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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간 나가사키에 머무러면서 쉴 새 없이 바빴다. 요트 안에 정리정돈이며
짐과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정리하여 적어야했다. 왜냐하면 작은 물건하나를
찾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었다. 10월14일 오후4시경 세관신고를
마치고 출항했다. 나가사키항을 나서자 북서풍이 강하게 몰아쳤다. 2미터의
파도가 인트레피드호의 진로를 방해했다. 1시간쯤 북서쪽으로 올라서다
남으로 방향을 돌리자 진로를 방해하던 바람과 파도는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어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북서풍의 영향으로 저녁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두꺼운 겨울점퍼를 꺼내 입었다. 벌써 항해에 대한 적응이 되어서 인지 첫날처럼
쓸쓸함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바로 오키나와까지 가려고 계획을 했었지만
아무래도 징검다리 크루징을 하는 쪽이 안전할 것 같았다. 지금 시즌은 태풍이
발생하면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유심히 관찰하면서 섬과 섬사이를
살살 숨어서 내려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가사키를 나와 큐슈본토를 따라
내려갔다. 지금은 뒤바람이지만 가고시마 근처에 내려가면 동풍으로 바뀐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최대한 동쪽으로 붙어서 가다 야쿠섬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야간에는 상선과 어선이 거의 없어 견시하는데는 편안했다. 레이더를 켜놓고
선실내부에서 다른 일도 가끔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밤 9시경이 되자
졸음이 왔다. 가사상태로 새벽3시까지 항해하였다. 항해도중 배가 흔들릴 때면
선실내부의 짐들이 떨어지고 안에 넣어둔 것들도 왔다갔다 신경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이번에 들어가는 포구에서는 짐정리를 새로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데 선실 안에서 짐까지
떨어져 돌아다니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 뿐만이 아니라
항해를 시작하면서 수리하고 개조하고 옮겨야하는 일들이 많이 보였다.
인트레피드를 알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15일 일출은 가고시마입구의 산에서 시작되었다. 밤 동안 출렁이던 바다도
많이 누그러졌다. 야쿠섬에 들렀다 가겠다고 허가를 받았지만 그냥 통과하기로
하였다. 날씨가 많이 회복되었고 태풍시즌이니 만큼 챤스가 왔을 때 많이
가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처음으로 배에서 느긋하게 소일거리를
할 수 있었다. 레이더의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터라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오후1시경. 쿠로섬 동편으로 약 5노트의 속도로 남하하여 내려갔다. 내내
뒤바람으로 순풍이어서 좋긴 하지만 1년 후 돌아올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신나는 것도 아니다. 일본 남부의 섬들은 북서풍을 거슬러 올라올 때
방문하기로 하고 갈수 있다면 많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후3시경. 2미터쯤
되어 보이는 돌고래떼가 인트레피드와 5분정도 나란히 달려주었다. 좀 더
오래 같이 달려주길 바랬지만 그것은 내 마음일 뿐 녀석들은 이내 보이지 않았다.
가고시마에서 남쪽으로 대만까지 섬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 오른쪽으로
해서 쿠로시오해류가 북상해 가고시마 앞에서는 야쿠섬 앞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는 해류가 있다. 지금시즌에는 약 4노트정도로 흐른다고 하였다.
바다위에 있는 해류의 강이다. 그 해류의 폭은 야쿠섬 아래가 가장 좁아서
그곳으로 통과하려고 코스를 약간 변경하였다. 이와 같은 정보는 출발 전부터
나를 도와주고 있는 일본인 친구 고사카씨가 전해온 것이다.
해질 무렵 다시 몰려온 돌고래 Ep들이 인트레피드호를 따라 오래 동안 함께 달렸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이 요트를 저의 어미쯤으로 아는 것을 아닐까?"
나가사키를 출발하여 바다에서 맞는 두 번째 밤이다. 마음이 많이 평정되어있다.
항해에만 전념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늘 느끼지만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초저녁에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선실에서 콕핏에서 눕기가 바쁘게 잠에
떨어졌다. 선박의 왕래도 적고 레이더 경보를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되어 토막잠이지만
별 걱정 없이 잘 수 있었다.
아직은 쿠루시오의 역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순류를 타고 속도를 조금
더 낼 수 있었다. 역류 4노트라 해서 겁은 잔뜩 집어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괜찮은 모양이었다. 밤이 깊어간다. 가고시마남단에서 대만까지 쭉 이어져 있는
섬들을 따라 순조롭게 내려가고 있다.
밤10시50분 선실 안에서 항로를 체크하고 있는데
“꽝 과과 광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거의 멈추어 섰다. 몇 번이고 이런 경험이 있어서 인지
침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섬뜩한 순간이었다. 분명히 수심이 좋은 지역이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깊이가 거의 천 미터이다. 그럼 어제 데지마 요트마스터가
주의하라던 목재인가? 나가사키에서 출발 전 앞전 태풍으로 유실된 목재가
떠다닌다는 정보를 받았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콕핏으로 달려가 엔진출력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물체는 지나가 버렸고 달도 없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배에
바친 물체가 어떤 것인지 알아채기란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주 큰 목재는
아닌 것 같았다. 선수쪽으로 가서 충돌한 흔적을 확인하였다.
바우스프리트(선체보다 앞으로 빠져나온 부분)를 중심으로 마스트와 연결하는
스텐와이어가 고정된 부분에 받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좀 구부러지긴 했지만
당장 항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선실 안으로 들어와 맨 앞쪽 선실의
침실바닥을 확인했다. 다행히 물이 새어나오는 곳은 없었다. 이 정도체크로
안심하긴 했지만 만약 덩치가 좀 더 큰 목재와 받친다면 틀림없이 데미지를
입을 것이었다. 속도를 좀 늦추었다. 혹시 같이 떠다니고 있을 다른 목재와
2차 충돌이 있을 지 모를 일이었다. 같은 곳에서 유실된 목재라면 거의
같은 항로를 타고 올 것으로 때문이었다. 앞쪽 선실은 격벽으로 되어있고
중앙선실과는 비상시 밀폐될 수 있다면 이 같은 일에도 한결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인트레피트는 워낙 견고하게 만들어져서 웬만한 충격에는
견뎌줄 것이었다. 보통 배라면 틀림없이 충격을 좀 받았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제껏 100여회 일본에서 요트 딜리버리를 하면서 한 번도
떠다니는 물체와 충돌하지 않은 것도 행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일 아침이 되자 바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일을 모두 내리고
엔진의 힘으로만 가야만 했다. 장판 같은 바다 위를 콩닥콩닥 내려가고
있었다. 10시경 40센티쯤 되는 참치 한 마리를 잡았다. 김치찌개를 해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김치 반포기로 5일째 버티고 있다. 아직 보관되어
있는 김치가 15키로쯤 될 것이다. 쿨러에 얼음도 이제 거의 다 녹았을 텐데
얼마나 버틸런지 모르겠다.
“하긴 쉰다 해도 김치찌개는 끌여 먹을 수 있겠지!”
11시경 오키나와로 잡았던 항로를 아마미오섬의 나제항으로 돌렸다.
오키나와 기노완마리나까지는 약 190마일의 거리로 아무리 빨리
간다하더라도 내일 일과시간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나제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나제항으로
가는 도중에 떠다니는 목재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지름 50센티에 길이 3미터쯤 되는 원목이었다. 위에는 처음부터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등이 병뚜껑만한 게 한 마리가 살고 있었고
아래로는 냄비뚜껑만한 등짝을 가진 거북이 한 마리가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거북이야 어떻게든 괜찮아 보였지만 나무가 돌아감에
따라 위태롭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게는 언제까지 저 나무와
함께할 수 있을 런지 친구도 없이 떠다니는 신세가 동병상련이었다.
아마미오섬의 나제항에는 17시쯤 되어서 입항하였다.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해상보안청직원5명과 세관원등 해서 10여명을 사람들이 배가 접안하자
모여들었다. 환영인파는 아닌 듯 싶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배가 접안하여
계류줄을 묶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해상보안청 직원이 심문하듯 질문을 한다.
마음과는 달리 웃는 얼굴을 하고 상냥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실 내부를 좀 봐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다시 웃으며 선실내부는
나의 프라이버시다 그것은 좀 곤란하다고 했더니 그 역시 좋지 않은 기분을
감추고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 후로 30분정도 돌아가지 않고 계속
주변을 살피길래 수상하다고 생각되면 수색해도 좋다 라고 하자 손을
내젖어며 돌아갔다.(사실 수색한다고 하면 관련서류 같은 것 있으면 좀 보자라고 하려고 했다.) 일본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장으로서
내부수색은 허락하지 않는게 좋다. 해상보안청 직원은 별일이 아니더라도
상부에 이러한 배를 이렇게 조사했다는 실적을 보고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선장의 권한을 적극 활용하여 응하기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선실 내부에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와 수색하듯 살핀다는 것은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관직원들이 서류에 싸인을 받아갔다. 아참 그리고 외국선적이라며 연료를
면세로 넣게 해주었다. 다들 내 싸인을 열심히 받아서 돌아가고 얼마 후
이 섬의 요트맨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름은 시바다 슈 이치 씨였다.
요트를 한척 소유하고 있으며 하는 일은 무선설비,안테나공사업이라고 했다.
일단 배로 들어오라고 하여 한국에서 가져간 과일을 대접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일본의 몇몇 지인과 아는 사이가 아닌가?
“역시 요트의 세계는 좁다.”
여지껏 내버려져 있던 아마추어 무선의 사용방법을 조금 익혔고 내가 가져간
한국음식으로 저녁을 함께했다. 특히 고모가 큼직하게 썰어서 만들어준
쇠고기 장조림은 감탄하듯 먹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어디서 팔아도 이것은 팔릴 것이다. 최고다!”
라고 극찬을 해 주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한국에 돌아가면 고모에게
요리법을 배워서 한번 사업화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1시경
사바다씨는 돌아가고 잠시 책을 읽다 잠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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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기는 필리핀 바기오 입니다. 한인회 카페에서 도움을 바라시는 글을 읽고 여길 찾았습니다. 윤선장님의 도전에 찬사를 보냅니다. 끝까지 원하시는 목적들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여행을 좋아해서 필리핀을 조금 압니다. 대만쪽에서 필리핀으로 오신다면 북쪽 중앙에 보이는 가가얀(gagayan) 이란 곳을 찾으시면 여행이 편힐 할 것 같습니다. 그곳 위쪽으로 징금다리처러 본섬과 연결할수 있는 카미귄 이란 섬 등 큰 섬들이 여럿 있고 가가얀은 북쪽의 가장 큰 항구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실것 같습니다. 그똑에서 서쪽으로 진행 하시면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등과 가깝습니다 태풍이 진행 중인데 모쪼록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
윤선장님. 가입한지는 얼마되지 않습니다만, 근무중에 짬을내서 수필한편읽은 요랑은 됩니다. 또 낼은 어떤 예기를 늘어뫃을까 기대하면서... 안전한 향해 되시길..소원합니다. ㅎㅎㅎ
일상이되였읍니다,,, 선장님 글보고, 어데쯤 가시는지 ,,,넘궁금하여 2~3번 들러봅니다
오늘도 윤선장님의 요트여행에 동승 하였습니다. 아마추어 무선 준비중입니다. 장농자격증 꺼내 봅니다
모처럼 토요일이라 시간이 한가하세 이곳에 왔어 항해 일지 잘 읽고 갑니다. 무엇보다 건강 조심해서.. 그리고 생생한 글 계속 부탁 합니다.
점점 흥미 진지한 윤선장님의 요트일기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 무사 항해 기원합니다.
윤선장님 생생한글 전파가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생방송 야구처럼 말입니다 계속하여 같이 전진하겠습니다 공주 두메산골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윤선장님의 항해를 열어봅니다. 항상 무사항해하시기를 .....................
함께 여행을 하는 마음으로 잘읽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요.
하얀 돛대의 물결....전곡항은 요트천국 윤선장님의 요트를 타고 이곳에도 한번 오셔요 물론 왔다가였지요 2년전 세계요트대회에 갔을땐 좀 ..썰렁한 기분도 하지만 몇번의 대회를 치른후 많은 변화가...윤선장님 핫팅 공주에서
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생동감 있는 항해일지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