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종류
88올림픽 무렵에 한강 잠실대교 아래에서 겨울에는 릴로 누치낚시를 하고 봄이 되면 잠실 선착장 부근에서 잉어낚시를 했었습니다. 다니던 지방의 직장을 그만 두고 사업을 하려고 하던 참이어서 시간이 좀 있어서.... 아니 그보다 솔찌키 백수시절이었는데 도시락 싸서 6개월간 한강에 나가 살았습니다.
겨울동안에는 천여 마리의 누치를 잡기도 하고 봄부터 6월까지는 공사 중인 올림픽대교 아래에서 거의 매일 두 자 짜리 잉어를 한 두 마리씩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백수가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한번은 5월 10일경인가.... 잉어를 잡으려고 릴을 던져 놓고는 하릴없이 높은 곳에서 한강물을 내려다보다가 큰 바위들이 잠겨 있는 지역에 많은 붕어들이 줄을 지어 쫓아다니는 발견하고는 문득 마침 그때가 붕어 산란시기란 걸 알았습니다. 수놈들이 산란을 하려고 암놈 꽁무니를 열심히 따라 다니는 것입니다.
그래서 릴 8대를 다시 걷어다가 가방 속에 넣어둔 비타민B 영양제인 삐콤(구형)을 꺼내서 그 가루를 들깻묵 가루에 섞어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아 글씨, 갑자기 붕어가 잡히기 시작하는데, 오전에 월척만으로 스무 댓 마리를 잡게 됐습니다.
그때까지는 잉어만 잡혔었는데 삐콤을 넣었더니 붕어가 잡혔던 것입니다.
한강 고기는 먹지 못하니 다 놔주려고 시멘트 바닥에다 잡은 붕어를 죽 놓아봤습니다.
붕어들의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서 분류를 해 보았더니 몸 생김새로 봐서 모두 6종류이었습니다.
강이어서 누런 토종 색깔의 붕어는 없고 그와 비슷한 종류들, 시커멓고 단단한 돌붕어, 날씬한 강붕어 등이었습니다. 떡붕어나 희나리, 잉붕어, 향붕어 등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같은 한강물인데도 여러 지방에서 흘러들어 온 여러 종류의 붕어들이 같이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면적이 좁고 대부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저수지에는 대체로 한 가지 종류의 붕어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왼쪽 그림은 토종붕어와 구별해서 돌붕어라고 부르는데 주로 중부 이북 지방의 하천의 바위 틈이나 수로에서 자라서 비늘과 지느러미가 거칩니다.
또 한번은 강원도 어느 계곡지에서 낚시를 했는데 대낮인데도 준척들로 많이 잡았습니다. 그 저수지 관리인이 놀랍니다. 지금까지 이 저수지는 물이 너무 맑아 옛날부터 붕어낚시가 잘 안되었는데 이렇게 많이 잡은 건 자기가 관리한 후로는 처음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저는 의심이 갔습니다. 잡은 붕어가 그 계곡지 붕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잡은 붕어들은 한결같이 누런 색깔의 토종붕어 뿐이었는데 그 저수지 토질과 수심과 수온으로 봐서 그 저수지의 붕어가 아니었습니다.
즉 다른 지역에서 잡은 붕어를 사다가 풀었다는 것인데 그걸 관리인에게 물어본들 진실을 말할 것 같지 않아 그만 두었습니다. 남의 영업상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오랜만에 준척으로 대박을 맞았기 때문에 그 다음 주에도 그 저수지에 갔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만한 붕어들로 많이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붕어는 저번 주 붕어와 달랐습니다.
색깔은 마치 갈치처럼 회백색이고 조금 마른 편으로 아주 깨끗하게 생겼습니다. 황금붕어도 이뿌지만 이 정도의 붕어라면 그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 이게 이 저수지 붕어야....
저수지 토질이 화강암으로 회색이고 붕어들이 보호색을 띄게 되니 토질과 일치한데다 물이 차고 맑아서 먹을 게 없으니 날씬하게 마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붕어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대체로 토종붕어, 돌붕어, 희나리, 떡붕어, 중국붕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다 이제는 잉붕어도 넣어야 할까요? 절대로 안된다구요?
위의 붕어들은 모두 잉어과이지만 붕어로서는 그 종류가 다릅니다.
잉어과에 속하는 붕어종류가 또 있습니다. 참붕어, 버들붕어, 납자루 같은 것입니다.
[토종붕어]
붕어라고 하면 본래 우리나라 토종 붕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학명이 Carassius auratus 라고 하는데 외국인이 자기 나라 붕어를 보고 붙인 것이어서 우리 토종붕어를 정확하게 지칭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여튼 카라시우스라고 하는군요.
우리 붕어를 외래어종인 떡붕어나 변이종인 희나리와 수입된 중국붕어와는 구별하기 위해 굳이 '토종’이라는 말을 붙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참붕어’란 말은 '진짜 토종붕어'란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본래 참붕어라는 종이 따로 있습니다.
토종붕어의 특징은 그 색깔에 있는데 등은 검고 배쪽으로 내려오면서 누런 금빛을 띕니다.
같은 토종붕어라도 생태환경에 따라 그 색깔과 생김새가 다릅니다.
간혹 생김새를 보고 종류가 다르다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계곡지, 평지지, 강, 댐, 수로 중에서 어디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색깔과 체격이 다를 뿐이며 종은 같은 것입니다.
황금붕어도 생김새로 봐서는 일종의 토종붕어이며 사람마다 몸색깔이 다르듯 다소 특이하게 밝은 금색빛을 띄고 있습니다.
떡붕어는 아무리 살펴봐도 누런 황금색을 띄지 않으며 배에는 비늘이 없습니다. 중국붕어는 토종붕어와 모양이 흡사하나 누런 황금빛이 없고 검은 비늘 일색입니다.
[떡붕어]
학명은 역시 카라시우스 Carassius이나 뒤에 cuvieri가 붙습니다.
떡붕어는 일본에서 1970년에 들여왔으며 일본 재래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교접시킨 것입니다. 생김새는 붕어이되 하는 동작은 피래미입니다. 그래서 성깔이 급하고 소심하며 먹이를 쪼아먹고 중층에 다니면서 떠 있는 먹이를 먹습니다.
색깔은 회백색이며 배쪽의 비늘은 희미하거나 아예 없습니다.
토종붕어에 비해 입이 뾰족하고 등이 불쑥 솟아 있습니다. 꼬리부분이 가늘고 피부가 약해서 잡아서 물밖에 내놓으면 금새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깁니다.
헤라란 떡붕어란 뜻의 일본 말이며 헤라부나의 줄인 말입니다. 헤라는 구두주걱(shoe-horn)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떡붕어를 초창기에는 주걱붕어라고 했습니다.
비록 일본에서 수입된 외래어종이지만 의젓한 잉어목 잉어과 붕어속에 속합니다.
떡붕어는 전반적인 생김새가 토종붕어와는 다르고 게다가 먹새가 나쁘고 입질이 작고 당길 힘도 적어서 낚시인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 어종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 및 경기도의 각 낚시터 및 기타 평야지대의 수많은 저수지에 이 떡붕어가 이식되어 이제는 토종붕어보다도 그 자원량이 많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떡붕어는 토종붕어와 같이 잡식성이면서도 식물성 플랑크톤을 많이 먹고 삽니다. 물과 함께 흡입한 먹이를 걸러내는 새파가 토종붕어는 30∼42개인데 비해 떡붕어는 92∼128개로 그 수가 3배 정도 많아 흡입력이 약하여 입질도 약합니다.
체장에 대한 창자의 길이도 붕어의 경우 2.7배인 데 비해, 떡붕어는 5.7배로, 2배 이상 길어 식성이 왕성하고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성장이 빠릅니다.
5-6월에 수온 16-18도에서 수초 등에 표층산란을 하며 큰비가 내린 다음이나 흙탕물이 유입될 때 산란을 많이 합니다. 산란은 2~3회에 걸쳐 합니다.
부화한 그해 가을이면 10cm, 2년이면 15-17cm로, 3년이면 25cm까지 자랍니다.
4-6년이 되면 30cm 이상으로 자라는 등 토종붕어보다 빨리 자랍니다.
수온이 높은 5-9월에는 1-2m 수심층을 유영하며 수온이 낮은 시기에는 10-15m 깊이까지도 내려갑니다.
저서어종이면서 날씨나 계절 및 수온에 따라 수시로 유영층을 달리하므로 중층 띄울낚시로 낚아냅니다.
[희나리]
붕어의 한 종류입니다. 몸에 누런 빛과 함께 흰빛이 나고 몸과 꼬리가 긴 형태의 재래종 붕어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 붕어와 떡붕어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종이며 색깔로 봐서는 토종붕어에 가깝습니다.
이 붕어는 일반적으로 낙동강 동쪽지역의 저수지와 기타 낙동강 수계의 늪, 수로에 많으며 영남지방에 많이 분포합니다. 충북 괴산댐에서도 간혹 잡힙니다. 주로 중층에 떠서 다닙니다.
[잉붕어]
잉어와 붕어의 자연교배종입니다.
잉붕어는 9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된 외래 어종입니다.. 잉붕어 또한 국내의 양식장 철거와 함께 토종붕어와 향어 대체용으로 수입되어 전국의 많은 양어장에 방류되고 있습니다.
생김새는 붕어인데 비늘이 가지런한 게 잉어와 같습니다. 체격은 붕어쪽을 닮아서 영양상태가 좋으면 뚱뚱하게 자랍니다.
성장속도는 잉어를 닮아서 빨리 자랍니다.
[점박이 붕어]
물이 탁한 강 하류나 일부 지역 저수지에서 붕어를 낚아보면 체표에 검정 깨와 같은 점이 많은 '점박이 붕어'를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수온이 찬 겨울철에 많이 보입니다.
이것은 붕어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니라 흡충류가 붕어의 살갗에 피낭을 형성하여 기생하면 그 피낭유충 주변에 흑색소포가 모여서 검은 점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 흡충은 사람에게도 기생하지만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간디스토마흡충은 아니므로 크게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중국붕어(수입붕어)]
9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수입되기 시작한 어종입니다. 향어 양식장이 수질오염 문제로 철거되자 유료 양어장 대체용으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주로 부상 사료를 먹고 양식되어서 입질 형태가 토종붕어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외견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토종에 비해 입술이 짧고 몸 빛깔이 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붕어 수입과 관련해서 양식장 업체와 관계기관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중국붕어를 양식용으로 수입하면 식품가공용으로 수입하는 경우보다 검역기간이 길다보니 통관 시점에는 고기들이 상하기 쉬워서 업체들은 식품가공용으로 들여와서는 유료 양식장으로 팔아 넘긴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식업계에서는 그 검역기간을 짧게 해달라고 하지만 세관에서는 전염병 유입 차단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계속 편법 수입을 단속하겠다고 하는 실정입니다.
[참붕어]
학명은 Pseudorasbora parva입니다.
방언은 깨붕어, 깨피리, 깨고기입니다. 토종붕어를 참붕어라 부르고 있어 다소 혼란을 주고 있지만 참붕어는 토종붕어와는 전혀 다른 종의 물고기입니다. 같은 잉어과이지만 모래무지아과 참붕어속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로 몸은 큰 게 10~12cm 정도로서 아주 작은 어종이며 체형은 가늘고 깁니다.
참붕어는 중국과 한국, 대만, 일본 등에 분포합니다. 몸이 길고 납작합니다. 피라미처럼 생겼으며 주둥이에서 꼬리까지 암흑색 세로띠가 있습니다. 입이 작고 뾰족하며 은빛입니다.
강이나 늪, 저수지에 떼지어 표층을 유영하며 곤충이나 이끼류 등을 먹고사는 잡식성으로서 수질오염에 대한 내성도 강합니다.
5-6월 산란기가 되면 물 가장자리나 아주 얕은 곳으로 몰려나와 수초에 산란합니다. 주로 호남지방 및 영남지방 일부에서는 이 참붕어를 오래 전부터 붕어낚시용 미끼로 사용해 오고 있으며, 때로는 대형붕어를 낚는 미끼로도 씁니다.
수온이 찬 2-3월이나 초겨울인 11-12월의 붕어낚시에서는 대어를 낚는데 대단한 위력이 있는 미끼로 통합니다.
[납자루]
학명은 Acheilohnathus입니다.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강의 흐름이 완만한 곳이나 호소 등 민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종입니다.
동글납작하며 크기는 5010cm정도 입니다.. 산란기는 5-8월이며 산란기로부터 10-11월까지 구더기나 지렁이 또는 떡밥미끼에 잘 낚입니다.
산란기에는 감탕바닥이나 물밑 은폐물이 있는 곳 주변이 좋은 포인트입니다.
긴 산란관을 통해 민물조개 안에 산란합니다. 붕어낚시에서 납자루를 미끼로 쓰기도 합니다.
[버들붕어]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국의 강이나 하천에 흔하던 물고기였지만 지금은 희귀어가 되었을 정도로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버들개, 버들치 각시붕어라고도 합니다.
배는 옅은 갈색이며 등은 짙은 녹색이고 몸은 납작합니다.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갈라지지 않고 둥글고 낚시 대상어종은 아니지만 수초가 많은 늪이나 웅덩이 등에 살며 근년 관상어로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 만큼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맛도 있고 예쁘게 생겼습니다.
산란기는 5월 ~ 7월인데 특이한 방식으로 산란, 부화시키며 새끼를 보호합니다. 먼저 숫놈의 입으로 거품을 만들어 수면에 띄운 다음, 암놈을 불러들여 그곳에 산란하게 하고 숫놈이 곧바로 수정시킵니다. 그 다음부터는 숫놈이 알을 보호합니다.
이 산란 방식은 가물치의 산란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