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쥐를 능가할 동물은 누굴까!
〈보케리니의 첼로 협주곡 9번 안단테>.
마린과 코코로의 연주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 오디션 볼 동물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쥐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다고 신청한 동물은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였다.
쥐에 대한 전설은 많다. 쥐는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기도 했지만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신약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봉황, 스핑크스, 켄타우로스 심사위원 앞에 나온 동물들은 모두 멋진 옷을 입고 있었다. 고양이는 목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검정 옷을 입었다. 두더지는 빨간 모자에 노란 장화를 신고 있었다. 족제비는 하얀 장갑을 끼고 빨간 조끼와 파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고양이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어요?”
봉황이 고양이에게 물었다.
“저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를 열심히 잡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 인기 1위에 올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고양이가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사람들은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지금까지는 강아지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양이보다 시끄럽고 더러워서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고양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키우고 싶어합니다.”
고양이는 당당하게 스핑크스를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많은 고양이들이 반려동물이 되면 들판에 있는 쥐들은 누가 잡아야 하죠?”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저기 앉아 있는 족제비가 잡아야 합니다.”
고양이가 족제비를 쳐다보면서 말하자
“호호호!”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장에 들어온 많은 어린이들이 웃었다.
고양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고양이는 집에서 시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똥이나 오줌을 싸도 잘 보이지 않게 모래로 숨깁니다. 그리고 혼자서도 잘 놀기도 합니다.”
“어떤 고양이가 비싼 달 항아리 도자기를 깼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스핑크스는 가지고 온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건 나쁜 고양이가 한 짓입니다.”
“나쁜 고양이도 있어요?”
“나쁜 고양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으면 나쁜 고양이들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달 항아리를 깬 고양이는 나쁜 고양이라는 건가요?”
켄타우로스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봉황은 고양이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한 뒤 두더지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농부들이 두더지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고 있죠?”
봉황이 물었다.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땅을 파고 다니니까 싫어합니다.”
“땅을 파고 다니면 재미있어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땅 밖으로 나와서 살 생각은 없어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독수리나 족제비들이 무서워서 땅 속에서 사는 게 좋습니다.”
두더지는 옆에 있는 고양이와 족제비를 번갈아 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2지신은 왜 하고 싶은 가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쥐가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두더지도 충분히 12지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더지는 심사위원들을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두더지가 자리에 앉아 족제비가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12지신이 되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저는 우선 이렇게 멋진 몸매와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쥐와 두더지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족제비를 좋아할까요?”
봉황이 물었다.
“수입하는 반려동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족제비는 농부들이 키우는 오리나 닭도 잡아먹잖아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그건 배고파서 잡아먹었습니다.”
“그럼 사람들과 살면서 배고프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네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이 사료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양이나 두더지보다 쥐를 대신할 12지신 상으로 족제비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봉황이 물었다. 족제비는 한 참 망설이더니
“미래에는 족제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드시 쥐를 대신할 12지신 상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봉황이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를 보면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고양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고양이들의 세상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갈 고양이를 이번에 반드시 12지신 상으로 뽑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양이가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두더지와 족제비는 더 할 말이 없었다.
무대에는 마린과 코코로가 올라와 첼로와 비올라 연주를 시작했다.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을 가득 채워갔다.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쟌이 무대에 올라오더니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12지신 상의 쥐를 대신할 동물들에 대해서 투표가 시작되었다.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 중에서 쥐를 대신할 동물을 한 마리 선택하면 된다. 쥐가 좋으면 쥐를 다시 뽑아도 된다.
“여러분이 선택한 투표 결과는 두 번째 12지신 상 오디션 보기 전에 발표합니다.”
쟌은 이렇게 말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인 케르베로스를 중심으로 동그란 탁자에 앉아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고양이 인 것 같습니다. 쥐를 대신하여 고양이를 추천합니다.”
봉황이 케르베로스에게 말했다.
“하지만 족제비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래에는 고양이보다도 족제비를 더 많이 키울 수 있습니다.”
켄타우로스는 족제비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스핑크스 생각은 어떠신가?”
케르베르스가 말이 없는 스핑크스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12지신 상으로 활동한 동물에 대해서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꼭 바꿔야 한다면 고양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양이는 우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보니 고양이가 되어야겠군요. 쥐를 대신할 12지신 상으로 고양이가 제일 유리한 것 같습니다.”
하고 말한 케르베르스는 심사위원 회의를 마쳤다.
- 세 번째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