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지만 많은걸 준 여행의 마지막 도시, 호치민
오전에 공항까지 픽업 해 준다고 한다. 짐을 싸고, 놓고가는게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한다. 가방을 확인해 보니, 북한식당 영수증이 나온다. 기념으로 넣어뒀다는 재남이 말이 농담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이다. 참 놀러가서 별의 별 걱정을 다 하는 나다. 뭔가 불안해 일단 버려놓고 왔다.
체크아웃 하고, 추가 요금을 계산한다. 이번에도 재남이가 결재한다. 그제 저녁 식사한게 꽤 나온듯 하다. 라 베란다 리조트에 들어올 때 타고왔던 밴에 몸을 싣고 푸쿽 공항으로 향한다. 이번엔 여유있게 도착했다, 베트남 항공 카운터에서 체크인 하는데, 스카이팀 마일리지가 적립된단다, 야호~ 얼마 되진 않지만 일단 적립한다.
탑승장에 가기 전, 잠시 쇼핑을 한다. 재남이는 이것저것 둘러보더니 Sim 이라고 하는 푸쿽 특산물로 만든 술을 하나 산다. 보안검사받을 때 압수당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는지, 통과 안되면 와서 환불한다 확인을 받고 구입한다. 보안검사를 받고, 탑승장으로 들어간다.
탑승장 안에는 버거킹이 있었다. 치킨 버거를 고르려 했는데 와퍼 밖에 되질 않는단다. 결국 와퍼 두개 사서 같이 먹고, 주변을 둘러보며 쇼핑을 한다. 나는 레몬향 후추를 구입했다. 밖을 보니 베트남 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아마 탑승을 위한 준비를 하나보다.
집을 떠나온지 좀 오래 된걸 느꼈는지, 피곤해진다. ‘집에 가고 싶다’ 란 생각이 들 무렵 ‘아 내일 낮에 가면 좋을텐데 왜 하필 밤까지...’ 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비행기를 기다린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한번에 이렇게 많은 비행기를 타보긴 처음이다. 주로 공항에는 출국/입국 할 일이 아니면 가질 않아 그렇게 굳어져 버렸는지, 그냥 집에 갈까란 생각이 든다. 표정이 굳는다. 이런 날 보는 재남이 또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잠시 해본다.
탑승이 시작되고, 탑승동에서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한다. 베트남 항공 1810편, Boeing-737 기종 같아 보인다. 계단을 올라 비행기를 탄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수증기를 뿌린다. 시원하다, 비엣젯에 탔을 때는 승무원이 편한 캐주얼 복장이었지만, 베트남 항공 승무원들은 아오자이를 입고 서비스 한다, 어느나라나 다 비슷하겠지만, 여성의 몸매를 더 도드라지게 하는 옷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베트남 항공의 항공권
잠시 후 이륙, 푸쿽을 떠난다. 이곳에 2013년의 모든 기억을 나뒀다, 나중에 다시 오게되면 그때 기억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륙했다. 비워낸 만큼 좋은 기억을 채워 넣었다, 호치민은 어떤 도시일까 하는 기대감 보다는 낯선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가 마음을 지배한다.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이게 결국 화근이 되었다.
2시간 정도를 날아와 호치민 시 떤선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말을 내뱄는다. ‘한국가고 싶다.’ 재남이가 답한다. ‘그럼 호텔에서 쉬어, 돈 니가내고’ 순간 아차, 싶었다. 은연중에 재남이 눈치를 살핀다.
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는다. 호치민 풀만 호텔로 향한다. 택시에서 바라본 호치민의 느낌은 하노이와는 달랐다, 좀 더 서구화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하노이에서 봤었던 건물의 모습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풀만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향한다. 직원이 엘리베이터 사용법을 알려주는데 재남이 반응이 약간 위험하다, 이녀석 진짜 화났다. 공항에서 그런말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하여간 말조심 안하는건 알아줘야 한다. 방에 짐을 풀어두고 이야기 한다, 내가 말실수 했다고, 미안하다고, 재남이가 답한다. ‘내일 호텔에서 쉬고 하고 싶은거 해’ 잠시 후, 1층 로비로 가 호치민 시 지도를 얻어온다. 방으로 돌아와 지도를 살피고, 돌아 볼 곳을 체크한다. 라면 먹자며 준비중인 재남이가 한마디 던진다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내가 답한다 ‘나 혼자 좀 움직여 보려고...’ 재남이가 다소 격양된 말투로 이야기 한다.
‘내가 지금 화나는게 뭔지 알기나 해? 너 여기 머릿속 비우고 힐링 하러 왔다며, 근데 니 얼굴이 지금 어떤 표정인줄 알어? 스트레스에 가득해, 뭐가 그렇게 긴장되는거야? 페이스북에서의 네 모습이랑 지금 니 모습이랑 정반대야, 알어? 그냥 이 상황을 즐겨, 뭐가 그렇게 걱정인데? 너 여기 지금 여행하러 온거야? 임무수행하러 온거야? 이게 여행이지 행군이야?’
맞는 말이다,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되돌아보니 지난 6일간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할 때를 빼놓고 항상 긴장되어 있었다, 누가 내 가방을 가져가진 않을까?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걸 생각하지도 않은 채, 재남이만 따라다녔다. 뭔가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다.
아주 중요한 물건(여권, 신용카드) 들은 어차피 호텔에 보관해두고 다녔고, 실제로 내가 갖고 다녔던 물건은 핸드폰 그리고 약간의 현금이었다. 현금은 잃어버리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되고, 핸드폰은 iCloud 로 자동 동기화 걸어두었으니 사진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었다. 그냥 그 상황이 기분나빠 항상 긴장하며 다녔다, 여행이란게 원래 수많은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그런 일이 나중에 모두 추억이 되는건데 이걸 잊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아무 말도 없이 라면 먹으며 호텔방의 TV로 KBS World 만 보고 있다. 이 상황을 일단 벗어나자… 일단 로비에서 받아온 지도를 주머니에 넣는다. 재남이는 현지 SIm 을 구입해서 썼기 때문에 한국 전화번호랑 다르다, 일단 베트남에서 사용중인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방을 나왔다. ‘일단 혼자 좀 나가보자.’ 이 생각은 채 5분이 가질 않았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 혼자 나가봐야 뭘 하겠냐 싶어, 호텔 안의 휘트니스 센터에 갔다. 일단 좀 뛰자, 그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해보자.
일단 좀 뛰니 기분이 풀렸다. 샤워실에서 씻고, 방으로 올라간다. 재남이는 쇼파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일어나길 기다리며 닌텐도를 켠다. 시간이 좀 지나고 재남이가 일어났다, 말을 걸었다, 할 말이 있다고… 긴장했던건 사실이었지만, 여행 자체가 나에게 부담되고 그러진 않았다고, 내가 했던 말실수는 정말 미안하고, 이부분은 앞으로 고쳐나가겠다고 이야기 한다. 재남이가 답한다 ‘그냥 즐겨… 행군도 아니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재남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말하는걸 보니, 한국인이 하는 여행사로 전화를 건 모양이다. 한국어 가능한 사장님을 찾는다, 잠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지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일단 나가자, 밥이나 먹자’ 재남이를 따라나선다. 그때 깨닳았다. 재남이와 같이 왔긴 하지만, 내 여행이기도 하다, 그동안 베트남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를 실행에 옮긴다. 트렁크에 넣어두고 한번도 입지 않았던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꺼낸다. 이거 입고 다니자, 내가 하고 싶은것 중 하나였어…
‘이 구역의 포항팬은 나다!’ 유니폼 입고 호텔 방 나서기 전, 전신거울에서.
호텔을 나와 걷다보니 여행자 거리가 나온다, 하노이 만큼 왁자지껄 한 분위기는 아니고 무언가 차분한 느낌이다. 택시를 잡아 여행자 거리로 향한다. 여행자 거리에서 발로투어 라는 여행사를 찾는다. 재남이는 메콩 강 투어를 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나도 간 김에 호치민 시내 투어 상품이 있나 한번 물어봐야겠다 생각을 한다.
발로투어 사무실에 가니, 한국인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 한다. 아마 사장님은 우리 둘이서 시티 투어 상품을 물어보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시티투어시죠?’ 재남이가 답한다 ‘아뇨, 메콩 강 투어에요.’ 어차피 내일은 혼자 호치민 둘러 볼 생각인데 이거다 싶어 내가 물어본다 ‘시티투어 상품 있어요?’ 재남이는 옆에서 잠시 기다렸고, 사장님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며 시티투어 상품을 설명해준다. ‘비용은 50$ 구요, 50$ 안에 가이드비, 식사비, 중간 커피값, 입장료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 이거다, 혼자 둘러보기도 뭐한데 같이 둘러보면 재밌겠다 란 생각이 든다. 바로 접수했다. 재남이도 메콩 강 투어를 접수 하고 발로투어를 나온다. 나오면서 사장님께 한마디 건넨다 ‘시티투어 이쁜 아가씨로 해주세요~’ 농담을 던지는거 보니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진 듯 하다.
한국 도착한 후 다시 이야기 했을 때, 재남이가 호치민 이야기를 꺼냈다.
‘형(항상 형이라고 우긴다.)이 인마 베트남어를 할줄 몰라서 발로투어를 갔겠니? 난 그냥 sinh cafe 가서 신청하고 가면 됬어, 널 위해 일부러 한국인 여행사 까지 가서 신청한거야? 이런 내 배려를 넌 알긴 하냐? 난 처음부터 널 위한 계획을 다 세워놓고 왔다고…’
재남이의 마음 씀씀이에 다시한번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여행다니면서 항상 내 기분을 살피며 재밌게 해주려는 재남이 마음을 몰랐던 내가 한심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난 소고기 쌀국수를 먹었고, 맥주 한잔 먹었던 기억이 있다. 재남이가 여행사에서 받아온 지도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한 10분 걸었을 까? 어느 건물 앞에 수많은 오토바이가 서있고, 문에서는 아이들이 나온다. 재남이가 이곳은 학교 인 것 같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이야기 했듯이 교육열이 높아 늦게까지 공부 하고, 부모님들이 데리러 나온다고 했다. 반도기질(재남이는 ‘반도’ 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한국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라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나라가 두개로 분단되는 기억도 있었고, 내전(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도 있었고, 지금은 교육열이 한창이며 내가 느낀 바로는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 스스로 희생(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후술)하는거… 머지않아 베트남도 크게 성장하리라 생각이 든다.
호치민 시, 여행자의 거리
호텔 도착 후 로비에 갔을때 무의식중에 ‘사이공 지도 주세요’ 란 말이 튀어나왔다. 말 실수 한 듯 보여 ‘죄송합니다. 호치민 지도 주세요’ 라고 다시 말했다. 저녁 때 재남이가 말하길 ’여기사람들도 다 사이공이라고 말을 해, 근데 호치민 이라고 할 경우엔, 호치민 이름을 함부로 부르게 되니 뒤에 City 를 붙여서 말해, 호치민 City 라고’
좀 걸으니 23/9 공원 이 나왔다. 무슨 날을 기념하는 것 같은데… 아마 베트남전 종전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틀렸다, 베트남전 종전일은 4월 30일이다.) 공원에 나오니, 사람들이 제기차기 비슷한걸 하고 있다. 발로 찰 때 마다, 청축 기계식 키보드를 누를 때 처럼 경쾌한 소리가 났다, 재밌어 보였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아보여 구경하는것으로 만족했다.
공원에서 제기차기 비슷한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처음엔 이게 ‘세팍타크로’ 인가 싶었다. 저 놀이의 이름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같은 놀이를 하고 있는 다른 사진, 하는게 ‘동네제기’ 와 비슷했다. 축구 보러갔을 때, 선수들이 몸풀기 위해 축구공으로 하는 훈련이랑도 비슷해보였다.
좀 더 걸으니 벤탄 시장이 나왔다. 밤이라 야시장도 같이 열렸다. 여기서 커피 좀 사가야 겠다 생각을 했다. 커피를 보자 향을 맡아 보라며 주인 아저씨가 한웅큼 떠준다, 향이 괜찮다. 오 이거 살까? 하면서 가격표를 보는데 재남이가 옆에서 한마디 건넨다 ‘짬자~ 짬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아저씨가 조금 깎는다, 일단 가방을 가볍게 하고 다니고 싶어 자리를 뜨려 하자 아저씨가 가격을 더 깎는다, 재밌다. 쇼핑이란게 이런 재미구나란 생각이 든다. 일단 나중에 오겠다 하고, 자리를 뜬다.
중간에 등에 씌우는 갓 같은걸 파는 가게가 나왔다. 접을 수 있는건가 물어보려 잠시 살펴봤는데 접는거 같지는 않아보인다. 아마 초등학생 쯤 되보이는 여자 아이가 나에게 따라붙은 때가 이때 쯤 이었나보다 .
‘오뽜~ 오뽜~’ 한국어로 이야기 하며 부채를 보여준다. 하나 살까 했지만, 일단 자리를 피한다.
여기서 잠깐, 하노이에서 빈재만과 맥주를 마셨을 때 이야기를 꺼내본다. 교육열이 대체로 높고, 대학입학 경쟁도 치열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꽤 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보다는 돈이 중요해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예를들어, 아이에게 장사를 시켜 오늘 10$을 벌어온다면, 부모들은 돈을 벌기위해 장사를 시킨다고 한다, 아이 교육은 뒷전인 상태로.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가 자식들 교육 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이었는데, 차후 베트남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야 한다고, 때문에 아이들이 물건팔러 올 때, 절대 사주면 안된다고 한다.
일단 그 아이를 무시하기로 했다. 아이쇼핑의 재미를 쏠쏠히 즐기면서 조금 걸었다. 좀 걷다보니 커피파는곳이 나왔다. 재남이가 다람쥐 똥 커피가 좋다고 이야기 한다. 아까 갔던 곳에 비해 싸다, 일단 향을 좀 맡아 보기로 했다. 향기롭다. 나중에 한국에서 마셔보고 싶었고, 같은 팀 커피 매니아 몇분이 생각났다. 선물로 사가기로 한다. 150g 은 갈아달라고 하고 150g 은 콩으로 달라고 했다. ‘깜몬~’ 이라 하고 나설 무렵, 재남이가 부채를 산다, 밴탄 시장부터 우릴 따라붙었던 그 여자아이 한테, 하하, 정말 끈질긴 근성이다. 날은 여전히 더워 땀을 좀 많이 흘린걸 봤는지 부채를 나한테 준다, 더위를 좀 식히라고 한다.
좀 더 걸으니 공원이 다시 나타났다. 야자수 두개를 시켜 먹는다. 주변을 구경 하며 야자수 내용물을 파먹는다, 맛있다. 하하
야자수 먹고… 호치민의 중심에서 스틸러스를 외치다.
호치민 시청 앞, ‘박 호’ 호치민 아저씨 란 뜻이다. 그의 동상 앞에서 한장
걷다가 재남이가 약간 힘든지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사이공 강에 가보니 유람선 식당이 있었다. 재남이 말로는 강 위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출항한다고 했다. 강바람이 느껴진다. 시원하다.
베트남 생활에 어느덕 적응이 된 듯 하다, 4차선 도로 무단횡단도 가능하다 하하, 다만, 여긴 신호등이 조금씩 보인다. 호치민도 조금씩 서구화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좀 걷다가 재남이가 가고싶어하는 바엘 갔다. 라이브 공연도 하는 바라고 했다. 과일과 칵테일을 시키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여자 가수가 나왔고, 알 수 없는 라틴 풍 노래를 부른다. 가사는 몰라도 된다. 재남이 말대로 ‘소울을 담아’ 리듬을 타고 그냥 즐기기로 했다. 재밌다. 다음 순서로 남자분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착착착착 하는 리듬으로 박수를 유도한다. 웃으며 나도 박수로 리듬을 맞추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신청곡이 나온다. 리키 마틴의 ‘livin’ da vida loca’ 였다. 야호~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신이난다. 노래를 따라불렀다. 가수분이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다음 공연도 잠깐 보다가 쎄옴을 타고 여행자 거리로 돌아온다. 목욕탕 의자에 맥주 하나 놓고 안주도 하나 시켜놓고 이야기 한다. 맥주 마시는 와중에 주변이 웅성웅성 한다. ‘공안이 단속 나왔다보다’ 라며 자리를 안쪽으로 옮긴다. 서두르다 맥주를 한병 통짜로 날려먹는다. 어흑.. 맥주 한병 더 시켜 먹다보니 덥다. 재남이가 주인 아줌마랑 뭐라뭐라 이야기 하더니 자리를 밖으로 옮긴다. 다시 공안이 왔나보다, 분위기가 어수선 하다. 자리를 조금 움직이다가 이번엔 재남이가 맥주병을 통짜로 깼다. 이 상황이 재밌다 하하하하
월드컵 시즌이 맞긴 한가보다, 주변에 브라질 유니폼 입은 사람도 보이고, 바르샤 유니폼 입은 사람이 제일 많이 보인다. 역시 축구는 만국 공통의 언어다 라고 생각을 하는데, 지나가던 아이가 아는척을 한다. ‘Do you like football?’ 오~ 드뎌 포항 스틸러스를 아는 사람인가? 생각 했지만 현실은 늘 시궁창이다, 모르나보다… 2009 아시아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를 모르다니 엉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가 갔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못함을 아쉬워 하며 술을 먹다보니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난다.
자기는 바르샤 팬이라며, 나보고 어느 팀 이냐고 물어본 바로 그아이
맥주를 먹다가 주변 테이블에서 말을 걸어온다. ‘Where are you from?’ 누가 답했는진 기억이 안난다. ‘Han Quoc~’ 이사람도 축구 어지간히 좋아하나보다. 브라진 유니폼 입고 있다. 하하 축구 이야기인듯한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같이 놀자고 한 것 같은 모양이었지만 일단 자리르 뜨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마지막 밤, 내일 둘러 볼 곳을 생각해보며 잠이 든다.
여행 마지막 날, 머릿속에서 편견 하나를 지우며...
오전 6시 쯤, 갑자기 눈이 부시다. 재남이가 메콩 강 투어 준비를 하는 듯 하다. 난 좀 더 자려다. 잠자리를 뒤척인다. 잠시 후, 재남이가 짐을 싸고 방을 나간다. 나는 다시 잠에 든다. 조금 잤을까? 잠시 일어나 시계를 본다. 9 시다. 일어나 정신을 차린다. 커튼을 열어 창밖을 본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맞이한다. 나도 슬슬 나갈 준비를 해보자.
재남이가 없는 상태에서의 첫 여행, 일단 씻고, 혼자서 하나씩 해보기로 한다. 일단 아침을 먹자, 식당에 가니 종료랜다… 에? 아직 10분이나 남았는데? 생각하며 식당을 나온다. 일단 밥먹는건 나중에 생각하고, 방에 돌아와 체크아웃 준비를 한다. 호텔에 맡겨놓을 짐과 내가 오늘 들고 다닐 짐들을 정리한다. 충분한 돈을 챙긴다. 남은 돈을 세어보니 80$ 정도, 이건 비상금이라 생각하고 여권과 함께 캐리어에 넣어둔다. 짐을 다 싸고 시계를 보니 체크아웃 시간까지 앞으로 2시간, 일단 뭘 좀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카페가 있다, 여기서 메뉴를 고른다. 일단 커피 하고, 피자 하나를 주문 한다. 기다리는 와중에 직원이 영어로 뭔가를 물어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피자가 나온다. 맛이 좀 짜다… 이런… 커피를 하나 더 시키려다 일단 먹는다. 먹다보니 직원이 물 한잔 갖고온다. 감사히 먹는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내 힘으로 꼭 모든걸 해보리라’ 다짐하며 캐리어를 들고 나간다. 시작은 체크아웃 부터, 영어로 이야기 하며 추가 결재내역을 보여준다. 내가 카페에서 먹은것 말곤 없다. 카드를 내민다. 잠시 후 해외결재 내역 알림이 뜬다. 약 30만동… 순간 30만원으로 보고 움찔했다. 여기 화폐단위는 도통 적응이 안된다. 이런것도 여행의 재미다 생각하며 결재를 기다린다.
체크아웃 절차는 모두 종료, 이제 내가 호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문제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라고 속으로 반복하며 호텔 문을 열었다. 뜨거운(하지만, 하노이 보다는 나은) 기온이 나를 맞이한다. 일단 호텔 앞에서 ‘편안하게’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 일도 없었다. 호텔 안이어서 그랬겠지, 그럼 일단 떠나보자, 호텔 주변부터 돌러보리라 생각한다. 호텔 밖으로 나간다.
한걸음을 내딛었다. 아무일이 없다.
한걸음을 더 내딛었다. 역시 아무일도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긴 베트남이다, 아무일도 없다.
내 생각대로 였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어야 할텐데 아무일도 없다. 긴장이 풀린다. 호텔 주변을 한바퀴 돈다. 주변에 대한민국 영사관이 있었다, 가깝게 있었네… 방향을 돌려 다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마사지샵이 몇군데 보인다. 재남이한테 일단 연락했다. ‘호텔 근처에 마사지샵 발견’. 일단 공항 가기 전 여기서 샤워를 한번 하고 가는게 나을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 좀 더 가보기로 했다. 중간에 찻집이 나와 일단 시원한 차 한잔 마신다. 일본 풍 찻집 인가보다. 메뉴에 일본어로 적혀있다. 차를 한잔 했으니 이제 다시 걸어본다. 호치민 여행자 거리까지 걸었다. 어제 술마셨던 곳도 보고, 발로투어를 찾아보리라 했는데 찾지는 못했다.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본 1 시간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자기일에 바쁘고 더위에 잠시 쉬느라 바쁘다, 시계를 보니 잠시 후면 시티투어 가이드가 호텔로 오기로 한 시각이다. 호텔로 돌아간다.
가이드가 오기로 한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다. 호텔에 다시 들어간다. 들어오니 시원하다. 더위에도 적응하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와중에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호텔 프런트 한테 영어로 물어본다 ‘Can I take a shower after checkout?’ 문법에 맞는지 틀린지는 더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다, 저사람에게 내 말을 이해만 시키면 된다. 호텔 직원이 답한다. ‘Sure sir.’ 재남이만 괜찮다면 호텔에서 씻고 바로 택시타고 갈 수도 있겠다, 좋아, 이렇게 뭔가 또 하나를 했다 란 생각이 들 때 쯤, 호텔 앞에 아오자이를 입은 어떤 아가씨가 서있다, 가서 물어보니 발로투어에서 왔다고 한다. 가이드가 왔다. 시티 투어가 시작된다.
호텔 바로 뒷편의 거리에서,
장기 비슷한 것을 하고있는 사람들.
내가 갖고있던 선입견들 과는 달리, 이사람들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관심이 없었다.
먼저 영어로 내 이름을 물어본다. 내 이름을 알려주자 나를 Lee 로 부르겠다고 하며, 자기를 소개한다. 자기를 ‘Mai’ 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웃으며 출발 하려 할 때,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런… 비가 와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난 괜찮은데 당신은 어떤지 내가 되묻는다. Mai 는 이게 자기 직업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한다. 일단 비가 너무 오는 것 같아.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5분 정도 기다리자, Mai 가 오토바이를 주차시키고 온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올해로 24살, 대학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한다. 파트타임으로 가이드 일을 한다고도 했다. 전공은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현재 혼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K-Pop 이나 한국 드라마를 재밌게 본다고 한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한다.
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님을 일깨워준곳, 전쟁박물관
겪어보지 못한 자에게 전쟁이란 달콤한 것이다. -에라스위스-
전쟁에서 이겼음을 아름답게 여김은 살인을 즐기는 것이다. -노자-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태어나며, 위대한 서사시와 위대한 영웅을 남기는 게 아니라 눈물과 고통 그리고 피만 남는 비참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클라우제비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베트남에 오면서 보리라 마음을 먹었던 것 중 하나는 베트남 전쟁 관련 흔적이었다. 어떠한 일이 있었고, 그동안 한국에서 교육받은 관점(미국 에서의 관점) 과는 다른, 베트남 입장에서 바라본 베트남 전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몇분을 달려 전쟁 박물관에 도착한다. 야외에 미국 무기들이 전시되어있다. 베트남전 때 노획한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아직은 조금 어색 한 듯, 뭐라 할 말이 생각이 나질 안았다. 하하, 들어가기 전 박물관 앞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하나~둘~셋~’ 이라고 한국어로 이야기 한다.
전쟁 박물관 앞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애석하게도, 전쟁박물관의 사진은 이것 한 장이 다다.
그 안에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술.
박물관 현관의 이런 저런 게시물을 보다 보니, 전시실의 문이 열렸다. 바로 들어갔다. 전시실 안에는 전쟁의 시작에서 종료까지의 과정을 설명을 해 놓았고, 전쟁에서의 통계 자료들, 미군은 몇명이 전사했고, 베트남인은 몇명이 죽었으며, 사용한 폭탄의 양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쟁에 사용되었던 무기들 중, 내가 군대에서 사용했던 총(M-16) 이 하나 보였다. ‘나 군대에서 이거 썼었어요’ 라고 말하니, ‘한국분들 여행오면 그 이야기 정말 많이해요’ 하면서 웃어보인다. 한국도 비슷한 전쟁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도 같이 했다. 자세히 이야기하기 좀 부자연스러워 보여서 ‘한국전쟁도 베트남전쟁이랑 비슷한점이 많다’ 라고 답해 주었다. 여기까진 여느 전쟁관련 박물관에 있을 법한 기록들이다. 문제는 그 다음 전시장에 ‘미국의 전쟁범죄’ 라고 이름이 붙은 전시실에 입장 할 때 부터였다.
미국의 폭격 혹은 학살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진이 나왔다. 흑백사진도 있었으나, 간혹 컬러 사진들도 보였다. 사진의 잔인성에 대한 평가 없이 모든 면이 나왔다. 길에 널부러져 있는 수많은 시체들, 파괴된 집… 황폐화된 길 위를 걷는 어떤 베트남인…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이다. 차마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기록해둔 곳에서 사진이나 찍어 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전쟁 기념관 관람 순서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순서가 틀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다음 전시실로 들어갔는데, 베트남 전쟁에 관한 전황 등(어느 부대가 어디서 싸웠고 등…)을 전시해 두었다. 호치민 루트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호치민 루트에 관해서 잠시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백마부대와 맹호부대의 마크가 익숙하다. 한국군이 싸웠던 장소를 지도에서 가리킨다. 그동안 한국의 용맹스러운 군인들이 베트남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렸다고 배웠는데… 이건 좀 아닌 듯 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Mai 한테 이야기 한다. ‘Sorry...’, Mai 가 답한다. ‘No, It’s not our generation’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나 생각 하며 걸어갈 때쯤 다음 전시실이 나온다.
이번에 본 사진들은, 전쟁에서 사용된 화학무기, 네이팜탄, Agent Orange 라고 불리우는 ‘고엽제’ 의 피해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폭격을 맞은 듯 한 마을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옷을 다 벗은채로 도망가는 장면이었다. Mai 의 말로는 저 사진속의 여자아이는 지금까지 살아있다고도 했다. 꽤 오래전 신문 기사에서 그녀 관련 기사를 본적이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진과 함께… 내용은 대략 ‘그때의 미군이 저지른 만행을 지금 용서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기사였는데, 조선일보의 신뢰도로 봤을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Mai 에게 이 내용을 말했다. 반응은 기억이 안난다. 그 다음엔 화학무기의 피해에 관한 사진들을 전시해두었다. 화학무기로 인해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아무 죄가 없는 아이들이 기형아로 태어났다. 화학무기의 피해자로 보이는 태아가 보존 전시되어 있다. 베트남인 뿐만 아니라, 참전했던 미군들에게서도 기형아가 태어난 사진들을 전시해두었다. 과연 전쟁에서 승자가 누구인가 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충격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여기는 좀 벗어나고 싶었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좀 더 자세히 봤을걸 하는 생각이 여행기를 작성하는 지금 든다. 전쟁 박물관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걷다보니 출구가 나온다. 나가자…
리더의 덕목을 알려준 통일궁
전쟁 박물관의 출구에서 잠시 기다리니 Mai 가 오토바이를 몰며 왔다. 뒤에 타고 ‘Ok~ Let’s Go~’ 라고 외치자 출발한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가 더이상 이질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적응을 했나보다.
통일궁 관련 글을 쓰기 전에, 예전부터 내가 궁금했던 것 몇가지를 이야기 하겠다.
1. ‘베트남 사람들이 진정으로 공산주의를 원했는가?’
2. ‘공산주의를 원했다면 왜 인가? 호치민 때문인가?’
3. ‘그럼 호치민은 무엇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세뇌교육인가?’
4. ‘남베트남은 왜 베트남전에서 졌는가?’
4번에 대한 정답으로 내가 배운거것은 군대 정신교육/예비군 교육을 받을 때 마다, 부족한 군인정신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남베트남 내에서 북베트남 추종 세력의 반정부 시위를 통한 혼란을 야기하였다고 배웠다. (KBS 에서 방송한 베트남 전쟁 관련 다큐에 이와 같은 내용이 나와있다.)
잡설이 너무 길었다. 잠시 달리다 보니 통일궁에 도착했다.
통일궁 앞에서, 역광이라 사진이 좀 어둡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외관은 화려하다.
정문에서 걸어들어가며, 베트남 전쟁 관련 질문을 했다. 이곳이 함락되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나지 않았냐고. Mai 가 대답한다. ‘북베트남 탱크 두대가 통일궁 문을 뚫고 들어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한바퀴 돌았어요, 그때가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전쟁이 종료되었습니다.’ 약 40 년 전 탱크가 돌고 있던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대통령궁(통일궁인데, 자꾸 이렇게 말한다.)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화려한 모습이 나를 맞이 한다. 1층에서 본 방은 吉 자를 본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교 문화가 영향을 끼쳤지만, 吉은 행운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Mai 는 한자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유교문화권 이지만, 문자가 모두 로마자로 바뀌어 잘 모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통일궁 1층의 모습. 화려한 모습이다. 아마 정부 요인들이 식사등을 하던 곳인것 같다.
바로 옆에 있었던 컨퍼런스 룸이다.
지금 여기서 회의를 진행 할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이다.
잠시 둘러보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온갖 호화로운 물건들이 내 눈을 자극한다. 지금 한국에 갖다놓아도 충분히 비싸게 팔릴 물건들 뿐이다.
2층에서 본 카페트, 외국에서 선물 한 물건이라고 한다. 어느나라 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이런….
접견실로 보인다. 화려하다.
3층 부터는, 쉬기 위한 장소들로 꾸며져 있다, 서서히 왜 베트남전에서 남베트남이 졌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통일궁 안에 있었던 실내 정원.
극장, 이게 나라 운영하는데 왜 필요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불필요하게 넓은 개인 서재, 마작판을 비롯해 온갖 오락도구로 가득 찬 휴게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가장 아쉬웠던점은 하노이에서 호치민 관련 자료를 자세하게 알아보지 못했음이었다. 글을 통해 이해한 호치민의 생각과 그의 삶을 눈으로 보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단순 비교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위에서 내가 말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원했던건 이데올로기 였는지, 지도자였는지, 왜 목숨걸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 했으며, ‘호치민 루트’ 라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베트남 국민들이 감수했는지 그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주,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하노이 주석궁의 화려함을 이야기 하는분이 계시리라 믿는다, 호치민은 주석궁을 사용하지 않았고, 근처에 있는 정원사의 남루한 집을 사용했으며, 주석궁을 사용할 땐, 국빈 영접 등 중요한 일이 있을때였다고한다, 이게 내가 글을 통해 알고있는 호치민에 대한 지식이며, 이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기엔 무리가 있음을 전제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는 와중에, 옥상의 휴게실에 도착했다. 날이 덥고 목이 좀 마른다. 매점에서 음료수 하나 먹고 가자고 이야기 한다. 내가 샀다. 하노이 호텔에서 먹었던 그 Tea+ 를 골랐다. 잠시 이야기 하다가 투어를 계속한다.
호치민 중앙 우체국에서,
우습게도 Post Office 를 계속 Bus Office 로 이해했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지금까지 버스터미널인줄 알았다. 하하하….
중앙우체국 내부
중앙우체국 앞에 있었던 노틀담 성당, Mai 가 말하길 프랑스가 이 건물을 짓는데 사용될 모든 재료들을 프랑스에서 공수 해 왔다고 한다, 벽돌까지….. 미친놈들 이란 생각을 하며, 안을 둘러보았다. 각 자리마다 TV 가 설치되어있는것으로 보아, 미사도 보리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Mai 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었고, 종교가 없다고 답했었다. 베트남 신혼부부들이 여기서 결혼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마침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당신도 결혼하면 여기서 사진을 찍을꺼다’ 라고 말을 건네자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잠시 걷다가, 공원이 나왔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Mai 가 커피 두잔을 사온다. 베트남 커피의 달콤한 맛이 너무 좋다. 중독되겠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 한다. 현재 베트남의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대학때문에 대도시로 올라오긴 하지만,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 지방이라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모로 한국이랑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듯 하다. 교육열부터, 특정 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까지… 한국어 공부도 이야기 한다. 베트남어랑은 어순이 달라 공부하기 힘들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일본어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일본어 공부 하려면 한자를 알고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웃음을 짓는다. 하하, 나도 한자는 정말싫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다음으로 벤탐 마켓을 돌아봤다. 실내 시장을 돌아봤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여자친구 있으면 여기 선물 이뻐요~ 하나 사세요~’ 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난 여자친구가 없다 엉엉, Mai 에게 ‘남자친구 있냐?’ 라고 물었지만 현재는 없댄다. 실내라 에어컨이 나와 시원하다. Mai 는 ‘날이 더우면 여기서 일부러 좀 있다가요~’ 라고 한다. 좀 더 있을까 생각하다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리라 마음 먹는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밥먹으러 가자고 했다. Mai영어로 ‘쌀국수에 도전 할 준비가 되었냐?’ 라고 물어본다. ‘try’ 발음이 달라 이해를 못 하니 ‘t’ ‘r’ ‘y’ 라고 스펠링을 불러준다. 핫핫 이제 이해했다. 근처 쌀국수집에 간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Mai 를 알아본다. 유명인이냐고 말을 건네자 ‘투어만 하다보니 이사람 저사람 다 알게되더라고요’ 라 답한다.
쌀국수를 먹었다. 양이 큰걸 시켰는지 더이상 들어가질 않는다. Mai 에게 안먹냐고 물어보자, 자긴 배가 부르다고 한다. 하긴, 투어 할때마다 먹으면 배가 터지겠지…. 생각을 한다. 이것저것 물어본다. 오늘은 투어 신청 손님이 나 한명이고 보통 하루에 2~3 명을 만난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자 ‘직업인데요 뭐~’ 라고 답한다. 잠시 있다가, Skype ID 를 교환한다. Captain Thomas 라는 닉네임을 보고 재밌어 한다. 앞으로 Thomas 라고 부르겠단다. 하하
조금 앉아있다가. 오페라 하우스로 향한다. 씨티투어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오페라 하우스에 근처에서찍은 사진, 고전적인 건물과 현대건물이 섞여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불행히도 안에 공연중이라 따로 들어가 볼 순 없었다.
시계를 보니 5시다, 여행사에서 설명받은 시간은 4시간이고, ‘이제 끝난건가’ 라고 생각해 발로투어로 가자고 하니 Mai 가 긴장했다 ‘뭐 맘에 안드는거 있냐?’ 라고 묻길래 ‘여행 다 끝난거 아니에요?’ 라고 되물었다. 아직 사이공 강이 남아있다고 했다. 마지막 장소를 향해 출발한다.
사이공 강은 오토바이를 타고 둘러본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모습이다라고 생각하니 왠지 아쉽다. 이렇게 씨티투어도 종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발로투어에 도착하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덕분에 재밌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기념촬영을 한다.
발로투어 여행사 앞에서, 하루 가이드를 해준 Mai 와 함께, 이렇게 또 한사람을 만났다.
사장님이 재남이가 곧있으면 온다고, 잠시 기다렸다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난 근처를 더 돌아보겠다 하고 나선다, 돌아다니다가 확인할게 있어 여행사로 돌아왔다. 기념촬영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냐고 묻자 여기 벽에만 붙을 거라고 한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이메일 주소를 남긴다. 주변을 둘러보면 호치민 시의 마지막 모습을 다시 기억속에 남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단지 내 선입견 하나 때문에 경계하고있었다는 아쉬움과, 끝이 좋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몇시간 뒤면 호치민, 그리고 베트남과 작별이다. 여운을 즐긴다.
몇분 있다가 재남이에게 연락이 왔다. 도착했댄다, 재남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메콩강 투어 일행이 같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같이 온 두분(여행의 고수시라고 재남이가 이야기 한다.), 딸이랑 같이 여행 오신 어머님도 계셨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한다. 밴탐 시장의 식당에 자릴 잡는다.
날이 더운데다가 쌀국수를 푸짐하게 먹고 온 탓인지, 음식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갑자기 목이 말라온다. 난 음식 하나, 코코넛 하나를 시킨다.
음식이 나왔다. 하노이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라 몇개 먹고, 주변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한 기억이 있다.(확실치 않음) 재남이가 나 먹으라고 코코넛을 하나 더 시킨다. 땀을 비오듯 쏟았더니 수분이 모자랐는지 쭉쭉 들어간다. 시원하다. 식사 도중에 명함을 교환 했다. 한국가면 소개팅 시켜주신다고 재남이가 바람을 넣는다. 일단 내 소개와 함께 명함을 건네드린다.(후에 한국에서 진짜 소개팅 제안이 왔다….만, 나이가 어려 거절했다. 이 자리를 빌어 신경 써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린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온다. 여행의 고수님 일행분이랑 잠시 이야기 한다. 약간 힘들다는 말씀을 하시는 듯 했다, 재남이가 나를 살짝 쳐다본다. 하하.. 괜시리 창피하다. 여행의 고수님께서 모녀분께 마사지샵을 추천하며 씨클로를 태워드린다. 우리도 같이 타고 가려 했지만, 시클로 기사가 거부한다. 하긴 거구 둘을 태우고 어떻게 가겠냐 싶어 모녀분들을 보내드리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에 관해 잠시 이야기 했다. 우리가 해온 여행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 했고, 치안 상태, 말라리아 등이 염려되 긴장을 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여행이 스트레스로 돌아왔다고 이야기 했다. 오늘 했었던 경험들을 하나씩 이야기 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만들어 놓은 감옥 안에 스스로 들어간 모습이 되었지만, 그 편견을 지워나가게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감정이 격해졌다. 여행의 고수분이 명함을 주시며 이야기를 한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부터, 그걸로 인해 얻어지는 많은 것들, 여행하면서 배우게 되는것, 그리고 여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것,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깊은 뜻을 아직 다 알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 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만 지금도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고있는 한마디가 기억에 특히 와닿는다.
‘호치민은 너한테 위험하다고 한적이 없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자세한 이야기들은 후기편에 따로 이야기 할 예정이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 고수일행분들과 헤어지고, 쎄옴을 타고 호텔로 향한다, 밤공기가 시원하다.
경황이 없어 발로투어에 고맙다는 이야기도 못했다. 다시 전화를 드려 사장님과 Mai 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Skype 로 Mai 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호텔 안에서 샤워가 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재남이하 흔쾌히 호텔에서 씻고 가자고 한다. 프런트에서 짐을 찾고, 6층으로 올라가 씻고 나온다. 캐리어에서 물건을 몇개 꺼낸 다음,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재남이는 뒷자석에서 빈재만, 후엔 에게 연락을 한다. 나랑도 잠깐 통화 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다시 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모두들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공항, 그리고 귀국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앞에서 링에게 전화가 왔다. 잠시 통화를 하고, 공항에 들어가려는 찰나, 들어가려면 e-Ticket 이 필요하단다. 앱으로 신나게 찾고 있는데, 그냥 들어가도 된댄다. 일단 공항에 들어갔다.
아시아나 창구로 들어갔다. 재남이가 골드회원이라 나도 같이 체크인 한다. 야호~ 빠르다. 짐을 맡기고 주변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을 한방 찍는다. 기념사진이다.
호치민 떤선녓 국제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받고,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좀 산다. 나는 염주와 장식품 몇개를 샀고, 재남이도 몇개 샀다. 라운지에서 잠시 기다린다.
‘총평을 좀 해봐’ 재남이가 물어본다. 지금 드는 기분들을 말한다. 다소 두서없이 말한 것 같지만, 진심은 전달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쓴 여행기가 총평의 일부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 그렇게 머리회전 빠른사람 아니야…
조금 기다리니 탑승이 시작되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탑승구에서, 비엣젯 승무원과 함께… 라고 우겨본다.
한국을 가기 위한 비행기가 이륙 한다. 이제 베트남은 안녕이다. 안대를 부탁해서 하나 받는다. 눈을 가리고 푹 자자, 그러면 한국에 도착 해 있을 꺼다….만 잠이 잘 안온다. 일단 눈만 좀 감고 있는다.
중간중간 비행기가 흔들린다. 아래로 쭉 내려가는 느낌이 난다. ‘쓸때없는 생각하지 말고 자라 황춘아’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고 신경을 안쓴다. 달라졌다. 하하…
새벽 4시(한국시각) 쯤 되었을 까? 대만을 지나고 있다. 창문을 열어보니 먼 곳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아름답다. 저 멀리 비행기가 한대 지나간다. ‘잘가~’ 라고 손도 한번 흔들어준다. 이런게 상황을 즐기는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즐겁다.
2014년 6월 8일 오전 6시 경, 인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자동 출입국 심사 창구로 지나가고, 짐을 찾아 입국장으로 나온다.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재남이는 버스를, 나는 공항철도를 타고 집에간다. 가는길에 재남이에게 카톡이 온다. 그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끼며, 집으로 간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이다. 다시 시작하자.
베트남 여행기 완료.
|
첫댓글 토마스님 여행기 잘 보았어요~ 처음엔 여행에 대해 불안감이 있었지만 나중에 여행을 즐기게 되고 좀 더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 마치 나의 일인것처럼 뿌듯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두분, 굳건한 우정 계속 쌓아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