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는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기에 해당 하는데, 외국의
포크음악을 흉내내던 때였으나 뛰어난 역량을 가진 포크 싱어
들이 탄생하였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전석환이 주도했던 포크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으며,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이 운동이
확대되어 나가자 60년대 후반 기성 작곡자들의 작품 중에서 포크
풍의 음악이 작곡되어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밝고 건전한 노래
들이 발표 되었으며, 이런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들이 등장
하게 되었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 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 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비둘기집)
마치 메아리처럼 해맑은 가사 (전우 작사)와 쉬운 멜로디 (김기웅
작곡)에 이석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비록 발표 당시 대중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 하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히트곡이 지금은 대부분
추억의 노래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자주 불려지는
한국 포크음악의 시조격인 노래이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이기는 했지만, 이 곡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보다는
단순한 캠프송의 성격을 띤 노래였으며 이석도 그후 별다른
히트곡을 발표하지 못했고 외국 번안 포크음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외국의 포크 음악에 나름대로의 가사를
붙여 그들 사이에 애창됐던 곡들은 상당히 많다.
킹스턴 트리오의 'Greenback Dollar', 해리 벨라폰테의
'Night on the Rose' 등은 대표적인 곡들이었다. 이런 대학생
들이 자주 모이던 음악감상실에서 여러 통기타 가수들이 등장
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의 포크음악시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음악감상실이 세시봉이었고, 여기서 트윈 폴리오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등이 선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속에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고향을 떠나올 때 언덕에 홀로 서서
눈물로 흔들어주던 하얀 손수건
그때의 눈물자욱 사라져버리고
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하얀 손수건)
송창식과 윤형주의 이질적인 목소리가 그야말로 절묘한
하머니를 이루며 오리지널 곡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옥같은 노래를 발표한 트윈 폴리오의 번안 가요중 가장 히트한
곡이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내용인 것을 보면 우리 팬들의 취향은
꽤나 애상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들의 가사내용도 우리의
정서를 나타내거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간단한 기타반주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어 사랑을 받았던
음악이었다.
이들 노래외에 조영남, 최영희등의 음악이 젊은이들 사이
에서 인기가 있을 때 우리 포크음악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일대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1968년, 장발에 하모니카와 기타를 들고
당시 미국 유학생이었단 한대수가 귀국하면서 TV에 출연하여
일대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한대수의 등장은 트윈 폴리오등
각광받는 아티스트들 이외에도 활동을 준비중이던 김민기,
양병집등 예비 포크싱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준 것이다.
그러나 '69년 한대수가 군에 입대하게 되고 그 음악을 소화할
만한 역량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기량이 그때까지는 성숙되지
않아 본격적인 포크음악의 발전은 뒤로 미루어지고 포크음악을
흉내내던 시절이 계속되었다.
그러한 번안 포크가요의 히트와 함께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창작 포크가요가 선보이게 되었는데 이러한 포크가요
중에는 상상을 초월한 대히트를 기록하여 포크음악 발전에
도화선을 붙인 곡들도 많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예예예 예예예예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사랑해)
너무나 간단한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의 이 곡은 남녀노소 어느
계층의 구별없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장점으로 당시 기록적인
레코드 판매를 보였으며, 이 곡을 부른 라나에 로스포를 스타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뒤를 이어 이런류의 포크송과 뚜아 에 무아
(이필원, 박인희), 바블검 (이규대, 조연구)등의 남녀 혼성 듀오가
경쟁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밖에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한
윤형주의 '라라라'도 크게 히트한 포크송이었는데 여기서는
가사가 좀 더 공감할 수 있고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조개껍질 묶에 그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질 않네
아침이 늦어져서 모두들 배고파도
함께 웃어가며 식사를 기다리네
반찬은 한두가지 집생각 나지마는
시큼한 김치만 있어줘도 내게는 진수성찬......
(라라라)
여름캠핑의 한 모습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린 수채화처럼
깔끔한 가사와 재미 있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비록 이 곡은 표절시비로 금지곡이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자주 애창되는 캠프송이다. (그후 이 곡은 '조개 껍질 묶어'로
멜러디를 약간 바꿔 다시 발표함.)
포크가요들이 히트하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래부르던 캠퍼스
가수와 그들의 노래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대학가에 책방은 하나요 대포집은 열이요
이게 우리 대학가래요.
대학가에 책방은 하나요 양장점은 열이요
이거 정말 되겠습니까.
가르치는 교수님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아아 내 친구여 묻질 말아라.
너도 몰라 나도 몰라요.
(파란많은 세상)
본격적인 포크음악의 시대를 여는 디딤돌의 역할을 한,
서유석이 발표한 이 곡은 비록 멜로디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에서 따 왔지만 조소기 있는 서유석의 독특한
목소리와 풍자적인 가사로 본격적인 포크음악 시대를 서서히
여는 구실을 했다.
그러면서 원작자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구전가요 -
협의의 의미에 있어서 진정한 포크음악 - 들이 정식으로
레코딩되어 인기를 얻은 곡들이 등장 하였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 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가슴아픈 추억
(꽃반지 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젊은이들의 노래의 하나인 꽃반지
끼고 (오솔길)의 일부분이다. 이 곡은 후에 일본 가요에서
멜러디를 따왔다 하여 문제가 있기도 했으나 '사랑해'의
목소리의 주인공 은희가 레코딩하여 그녀를 신데렐라로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그 당시나 그 후에도 이런 스타일의
포크가요는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보통 포크음악의 태동기라 부르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의 이 시기에는 모던 포크음악이 갖추어야할
모든 요소 - 단순한 멜러디, 사회풍자, 구전음악, 메시지 제시 등
- 들이 전부 소개 됐으며, 우리 포크음악의 중심인물들이 처음
선보였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시대에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트윈폴리오의 수많은 히트송중 그들의 오리지널
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 시기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모던포크의 탄생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요소가 하나로 혼합 된 다음 시기의 김민기 등에 의해 본격적
으로 시작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