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사 -
오늘은 졸업식과 함께 교육자로 살아온 저의 38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날입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해주신 내빈 학부모 여러분께 마음속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교사로 교육자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인 것만 같은데 벌써 정년 퇴임을 맞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일을 잠시 회고해 보면, 합천 봉산중학교에서 시작된 교직의 길이 하늘이 주신 천직이라 생각하고 시골의 소담스런 교정에서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한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꾸지람과 질책을 하였고, 제자들이 힘들어 할 때에는 격려와 위로 속에 고락을 같이 하였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의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하였고, 제자들의 합격을 저의 보람으로 여기며, 몸은 고되고 힘들었으나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또한 본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2년 동안 학생들에게 최상의 학습여건을 제공해 주기 위해 교육환경 시설면에서는 교문 정비사업, 우천로 설치, 교사 방수도색, 화장실 리모델링, 중·고 연결통로 공사, 중고 교실 및 특별실 친환경 천정텍스와 LED등 교체, 미니골프장 설치 등을 완료하여 우리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민들까지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겨울방학에는 안정적인 전기 수급을 위하여 예산을 지원받아 수전시설 공사를 완료하였습니다.
우리 서상중·고등학교는 경남 중·고통합학교 중에서 소규모 학교의 롤 모델로 단연 독보적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중·고 공히 2018년까지 도 단위 자율학교로 지정되어 학교장 재량의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랑스러운 서상중·고등학교 교장으로서 중·고등학교 간 다양한 교육과정 통합 운영을 통해 학교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물론 이런 본교의 발전에는 통합운영학교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본교 선생님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동문님들의 끝없는 학교사랑 정신이 보태어졌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제가 38년 동안의 오랜 교직생활을 큰 과오 없이 보내고 오늘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교직원 여러분과, 평소 저를 아껴주신 주위 모든 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의 덕분으로 알고 오늘에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른 교육자의 길을 걷겠노라 다짐했던 젊은 날의 초심을 잃지 않고자 노력해왔으나 막상 정든 교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외길로 살아온 교직 생활에 잘한 일보다는 못다 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더 많이 남습니다. 그러나 지난날보다는 나은 오늘, 오늘보다는 꿈이 살아 숨 쉬는 내일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에 저는 이 자리를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은 비록 떠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고,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함양교육의 발전과 서상중·고등학교의 무궁한 전진을 늘 기원하겠습니다.
이제 엄숙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저의 교원생활을 마감하려 합니다.
만약 제게 다음 생애가 허락된다면 그때도 서슴지 않고 교직을 택할 것입니다. 이제 지난날 교직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한 아름 안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제자들이 성실히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남은 삶을 가족들과 뜻 깊게 보내고자 합니다.
끝으로 제가 다하지 못한 일들을 후임자와 선생님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겨 드리면서 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여러분들의 이 고마운 정성과 깊은 뜻을 가슴에 되새기면서 퇴임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서상중·고등학교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6년 2월 12일
서상중·고등학교 교장 이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