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46225164B9462D091)
방학동안 학교 기숙사에 머물며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무슨 자격증을 츼득한 딸아이가
개학을 몇일 앞두고 집에 잠시 내려 왔다가 내일 다시 서울로 올라 간단다
이제 서울에 올라가면
언제 또 내려올지 모르는 딸아이를 위해서 먹거리 이벤트를 생각 하던중
마누라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요즘 같이 꽃게값이 쌀때 꽃게 좀 넉넉히 사다가
꽃게찜도 먹어보고....
꽃게탕도 끓여보고.....
양념게장도 만들어 먹어보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225164B9462D092)
이 제의에 딸아이가 환호하고
덩달아 아들넘까지 어깨춤이다
봄꽃게라면 최하 3-4만원 이상 할테지만
요즘 가을꽃게는 얼핏 듣기로 1만원에서 오르,내리는 가격이라니
그리 부담은 되지 않는다
글따면 가보자
꽃게 장보러 서산 동부시장으로.....
오랫만에 찾은 서산 동부시장
못 와본 몇년사이 옛 재래시장의 모습과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장옥들도 새로 정비 되어있고 시설도 제법 깨끗한 모습이다
그리고 넘처나는 해산물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225164B9462D193)
과연 꽃게철은 철이다
수산시장 가계마다 넘처나는 꽃게들.....
그러나 듣던대로의 가격은 아니였다
Kg당 1만5천원을 호가한다
어멈!!! 글고보니 오늘이 1물 조금때에 주말이 겹첬네
그러니 가득이나 기복이 심한 꽃게값이 오를수 밖에....
(지난주 토요일 7물사리때 보톡스의 전언에 의하며 마검포 산지에서 Kg당 5천원에 거래)
그러나 우리 마누라가 누군가!!!
시장안 수산가계 꽃게란 꽃게는 모두 들었다 놓았다 하더만
수산가계가 아닌 노상에서 함지박에 좌판을 하고 있는
인상좋은 아줌마 붙잡고 흥정을 시작하드만
결국 Kg당 1만2천원씩 흥정을 끝내고 3Kg 값을 나보고 계산하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6225164B9462D194)
잠깐 샛길로 빠져
가을꽃게의 기억을 되돌아보자....
그러니까 재작년 9월초쯤으로 기역된다
난지도 후배 장혁이와
단둘이서 장안여 등대로 밤낚시를 나갔었다
그때는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카메라를 a/s 보내고 출조를 하게 되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든가.....
그날 저녁 선갑도를 넘기는 낙조는
내가 난지도 생활중 최고의 풍경이 연출되어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함에 가슴을 저려 했었다
그리고 그날밤......
연달아 줄줄이 올라오던 오짜우럭에 열광하다
아침 물때까지 손맛을 보겠다며 잠깐의 휴식에 들어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225164B9462D296)
그날따라 바다에는 바람 한점없어
그야말로 고요하기 그지없는 장판의 바다였고
우리는 커피 한잔씩을 끓여 마신후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배 바닥에 누워 눈을 붙었다
그러길 얼마만 이였든가
조용한듯 하면서도 넓게 펼처진 듯한 바닷물을 가볍게 때리며
깊은 침묵의 바다를 깨우는 소요......따다닥,따다닥~~~
"장혁아....
이게 먼 소리냐??"
"글쎄요!!!"
부스스 일어난 장혁이는
소리나는 바다를 향해 라이트를 비쳤고....
곧이어 터지는 소리....."형님 꽃게 떼들의 이동!!!"
"세상에 꽃게떼가 물위 상층에 떠서 조류를 따라 이동하다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225164B9462D397)
自然의 驚異
이건 전혀 생각도 못했던 상상밖의 광경
꽃게떼들은 새끼 발가락 끝에
둥굴게 노처럼 생긴 다리(부채발)로 바닷물을 치면서 헤염치며
깊은 바다로의 생활터전을 찾아 이동중이였다
이런 광경을 목격할 확률이 어느정도일까.....
물론 시기적으로
연안에서 산란을 끝나고 부화한 새끼 꽃게들은 박피를 거듭하면서
속은 차지 않았지만 곁모양을 성장 시킨후
속을 채우기 위해 수심깊은 동지나해로 이동하는 시기 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깊은 밤에
우리처럼 이렇게 바다위에 얕게 떠 있다든가....
결정적으로 오늘밤처럼
바다 표면이 잔 파도 한점없는 날이 어디 그렇게 흔한 일인가......
그건 분명히 나에게는
두번 다시 보기 힘든 큰 행운중 행운이였다!!!!
그날밤 꽃게들의 이동광경 이외에도
꼴뚜기와 쭈꾸미들의 상층 유영도 구경하면서
뜰채로 그것들을 채어서 입을 즐기는 호사도 덤으로 얻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225164B9462D398)
대충 장보기가 끝났다
꽃게3Kg. 배추몇단. 각종야채
그리고 시원한 해파리 냉채를 만들기 위한 재료 준비까지.....
우리 네식구 손에는 카망 봉다리가 주렁주렁이다
엥~~글고보니 내손에는 카메라만 들렸다 ㅛㅛ
아들녀석
시장 다 봤으면 뭐 좀 먹어야 되는것 아니냐고 투덜거린다
이정도는 나나 마누라도 예상했고 계산하고 있던 것이다
마누라가 앞장 서서 걷는다
그 옛날 기역을 더듬어 어느 중년의 아줌마가 팔던 순대집을 찾아.......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225164B9462D499)
그러나
서산 동부시장 구조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한참을 걷다 두리번 거리던 마누라....
"분명히 여기가 맞는데!!!"
"어디 찾는데??"
"엄지아빠!!
왜 있쟌아.....옛날 우리 서산 수석리 살때 자주오던 아줌마네 순대집"
그제서야 어렴픗이 기역난다
20여전의 배 고프고 쓸쓸했던 그 기역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225164B9462D49A)
나이가 꽉 찬 남,여가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고
정말 철없고 배고픈...전혀 개념없는 생활을 이곳 서산 산속에서 몇년간 살았다
둘 사이 생활에는
일정한 생활비 수입이란것이 없었기에
시장 나올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혹여 시장 나올때면 순대집을 즐겨 찾았던 모양이다
마누라는
그런 배고픈 시절의 아련한 추억 때문인지
순대와 순대국밥을 유난히 좋아한다
얼마전 경제관련 텔레비젼 프로에서
천안의 중앙시장인가 하는 곳에서 유명하다는 순대국밥집 소개를 할때
언제 한번 병천순대와 그 시장 국밥집을 꼭 데려가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225164B9462D49B)
기역대로 존재하지 않은 시장안에서
결국 부근의 나이먹은 상인에게 그 아줌마 순대집에 대하여 물었을때....
그 당시의 아줌마는 이제는 노인이 되어
몇년전에 일에서 손을 놓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른 순대 맛집을 소개 받는다....."풍전 순대&국밥집"
맛있다!!!
그야말로 시장 먹자골목 맛 그대로다
잡내도 없고 순대와 내장의 부속물 고기맛이 쫀득쫀득
순대국밥도 깊고 얼큰하게 소홀함이 없이 제대로 만들었다
명함에 이름도 쓰지않은 주인 아줌마 말에 의하면
자기네 순대국밥에는
돼지 내장의 모든 종류의 고기를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전부 다 넣고 있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225164B9462D59C)
울 마누라 집요한 구석이 있다
이 순대국집 주인에게
옛날 그 순대 아줌마와 이집 관계에 대하여 혹시나 하여 묻는다?
아줌마의 찬찬한 대답
자기도 이곳에서 순대국집을 시작한지 20년이 넘는데
그 아줌마가 자기보다 몇년 경력이 앞 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시장안의 여러 순대국집에서
그 아줌마의 맛을 모방한 순대와 국밥을 만들어 팔고 있단다
그러나 자기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순대국밥을 만들기에
지금은 맛집으로 불리고 있다고.....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고 또 인정하고 싶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6225164B9462D59D)
맛있게 먹으면서
나까지 끼어들어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줌마...
요 위쪽으로 자기 3층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젊은 부부가 칼국수집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하고 있나요??"
그러나 나의 이 질문은
상당히 시대 착오적인 질문이였다
20년전 시장구조와 지금의 시장구조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고
그때의 젊은 부부란 개념이 지금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
한참을 우왕설래 하다가....
"아~~동문 칼국수집...!!!
그집 지금도 칼국수집 하고 있어요
주인이 아저씨 또래쯤 될것 같은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225164B9462D69E)
잠시 회한이 밀려온다....
당시에 나와 마누라 단 둘만의 생활이라면
소위 말하는 사랑만 먹고 어떻게든 살겠노라.박박 우겨 본 다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딸아이가 태어났기에 어떤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지금은 그 이름 조차도 기역 못하는 "동문 칼국수"
그렇게 찾아가 젊은 사장겸 주방장에게 사정을했다....
"칼국수 만드는 방법을 기르켜 달라
그러면 우리 부부는 서산이 아닌 당진에서 칼국수집을 해서 먹고 살겠다"
젊은 사장은 기본이
부드러운 부르조아 출신이였다
얼마전까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남의 눈치 않보고
자기 건물에서 자기일을 일찍 찾은 좀 여유있는 그런 사람
![](https://t1.daumcdn.net/cfile/cafe/126225164B9462D79F)
그렇게 마누라는 그곳에서
일주일간 칼국수 만드는 기본을 배우고 오빠에게 달려가
빚을 얻어다 칼국수집을 개업했고
지금 생각해도 그 칼국수집은 대단한 성공인 셈이였다
다만.....
역마살 강한 나 때문에 지금은 이 모양 이꼴이지만
마누라는 맛집에 대한 강한 의욕이
지금도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고....정말 미안하고 죄송시럽게도
우리부부는 사부격인 그 분에게 고맙다는 사후 인사를 제대로 한번 못했고
지금 이렇게 서로의 기역에서 조차 히미하게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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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29)
![](https://t1.daumcdn.net/cfile/cafe/186225164B9462D7A0)
![](https://t1.daumcdn.net/cfile/cafe/196225164B9462D7A1)
첫댓글 서산에도 먹거리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