경력이 따라다니게 된 안 감찰관은 사실 사법시험 출신으로 법무부가 낯선 부처도 아니다.
지난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안 감찰관은 사법연수원(15기) 수료후 법원·검찰이 아닌 감사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1985년 전문인력 확보를 추진중이던 감사원의 변호사 특채 소식을 접했고, "다양한 행정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응시한 것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24년여 동안 감사원에서 근무한 그는 법무부를 포함한 여러 중앙부처와 자치단체 업무를 감사를 통해 두루 섭렵했다. 내국세와 관세, 문화관광, 법무, 헌법기관, 서울시, 해양수산, 산업자원, 외교, 통일, 법무, 대통령실, 공정거래, 재정경제 등 거의 모든 정부 부처 업무를 살폈다. 특히 법무행정 분야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6개월 가량 맡기도 했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실지 감사와 감사지휘·관리를 경험한 것이 법무부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법무부의 감찰·감사업무를 수행해 법무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공직사회가 바로서야 한다"는 그는 "특히 법을 집행하고 사정업무를 주 기능으로 하고 있는 법무부의 경우 국민들의 기대가 더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국민으로 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감찰업무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감찰관 외부 공모의 계기가 된 스폰서 검사 파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검사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실 놀랐다"며 "예전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규정했다.
"외부 인사를 법무부 감찰관으로 선발한 이유는 독립성을 확보해 자체 감사·감찰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검찰의 경우 수사사무의 독립성을 갖고 있는 만큼 대검 감찰부의 자체 감찰을 존중하되 상급기관으로서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감찰·감사를 통해 자기반성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안 감찰관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감찰 시스템을 만들어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천안교도소 탈주범 사건이나 공항 전신 스캐너 분석 요원에 성범죄 전과자가 배치돼 물의를 일으킨 사건 등은 담당 공무원들의 부주의에서 시작된 것"이라 들고 "감찰·감사를 통한 자기 반성이 해결책"이라며 감찰·감사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안 감찰관은 '컨설팅 방식'의 감사를 구상중이다.
지적과 적발 위주의 합법성 감사에 그치지 않고 사업추진이 미흡하거나 성과확보가 미흡한 분야에 대해 정책 목표대로 현장에서 잘 집행되고 있는지 추진상의 문제점을 파악해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
주요 시책사업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해 이상 징후가 있는 경우 즉시 감사에 착수해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법규 위반 사안을 단편적으로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위를 막을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본부·실·국별로 부조리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스로 문제점을 짚어낼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 시절 민원 업무를 많이 처리했기 때문에 국민이 정부 기관에 뭘 바라는지 알고 있다"며 "제가 외부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정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감찰관은 계약상 2년의 임기가 보장돼 검사 출신들과 달리 인사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앞으로 24개월 동안 감찰담당관실과 감사담당관실 모두 41명의 법무부 직원들과 함께 검찰을 포함한 3만 여명의 공무원을 감찰·감사하게 된다.
주제를 돌려 고향에 대한 기억을 물었더니 "용담댐이 생기기 훨씬 오래전에 수몰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제시 백산면이 고향이 그는 중학교 1학년때 백산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정든 집을 물 아래 묻었다고 했다. 종정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익산 남성중에 입학했을 때였다고 한다. 결국 가족 모두 김제를 떠나 익산으로 이사왔고 그는 남성고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고향 덕을 보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음속에 항상 고향을 그리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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