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있어서의 문학이란 무엇일까?
文人이 되고싶어 공부하는 학생이 과연 있기나 하는 건가?
한국 청소년문학상을 심사하기 전 나의 한결같은 의문이었다.
文學이, 활자화된 소설이 자꾸 왜소해져 가고 있다고 이국동성으로 이야기들하고 있다.
눈만 뜨면 인터넷정보 홍수시대에 영상매체에 휩싸여 하루를 보내는 요즘 세상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범람하는 인터넷소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문학의 우려들.
예를 들면,
<식상한 내용과 스토리, 뻔한 전개 남들이 다 쓰는 어체, 정해진 주인공의 틀, 이미 보이는 결말 (아니면 정말 아이러니한 결말)>등
그러나 오늘 전국 중, 고교에서 보내 온 문학청소년들의 소설을 접하고 위와 같은 내 생각이 기우였다는 걸 실감했다.
응모작 모두 ‘간단히 쓴 이야기’가 아닌 현대소설에서 요구하는 서사(敍事)形式에서 벗어나지 않는 力作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창작물을 완성해 내는 훈련‘을 많이 쌓았다는 사실을 입증 해 주고 있다.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독자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소설의 출발점이라는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작품을 꼼꼼히 읽어나갔다.
즉 공감의 영역이 얼마나 확보됐느냐에 무게 중심을 두고.
끝까지 심사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박승기(제물포고)의 ‘발인(發靷)’ 최보애(포항여고)의 ‘18증후군’, 정은희(성포고)의 ‘비오는 거리 우산을 쓰고 가는 여자와 남자 아이’ , 강슬기(대진여고)의 ‘팬옵티콘에 사는 너에게’의 4편이었다.
4 편 모두 서사구조도 튼실하고 문장력도 탄탄하며 무엇보다도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다가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秀作들이었다.
‘18 증후군’과 ‘ ‘팬옵티콘에 사는 너에게’ 두 작품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쉽게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두 작품 모두 수작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일단 ‘낙태’라는 소재로 나름대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18 증후군’은 공감의 영역면에서 다소 미흡한 면이 발견 돼 제외됐다.
‘팬옵티콘에 사는 너에게’는 4개의 감방에 마음의 병을 가진(완벽주의, 다이어트, 외모지상주의,사치와 허영의 포로)4명의 여성을 작가는 감시탑 속의 간수가 되어 능청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통렬한 풍자로.
탄탄한 문장력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소설 전체를 안정감 있게 끌고 나간 만만찮은 저력에 높은 점수를 주어, 한동안의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날의 건투를 빈다.
심사 내내 즐거웠던 것은 글쓰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수필>
시, 소설 다음으로 수필부문에 응모자가 많았다. 학생들이 수필에 관심을 갖어준다는데 흡족하다.
응모한 작품 중 일부는 주제가 희박하고 평이한 소재를 너무 진부하게 늘어 놓기도 했지만 대부분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수작들이 많았다.
모두가 좋은 작품들이어서 일일이 평을 하지 못하고 당선작으로 뽑힌 정희원의 ‘바다와 어부’에 대하여 평하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소재의 선택, 주제에 걸맞는 내용, 또 바다와 어부를 엮어낸 의미화 과정이 편안하게 전해진다. 수필에서의 소재는 주로 생활 속에서 겪은 경험과 사고의 다변화에 있는데 학생으로서 평범하게 보아넘길 수 있는 바다와 그리고 어부의 관계를 삶의 치열한 관계, 즉 바다 속의 어부, 그리고 어부의 삶의 현장인 바다를 현식적 관계 안에 잘 밀착시켜 놓고 있다.
수필은 보이는 이면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눈여겨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상적인 이야기 거리를 소재로 넋두리하듯 풀어내고 있다.
정희원의 작품은 훌륭한 수필로서 격을 갖추고 있어서 당선작으로 가리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