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오직 너를 향해 달리고 / 천정자
초록 나뭇잎 별들의 풍경은
속도의 칼날에 베어져 눕고
기차 뒤로 접은 몸 일으킨다
하얀 붕대조차 아니 감은 바람은
눕고 일어나는 들판을 가로질러
숨 고르는 차창에 심장을 걸어둔다
가로수처럼 도열한 전봇대와
산아래 호수 졸음을 쏟아내는
기차는 오직 너를 향해 달리고
젖은 그리움 보송보송 탈수하여
은밀한 포만감 즐기는 가속도는
기다림 역으로만 미끄러져 간다
거기
그 자리
눈동자 미소가 서 있는 곳으로
사랑비로 오는 동안 / 천정자
기별 없이 날아든 안부처럼
경사진 시간의 숲을 자르며
들려오는 마음 발자국 소리
웃자란 나선형 사유의 퍼즐이
풀피리 바람 등뒤로 빗어 넘긴
햇살의 온도를 연주하다가
팝콘처럼 터진 꽃미소가 되고
노을 삼킨 저문 바다의 지느러미
파도로 밤새 자맥질하는 모국어
네가 사랑비로 걸어오는 동안
뭇별의 잇단음표 마르고 닿도록
널 위해 부르는 연가로 흐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