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성혼숙 1일은 벌금형…35일은 선고유예

[변호사사무장 011-352-5239]

청소년 이성혼숙 1일은 벌금형…35일은 선고유예
대법원 양형위원회 빨리 설치해 양형기준 마련해야

남녀 미성년자들에게 하루 이성혼숙을 시킨 모텔 업주와 종업원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이 선고된 반면, 무려 35일 동안이나 청소년 이성혼숙을 시킨 업주와 종업원에게는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은 국선변호인이 맡은 반면, 선고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지방에 있는 유명 법무법인이 맡아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또 이번에 내려진 선고유예 판결과 유사한 사건에 대해 종전 대법원은 여관업자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는데, 더욱이 이번 사건의 경우 투숙기간 35일을 감안하면 관대한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남녀 중 한쪽이 미성년자일 경우 이성혼숙으로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 재판부마다 달리 해석할 당시인 2001년 8월 “‘청소년 이성혼숙’에 해당한다”며 여관업자에게 벌금 100만원을 확정했었다.

한편 법관의 양형 편차를 줄이고, 양형기준을 공개함으로써 재판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사법 신뢰회복을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무엇보다 재판에 대한 당사자들의 승복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하루 빨리 양형위원회를 설치해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공개함으로써 양형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과 같은 사법불신을 해소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광주지법, 벌금 100만원…청주지법, 벌금 50만원에 선고유예

광주지법 형사9단독 문준섭 판사는 남녀 청소년을 이성혼숙을 시킨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모텔 업주 이OO(46·여)씨와 종업원 김OO(38·여)씨에게 지난 16일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광주광역시 월계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던 이씨와 종업원 김씨는 지난해 3월 18일 강OO·17)군 등 남자 청소년 4명과 이OO(14·여)양 등 여자 청소년 3명을 이 모텔 801호에 함께 투숙하게 해 이성혼숙 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청주지법 정택수 판사는 미성년 여자와 성년 남자를 함께 이성혼숙 시킨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모텔 업주 연OO(24)씨와 종업원 박OO(66·여)씨에게 지난 16일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청주시 서문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던 연씨와 종업원 박씨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이 모텔 601호실에 미성년자인 박OO(18·여)양과 그녀의 남자친구인 지OO(20)씨를 함께 투숙하게 해 이성혼숙 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혼숙기간은 35일.

비록 종업원이 손님들을 받았지만 업주까지도 처벌한 것은 청소년보호법 제54조의 ‘양벌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들 재판부들은 판결문에서 따로 양형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는 ‘청소년에 대해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게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 “이성혼숙은 남녀 중 일방이 청소년이면 족해”

한편 대법원은 2001년 8월 당시 남녀 중 한쪽이 미성년자일 경우 이성혼숙으로 처벌할 것인가를 놓고 재판부마다 달리 해석하던 것에 대해 “성년 남자와 청소년인 여자를 한 객실에 투숙시켰다면 청소년 이성혼숙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관업자 김OO(45)씨는 2000년 5월 미성년자인 홍OO(18·여)양과 한OO(36)씨에게 1만 3,000원을 받고 이성혼숙을 시킨 혐의로 경찰 단속에 적발돼 1·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패소해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 제3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청소년보호법상 이성혼숙은 남녀 중 일방이 청소년이면 족하고, 반드시 남녀 쌍방이 청소년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소년에게 이성혼숙을 시키거나 장소 제공을 금지하는 것은 청소년을 각종 유해행위로부터 보호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