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개발에 편자’와 의미상 가장 가까운 말은 무엇인가? (3점) (J대 재외 국민 2005 기출)
① 가게 기둥에 입춘 ② 억지 춘향 ③ 아닌 밤중에 홍두깨 ④ 끈 떨어진 망석중 |
위 문제는 J대 2005년도 재외 국민 특례 입시 기출 문제입니다. 속담을 잘 아는 아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이지만, 흔히 접해 보지 않았다면 아이가 초등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속담을 공부한 아이는 쉽게 이 문제 점수를 얻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떨까요? 한 문제에도 합격과 불합격이 갈립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국어 공부를 통해 속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사례 3>백제 의자왕 다음은 걸상왕? -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모릅니다.
“옛날에 백제에 의자왕이 있었잖아. 그 다음 왕이 누군지 아나? 걸상왕이다. 걸상왕.”
한 번은 동료 강사가 아이들에게 우연히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얘기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자왕 다음이 걸상왕 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웃으며 학생들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강사는 아이들이 웃으라고 한 말인데 아이들이 웃기는커녕 ‘아 그렇구나.’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아 무척 당황했다고 합니다.
설마 이 정도일까 싶으시겠지만, 역사 교육을 따로 받지 않기에 삼국을 누가 통일했는지,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모르는 아이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학교에서 몇 년간 역사 교육을 받은 성인들도 역사책을 보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긴가민가하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역사 교육 자체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국어는 그 나라 민족의 사상을 반영하고 또 문학은 그 나라 역사와 시대상,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국어를 배울 때 기본적인 역사 지식은 당연히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런 역사에 대해 기본적 지식마저 갖추지 않은 상태라면 우리 아이 국어 교육 정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재외국민 특별 전형 국어 시험- 역사를 모르면 잘 볼 수가 없습니다!
(2006 S대 재외 국민 국어 기출 문제)
㉡제아무리 대원군이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더 이상 타 문명의 유입을 막을 길은 없다.
(문제)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의문형식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② ㉠은 첨단과학기술로 세계가 지구촌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 글을 쓴 배경이다. ③ ㉡은 외래 문명의 도입이 거부하기 힘든 시대적 조류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④ ㉢은 영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풍토에 익숙해져 우리말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⑤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영어를 효율적으로 교육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
위 문제는 2006년 S대 재외 국민 특별 전형 국어 시험에 나왔던 지문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위 글의 작가는 글을 읽는 독자가 당연히 ‘대원군’이라는 역사 속 인물을 안다는 전제하에 쓴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대원군이 쇄국 정책을 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학생이라면 저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국어 공부를 통해 역사 기본 상식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저 정도 문제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맥적 의미로 파악이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문학 작품 네 개를 나열한 후 시대 순으로 배열하는 문제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으면 결코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사례 4>중국어가 국어라고? - 개념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 국어 시간에요.”
어느 날인가 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국어를 배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이 중국 학교를 다니는데 중국 학교에서 우리나라 말도 가르쳐주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보았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나라 말도 가르쳐?”
“아니요. 중국어요.”
저는 순간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국어는 마땅히 대한민국 사람들이 쓰는 언어인데 중국어를 가리켜 국어라고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는 어디까지나 중국인들의 국어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외국어인데 그것을 가리켜 국어라고 하는 것은 우리말에 대한 개념이 그만큼 잘 안 잡혀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놀랐던 것은 단지 이 한 학생만이 중국어 시간을 국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몇 몇 학생도 중국어 시간을 국어 시간이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아이들 모두 우리나라 말을 잘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이 아이들이 국어를 제대로 공부했고 활용하고 있다 얘기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역시 이 아이들이 공부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 아니라 해외에서 오랜 시간 자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 그런 개념들이 자리 잡힌 것입니다. 과연 이런 아이들이 우리말을 잘 한다고 해서 정말 국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재외국민 특별 전형 국어 시험- 개념을 제대로 모르면 잘 볼 수가 없습니다!
(2008년도 S대 재외 국민 기출 문제)
나의 모어는 일본어지만 모국어는 조선어다. … ( )라고 하면 한국이라는 한 국가의 국어를 가리키게 되기 때문에 민족어의 총칭으로서는 ( )라는 말이 적합하다. -중략- ‘안녕하십니까’ 정도는 말할 줄 알아야지”라며 꾸지람을 들었다. 여기서 이 재일조선인에게 “곤니치와”는 ( )이며 “안녕하십니까”는 ( )이다. 다나카 가쓰히코田中克彦에 따르면 ( )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익혀 자신의 내부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말이며 한번 익히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근원의 말”이다. ( )란 자신이 국민으로서 속해 있는 국가의 국어를 가리킨다. -후략- 다음 ( ) 속에 적합한 단어가 바르게 나열된 것은? ① 한국어-조선어-모어-모국어-모어-모국어 ② 한국어-조선어-모국어-모어-모국어-모어 ③ 국어-조선어-모어-모국어-모어-모국어 ④ 조선어-국어-모국어-모어-모국어-모어 ⑤ 한국어-국어-모어-모국어-모어-모국어 |
위 문제는 2008년 S대 재외 국민 국어 기출 문제입니다. 중국어를 국어라 표현한 아이들이 과연 이 글만 읽고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어 공부를 통해 기본적인 개념을 확실히 알아두어야 합니다.
<맺음말>
지금까지 네 가지 사례를 이야기 드렸습니다. 설마 이 정도일까 싶으시겠지만 모두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국어 강사를 하면서 가슴 속 깊이 심각하게 느꼈던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말씀 드린 것입니다.
제가 황도로 오면서 주변 지인들이 모두 황도에 계신 많은 학부모님들이 다른 지역보다 교육열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분들이 자녀들이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시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입시 환경 상 국어보다 영어 교육를 더 중요시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잊지 마셔야 할 것은 국어 역시 우리나라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할 때 영어 못지않게 합격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입니다. 영어 점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같은 수준에 있는 다른 학생보다 국어 성적이 좋지 못하면 영어 성적 역시 의미가 없어져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시험 얘기를 뒤로 하고서라도 영어를 비롯한 모든 과목을 배우는 데 있어 그 튼튼한 뿌리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국어입니다. 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 말을 할 줄 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국어 교육이란 읽기를 통한 독해 능력 향상, 쓰기를 통한 작문 능력 향상, 말하기를 통한 표현 능력 향상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조국의 문화와 역사, 사회상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타국의 문화와 역사 등도 간접적으로 접하고 배울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례 입시를 생각하신다면, 국어는 나중에 할 선택 과목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할 필수 과목입니다.
*제가 무엇보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의 일반적인 대학 입시와 달리 특례 입시에서는 대학에 따라(물론 연대, 고대 등 최상위권 대학은 제외하겠습니다.) 국어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국, 영, 수 중 국어가 맨 마지막이라고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시 환경상 영, 수를 가장 중요시하니까요. 그렇지만 2009 입시, 그러니까 작년 2008년에 실제 있었던 시험들 중 한 대학교만 살펴보겠습니다.
성균관대, 연고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는 대학교입니다. 그런 작년 성대 전형은 1차 시험이 국어 (90점)+영어(90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 1차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2차 전형은 면접입니다. 면접(20점)을 통과한 후 최종 합격자가 갈립니다. 면접이 말로 하는 논술이라고 볼 때, 사실상 국어 과목이 200점 만점 중에 110점, 즉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이, 그래도 영어, 수학보다는...중요하지 않지... 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요하지 않은 국어가 성대 전형 동점자 기준에 보면 가장 처음 언급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나치게 글이 긴 듯 하여 남은 얘기는 다음 글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역시 국어선생님의 글이라 수준이 높은것 같습니다. 동감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네요.
아, 부끄럽네요.^^ 카페지기님 말을 듣고 다시 읽어보니 다시 고쳐야 할 부분들이 몇 군데 보이네요.^^ 인터넷에 쓰는 글은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글부터는 더 많이 신경써서 올려야겠습니다.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__)
그렇게 신경을 쓰신다면 글을 쓴다는 것이 아주 힘들어 질것 같습니다. 특히 국어를 전공하신분이라면 더 조심스럽죠. 우리같이 그냥 막 쓰는 글은 오히려 겁을 안내는데 말이죠.
예, 많이 조심스럽죠.^^ 그래도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계속 열심히 쓸 예정입니다. 부족한 부분 있으면 많이 지적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