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는 모든 색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과 함께 ‘컬러 프로젝트’가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유명 전자 업체의 'HD 수퍼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티비 광고의 내용이었다. 이 때 등장한 한 외국 신사가 천재 컬러리스트라 불리는 장 필립 장클로(Jean Philippe Lenclos)이다. 그는 유리 외관을 전통 자기의 연초록빛으로 꾸민 인천국제공항의 인테리어와 화사한 컬러가 돋보였던 힐스테이트 아파트 외관 채색이 그의 작품이었다. 또한 광고에서 선보인 동작역 철교와 기둥 색채 작업도 그의 손길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 반포 힐스테이트
가끔 사람들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하고 이런 질문에 유치하게 대답을 하기도 하고 그 색을 가지고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기도 한다. 그런데 색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취향이나 이미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이것을 일컬어 '색의 상징성'이라고 한다.
각국의 국기의 형태는 대부분 네모인데 반하여 국가를 표현하는 색을 각기 다르다. 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 여행하다보면 마을의 경관들이 각각 특별한 색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색의 상징성은 단순하게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도시, 마을 등 인간이 살고 있는 어느 곳에든지, 심지어 자동차, 휴대폰, 책 등 인간의 삶의 모든 분야에서 그 이미지가 반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은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색채 지리학의 시작이다. 색채 지리학은 각 나라나 지방, 그리고 도시나 촌락 등 자신만의 빛과 재료로 특별한 색을 표현하는 새로운 지리학의 한 분야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료는 크게 두 가지의 결합체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지형과 기후 등의 자연환경,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랜 전통과 관습 등의 인문환경이다. 결국, 색채는 각 나라의 독창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지역의 독특한 성질은 지역성을 부여하는 요소가 되고 이것이 색채 지리학의 근간이다.
일반적으로 컬러리스트(Colorist)라고 알려진 장 필립 장클로(Jean Philippe Lenclos)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색채디자인 전문연구소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색채 전문자이지만 스스로를 '색채 지리학자' 라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색채 전문가나 디자이너로 인정받기 보다는 지리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의 학자로서 인정을 받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그에게 지리학자로서 영향을 준 계기는 일본에 교토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면서 자신의 살던 프랑스 북부 파드칼레 지역의 색조와는 너무도 다른 경관이 신선한 충격을 받아들여졌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 다시 들어와서 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부인 도미니크의 영향이 무척 크게 작용하였다. 그 이유는 단순한 내조가 아니라 그녀가 지리학자라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장클로가 지역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연구하는데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부인들 통해 지리학적 시각과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① 랑클로가 색을 입힌 프랑스 동남부 마르세유 북쪽 도시 ‘엑상 프로방스’의 아파트. ② 건축가 장 폴 비기에와 함께 신도시인 세르쥐-퐁투아즈에 건설한 주택. ③,④ 프랑스 부슈뒤론 지역의 포쉬르메르 내 솔머 산업지구 철강소의 전후 모습. ‘솔머 철강 플랜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작업했다. 랑클로가 가장 인상적인 작업 현장으로 꼽은 도시 살바도르 데 바이아 ⑤ 와 조드푸르 ⑥. |
장 필립 장클로(Jean Philippe Lenclos)처럼 지리학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리학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면 색채 지리학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각 지역의 지역색을 조사하여 지역성을 파악한 결과물인 『프랑스의 색(Color of France)』은 퐁피두 대통령상, 지리학회장상, 국제컬러디자인상을 모두 받을 수상하였다.
지역성을 연구함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색채만을 보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을 나타내는 지역만의 독특한 색채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연구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면밀히 조사해보아야만 진정한 색채지리학의 길이 열기게 된다. 단순히 "파란색하면 파란색이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파란색이 종류는 천자만별이고 그 색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리학의 시작은 무엇일까? 어떤 학문이든지 호기심이 연구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된다. 지리학은 '호기심'이다. 단순한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관찰하며 이를 통해 더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능력을 가진 학문이다. 지리학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글 이두현><ⓒ세상을 보는 창- 세상을 보는 눈, 코리아내셔널 지오그래픽-지오타임즈(http://geotimes.tistor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