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맑음 오후 소나기.
온두라스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이다. 공기는 신선하고 새 소리에 기분이 밝아진다.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해준다. 여기는 선택할 여지도 없이 식당 자리에 앉으면 차와 함께 한 접시 갖다주는 것으로 끝이다. 깔끔하게 차려준다. 온두라스 스타일이다. 브리타스 전병과 계란, 바나나 튀김, 콩(팥), 치즈에 커피다. 조폭 같이 생긴 중국 영감도 옆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자주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 숙소 주인 같기도 하고, 여행자 같지는 않다. 오늘은 테구시갈파 시내를 둘러보면서 티카 부스를 거쳐 숙소까지 찾아가는 여정이다. 시내를 둘러보는 것이다. 멀리 시 외곽으로 여행을 다녀오려니 여건이 잘 맞지 않는다. 시간도 부족하고 별로 당기지도 않았다. 배낭을 메고 아침 8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했다. 천천히 걸어 나온다.
여기는 신도시 같은 분위기라 걷는 사람보다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인도가 끊겨서 좀 불편하다. 차도를 걷는 것은 좀 위험하고 신경이 쓰인다. 클라리온 호텔(Clarion Hotel)을 이정표 삼아 골목길을 걸어간다. 현대차 매장도 보여 반가웠다. 차길을 조심스럽게 함께 걸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건너편에 언덕이 보인다. Cerro Juana Lainez 후아나 언덕 공원이다.
이곳에 가려면 30 페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쎄로 후아나 입구로 향하는 길이 위험함으로 택시를 불러 표사는 곳 앞에서 내리길 추천한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올라가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본았다. 대형 병원(Hospital Escuela) 앞이다. 교통이 혼잡, 복잡, 시끄럽다. 사람들도 엄청 많다. 혼란스럽다. 맑은 공기는 다 사리지고 탁한 느낌이 가득하다.
먼저 티카부스(티카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걸어가기는 멀다. 택시를 타는 것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미니버스들은 정차해서 차장이 부지런히 손님을 불러 모은다. 언어를 몰라서 우리를 태우려고 달려온 차장에게 티카 부스를 물으니 간단다. 좀 이상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다니는 것도 여행이라 생각하고 탔다. 차비는 13 렘피라(700원)다.
낡은 미니버스는 신나게 좁은 길로도 잘 달린다. 왼편에 언덕길을 끼고 북쪽 구시가지 방향으로 간다. 온두라스 경기장 티부리시오 카리아스 안디노 경기장(Estadio Olimpico,종합체육관)도 지나간다. 매주 금, 토요일에 만 열리는 주말시장 도 지나간다. 작은 골목길을 잘 빠져나가더니 차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서쪽으로 간다. 좀 낙후된 지역이다.
북서쪽의 코마야구엘(Comayaguela)로 가더니 멈춘다. 여기가 종점이란다. 모두 내린다. 정확히 알지못하고 버스를 탄 것이 실수다. 빈부차가 심하게 느껴지는 지역이다.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라 다행이다. 택시를 타려니 좀 비싸게 부른다. 놀고 있으면 뭐하나 가면 될텐데, 할 수 없이 방향을 잡고 걸어간다. 언덕을 좀 내려가는 길이다. 해는 중천에 떠서 덥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40분이다. 택시를 잡았다. 흥정을 해서 100렘피라(5,000원)에 티카부스를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멀다. 공항 옆을 지나간다. 티카부스(Tica Bus Terminal Honduras)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가서 내일 아침 5시까지 오라는 소리를 듣고 숙소(Residencial Villa de las Hadas)로 향했다. 새벽에 이곳으로 오려면 대중교통이 없을 것 같아 걸어와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려고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고속도로가 돌아가는 복잡한 로터리가 있어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다. 걷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 그래도 잘 찾아간다. 대형 슈퍼마켓(Walmart • Sauce)을 만나니 반갑다. 공구 마켓도 있다. 건너편에는 슈퍼마켓(La Colonia)도 보인다. 그늘이 없는 더위 속을 걸어간다. 땀이 나고 짜증이 난다.
주변은 새로 만들어지는 주택가인 것 같다. 작은 공원 숲, 그늘이 있어 잠시 쉬다가 위험하게 도로를 건너 숙소를 찾았다. 주택단지 안에 있는 비엔비 같은 숙소다. 힘들게 찾았다. 걸어온 시간은 40분 정도 걸렸다. 여기에 숙소를 정한 이유는 내일 아침 엘살바도르 행 버스를 쉽게 타기위해서다. 41번 회색 2층 주택이다. 단지내는 조용하다. 햇살만 가득하다. 주인아주머니는 친절했다.
숙소는 식모 방을 개조해서 만든 1층의 작은 방이다. 에어컨이 없어서 좀 불편했다. 숙박비는 40달러로 새벽 4시에 차로 티카부스에 태워다 주기로 했다. 짐을 풀어 놓고 밖에 있는 슈퍼를 간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주택단지 입구에는 Villa de las Hadas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 지역이 하다스인 것 같다. 쇼핑몰(Plaza Las Hadas)에도 적당한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건너편 슈퍼로 갔다. 치킨, 토마토, 햄 사과, 프레스카, 계란 15개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치킨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식은 치킨은 엄청 양이 많았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또 숙소에서계란 프라이를 만든다. 내일 아침과 이동할 때 먹으려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숙소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게란 프라이를 만든다.
레인지용 용기에 계란을 깨서 넣고 소금을 약간 뿌린 후 전자레인지에 약 1분 50초를 돌리면 동그랗고 예쁜 프라이가 된다. 저녁식사로 토마토와 사과 그리고 프라이를 4개를 먹었더니 입에서 냄새가 난다. 해가 막 지려는 시간에 단지 내를 산책했다. 단지 길을 가로질러 끝으로 가니 약간 언덕이 있는 작은 공원이 나타난다. 언덕 위에는 작은 원두막도 있다.
언덕 위에서 보니 담장 건너편에 비행장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란다. 요즘 우리는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항공기 승움원, 승객 모두에게 위험한 것으로 악명 높은 몇몇 공항이 있다. 이 공항들은 까다로운 기상조건, 그리고 위험한 활주로로 무서운 명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은 어디일까?
테구시갈파 인근 톤콘틴 국제공항은 네팔의 텐징 –힐러리 공항(루클라 공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공항과 주변 지역이 수많은 치명적 사고를 겪었으며, 최근에는 2011년 센트럴 아메리칸 항공 731편이 추락하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6km 거리에 있으며, 평균 해발고도 1004m 고지대에 위치한다.
가파른 산악지형의 고지대에 있는데다 활주로도 경사지가 있어 항공기의 착륙이 어렵다. 2021년 10월 21일 테구시갈파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코마야과에 팔메롤라 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톤콘틴의 국제선이 이전하고 국내 전용 공항으로 남게 되었다. 톤콘틴은 33석 이하의 소규모 기종을 위주로 한 국내선만을 취급하게 되었다.
(네팔의 루클라 공항은 고도가 높고, 낮은 구름과 폭우로 종종 강풍과 함께 어려운 환경을 제공한다. 짧은 활주로는 12%의 경사로 아래로 향하며, 강 계곡으로 곧장 떨어진다.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갑자기 소낙비가 내린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이 요란하다. 오후 5시 30분인데 어둡다. 내일은 엘살바도르로 간다.
숙소를 예약해 두고 엘살바도르 정보를 검색해 본다. 자리에 누우니 하루를 지내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온두라스의 버스 차장, 택시 기사, 아침의 중국사람, 티카부스 직원, 길거리 젊은이들, 그을린 얼굴에 커다란 눈동자, 밝고 소박한 미소가 이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