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무대 위로 등장하는 갓스와 지니. 무대 뒤에는 큰 남한 전도가 걸려 있다.
갓스와 지니.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모습.
갓스: 하하! 지니. 여기서 다시 만나는구나. 응? 그간 못 다한 승부를 내야겠지?
지니: 칫! 저번에 된통 당해놓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갓스.
갓스: 당하다니! 난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어. 그땐 부득이하게 너한테 고전했지만 너도 나한테 한방 먹었잖나?
지니: 그 소심남을 말하는 모양이군.
갓스: 그렇지. 약해빠진 소심남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비교주로의 변신은 나의 걸작품이었어. 너도 거기서 뼈아픈 좌절감을 느꼈을 테지?
지니: 그래봐야 그 한번 뿐이었어. 그 때의 싸움은 결국 나의 승리였다.
갓스: 승리라니? 잠시 물러섰을 뿐이다. 너를 완전히 꺾어버릴 날을 위해서.
지니: 설마 오늘이 그 날이란 건가?
갓스: 물론이지. 이 세상에 진정한 선 따위는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겠어.
지니: 훗, 근거 없는 자신감이 대단하시군.
갓스: (뒤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한 부분을 가리키며)
봐라. 이 섬이 우리의 결전장이 될 것이다.
지니: 연평도... 북한과 한국이 대치하는 곳이잖아.
갓스: 잘 아는군.
지니: 설마...
갓스: 맞아. 빗발치는 포탄과 불바다 속에서 과연 언제까지나 정의감과 선한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지 두고 보자구.
지니: 웃기지 마. 연평도를 지키는 국군 병사들은 그렇게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라구
갓스: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크흐흐흐...(암전)
1막
포대 행정반. 당직사관 완장을 찬 종선과 당직병 준영.
종선: (졸린 듯 기지개를 켜며) 아함~ 지금 몇 시냐?
준영: 아직 새벽 2시 밖에 안 됐습니다.
종선: 이런, 5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된단 말야? 젠장...
준영: 염려 마십시오. 많이 피곤하시면 제가 망을 볼 테니 살짝 주무십시오.
종선: .... 역시 똑똑하군.
준영: 어차피 내일 포탄사격 훈련 하시려면 근취도 못 하시지 않습니까?
종선: 에휴... 포탄사격이라...
준영: 걱정되는 건 혹시라도 포탄사격을 핑계삼아 북한 놈들이 시비나 걸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선: (피식 웃으며) 우리가 여기서 포탄사격 한두번 해 봤냐? 어차피 연례적으로 왔던 훈련이야. 걱정할 거 없어. 전쟁은 뭐 그렇게 쉽게 나는 줄 알아?
준영: 하긴 그렇습니다.
종선: 천안함 침몰 때 엄청 들끓었다만 지금은 뭐 조용하잖냐? 포탄사격 훈련 빌미로 북한이 뭐라 해 봤자 얼마 지나면 또 조용해 질 거다.
준영: 불바다 발언도 하도 들었더니 이젠 뭐 그냥 그렇습니다.
종선: 불바다? 하하! 어디 한번 불바다 만들어 보고 그런 소리 지껄일 것이지.
준영: 그렇습니다. 하하하...
종선: 순찰 한 바퀴 돌고 와야 겠다.
준영: 다녀오십시오. (퇴장하며 암전)
무대 바뀐다. 파도 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느긋하게 걸어가는 종선.
종선: 파도 소리 좋다~ 그렇게 평온하고 조용한데 전쟁이 난다는 게 말이나 돼? 다 부질없는 소리야. 전역도 얼마 안 남았는데 떨어지는 낙엽에도 몸 사려야 할 때야. 그렇고 말고...(휘파람을 분다.)
순간 그의 앞에 불빛이 번쩍 한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종선.
종선: (눈을 가리며) 뭐, 뭐야? 초병! 초병!
비틀거리다 그 자리에 쓰러지는 종선. 땅바닥을 더듬는 그의 손에 무언가가 잡힌다.
종선: (눈을 비비며) 이게 뭐지? 뭐야... 고글이잖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붉은 색 렌즈의 고글.
종선: 이게 왜 여기 떨어져 있지? 주기가 돼 있나 봐야겠군.
그러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종선: 앗싸리~! 횡재했구만. 오늘 근무 서길 참 잘 한 것 같아. 하하핫!
고글을 집어들고 걸어가는 종선. 퇴장한다. 다시 등장하는 갓스와 지니.
갓스: 크흐흣! 지니 너도 보는 눈이 없구만. 너의 대리자로 선택한 게 고작 저런 나약해 빠지고 군인정신에 애국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풋내기라니.
지니: 두고 보면 알 일이지.
갓스: 이거 일이 아주 쉽게 끝나겠는데?
지니: 네가 택한 건 북쪽 소대장이겠지?
갓스: 물론이지. 투철한 혁명정신과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놈이더군. 그 휘하 하전사 들도 썩 만족스럽더라구. 머잖아 이곳 연평도가 불바다가 되고 네가 택한 저 전포대장은 물론 연평부대 병사들이 꽁지가 빠져라고 도망치는 꼴을 보게 될 거야. 하하하....
지니: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어디 한번 볼까?(암전)
2막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생활관.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엎드려서 빌고 있다.
병장 계급장을 단 병사이다. 정화수까지 떠놓고 비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정우: (엎드린 채 손을 비비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부디 내일 배가 꼭 떠서 이 말년병장 휴가 가는 길을 굽어살펴 주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계속 빌다가 고개를 들며) 이번 휴가만 딱 갔다 오면 내 군생활도 시마이 하는데. 연평도에서 2년이라. 이만하면 어디 가서 꿀리진 않겠군.
잠시 후 들리는 기상나팔 소리. 병사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난다.
광욱: 기상입니다! 기상입니다!
정우: 어, 광욱아!
광욱: 이병 문! 광! 욱!
정우: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광욱: 옛! 저희 연평부대 포 7중대 최선임이신 서정우 병장님의 말년휴가 출발일입니다.
정우: 짜식, 알긴 아는구만. 그 휴가를 길이 보전하려면 배가 꼭 떠야 한단 말이야.
침구류를 정돈하던 찬호. 생활관으로 들어오는 준영. 정우에게 다가간다.
준영: 서 병장님. 기뻐하십시오. 어제 전포댐 얘길 들으니 인천행 배가 오늘 15시에 뜬답니다.
정우: 아, 그래? 아싸! 잡았다. 역시 어제 밤새 빈 보람이 있구만.
찬호: 전역하시걸랑 여기 일은 그냥 꿈 한번 꿨다 생각허시구 새 출발 하십쇼.
정우: 그래도 내가 어떻게 늬들을 잊어버리겠냐? 여기 광욱이, 찬호, 준영이, 진규 다 피 같은 전우들 아니냐? (종선이 생활관으로 들어온다.)
종선: 피 같은 전우는 개뿔... (정우의 야상 자락을 올려 깔깔이 자락을 잡아당기며) 방상내피냐? (주머니에서 고스톱 두 장을 꺼내며) 일타 쌍피냐? 그렇게 간 놈 치고 전화 한 통 하는 인간이 없더마는. 그라고 정우 너 설마하니 오늘 포탄사격을 확 째불고 휴가 갈 생각을 꿈에서나마 감히 했던 건 아니겠지?
정우: 아니, 전포댐. 그 무슨 섭섭하신 말씀이시옵니까? 배 안 떠서 몇 달 째 휴가 한번 못 나간 이 불쌍한 어린양한테 말입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오늘에야 겨우 배가 떴단 말입니다.
종선: 아, 그래? 배가 떴어? 근데 내가 오면서 저어기 3포상 쪽에서 니가 타고 갈 배를 본 것 같은뎅. 세계 최고의 크루즈! K-9 썬더 호라고 들어봤냐?
정우: 전포대장니임~
종선: 정우야~
정우: 네~
종선: 포탄사격 끝나고 가거라.
정우: 전포대장니임~ (암전)
모두 퇴장하고 혼자 남은 종선.
종선: 짜식이 어딜 감히 포탄사격을 째고 나갈려고? 어림도 없는 소리를. 그나저나 어제 주운 고글이나 한번 써볼까? (고글을 꺼내 낀다.)
종선,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살짝 뒤튼다. 멈추는 종선. 그러나 그가 아니다.
배경은 인공기가 걸려 있고 북한 군가가 흘러나온다. 북괴군 무도 진지의 지휘소다.
언제부턴가 손에 지휘봉이 들려 있는 종선. 의기양양하게 의자에 앉는다.
부리나케 달려와 탁자 위에 서류들을 놓아두는 북괴군 병사(준영과 동일 인물이다.)
준영: 소대장 동지! 본부로부터 내려온 지령입네다.
종선: 이리 줘 보라우. (전문을 읽는다.) 남조선 괴뢰 도당들이 금일에 호국훈련을 빙자한 포격 도발을 우리 령해로 실시한다는군. 놈들의 포격이 감행되는 즉시 대대적인 반포격을 가하여 놈들 기지가 있는 련평도를 불바다로 만들라는 게 당의 지시다.
준영: 기카믄 남조선과의 전쟁입네까?
종선: 놈들이 먼저 우리네 땅에 불질을 해댔으니 당연히 놈들의 아성을 들어내야 할 거이 아니갔나?
준영: 소대장 동지. 기렇디만 련평도에 있는 남조선군 포대는 우리네 쪽을 향하고 있디 않습네다. 게다가 그 무슨 호국이라고 하는 훈련과도 관련이 없는 통상적인 훈련이라 하디 않습네까?
종선: 무시기? 우리는 장군님의 군대고, 당의 군대로서 당과 장군님께서 기렇다 하믄 기런 거이야. 그 무스글 추가적인 설명이 더 필요하갔나?
준영: (우물쭈물하며) 남조선군도 우리네 동포들이고 그네들 하층 군관들, 하전사들 다 로동자, 농민의 자식들 아닙네까?
종선: (탁자를 치며 일어나 준영의 멱살을 잡는다.) 이런 종간나 새끼! 무슨 반동같은 언사인가? 혁명정신이 대갈통에서 빠져나갔구만 기래. 남조선 괴뢰군 놈들이 아무리 프로레타리아 계급의 자식들이래도 우리의 원쑤고 적이야! 반드시 까부수고 타도해야 할 대상들이란 말임메! 그 따위 생각을 갖고 서리 어더렇게 김정일, 김정은을 보위하는 초병이라 할 수 있갔나?
준영: (기가 질려) 죄송합네다. 소대장 동지. 잠시 넋이 나갔습네다.
종선: (멱살을 놓으며) 혁명에 있어 감상은 금물이오. 우리는 (차렷 자세를 취한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장군님과 친애하는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께옵서 남조선 점령군 사령관으로 우뚝 서시는 그날까지 목숨을 다해 그 분들의 의지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알갔나?
준영: (차렷 자세로) 오직 당과 장군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갔습네다!
종선: 더 할 말이 있나?
준영: (손을 높이 들며) 조국 공화국 만세! 김정일 장군님 만세!!!
종선: 좋다. 기럼 나가서 포격을 준비하라우.
준영: 예, 알갔습네다!!!
고글을 벗는 종선. 꿈을 꾼 듯 얼떨떨한 표정이다.
종선: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아까 내가 뭘 한 거지? 북괴군 놈들이 이곳 연평도에 포격도발을? 아냐, 아닐거야. 내가 잠시 헛걸 본 걸 거야. (막이 내린다.)
3막
무대는 훈련장으로 바뀐다. 포탄과 사격기재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병사들.
광욱: 편각 3280, 사각 540.
준영: 편각 3280, 사각 540.
찬호: 편각 3250, 사각 530.
준영: 편각 3250, 사각 530.
포반 인원 옆에는 FDC가 위치하고 있다. BTCS-A1을 만지는 진규. 그 옆에 종선.
진규: 둘 여섯 수신 양호. 전포반 사격준비 끝!
종선: 전포반 준비.
모두: 준비!
종선: 쏴!
모두: 쏴!!!
준영, 방아끈을 당긴다. 포성이 울린다. (음향효과)
광욱: 하나발 떴다. 포구 이상 무.
찬호: 하나발 떴다. 포구 이상 무.
광욱: 마감탄 떴다. 포구 이상 무.
찬호: 마감탄 떴다. 포구 이상 무.
진규: 전포반 마감탄 떴고 포구 이상 무.
종선: (진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어. 역시 빈틈 없다니까. (P-96K로) 전포반. 전포반, 여기는 둘 칠. 현재 임무 끝이며 전인원 둘 칠 뒤로 집합할 것. 이상.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오는 종선. 뒤에 일렬로 줄지어 선 병사들.
종선: (손뼉을 치며) 역시 우리 포 7중대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니까. 서정우 그 놈이 빠져 나갔는데도 이렇게 잘 하다니 정말 기대 이상인 걸.
광욱: 아이, 전포대장님. 말년 하나 빠졌다고 저희들 실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찬호: 염려일랑 놓으십쇼. 북괴군 놈들이 지금 당장 이쪽으로 포를 쏴대도 1분 안에 반격탄을 날릴 자신이 있습니다요.
진규: 육지에선 육군 전우들이 호국훈련으로 바쁘다던데 저희들도 밀릴 수야 없지 않습니까?
카메라를 들고 등장하는 승호. 일행들에게 다가온다.
승호: 역시 포 7중대의 스킬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군요.
종선: 정훈반장께서 어쩐 일로?
승호: 찍사가 할 일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이번 포탄사격 사진 하나 잘 찍어서 국방일보에 한번 실어 보겠습니다.
광욱: 우와! 정훈반장님, 그럼 저희들 신문에 나오는 겁니까?
승호: 물론이지!
순식간에 화색이 돌며 웅성거리는 병사들.
종선: 자, 자! 조용히! 사격하느라 수고했고 남은 시간은 포구 밀고 정비를 하겠다. 알겠지? 오늘 일과 더 없으니까 얼른 끝내고 오후에는 쉬도록 하자.
병사들: 예, 알겠습니다!
종선: 정훈반장은 저랑 얘기 좀.... 저기, 그러니까 신문에 사진 올릴 때요.
종선과 승호, 이야기를 하며 퇴장한다.
둘이 사라지자 금세 이리 저리 편하게 주저앉는 병사들.
진규: 어쩐지 전포댐이 전에 없이 열심히 하더라니.
광욱: 국방일보에 뜨는 거라면서 말입니다.
찬호: 요즘 들어서 하도 북한 놈들이 집적거리니까 관심 가질 만도 해.
준영: 맞어. 북한 놈들. 지들이 뭔데 50년도 더 된 북방한계선을 인정하고 말고 해?
진규: 육지에서 호국훈련 하는 거 가지고도 엄청 시비 걸던데. 전쟁 도발이니 뭐니하고 말이야.
광욱: 우리 나라 훈련하는 걸 지네들이 무슨 상관이랍니까?
준영: 글쎄 말이다. 그 쪽도 3대째 해먹으려니까 뭔가 한 건 필요해서 그렇겠지? 그나저나 찬호 너 그 말 진짜냐? 지금 당장 쏴도 1분 안에 반격탄 날린다고 한 말.
찬호: 에~이~ 설마 북한 놈들이 진짜로 우릴 공격이야 하겠습니까? 말끝마다 우리 민족, 우리 민족 하는 놈들인데. 이번에도 뭐 쌀 좀 주소~ 하고 깡통 두드리는 정도겠지 말입니다.
광욱: 그나저나 서정우 병장님 정말 남자 아닙니까? 전포댐의 그 압박과 협박을 다 튕겨내고 결국 유유히 위병소를 빠져나갔지 않습니까?
진규: 전포댐이 서 병장 부사관 만들려고 온갖 애를 썼지. 일병 때부터.찬호: 전포댐도 끈질기지만 서 병장도 정말 대단해. 나 같음 그냥 지원서 썼겠는데.
광욱: 지금쯤 항구에 거의 다 갔겠지 말입니다? (암전)
4막
심호흡을 하며 무대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정우.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가 들린다.
정우의 손에는 배 티켓이 들려 있다.
정우: (독백) 죄송합니다. 전포댐. 그치만 전 조용히 집에 가고 싶습니다.
무대로 올라오는 종선. 정우는 티켓을 주머니에 넣고 차렷 자세로 선다.
이 부분은 정우의 회상이다.
종선: 정우야.
정우: 병장 서정우!
종선: 생각은 좀 해 봤나?
정우: 죄송합니다.
종선: 죄송할 것까지야 있나? 그냥 이 종이에 싸인만 해 주면 되는 걸.
정우: ...... (종선의 손에 들린 부사관 지원서를 본다.)
종선: 어때? 새 마음 새 뜻으로 같이 시작하는 거야. 지금까지 했던 군생활 2년! 그건 아무것도 아냐. 새롭게 4년 더! 시작하는 거야. 알겠지?
정우: 아무래도... 저는 얼른 전역해서 학교를 다니고 싶습니다.
종선: 학교? 배움의 길이야 죽 열려 있지. 부사관학교, 포병학교 초급반, 중급반에 고급반, 더 필요해? 아! 신흥대학?
(* 저자 주: 신흥대학은 26기보사단과 결연을 맺은 양주시의 전문대학.)
정우: (다급하게) 전포대장님~
종선: 자고 있을 때 지장 찍힐래? 아니면 니 손으로 찍을래?
정우: (좀 더 다급하게) 전포대장님~
종선: 저기 탁자 보이지? 저 탁자 위에 두 다리 올리고 2시간만 엎치고 있으면 좀 더 생각이 빨리 정리되지 않을까?
정우: (정말 다급하게) 전포대장니임~~ (퇴장하는 종선)
끝나는 회상, 다시 티켓을 꺼내 드는 정우. 생각에 잠겨 있다.
정우: 그렇게 날 간부 만들고 싶어하는데 그냥 6개월짜리 전문하사라도 들어줄 걸 그랬나? 하긴 썩 그렇게 나쁜 조건도 아니잖아. 군 경험 살리고, 학비도 벌고 애들하고도 더 지낼 수 있으니까.. 모르겠다. 일단 휴가나 갔다 와서 생각해 봐야겠다. (암전)
무대는 다시 훈련장으로 바뀐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병사들.
종선과 승호는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종선: 소녀시대 중에 군인들한테 젤 인기 많은 애가 제시카잖아요. 왜 그렇게요?
승호: 글쎄요. 젤 이뻐서?
종선: 아니요.
승호: 젤 섹시해서요?
종선: 아뇨.
승호: 그럼 왜죠?
종선: (일어나서 제식동작을 하며) 우린 맨날 제식하잖아요. (제시카잖아요.)
순간 정적이 흐르는 무대. 잠시 동안 모두가 종선을 쳐다보고 있는다.
종선: 소양강 뱃사공은 왜 애들만 태우는지 아세요?
승호: ..... 글쎄요.
종선: (노래를 부른다.) 아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자, 봐요. 애만 태운다잖아요.
모두: ......... (정적이 흐른다.)
찬호: 전포댐은 태연 팬이시지 말입니다?
종선: 어떻게 알았대?
찬호: 그런 임오군란적에 나온 중국산 개그를 그렇게 태연하게 하십니까?
다시 정적이 흐르고 이번에는 모두가 찬호에게 시선 집중이다.
종선: (수기를 내던진다.) 됐다. 됐어. 가서 화포들이나 포상에 다 집어넣어.
(허공에 발길질을 하며) 빨리 빨리 안 뛰어?
몸을 들썩이며 하나 둘 씩 몸을 일으키는 병사들.
무심코 고글을 들어 써 보는 종선. 화포로 달려가던 준영이 그의 옆에 와 선다.
종선: (준영을 향해) 포격 준비는 다 되었나?
준영: 예, 소대장 동지. 땡기기만 하면 끝납네다. 기런데 말입네다. 남조선 괴뢰군이 우리의 포격을 받고 우리 땅에 마주 포탄이라도 날려 대면 엇디 합네까?
종선: 흥! 걱정일랑 접어 두라우. 병신 같은 남조선 괴뢰군 놈들이 언제 우리한테 제대로 반항 한 번 해 본 적 있는가? 그 무슨 교전수칙인지 뭔지에 매여 얼마를 얻어 터지든 손 한 번 못 뻗는 빈 껍데기 놈들 아냐?
준영: 길티만 저네들 땅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가만 있을 군대가 어디 있습네까?
종선: (비웃는 듯이) 하핫! 저번에 천안함을 제꼈을 때도 우리한테 말 한 마디 못하고 전쟁이라도 날까봐 무서워 벌벌 떨며 엎드리던 놈들 아닌가? 이번이라고 다를 거이 뭐이 있간? 확실하게 까부숴 버리라우.
준영: 하디만... 련평도 전체에 포격을 하면 무고한 인민들도 죽고 다칠 터인데...
종선: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돈다.) 남조선의 공산주의 혁명과 북남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위해 필연적인 희생일 뿐이다. 남조선 인구 5천만명 중에 겨우 천 명이라구. 크흐흐흐흐.... 우하하하!!!!
준영: 알갔습네다. 소대장 동지. 곧 사격을 시작하겠습네다.
종선: 폭풍!!
고글을 벗는 종선. 준영은 다시 화포를 향해 달려간다. 걱정스런 종선.
종선: (방백) 북괴군 놈들이 정말로 포격을? 아냐, 아닐거야. 아냐. 제발....
그 순간 거대한 폭음! 포성과 함께 나자빠지는 병사들. 깜짝 놀라는 종선.
승호: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종선: 젠장! 북괴군의 기습이다! 지금 당장 화포로 이동해! 포상으로 포를 옮겨!
그러나 병사들은 이리저리 혼란스레 움직이며 넘어지고 일어서고 할 뿐이다.
종선: (준영의 어깨를 흔들며) 정신차려! 화포로 이동해! 화포로 이동하래두!! 빨리 대응사격을 해야 돼! 침착해. 이길 수 있어! K-9 썬더는 세계 최강의 자주포라는 걸 잊었나?
준영: 전포대장님, 정신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종선: 뭐가 어째? (준영을 놓고 P-96K를 꺼내 든다.) 전포반, 전포반. 여기는 전포대장이라 알리고 지금 즉시 전포반은 포상으로 이동해 사격준비를 실시하라.
진규: (다급하게) 전포대장님! 아직 화포들이 전열을 가다듬지도 못했습니다.
종선: 지금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 일단 준비된 화포라도 먼저 출발하라고 해!
진규: 예, 알겠습니다!
종선: 포수 정렬! 사수 위치로! 뭘 꾸물거리고 있나?
준영: 전포대장님! 지금 하나포, 넷포, 오포가 적탄에 맞았습니다!
종선: 뭐야? 그럼 가용한 화포가 3문 뿐이란 말인가?
준영: 우선 제가 둘포로 가겠습니다.
광욱: 제가 삼포로 가겠습니다.
찬호: 제가 여섯포를 맡겠습니다.
종선: 좋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라.
준영, 찬호, 광욱: 예, 알겠습니다!!
그 순간 다시 포성이 울리고 달려가던 광욱, 그 자리에 쓰러진다.
준영: 광욱아!!!!(암전)
무대는 다시 바뀌어 정우 혼자 서 있다.
항구 부근, 갈매기 소리와 포성이 섞여 들린다.
정우: 큰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북괴군 놈들이 연평도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이미 휴가를 나왔는데 이대로 배를 탄다면? 아니야, 그럴 순 없어. 내 전우들을 놔두고 어떻게 나만.. 그치만 지금 부대로 돌아간다면? 만약에 내가 죽기라도 하면 날 기다리고 계실 우리 부모님은 어쩌란 말이야? 이럴 땐,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포성은 계속해서 울리고 주먹을 꼭 쥐고 갈등하는 정우.
정우: 그래. 난, 난 군인이다.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하지 않아. 내가 탈 배는 이곳 항구가 아니라 우리 포 7중대 3포상에 있어! 어차피 군인은 이러한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고 내 한 목숨으로 내 가족, 내 여친, 내가 사랑하는 모두를 지키겠어. 우리 부모님... 부모님도 내가 잘했다고 하실 거야. 그렇고 말구! 광욱아! 준영아! 내가 간다!!! (암전)
다시 무대는 바뀌어 포격을 당하는 포 7중대. 포성은 간혹 들릴 뿐 소강 상태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촬영하는 승호.
승호: 북한 놈들. 연평도의 민가에까지 포를 갈겨댔습니다. 면사무소고 주택들이고 몽땅 파괴되고 시민들까지.... (말을 잇지 못한다.)
찬호: 시민들 2명이 죽고 3명이 다쳤습니다. 우리 전우들도 16명이 다쳤습니다.
종선: .... (이를 악문다.)
쓰러진 광욱을 부여잡고 통곡하는 준영.
준영: 광욱아! 정신차려라. 정신차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 널 보낼 수 없어!
광욱: .... 임 상병님...
준영: 그래, 눈을 떠! 어서 일어나!
광욱: ... 이 정도, 이 정도로는 끄떡없습니다... 임 상병님... 하이바가....
준영: 이깟 하이바가 불에 탄 게 뭐가 중요해? 이 나라, 너가 지킨다면서?
광욱: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그렇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정면을 보며) 이 민족반역자! 쓰레기 같은 빨갱이 놈들아! 내가... 내가 바로 대한민국 해병대 이병 문광욱이다. 너희 같은 놈들한테 내 가족, 우리 전우들이 더 이상 죽고 다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어!!!
다시 한번 포성이 울리고 쓰러지는 광욱. 그 순간 무대 위로 올라오는 정우.
정우: 광욱아! 광욱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광욱: (힘겹게) 서.. 병장님..
정우: 그래. 나야, 나라구! 너희들 땜에.. 너희들이랑 같이 싸우려고 기다리던 배도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단 말이야. 근데 이게 뭐야. 뭐냐구? 일어나. 정신차려!
광욱: (죽어간다.) 서 병장님.. 저 위로휴가도 가야 되고.. 특급전사도 돼보고 싶고.. 모범병사도 돼 보고 싶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여기서 접을 순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할 수는... 없습.....(숨을 거둔다.)
정우: 광욱아!!! (울부짖는다.)
종선: 정우야, 위험해!!
그 순간 포성이 울리며 뒤로 쓰러지는 정우. 피를 토한다.
종선: 정우야!
정우: ... 어째서... 우리 포들은 조용한 겁니까? 왜 포성이.... 울리지... 않습니까?
종선: 아냐, 이제 곧, 이제 곧 발사할 거야. 그러니 정신차려!!
정우: 우리.. 애들이 잘.. 해낼 겁니다... 제가.. 잘... 가르쳐.. 놨으니까....
종선: 그래. 우리 애들이면 문제없어. 잘 해내구 말고. 조금만 참아. 앰블을 부를게.
정우: ... 전.. 이미... 늦은 것 같습... 니다...
종선: 나약한 소리 하지 마! 이 정도는 끄떡없잖아! 천하의 서정우가, 안 그래?
정우: 그나저나... 저 이러면... 전사한 걸로.. 되는 겁니까? 그럼.. 일계급.. 특진...
종선: 암, 물론이지. 임관하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대한민국 부사관이 이 정도로 포기하면 안 되지. 부대에 네가 해야 할 작업, 나가야 될 선탑이 수도 없이 쌓여 있다구! 그러니까...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정우: 하.. 결국.. 전포댐.. 뜻대로.. 됐네요.. (희미하게 웃으며) 죄.. 송.. 합.. 니.. 다. (손을 들며 마지막 경례를 한다.) 하사.. 서.. 정... 우.... (숨을 거둔다.)
종선: 고맙다. 서 하사. 이젠... (정우의 손에 그가 떨어뜨린 티켓을 쥐어 준다.) 네가 기다렸던 배를 타러 가라. (고글을 들어 쓴다.)
종선의 옆에 준영이 와서 선다. 승호, 카메라를 둘에게 들이댄다.
승호: 소대장 동무, 하전사 동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상해 말해 주시갔습네까?
종선: 우리들은 정말 진실된 마음으로 도발을 멈추고 평화적으로 할 것을 간곡히 남조선 측에 말하였습네다. 그러나 놈들은 우리의 그 어떤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령해에 포격을 가하는 무모한 도발을 가하였으니 이런 놈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갔습네까? (지휘봉으로 준영을 쿡 찌른다.)
준영: (쭈뼛쭈뼛하며) 우리 령해에 놈들의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본 우리들의 눈에 불이 펄펄 일었습네다. 우리들은 모두 고도로 격동되여 모두가 장군님을 위해 한 목숨 바쳐 싸우자, 원쑤 남조선 괴뢰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 주자, 복수의 불벼락을 안겨주자 결의하였습네다.
종선: (지휘봉으로 준영을 한번 더 찌른다.)
준영: 남조선 간나새끼들! 어디 감히 신성한 우리 령해에 불질이야 하고 놈들에게 복수의 불벼락을 안겨주자, 놈들이 뼈다귀도 못 추리게 박살을 내버리자 하며 쏴 구령이 떨어지자마자 힘차게 포를 날려 무자비한 불벼락을 퍼부었습네다.
종선: 정말 굉장했습네다. 우리가 쏜 초탄에 적 탐지기 초소가 날아가고 여기저기서 연방 불기둥이 치솟는 것을 보며 만세를 부르며 승리를 축하했습네다.
승호: 수고하셨습네다. 소대장 동무.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만 해 주시라요.
종선: 친다면 치고, 한다면 하는 게 우리의 빈말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네다. 우리들의 멸적의 포문은 아직 열려 있습네다. 언제든 남조선 괴뢰들이 덤벼 온다면 언제든 까부숴 줄 것입네다. 아참! 이번 일로 남조선 인민들 중에 일부 사상자가 발생한 점은 유감입네다. 하하하!!!
고글을 벗는 종선. 분노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무대 앞으로 나오는 종선.
뒤에 나란히 서 있는 준영, 진규, 찬호, 승호.
진규: 놈들의 포격은 일단 멈췄고 현재 전포반이 포상에 위치했습니다.
종선: 수고들 했다.
준영: 전포대장님, 이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종선: (준영의 철모를 만져 본다.) 철모가 불에 탔구나. (준영의 손을 꼭 잡는다.) 이 쓰레기만도 못한 놈들! 우리 민족끼리라면서? 동포라면서? 어떻게 동포의 삶의 터전을 향해 망설임도 없이 포탄을 날릴 수가 있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주먹을 꼭 쥔다.) 남조선 혁명?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혁명이 무엇이기에 조국의 미래보다 중하고, 사상이 대체 무엇이기에 동포의 목숨보다 귀하단 말이냐? 이 민족 반역자! 짐승만도 못한 빨갱이 놈들아!!!! 결국 네놈들은 적이다. 적!! (병사들을 향해) 전우들! 이제는 우리 차례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 교전수칙 따위는 개나 줘버려! 북한 놈들이 동포라는 생각 따위도 소각장에 처넣어 버려라! 저 바다 건너편에서 군복을 걸친 놈들은, 총을 쥐고 있는 놈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다, 적!!!
비장한 눈빛으로 종선을 바라보는 모두들
종선: 이제는 우리가 놈들에게 복수의 불벼락을 날릴 차례다.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걸레 같은 놈들. 저 가증스러운 김정일의 사냥개들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야전포병의 로켓탄이다. 사수 위치로!
준영, 찬호, 진규: 위치로!!!
종선: 정훈반장... (다만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일 뿐)
승호: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염려 마십시오. 하나도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오늘 이곳 연평도에서 있었던 일들을, 북괴군 놈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과 범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준영: (붉은 수기를 내밀며) 전포대장님, 사격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종선: (손을 뻗어 수기를 잡는다.) 전우들! 우리는 명령 하나에 목숨을 건다. 후회없이 준비하고, 후회없이 적과 싸워 반드시 승리하자. 모조리 죽인다. 전포반 준비!
모두: 준비!!
종선: (수기를 휘두르며) 쏴!
모두: 쏴!!!!!!
거대한 포성이 울린다. 고글을 꺼내 쓰는 종선. 포성은 계속해서 울린다.
종선: (다급하게) 뭐이야? 이거레 무시기 소린가?
준영: 남조선 포대가 불을 뿜었습네다! 사정없이 우리 막사에 내리꽂히고 있습네다!
종선: 뭐이 어드레? 어더렇게 이런 일이! 어떻게 남조선 놈들이!!
진규: 소대장 동지, 어서 피하셔야 합네다! 지금 우리 막사와 진지가 모조리 불바다가 되고 있습네다!
종선: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다!! 크아아아악!!!!!
순간 포성이 울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는 종선. 준영, 진규, 찬호가 부축한다.
종선: 으.... 날 좀.. 데려가 달라...
셋이서 종선을 부축하고 몇 걸음 떼는 사이 또다시 무자비한 포성이 울린다.
기겁을 하며 엎드리는 네 사람.
준영: 안 되갔어. 이러다간 다 죽갔다. 우리라도 날래 가자우.
진규, 찬호: 알갔어. 빨리 가자우. (종선을 버리고 달려간다.)
종선: (다급하게 손을 뻗으며) 이보라우! 이보라우! 동무들! 나 좀 데려가 달라우! 나 좀 살려 달라우!!! (포성이 울린다.) 으아악!!! (바닥에 엎어진다.)
준영: 전포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종선, 몸을 일으킨다. 어느 새 고글은 벗겨져 있다. 주위를 둘러보는 종선.
찬호, 진규, 승호가 그를 둘러싸고 있다.
종선: 아.. 잠시 어지러워서 그만... 어떻게 됐나?
찬호: 놈들 무도 진지와 개머리 진지의 막사들을 모조리 파괴했습니다.
진규: 북괴군 수십명이 죽고 실려간 놈들도 수십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승호: 무도 진지의 소대장이 우리 반격탄을 맞아서 쓰러져 있는데 놈을 부축하던 병사 세 놈이 우리가 계속 포를 쏴대자 겁에 질려 소대장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답니다. 하하하하!
준영: 김정은 놈이 잔뜩 뚜껑 열려서 그 세 놈을 총살시켰다고 했지 말입니다?
승호: 암, 전포대장님. 우리가 완벽하게 이겼습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종선. 손에 쥔 수기를 힘차게 들어올린다.
승리감에 취해 환호하는 모두들. 암전.
다시 밝아지는 무대, 지니와 갓스. 마주 선다.
지니: 어때? 해병대 용사들이 멋지게 반격탄을 북한 땅에 내리꽂는 걸 봤지? 놈들 포대고 막사고 다 박살나고 네가 대리자로 택한 북괴군 소대장도 아주 아주 비참하고 불쌍하게 숨이 끊어지던걸? 혁명정신, 주체사상도 별 볼일 없구만?
갓스: .....
다시 포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지니: 못 다한 포탄사격 훈련을 계속하고 있어. 한미 연합 해상훈련도 했고. 북괴군들 기세등등하더니만 완전히 겁에 질려서 꼬리를 내렸더군. 남북대화를 하자고 난리야. 납작 엎드려서 평화를 구걸하는 꼴이라니. 아주 가관이던데?
갓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 나약하던 놈들이....
지니: 넌 단지 겉모습만 보았을 뿐이야. 나서야 할 때가 됐을 때 그 용맹을 봤지? 이 연평도는 작은 섬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려는 애국심, 가족들과 국민들을 지키려는 진정한 군인정신,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뜨거 운 열정과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이 모든 게 다 있었어.
갓스,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을 뿐이다.
지니: 그 모든 게 진정한 선이고 사랑이야. 그리고 그건 절대로 패배하지 않아. 넌 졌어.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거야.
갓스: 분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지니: 다 끝났으면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갓스: 어딜?
지니: 따라 와보면 알아.
갓스의 손을 잡아 이끄는 지니. 암전.
다시 무대가 밝아진다. 대 위에 줄지어 선 병사들. 영결식이 진행 중이다.
사회자는 승호.
승호: 지금부터 지난 11월 25일. 연평도에서 북괴군의 포격 도발에 맞서다 장렬히 산화한 해병대 연평부대의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의 영결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무대 위에 선 병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승호: 바로! 다음은 고 서정우 하사의 동기이자 친구인 병장 김진규의 추모사가 있겠습니다.
진규: 나의 동기이자 친구인 서정우. 진정한 군인임을 자부했던 광욱아. 들리니? 지금 그곳은 편하니? 나의 전우들아.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너희들만 보내서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진정한 군인이 무엇인지 보여줘서. 이 나라를 지켜줘서. 이제 내가 너희들 몫까지 싸울게. 저 빨갱이 놈들. 이 나라 대한민국을 위협하면 어떻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거야. 5년, 10년이 지나도, 아니 천년이 두 번 지나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그러니 너희들도 하늘에서 우리랑 같이 싸워주라. 내 전우들아. 너희를 알게 된 걸 정말로 감사해. 서정우, 문광욱! 고맙다!! (경례를 하고 퇴장한다.)
승호: 다음은 추모시 낭독이 있겠습니다.
누군가가 나와서 읊는 것이 아닌 객석에서 나레이터가 낭송한다.
무대가 잠시 어두워진다.
피날레
나레이션
: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녹색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용사였구나. 엎드려 그 주검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내 손에 총자루, 내 머리엔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폭풍같이 머나먼 적진까지 밀어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기에 더 용감히 싸웠노라.
이제 나는 피곤한 몸을 쉬고 저 하늘에 나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조국을 위해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조국이여, 동포여,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물리쳐 다오.
둘러싼 군사가 모두 물러간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싸울곳에 주저하지 말고 죽을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일으키라.
나는 거친 바람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를 소원하노라.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군가 제창 (군가 ‘전선을 간다.’)
: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 간 그 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잃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들리는가. 한 맺힌 눈동자.
군가 제창 (군가 ‘푸른 소나무’)
: 이 강산은 내가 지키노라. 당신의 그 충정. 하늘보며 힘껏 흔들었던 평화의 깃발.
아아, 다시 선 이 땅에 당신 닮은 푸른 소나무. 이 목숨 바쳐 큰 나라 위해 끝까지 싸우리라.
(모두 퇴장한다.)
무대에 올라온 갓스와 지니. 흰 꽃을 정우와 광욱의 영전에 놓고 잠시 묵념한다.
지니를 뒤로 하고 무대 앞으로 나오는 갓스.
갓스: 흥! 이대로 포기할 내가 아냐!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오늘의 이 의지와 정신을 잃어버린 채 악에 물든다면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반드시! 더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