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러스를 다녀올까 싶어서 버스 시간도 알아 뒀다.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계획이 무엇인지 다들 얘기하는데 프랑스 분은 텔레페리코를 타러 간다고 한다. 케이블카가 있다고라.
맵을 켜서 확인해 보니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되고 케이블카만 20분가량 타고 올라간단다. 괜찮을 거 같아서 계획을 급 수정해서 그녀와 같이 가기로 했다.
광장에서 L11 버스를 탔다. 센트럴을 벗어나서 현지인 마을을 지나는데 여기가 수도? 우리나라 중소도시 마을 느낌의 소박한 집과 건물들이 있다. 대신에 작은 가게가 연이어 있고 부가 집중된 큰 마트나 쇼핑물은 잘 안 보인다. 아직은 빈부차가 크지 않은 모양이다. 사람들은 무뚝뚝하지만 친절하다.
버스비가 40레크인데 그녀가 준 동전 중에 10센트 유로가 섞여 있어서 지갑 속을 뒤지니 차장 아저씨가 괜찮다며 30레크만 받아 갔다. 여기는 늙으스레한 차장 아저씨가 일하고 있다.
중간에 버스를 바꾸어서 탔다. 버스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나중에 돌아올 때는 53번 저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아무 푯말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두리번거리다가 맵을 키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한테 텔레페리코?하고 물어보았다. 손짓을 하면서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귀찮다거나 싫어하는 거 같진 않았다.
언덕길을 조금 오르니 건물이 보였다. 오랜만에 케이블카를 탄다니 신이 났다. 왕복 14유로. 여긴 고령자 할인이 없어서 아쉽다.
영어는 없어서 뭔 뜻인지 모르겠지만 거리가 4킬로가 넘고 15분 걸린다는 건가.
네 명이서 탔는데 세명이 프랑스인이었다. 자기네들끼리 뭔가 재밌는 얘기를 하길래 구글 번역기를 틀어서 도청을 했다. 별 얘기도 아닌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ㅎㅎ 내가 도청을 하고 있는 걸 알자 이제 우리 아무 얘기 하지 말자고 번역기가 말했다. 여행을 오니 다들 장난기가 많아지는 거 같다.
바깥 사진을 찍었지만 잘 안 보인다. 유리창에 무슨 낙서가 저리 많은지 유리가 깨지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산을 하나 넘어서 도착했다. 15분 넘게 걸렸다. 거리가 멀어서 보다는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거 같다.
산 위라기보다는 그냥 공원에 온 거 같은 장소다.
관광객용 말들이 보였다. 그러면 전망대 근처 말고 볼 것이 있다는 얘기인데 어디인지 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말이 어찌나 순한지 사람들한테 와서 나 만져라라는 듯이 얼굴을 디밀었다. 말 눈 근처에 파리들이 잔뜩 있다. 왜 눈 근처에 몰려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구글맵을 키고 산책길을 찾아보았다. 한 군데는 주의. 못 들어간다고 알바니아어로 적혀있는 걸 번역기를 쳐서 알았다. 옆으로 가니 울타리가 무너진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리로 다닌 모양인데 들어갈 수 있는지 어쩐지 몰라서 지나가는 목동? 말을 끄는 애한테 물었다. 뷰 포인트 하니 고우 스트레이트하란다.
그럼 가봐야제.
길이 있는듯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길을 직선으로 가니 저런 벙커가 대여섯 개가 있다.
사진 찍기 놀이를 조금 했다. 벙커 입구가 작아서 저게 진짜 피신할 수 있는 벙커인지 의심스럽다.
들꽃이 잔뜩 피어있다. 우리가 전세 낸 듯 다시 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동행이 있으니 좋구먼.
아무래도 좀 걸어야 할 듯해서 그녀한테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배가 고프단다. 돌아 가겠다는 얘기였다. 난 더 가보고 싶으니 먼저 가고 날 기다리지 말고 호스텔에서 보자고 했다. 그녀는 영어가 정말 안되는데도 의사소통은 되니 신기하다. 헤어졌다.
아무도 없는 길을 구글 맵을 켜서 길을 따라갔는데 북쪽 뷰포인트는 저렇게 막혀 있었다. 어쩐지. 그러니까 아무도 안 간 거구나. 아쉽지만 여기서 돌아와야 했다. 옆을 보니 못 찾았던 제대로 된 길이 있었다.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진짜 길이었다.
저 길을 따라서 내려오니 총을 든 군인이 지키고 있었고 내가 걸은 길은 출입 금지 지역이었다. 나를 보더니 기가 막힌지 좀 보더니 가라고 손짓을 한다. 만약 이 길을 알아서 이리로 왔으면 저 산책길은 못 들어갔을 거다.
근데 아까 그 목동 녀석은 분명 출입 금지 지역인 걸 알았을 텐데 왜 고우 스트레이트라고 했을까. 참나.
저 멀리 케이블카 정류장이 보인다.
지도가 있다. 동굴도 있고 성도 있단다. 옆에 있던 장사하는 아저씨한테 동굴의 위치를 물었더니 지도에 짚어 주는데 멀다. 그럼 성은? 했더니 3킬로 란다.
어쩔까 갈등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 아저씨가 부추긴다. 겨우 삼 킬로라고. 가볼까...
길은 하나지만 구글맵을 찍어서 걸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힘이 들었고 상각보다 멀었디. 제법 걸었더니 전망대가 보였다. 아까는 북쪽이면 여기는 남쪽 전망대인가. 탁 트인 모습을 보니 잘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까 하다가 성은 궁금해서 조금 더 가기로 했다.
물을 뜨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가져간 사과를 씻었다. 성이 이 근처인데 안 보였다. 간식을 먹고 일단 좀 쉬었다.
성벽이 보이는걸 보니 다 온 모양인데 성은 어디 있는 건지 보이지가 않았다.
뭔가 집 같은 게 보이는데 이게 성?
차가 문 앞에 잔뜩 서 있어서 들어가 보니 음식점이다. 맵에도 나와있다. 지중해식 음식점이라고 적혀있고 송어 양식장도 있는 거 같다. 지도를 보니 성은 지나쳤다.
내가 지나쳤나 싶어서 되돌아갔다. 어차피 집에는 가야 하니 가는 길에 찾아볼 생각이었다.
아까 물 뜬 곳 근처가 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파노라마 호텔을 지나면서 주차장 정리를 하는 직원한테 물으니 애초에 성은 허물어져서 없다고 얘기하는 거 같다. 그럼 성으로 가 보라고 부추긴 그 아저씨는 뭐냐? 오늘 두 번이나 속은 거가.
그래도 전망대도 보고 포장도로지만 하이킹을 해서 기분은 괜찮다.
어미 말을 따라서 애기 말 두 마리가 졸래졸래 걷고 있다. 귀욥.
다시 돌아왔다. 근처를 한번 돌아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카푸치노 한 잔과 물을 잔뜩 마셨다.
산인데도 이리 더운데 아랫동네는 엄청 뜨겁겠다.
미니 골프를 하고 있다. 쉽지 않은지 사람들이 고군분투 중이었다.
온 길 그대로 내려와서 이번엔 53번 버스를 타고 센트로로 돌아왔다.
모스크가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보러 갔다. 신을 벗고 들어가면 빌려주는 큰 스카프를 머리에 덮어야 한다. 나보고는 퍼펙트하면서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모자를 눌러쓰고 자전거 탈 때 쓰는 하얀색 얼굴 마스크를 하고 있었거든. 눈마저 안경으로 덮었으니 반팔 빼곤 외관이 완전 이슬람 여인인 상태다. ㅋ
안은 조그마한 게 별거 없었다. 그냥 보여주기식 작은방이었다.
물가가 참 착하다. 저거 이름이 케밥인가. 터키 식인 거 같고 물 한 병과 함께 3.5유로다. 마음이 정말 편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