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토2] 청수사~헤이안 신궁~아라시야마(嵐山)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기념품 가게 등이 모여 있는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의 아침은 간 밤의 흥청거림을 죄다 잊어버린 듯 조용하고 한적하기까지 합니다.관광객들을 태우고 오락가락하던 유람선도 보이지 않고 유유히 개울물만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도톤보리천(道頓堀川),하늘은 마냥 푸르고 시가지는 부지런한 청소부가 아금받게 닦아놓은 것처럼 말갛습니다.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오늘의 여행지 교토의 천수사(天水寺)를 찾아가는 방일(訪日) 이튿날 아침입니다.호텔에서 교토에 자리하고 있는 천수사까지는 얼추 1시간 30분쯤이 소요될 것이 예상됩니다.
천수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곳의 주차장에도 수많은 관광버스가 빼곡합니다.행락철을 맞아 여러 관광객들과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겹쳐진 까닭이겠지요.주차장에서 청수사로 이어지는 1차선 폭의 완만한 오르막 길이 청수사 가는 길입니다.도로변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 등이 어깨를 잇듯이 촘촘하게 자리하고 있으나 가게 규모는 대부분 옹색합니다. 2열 종대로 인솔자의 뒤를 따르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다양한 복장의 관광객들이 떼를 지어 청수사를 향합니다.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부딪치기도 하겠지요.
사찰의 일주문 노릇을 하는 주황색 단청에 팔작지붕의 건물을 첫 번째로 통과해야 합니다.'靑水寺'라고 씌어진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그곳을 거치고 나면 3층 탑 형태의 주황색 단청의 전각이 기다립니다.매표소를 한 차례 거치고 나면 '馬駐'(마주)라는 작으마한 입간판이 걸려있는, 다섯필의 말이 기다릴 수 있는 마방간이 보이고, 한켠에는 범종각도 자리하고 있습니다.그곳을 지나고 나면 비로소 청수사 본당의 전각으로 이어지는데,향을 태우는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합니다.
청수사는 교토가 도읍이 되기 이전인 778년 나라(奈良)에서 건너온 승려 엔친이 창건한 사찰입니다.교토 시내의 동쪽에 있는 오토와산 중턱에 제비집처럼 자리하고 있으며,청수사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는 오토와 폭포에서유래되었다고 합니다.창건 이후 몇 차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에도시대 초기인 1633년 도쿠가와 이에미스의 명령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중건이 되었다고 합니다.청수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로는 '십일면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본당과 절벽 위에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지어진 '기요미즈의 무대'라고 일컫는 장소로서,이곳에서는 교토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처의 전망대입니다.
천수사 본당
천수사 본당 바로 앞의 '기요미즈의 무대'는 절벽에서 10m쯤 튀어나온 본당마루로 172개의 나무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목조 구조물입니다.그리고 본당의 지붕은 기와가 아니고 짚 같은 건초를 압축하여 지붕재로 사용한 것이 특이합니다.그리고 단청을 하지 않은 본당의 전각을 제외한 여느 전각들이 죄다 주황색 단청 일색인 것도 특이합니다.이러한 행색의 본당을 뒤로하고 나면 세 줄기의 샘물이 3,4m쯤의 높이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약수터에 이르게 됩니다.1칸짜리 작으마한 전각을 통해서 흐르는 샘물인 모양인데,한두 잔만 마셔도 소원성취가 된다는 풍문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긴 줄로 늘어섰군요.
세 가닥 물줄기의 미폭(微瀑)을 지나고 나면 이제부터 역순으로 발걸음을 하여 청수사를 벗어나 청수사의 사하촌 같은,에도시대의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산넨자카(産寗坂) 지역 탐방입니다.1차선 폭의 마을길 양쪽으로도 고만고만한 기념품 가게와 토속음식점이 여전하고, 교토영산호국신사(京都靈山護國神社)도 자리하고 있습니다.전통 건축물 보존지구인 산넨자카 지역 탐방을 얼렁뚱땅 해치우는 것으로 청수사 일정을 마무리 짓습니다.이제 다음 번 코스는 헤이안 신궁(平安神宮) 탐방이 기다립니다.
헤이안 신궁(平安神宮)은 이곳 정수사에서 3,4십 분쯤의 이동시간이 필요합니다.시간은 정오를 넘기고 있으니 헤이안 신궁의 관광을 마치고 점심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높이가 3,4십 미터쯤 돼뵈는 주황색 토리이가 꽤 장대합니다.그곳을 지나 100여 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팔작지붕의 정면 다섯칸에 2층 누각 형태의 전각이 기다립니다.'應天門'(응천문)이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헤이안 신궁의 관문인 응천문을 거치고 나면 축구장 만한 마당 건너 편에는 정면 11칸에 팔작지붕의 큼지막한 전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주황색 단청에 초록색 기와지붕입니다.
그리고 좌우로는 정면과 측면이 모두 네칸의 전각이 있고, 그 전각 지붕 위에는 정면과 측면이 한 칸짜리인 팔작지붕을 인 원두막 같은 전각이 서넛 세워져 있습니다.묘한 건축물입니다.그러한 전각들이 축구장 만한 마당 주변에 자리를 잡은 셈이고,신궁 바깥은 연못을 비롯한 정원이 둘러싸고 있습니다.신원(神苑), 신의 정원이 신궁을 둘러싸고 있는 것입니다.이러한 행색의 헤이안 신궁은 간무 천황의 헤이안 천도 1100년을 기념하여 1895년 만들어진 기념 건축물로,원래는 더 큰 규모를 계획였으나 자금이 부족해 크기의절반 정도로만 지어졌으며,1976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79년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헤이안 신궁의 관문인 응천문
헤이안 신궁
헤이안 신궁은 복원된 지가 얼마 안 되서인지 옛스럽지도,고즈넉한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고 단순하게 주황색 단청에 초록색 기와를 인 전각들에서는 콘크리트 냄새만 느껴질 뿐입니다.이러한 행색의 헤이안 신궁을 둘러보고 근처의 식당으로 몰려가 돈까스에 생맥주를 곁들여 출출함을 달래봅니다.헤이안 신궁 답사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1량짜리 란덴(嵐電)열차를 타고 오늘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아라시야마(嵐山)로 이동을 해야 할 여정이 기다립니다.란덴열차를 타려면 시즈오오미야역(四條大宮驛)으로 가서 란덴열차를 타면 2,3십분이면 아라시야마역에 득달하게 됩니다(14시40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아라시야마 역사(驛舍)를 벗어나 역 앞을 가로지르는 2차선 폭의 도로를 건너 우측의 인도를 따라 내처 10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인도 좌측으로 노노미야 신사와 아라시야마를 대표하는 대나무 숲길 치쿠린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만나게 됩니다.직경은 3,4인치가 넘어뵈는 대나무들이 빼곡하고 울창한 숲길은 어둑하기까지 하며 역시 오고가는 관광객들로 시장통을 방불케 합니다.머지않아 만나게 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은 노노미야 신사 방향이고,좌측은 대나무 숲길 치쿠린을 거쳐 오늘 일정의 마지막 코스 언저리인 호즈강을 넘나드는 다리 도게츠교(渡月橋) 방향이 됩니다.
노노미야 신사의 토리이
우측 방향으로 2,3십 미터쯤 발걸음을 옮기면 숲길 좌측 편에 세워진 신사의 관문 토리이(鳥居)를 들어서면 바로 노노미야 신사가 됩니다. '토리이(鳥居)'는 2개의 원통형 수직기둥 위에 직사각형의 들보가 가로로 얹혀 있는 것이 특징으로,첫 번째 가로대는 기둥의 양쪽 끝을 지나 바깥까지 뻗어 있고,두 번째 가로대는 그보다 약간 아래 쪽에 걸쳐져 있습니다.일부 전문가들은 불교와 함께 일본에 전래된 인도의 아치형 관문인 '도라나'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학자들은 만주나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대문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답니다.어쨌든 토리이는 흔히 붉은 색으로 칠을 하며,신사의 신성한 공간과 평범한 공간의 경계를 나타내고 산이나 바위 같은 곳에 세워 그곳이 신성한 장소임을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노노미야 신사를 뒤로하고 삼거리 갈림길로 돌아오면 이제 우측 방향의 대나무 숲길 지쿠린 노코미치 오솔길이 기다립니다.숲길 좌측의 울창한 대나무 숲 뒤쪽은 덴류지(천룡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숲길은 덴류지 북문 앞으로 이어지고,어둑하기까지 한 대나무 숲길은 여전하게 꼬리를 잇고 있으며,오고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행렬도 여전합니다.
한동안 꼬리를 무는 대나무 숲길은 삼거리 갈림길로 이어지고, 도게츠교(渡月橋) 방향은 좌측으로 꼬리를 잇습니다.
이쯤이면 그동안 거쳤던 대나무 숲길은 얼추 끝이 난 셈입니다.
호즈강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뻗은 길의 우측은 아라시야마(嵐山) 공원 가메야마 지구(龜山地區)입니다.숲길 우측으로 츄자끼 무라오까 동상과 수미노쿠라 료오이 동상 곁을 차례로 지나게 되고, 중국의 주은래 기념시비의 곁도 지나게 됩니다. 이러구러 길은 여러 척의 파랑색 물놀이 보트들이 노젓는 대로 오락가락거리는 호즈강변으로 여행객들을 안내합니다.이러한 풍경의 강변을 따라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머지않아 도게츠교에 득달하게 되지요.이곳에서 우리 여행객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는 좌측으로 3,4백여 미터쯤에 위치하고 있는 아라시야마역입니다.결국은 아라시야마역에서의 원점회귀 여정이 되는 셈이지요(15시40분).
도게츠교(渡月橋)
오늘의 여행 일정을 아라시야마역에서 마무리 짓고 쇼핑 코너과 식당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바닷가 쇼핑몰로 이동을 하여 야키니쿠 뷔페식으로 뱃구레를 채웁니다.불고기 요리 야키니쿠는 출출한 김에 배를 채우기는 하였지만 내 입에는 좀 짜더군요.저녁 식사를 그렇게 해결하고 우리 일행들의 베이스 캠프인 호텔(御宿 野乃)로 돌아옵니다(20시30분).도로 건너 도톤보리 일대는 벌써부터 울긋불긋 휘황찬란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며,수많은 인파들로 바글바글 흥청거립니다.한 시간여쯤 도톤보리의 기념품 가게 등을 돌아보며 쇼핑의 시간을 보내며 방일(訪日) 두 번째의 밤을 보냅니다.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