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픈 것도 은혜다＞

[무지개 폭포]

아픈 것도 은혜다

2011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국립의료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폐암에 머리에도 암이 있다고 합니다. 폐암에 뇌종양까지 같이 있는 겁니다. 의사는 수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큰형과 저희 가족들은 일산 암센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몇 달 못 산다고 말하는 의사가 못 미더웠습니다. 무언가 더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예약한 일산 암센터 진료 날이 됐습니다. 정확하게 2011년 3월 18일입니다. 제 아들 산하가 교회 옆 도랑에 빠진 날은 3월 20일, 산하가 도랑에 빠지기 이틀 전입니다. 아버지는 진료 하루 전날 일산에 있는 막내 집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진료 날 저와 아내가 목사님과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치유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혹시나 생길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복음을 전하며 환하게 웃는 목사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두 가지를 물어보셨습니다.

“목사님, 성경에서 효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이고, 예수님은 또 제사는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목사님께서는 아버지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신 기억만 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제 아버지라는 점에서 쉽지는 않습니다. 80 평생을 세상에 발을 딛고 산 아버지에게 하늘의 세계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정말 쉬울까 하는 거죠. 물론 하나님께서 도우시면 아주 쉬워지겠지요^^ 목사님께서는 쉽게 설명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이 땅에서 장수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효는 하나님의 선물이 있는 첫 계명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효를 친아버지가 아니라 시아버지에게 한 아내 이야기를 잠시 해야겠습니다.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기 몇 달 전쯤, 그러니까 2010년 추석 연휴 때였습니다. 아내는 마장동 본가를 찾아가 아버지에게 성경책을 선물했습니다. 추석 명절에 성경책을 아버지에게 선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저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나도 아니고 아버지에게 성경을 선물하다니, 성경을 읽기는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의 반응이 생각보다는 부드러웠습니다.

“부처님 공자님 이야기도 좋고, 성경에도 참 좋은 말씀 많지. 그래 고맙다, 허허~”

2010년이면 제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회에 나가던 때입니다. 주말이면 골프를 치러 가든가, 아니면 집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 보다가 또 자는 것이 아주 일상적인 주말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다 우리 딸과 아들이 “왜 아빠는 교회 안 가?” 하는 질문에 한번씩 교회에 나가곤 했던 때입니다. 제 믿음의 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 예측이 되시죠? 무늬만 성도지 속은 세상 것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입니까? 술과 담배를 즐기셨습니다. 고스톱도 아주 잘하셨죠^^ (덕분에 저도 그런 거 잘했습니다) 바둑도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자식들 키우느라 연중무휴로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셨지요. 장사를 하시면서도 그런 것들을 좋아하셨으니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겠지요. 머리가 조금씩 하얗게 세어 가실 때 아버지는 난을 치고, 매화와 대나무를 그리셨습니다. 한자로 운을 띄우면 운율에 맞춰 한시를 짓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시고, 맹자와 중용을 읽고 성현들의 지혜를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하셨지요. 집안에는 먹 냄새가 항상 배어있고, 나중에는 아크릴 물감까지 섭렵하시며 수묵화뿐만 아니라 색깔 있는 그림의 세계까지 즐기시던 분입니다. 아이들을 혼내기보다는 가끔씩 칭찬하면서 양육하셨습니다.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속으로 품고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시며 자식들을 바라보셨던 분입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하나님 보시기에 참좋았더라 교회’ 로고가 박힌 두꺼운 성경을 선물한 아내,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선한 충격이 알고 보니 믿음의 씨앗이었습니다. 그 성경 선물로 인해, 저희 집안에서 말씀은 점점 영역을 넓혀가 익숙한 것으로 자라났고, 마침내 목사님과 아버지의 대면까지도 있게 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내가 준 성경을 받은 뒤 실제로 성경말씀에서 잠언을 읽으시고, 마음에 다가오는 잠언 말씀을 한자로 쓰시고, 또 그림까지 그리셨습니다. 성경 서화를 그린 셈이지요. 그 그림들은 아직도 제가 믿음의 유산으로 갖고 있습니다.

효와 제사에 대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목사님의 답을 들으신 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으셨습니다. 잠시 정적이 가득했습니다. 목사님은 그 순간 진땀이 좀 흘렀다고 하셨지요. 목사님의 설명을 다 들은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예수님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한마디의 고백은 저와 제 아버지와 제 가정을 바꾸어놓는 신호탄이 됐습니다. 밀알 하나가 자라 커다란 종려나무가 되어, 그 나무 그늘에서 많은 생명이 쉬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그 고백을 생명이 있는 밀알인 것처럼 가꾸어 가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일산암센터로 가셔서 폐암과 뇌종양 진단을 한꺼번에 받으셨습니다. 의사는 오래 사시면 6개월 정도이니, 잘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특별히 할 것은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최대 6개월, 그때부터 ‘산그림자’라는 별명을 가진 제가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별명은 ‘무지개폭포’가 아니라 ‘산그림자’였습니다. ‘산그림자’는 산의 그늘입니다.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서 ‘산그림자’라는 이름을 짓고 좋아했는데, 나중에 예수님 만난 뒤에 보니까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산그림자’처럼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렇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무튼 초신자 ‘산그림자’의 뜨거운 기도가 그때부터 시작되면서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겨울, 파일에 기록된 산그림자의 기도 제목 20가지는 이랬습니다.

산그림자 (김동민) 기도 제목 20가지

1. 일을 하면서도 하나님의 손길 느끼기

2. 담배를 완전히 끊기(아직도 피다 말다 함, 특히 술자리나 왕 스트레스 시)

3.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게 먹기

4.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느끼고 배려하기

5.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지치지 않기

6.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닫기

7. 물질을 좋은 일에 쓰는 습관이 배도록 길들이기

8. 아이들이 잘못해도 아이들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지혜로운 아빠 되기

9. 운동 꾸준히 해서 건강하고 튼튼한 몸 만들기

10. 훌륭한 영적 안내자인 목사님의 건강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기도하기

11. 공동체와 교우들이 모두 모두 하나님 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12. 아버지 어머니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도하기

13. 그리스도 안에서 낮은 자세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 주기

14.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올바로 설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기

15. 하루 1번 사랑하는 아내에게 안부 전화 꼭 하기

16. 주머니에 돈 많이 넣고 다니지 않기 (비자금은 싫다!)

17. 가정 예배를 함께 드리는 남편 되기

18.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

19. 아침과 밤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축복의 손 얹고 축복의 언어로 기도해 주기

20. 혼자 TV 보며 잠들지 않기

그때의 기도 제목을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정말 웃음이 많이 납니다.

창피한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진리를 저를 자유롭게 했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들을 얼마나 들어주셨을까요? ^^

거의 다 들어주셨지요. 현재 진행형도 일부 있기는 합니다. 기도 제목을 거꾸로 읽어보면 재미있습니다. 기도 제목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니까요.

이렇게 제가 뜨겁게 기도하도록 만드신 계기는 아버지의 암 진단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보통 암에 걸렸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위로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저희 가정처럼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셨다는 것을 영적인 눈으로 본다면 눈물만을 흘리고 있을까요? 또 유가족들이 천국을 소망하며 예수님과 같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알게 했다면, 암은 오히려 은혜라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요? 악을 선으로 바꾸신 하나님. 암 진단을 통해서도 많은 생명을 살리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암에 걸려서 하나님의 은혜로 치유가 되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하나님을 떠나 살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입니까?

아버지는 의사의 말대로 길게는 6개월, 이렇게 살지는 못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예수님을 받아들인 뒤 얼마 안 돼서 아버지는 응급실로 이송되는 일이 생겼고, 큰형은 다급하게 저에게 전화했습니다.

[아침]

새록새록
주께서 만지신 흔적이 더하여 가네요!
무지게폭포
늘, 예수님으로 힘 나세요~

[무지개 폭포]

늦게라도 메모들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다음으로 모든 감사는 목사님 덕분입니다^^

[참좋았더라]

예수님으로 채워진 무지개폭포 집사님 가정을 이끌어 주셔서 변화의 기쁨을 누리게 하시는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주님~ 영광 받으시옵소서~~!!

[무지개 폭포]

집사님 가정에 부어주시는 은혜와 변화에 저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별]

집사님 마음에 왕이신 예수님이 인도하신 손길로 더욱 그 예수님을 찾는 선순환의 삶의 고리고리를 연결하고 찬양하는 2막 인생!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무지개 폭포]

감사합니다~ 권사님^^ 권사님이 등장할까 말까~ 하는 이야기도 있을 것 같아요~ ^^

[올리브 나무]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되새기며, 함께 나누어 배가 되게 하시는 무지개폭포 집사님을 축복합니다. 그 생명과 은혜가 집사님으로 인해 저희 가정으로도 흘러오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무지개 폭포]

동에서 정성 들여 심었는데, 서쪽에서 거둔 격이지요^^ 하나님께서 하셨는데, 집사님 부부가 복이 있고 은혜가 있는 거지요~ 그 은혜가 집사님의 주변에 앞으로도 더욱 많이 흘러가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그리스도의 샘]

2011년 초여름에 처음 뵈었으니, 그때가 은혜로울 때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