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策(조 책) 1
01. 知伯이 韓나라 魏나라 군대와 從約하여 趙나라를 공격하다.
知伯從韓、魏兵以攻趙, 圍晉陽而水之, 城下不沉者三板. 郄疵謂知伯曰:「韓、魏之君必反矣.」 知伯曰:「何以知之?」
지백종한、위병이공조, 위진양이수지, 성하불침자삼판. 극자위지백왈:「한、위지군필반의.」 지백왈:「하이지지?」
[解釋] 知伯이 韓나라 魏나라의 군대와 從約하여 趙나라를 공격, 晉陽을 포위하고 물길을 터서 대니, 성 아래에 물이 잠기지 않은 것이 三板이었다. 郄疵가 지백에게 말하였다. 「한나라、위나라의 임금은 틀림없이 배반할 것입니다.」 지백이 말하였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郄疵曰:「以其人事知之. 夫從韓、魏之兵而攻趙, 趙亡, 難必及韓、魏矣. 今約勝趙而三分其地. 今城不沒者三板, 臼竈生䵷, 人馬相食, 城降有日, 而韓、魏之君無喜志而有憂色, 是非反如何也?」
극자왈:「이기인사지지. 부종한、위지병이공조, 조망, 난필급한、위의. 금약승조이삼분기지. 금성불몰자삼판, 구조생와, 인마상식, 성강유일, 이한、위지군무희지이유우색, 시비반여하야?」
[解釋] 극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의 사정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저 한나라、위나라 군대와 종약하여 조나라를 공격하고 있는데, 조나라가 망하고 나면 그 難이 틀림없이 한、위 자신들에게 미칠 것입니다. 지금 조나라를 이기고 그 땅을 셋으로 나누어 갖자고 약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성이 三板 정도만 남고 모두 잠겨서, 확과 아궁이에 개구리가 생겨나고, 사람과 말이 서로 잡아먹고 있어, 성이 항복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韓、魏의 임금은 기뻐하는 빛이 없고 도리어 근심 띤 얼굴이니, 그들이 배반할 조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明日, 知伯以告韓、魏之君曰:「郄疵言君之且反也.」 韓、魏之君曰:「夫勝趙而三分其地, 城今且將拔矣. 夫二家雖愚, 不棄美利於前, 背信盟之約, 而爲危難不可成之事, 其勢可見也. 是疵爲趙計矣, 使君疑二主之心, 而解於攻趙也. 今君聽讒臣之言, 而離二主之交, 爲君惜之.」 趨而出.
명일, 지백이고한、위지군왈:「극자언군지차반야.」 한、위지군왈:「부승조이삼분기지, 성금차장발의. 부이가수우, 불기미리어전, 배신맹지약, 이위위난불가성지사, 기세가견야. 시자위조계의, 사군의이주지심, 이해어공조야. 금군청참신지언, 이리이주지교, 위군석지.」 추이출.
[解釋] 이튿날, 지백은 한나라、위나라 임금에게 이를 고하였다. 「극자가 그대 두 임금께서 장차 배반할 것이라 하였소.」 그러자 한、위의 임금은 이렇게 말하였다. 「무릇 조나라를 이기고 나면, 그 땅을 셋으로 나누어 갖기로 되어 있고, 또 지금 조나라 성을 곧 빼앗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비록 어리석다고는 하나 눈앞의 좋은 이익을 포기하고 맹약을 배신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위태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은 그 형세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극자가 조나라를 위하여 계략을 꾸미는 것입니다. 君으로 하여금 우리 두 사람을 의심케 하여 조나라에 대한 공격을 풀고자 함입니다. 지금 君께서 讒臣의 말을 듣고 우리 두 나라와의 交分을 이간시키려 하시니, 군을 위해 애석하게 여깁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나와 버렸다.
郄疵謂知伯曰:「君又何以疵言告韓、魏之君爲?」 知伯曰:「子安知之?」 對曰:「韓、魏之君視疵端而趨疾.」 郄疵知其言之不聽, 請使於齊, 知伯遣之. 韓、魏之君果反矣.
극자위지백왈:「군우하이자언고한、위지군위?」 지백왈:「자안지지?」 대왈:「한、위지군시자단이추질.」 극자지기언지불청, 청사어제, 지백견지. 한、위지군과반의.
[解釋] 극자가 지백에게 말하였다. 「君께서는 어찌 또 저의 말을 한、위의 두 임금께 전하셨습니까?」 지백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알았는가?」 극자가 대답하였다. 「한、위의 임금이 저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급히 나가던데요.」 이에 극자는 지백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알고, 齊나라에 사신으로 가겠다고 청하니, 지백이 보내 주었다. 한、위의 임금은 과연 叛하고 말았다.
02. 知伯이 趙、韓、魏나라를 거느리고 范氏、中行氏를 치다.
知伯帥趙、韓、魏而伐范、中行氏, 滅之. 休數年, 使人請地於韓. 韓康子欲勿與, 段規諫曰:「不可. 夫知伯之爲人也, 好利而鷙愎, 來請地不與, 必加兵於韓矣. 君其與之. 與之彼狃, 又將請地於他國, 他國不聽, 必鄕之以兵. 然則韓可以免於患難, 而待事之變.」
지백수조、한、위이벌범、중항씨, 멸지. 휴수년, 사인청지어한. 한강자욕물여, 단규간왈:「불가. 부지백지위인야, 호리이지퍅, 내청지불여, 필가병어한의. 군기여지. 여지피뉴, 우장청지어타국, 타국불청, 필향지이병. 연즉한가이면어환난, 이대사지변.」
[解釋] 知伯이 趙、韓、魏 세 나라를 거느리고 范氏와 中行氏를 쳐서 滅하였다. 그리고 몇 년 쉬었다가 韓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땅을 떼어달라고 청하였다. 韓나라 康子가 주지 않으려 하자, 段規가 諫하였다. 「안 됩니다. 지백이란 자는 그 사람됨이, 이익을 좋아하고 사나운 자입니다. 땅을 떼어 달라고 청하는데 주지 않으면 틀림없이 군대를 몰아 우리 한나라를 쳐들어올 것입니다. 군께서는 땅을 주십시오. 땅을 주면 그는 더욱 탐욕을 부리게 되어 다시 다른 나라에게도 땅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다른 나라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역시 병력을 그들 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는 환난을 면하면서, 일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康子曰:「善.」 使使者致萬家之邑一於知伯. 知伯說, 又使人請地於魏, 魏宣子欲勿與. 趙葭諫曰:「彼請地於韓, 韓與之. 請地於魏, 魏弗與, 則是魏內自强, 而外怒知伯也. 然則其錯兵於魏必矣! 不如與之.」
강자왈:「선.」 시사자치만가지읍일어지백. 지백열, 우사인청지어위, 위선자욕물여. 조가간왈:「피청지어한, 한여지. 청지어위, 위불여, 즉시위내자강, 이외노지백야. 연즉기착병어위필의! 불여여지.」
[解釋] 康子가 말하였다. 「좋소,」 그리고는 곧 使者를 시켜 萬家의 邑 하나를 지백에게 떼어 주었다. 지백은 좋아하면서 다시 사신을 魏나라에 보내어 땅을 요구하니, 魏나라 宣子도 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趙葭가 諫하였다. 「그가 韓나라에 땅을 청하자 한나라는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위나라에게 요구하였는데, 우리나라가 주지 않으면, 위나라가 안으로 自强하다고 여겨, 밖으로 지백의 화를 돋우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위나라에 군대를 보낼 것이 틀림없습니다. 주느니만 못합니다.」
宣子曰:「諾.」 因使人致萬家之邑一於知伯. 知伯說, 又使人之趙, 請藺、皐狼之地, 趙襄子弗與. 知伯因陰結韓、魏, 將以伐趙. 趙襄子召張孟談而告之曰:「夫知伯之爲人, 陽親而陰疏, 三使韓、魏, 而寡人弗與焉, 其移兵寡人必矣. 今吾安居而可?」
선자왈:「낙.」 인사인치만가지읍일어지백. 지백열, 우사인지조, 청린、고랑지지, 조양자불여. 지백인음결한、위, 장이벌조. 조양자소장맹담이고지왈:「부지백지위인, 양친이음소, 삼사한、위, 이과인불여언, 기이병과인필의. 금오안거이가?」
[解釋] 위나라 선자가 말하였다. 「그렇겠소.」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萬家의 읍 하나를 지백에게 주었다. 지백은 좋아하면서, 또다시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藺과 皐狼의 땅을 요구하였으나, 趙나라 襄子는 주지 않았다. 지백은 몰래 한、위 두 나라와 결맹하여 장차 조나라를 치려고 하였다. 趙나라 襄子가 張孟談을 불러 이를 고하여 말하였다. 「무릇 지백의 사람됨은,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나를 멀리하고 있소.
세 번이나 한나라와 위나라에 사신을 보내면서, 우리는 참여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를 쳐들어올 것이 틀림없소. 지금 내가 어디에 가서 지키고 있어야 하겠소?」
張孟談曰:「夫董安于, 簡主之才臣也, 世治晉陽, 而尹鐸修之, 其餘政敎猶存, 君其定居晉陽.」
장맹담왈:「부동안우, 간주지재신야, 세치진양, 이윤탁수지, 기여정교유존, 군기정거진양.」
[解釋] 장맹담이 말하였다. 「무릇 董安于는, 簡主의 才臣이었습니다. 대대로 晉陽을 다스렸는데, 尹鐸이 이어받아 그곳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 政敎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니, 군께서는 진양을 근거지로 정하십시오.」
君曰:「諾.」 乃使延陵王(生)將車騎先之晉陽, 君因從之. 至, 行城郭, 案府庫, 視倉廩, 召張孟談曰:「吾城郭之完, 府庫足用, 倉廩實矣, 無矢奈何?」
군왈:「낙.」 내사연릉왕(생)장차기선지진양, 군인종지. 지, 행성곽, 안부고, 시창름, 소장맹담왈:「오성곽지완, 부고족용, 창름실의, 무시내하?」
[解釋] 양자가 말하였다. 「좋소.」 그리고는 延陵王(生)에게 車騎를 거느리고 먼저 진양으로 가게 한 후, 뒤따라갔다. 진양에 이른 후, 양자는 성곽을 순시하고, 府庫를 조사하고, 倉廩을 살펴본 다음, 장맹담을 불러 말하였다. 「나의 이 성곽은 완전하며, 부고도 쓰기에 족하고, 창름도 實하나 화살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張孟談曰:「臣聞董子之治晉陽也, 公宮之垣, 皆以荻蒿苫楚廧之, 其高至丈餘, 君發而用之.」 於是發而試之, 其堅則箘簬之勁不能過也.
장맹담왈:「신문동자지치진양야, 공궁지원, 개이적호점초장지, 기고지장여, 군발이용지.」 어시발이시지, 기견즉균로지경불능과야.
[解釋] 장맹담이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董安于가 이 진양을 다스릴 때, 公宮의 담장을, 모두 荻、蒿、苫、楚 등의 갈대를 사용하여 울타리로 삼았다 합니다. 그 길이도 한 발 남짓 된다니, 君께서는 이를 찾아 쓰시면 됩니다.」 이에 이를 찾아 시험해 보았더니, 그 견고하기가 강하다는 箘簬도 이를 능가할 수 없었다.
君曰:「足矣, 吾銅少若何?」 張孟談曰:「臣聞董子之治晉陽也, 公宮之室, 皆以鍊銅爲柱質, 請發而用之, 則有餘銅矣.」
군왈:「족의, 오동소약하?」 장맹담왈:「신문동자지치진양야, 공궁지실, 개이련동위주질, 청발이용지, 즉유여동의.」
[解釋] 임금이 말하였다. 「됐소. 그러나 활촉을 만들 구리가 적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장맹담이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동안우가 이 진양을 다스리면서, 公宮의 室을, 모두 鍊銅으로 기둥을 삼았다고 합니다. 청컨대 찾아 쓰시면, 구리가 쓰고도 남을 것입니다.」
君曰:「善.」 號令以定, 備守以具. 三國之兵乘晉陽城, 遂戰. 三月不能拔, 因舒軍而圍之, 決晉水而灌之. 圍晉陽三年, 城中巢居而處, 懸釜而炊, 財食將盡, 士卒病羸.
군왈:「선.」 호령이정, 비수이구. 삼국지병승진양성, 수전. 삼월불능발, 인서군이위지, 결진수이관지. 위진양삼년, 성중소거이처, 현부이취, 재식장진, 사졸병리.
[解釋] 임금이 말하였다. 「좋소.」 이리하여 호령이 정해지고, 수비 태세도 갖추어졌다. 세 나라(지백、한、위) 군대가 진양성에 올라가, 드디어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3개월이 되도록 함락시키지 못하자, 군대를 느슨하게 뒤로 물려 성을 포위하고는, 晉水의 물길을 터서 성안으로 쏟아 부었다. 진양이 포위된 지 3년이 되자, 성 안은 물바다가 되어 새집처럼 둥지를 짓고 살아야 하였으며, 솥을 달아매어 밥을 해 먹는 지경이 되고, 재물과 식량이 바닥났으며, 사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襄子謂張孟談曰:「糧食匱, 財力盡, 士大夫病, 吾不能守矣. 欲以城下, 何如?」 張孟談曰:「臣聞之, 亡不能存, 危不能安, 則無爲貴知士也. 君釋此計, 勿復言也. 臣請見韓、魏之君.」
양자위장맹담왈:「량식궤, 재력진, 사대부병, 오불능수의. 욕이성하, 하여?」 장맹담왈:「신문지, 망불능존, 위불능안, 즉무위귀지사야. 군석차계, 물부언야. 신청견한、위지군.」
[解釋] 양자가 장맹담을 불렀다. 「식량이 바닥나고, 財力도 끝나가고 있으며, 사대부들도 병들어 지쳐,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소. 항복하고 싶은데, 어떻소?」 장맹담이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망해 가는 것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하지 못하면, 知士가 귀함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군께서는 그런 계책은 버리시고, 다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청컨대 제가 韓나라、魏나라의 임금을 만나보겠습니다.」
襄子曰:「諾.」 張孟談於是陰見韓、魏之君曰:「臣聞'脣亡則齒寒', 今知伯帥二國之君伐趙, 趙將亡矣, 亡則二君爲之次矣.」
양자왈:「낙.」 장맹담어시음견한、위지군왈:「신문'순망즉치한', 금지백솔이국지군벌조, 조장망의, 망즉이군위지차의.」
[解釋] 양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오.」 장맹담은 이에 몰래 한나라、위나라 두 임금을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則齒寒]'고 하였습니다. 지금 지백이 그대 두 나라 군대를 인솔하여 우리 조나라를 치고 있으니, 조나라는 장차 망할 것입니다. 우리가 망하고 나면 두 임금께서 다음 차례가 됩니다.」
二君曰:「我知其然. 夫知伯爲人也, 鹿中而少親, 我謀未遂而知, 則其禍必至, 爲之奈何?」 張孟談曰:「謀出二君之口, 入臣之耳, 人莫之知也.」
이군왈:「아지기연. 부지백위인야, 록중이소친, 아모미수이지, 즉기화필지, 위지내하?」 장맹담왈:「모출이군지구, 입신지이, 인막지지야.」
[解釋] 두 임금이 말하였다. 「우리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러나 지백이란 자는 워낙 속이 거칠고 親愛함이 적은 자요. 우리의 계획이 이루어지기 전에 알게 되면 그 화가 먼저 닥쳐올 것이니 어찌하겠소?」 장맹담이 말하였다. 「謀策은 두 분 입에서 나와, 저의 귀로 들어온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二君卽與張孟談陰約三軍, 與之期日, 夜, 遣入晉陽. 張孟談以報襄子, 襄子再拜之. 張孟談因朝知伯而出, 遇知果轅門之外. 知果入見知伯曰:「二主殆將有變.」
이군즉여장맹담음약삼군, 여지기일, 야, 견입진양. 장맹담이보양자, 양자재배지. 장맹담인조지백이출, 우지과원문지외. 지과입견지백왈:「이주태장유변.」
[解釋] 이리하여 한、위의 두 임금은 즉시 장맹담과 몰래 삼군(韓、魏、趙)이 맹약하기로 하고, 期日에 맞추어, 밤을 틈타 진양성으로 군대를 보내 주기로 하였다. 장맹담이 趙나라 襄子에게 보고하자, 양자는 재배하여 사례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맹담이 지백을 朝見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轅門 밖에서 知果와 마주치고 말았다. 지과가 지백을 入見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한、위 두 군주가 장차 變心할 것 같습니다.」
君曰:「何如?」 對曰:「臣遇張孟談於轅門之外, 其志矜, 其行高.」 知伯曰:「不然. 吾與二主約謹矣, 破趙三分其地, 寡人所親之, 必不欺也. 子釋之, 勿出於口.」
군왈:「하여?」 대왈:「신우장맹담어원문지외, 기지긍, 기행고.」 지백왈:「불연. 오여이주약근의, 파조삼분기지, 과인소친지, 필불기야. 자석지, 물출어구.」
[解釋] 지백이 물었다. 「무슨 말이오?」 지과가 대답하였다. 「신이 원문 밖에서 장맹담과 마주쳤는데, 뽐내는 뜻이 있었고 발걸음이 가뿐하였습니다.」 지백이 말하였다. 「그럴 리 없소. 나와 두 임금이 謹愼하게 약속하였소. 조나라를 깨뜨리고 나면 그 땅을 三分하기로 하였고, 나하고의 친분으로도, 반드시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그대는 마음을 풀고, 더 이상 입 밖에 내지 마시오.」
知過出見二主, 入說知伯曰:「二主色動而意變, 必背君, 不如令殺之.」 知伯曰:「兵着晉陽三年矣, 旦暮當拔之而饗其利, 乃有他心? 不可, 子愼勿復言.」
지과출견이주, 입설지백왈:「이주색동이의변, 필배군, 불여령살지.」 지백왈:「병착진양삼년의, 단모당발지이향기리, 내유타심? 불가, 자신물부언.」
[解釋] 지과가 나가 한、위 두 임금을 만나보고 와서는, 지백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그 두 임금은 얼굴색도 달라졌고 뜻도 변하였습니다. 틀림없이 君를 배반할 것이니, 죽여 없애느니만 못합니다.」 지백이 말하였다. 「군대가 함께 이 晉陽에 붙어 있기 3년이오. 朝夕 사이에 함락시켜 그 이익을 누릴 텐데, 어찌 다른 마음을 품겠소? 그럴 리 없소. 그대는 삼가 그런 말을 더 이상 하지 마시오.」
知過曰:「不殺則遂親之.」 知伯曰:「親之奈何?」 知過曰:「魏宣子之謀臣曰趙葭, 康子之謀臣曰段規, 是皆能移其君之計. 君其與二君約, 破趙則封二子者各萬家之縣一, 如是則二主之心可不變, 而君得其所欲矣.」
지과왈:「불살즉수친지.」 지백왈:「친지내하?」 지과왈:「위선자지모신왈조가, 강자지모신왈단규, 시개능이기군지계. 군기여이군약, 파조즉봉이자자각만가지현일, 여시즉이주지심가불변, 이군득기소욕의.」
[解釋] 知果가 말하였다. 「죽이지 못하시겠거든 더욱 친해 두십시오.」 지백이 말하였다. 「더욱 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과가 일러주었다. 「魏나라 宣子의 謀臣은 趙葭, 韓나라 康子의 모신은 段規인데, 이들은 능히 자기 임금의 계획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군께서 두 임금과 조나라를 깨뜨린 후, 그 두 명의 謀臣들에게 각각 萬家의 縣 하나씩을 봉해 준다고 약속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두 임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며, 군께서도 뜻한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知伯曰:「破趙而三分其地, 又封二子者各萬家之縣一, 則吾所得者少, 不可!」 知過見君之不用也, 言之不聽, 出, 更其姓爲輔氏, 遂去不見.
지백왈:「파조이삼분기지, 우봉이자자각만가지현일, 즉오소득자소, 불가!」 지과견군지불용야, 언지불청, 출, 경기성위보씨, 수거불현.
[解釋] 지백이 말하였다. 「조나라를 격파한 후 그 땅을 셋으로 나누기로 하였는데, 또 두 사람에게 만가의 현 하나씩을 封해 준다면, 내 몫이 적어져, 안 되오!」 지과는 임금이 자기의 계책을 써 주지 않을뿐더러, 자기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을 보고, 나와서 姓을 輔氏로 바꾸고, 드디어 떠나버려 나타나지 않았다.
張孟談聞之, 入見襄子曰:「臣遇知過於轅門之外, 其視有疑臣之心, 入見知伯, 出更其姓. 今暮不擊, 必後之矣.」
장맹담문지, 입현양자왈:「신우지과어원문지외, 기시유의신지심, 입견지백, 출경기성. 금모불격, 필후지의.」
[解釋] 장맹담이 그런 소식을 듣고, 양자를 뵙고 말하였다. 「신이 우연히 轅門 밖에서 지과를 만났을 때, 나를 크게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백을 入見한 후, 나와서 그 姓을 바꾸었다고 하니, 오늘 저녁에 지백을 치지 않았다가는, 틀림없이 때에 늦게 되고 말 것입니다.」
襄子曰:「諾.」 使張孟談見韓、魏之君曰:「夜期殺守堤之吏, 而決水灌知伯軍.」 知伯軍救水而亂, 韓、魏翼而擊之, 襄子將卒犯其前, 大敗知伯軍而禽知伯.
양자왈:「낙.」 사장맹담견한、위지군왈:「야기살수제지리, 이결수관지백군.」 지백군구수이란, 한、위익이격지, 양자장졸범기전, 대패지백군이금지백.
[解釋] 양자가 말하였다. 「좋소.」 그리고는 장맹담으로 하여금 한、위 임금을 만나 이렇게 전하도록 하였다. 「오늘 밤에 江의 제방을 지키는 관리를 죽이고 물길을 지백의 군대 쪽으로 돌려주십시오.」 지백의 군사들이 물에서 빠져 나오느라 혼란이 일어나자, 韓、魏의 군대가 양쪽에서 공격하고, 조나라 양자의 將卒이 정면으로 공격하여, 지백의 군대를 대패시키고 지백까지 사로잡았다.
知伯身死, 國亡地分, 爲天下笑, 此貪欲無厭也. 夫不聽知過, 亦所以亡也. 知氏盡滅, 唯輔氏存焉.
지백신사, 국망지분, 위천하소, 차탐욕무염야. 부불청지과, 역소이망야. 지씨진멸, 유보씨존언.
[解釋] 이렇게 되어 지백은 자신이 죽고, 나라가 망하였으며, 땅은 찢어져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이는 탐욕에 끝이 없었기 때문이었으며, 지과의 말을 듣지 않은 것, 역시 망하게 된 원인이었다. 결국 知氏 성을 가진 자는 모두 滅族되었지만, 오직 輔氏 성을 가진 자만은 살아남게 되었다.
03. 張孟談이 趙나라 宗室을 확고하게 하다.
張孟談旣固趙宗, 廣封疆, 發五伯, 乃稱簡之塗以告襄子曰:「昔者, 前國地君之御有之曰, '五百之所以致天下者, 約主勢能制臣, 無令臣能制主. 故貴爲列侯者, 不令在相位, 自將軍以上, 不爲近大夫.' 今臣之名顯而身尊, 權重而衆服, 臣願捐功名、去權勢以離衆.」
장맹담기고조종, 광봉강, 발오백, 내칭간지도이고양자왈:「석자, 전국지군지어유지왈, '오백지소이치천하자, 약주세능제신, 무령신능제주. 고귀위렬후자, 불령재상위, 자장군이상, 불위근대부.' 금신지명현이신존, 권중이중복, 신원연공명、거권세이리중.」
[解釋] 張孟談이 이미 趙나라 종실을 확고히 하고는, 영토를 넓히고, 五霸의 業을 發揚토록 하였다. 그리고 趙나라 簡子의 업적을 칭송하며 襄子에게 이렇게 고하였다. 「옛날 國地君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패가 천하를 복종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맹약을 맺어 그 君主의 세력으로 능히 신하들을 제압하고, 신하가 능히 그 군주의 세력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족으로 列侯인 자는 재상의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하고, 장군 이상은 측근의 大夫로 삼지 말도록 하라.' 그런데 지금 저는 이미 이름이 드날리고 몸이 존귀해졌으며, 권세가 높아 대중이 복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功名을 덜고 권세를 버려 대중을 떠나겠습니다.」
襄子恨然曰:「何哉? 吾聞輔主者名顯, 功大者身尊, 任國者權重, 信忠在己而衆服焉. 此先聖之所以集國家、安社稷乎! 子何爲然?」
양자한연왈:「하재? 오문보주자명현, 공대자신존, 임국자권중, 신충재기이중복언. 차선성지소이집국가、안사직호! 자하위연?」
[解釋] 양자가 유감스럽게 여겨 말하였다. 「무슨 뜻이오? 나는 듣건대 임금을 보필한 자는 이름이 드러나게 되고, 큰 공을 세운 자는 그 몸이 존귀해지며, 나라를 맡아 다스리는 자는 권세가 중하기 마련이며, 믿음과 충성이 몸에 갖추어지면 무리들이 복종하게 마련이라 하였소. 이것이 곧 옛 성인들이 나라와 사직을 안정시킨 방법이오. 그대는 어찌 그런 말을 하오?」
張孟談對曰:「君之所言, 成功之美也. 臣之所謂, 持國之道也. 臣觀成事, 聞往古, 天下之美同, 臣主之權均之能美, 未之有也. 前事之不忘, 後事之師. 君若弗圖, 則臣力不足.」 愴然有決色. 襄子去之.
장맹담대왈:「군지소언, 성공지미야. 신지소위, 지국지도야. 신관성사, 문왕고, 천하지미동, 신주지권균지능미, 미지유야. 전사지불망, 후사지사. 군약불도, 즉신력부족.」 창연유결색. 양자거지.
[解釋] 장맹담이 대답하였다. 「君께서 지금 하신 말씀은, 공명을 이루고 나서의 아름다움이요, 제가 말한 것은, 국가를 持續시키는 도리를 밝힌 것입니다. 제가 보건대 일을 성취시킴에 있어서, 옛날 말을 들어보면, 천하의 아름다움은 다 같았지만, 신하와 임금의 권세가 동등하면서 능히 그 아름다움을 갖춘 경우는 없었습니다. 옛일을 잊지 않는 것은 뒤에 올 일의 스승입니다. 임금께서 만약 도모하지 않으신다면, 제 힘으로는 도저히 부족합니다.」 장맹담은 愴然히 결심한 얼굴빛을 하였다. 襄子는 그를 떠나게 했다.
臥三日, 使人謂之曰:「晉陽之政, 臣下不使者何如?」 對曰:「死僇.」 張孟談曰:「左司馬見使於國家, 安社稷, 不避其死, 以成其忠, 君其行之.」
와삼일, 사인위지왈:「진양지정, 신하불사자하여?」 대왈:「사륙.」 장맹담왈:「좌사마견사어국가, 안사직, 불피기사, 이성기충, 군기행지.」
[解釋] 양자는 사흘을 누워,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사람을 시켜 장맹담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晉陽 싸움 때에, 신하로서 시키는 일을 제대로 못해 낸 자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장맹담이 말하였다. 「죽여 버리십시오.」 그리고는 덧붙여 이렇게 말하였다. 「左司馬는 나라를 위해 쓸 만합니다. 社稷을 편안히 하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니, 그 충성을 이루도록, 君께서는 그를 등용하십시오.」
君曰:「子從事.」 乃許之. 張孟談便厚以便名, 納地釋事以去權尊, 而耕於負親之丘. 故曰, 賢人之行, 明主之政也. 耕三年, 韓、魏、齊、楚負親以謀趙, 襄子往見張孟談而告之曰:「昔者, 知氏之地, 趙氏分則多十城, 復來, 而今諸侯, 孰謀我, 爲之奈何?」
군왈:「자종사.」 내허지. 장맹담편후이편명, 납지석사이거권존, 이경어부친지구. 고왈, 현인지행, 명주지정야. 경삼년, 한、위、제、초부친이모조, 양자왕견장맹담이고지왈:「석자, 지씨지지, 조씨분즉다십성, 부래, 이금제후, 숙모아, 위지내하?」
[解釋] 양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바라오.」 그리고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장맹담은 名聲을 保持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封土를 되돌려 주고, 정사를 놓고 권세와 존귀를 버렸다. 그리고는 負親이라는 산에 은거하여 스스로 밭을 갈았다. 그래서 이를 두고 장맹담의 행동은 현인의 행동이었으며 조나라 양자의 정치는 明主의 훌륭한 정치라고 말한 것이다. 장맹담이 농사를 짓기 3년 만에, 한、위、제、초나라가 親好를 저버리고 조나라를 공격할 모책을 서두르고 있었다. 양자는 장맹담을 찾아가 이를 고하며 말하였다. 「지난날 知伯의 땅을 나누어 가질 때, 우리 조나라는 겨우 10여 개 城을 나누어 가졌을 뿐이오. 그런데 지금 제후들이, 다시 와서, 나를 치려고 모책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張孟談曰:「君其負劍而御臣以之國, 舍臣於廟, 授吏大夫, 臣試計之.」 君曰:「諾.」 張孟談乃行, 其妻之楚, 長子之韓, 次子之魏, 少子之齊. 四國疑而謀敗.
장맹담왈:「군기부검이어신이지국, 사신어묘, 수리대부, 신시계지.」 군왈:「낙.」 장맹담내행, 기처지초, 장자지한, 차자지위, 소자지제. 사국의이모패.
[解釋] 장맹담이 말하였다. 「군께서는 지금 칼을 등에 지고 저를 직접 수레에 태워 나라로 부르십시오. 그리고 저를 宗廟에 머물게 하여, 大夫의 권력을 지닌 벼슬을 주십시오. 제가 계책을 짜겠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다.」 장맹담은 가면서 자신의 아내는 楚나라로 보내고, 큰 아들은 韓나라로, 둘째 아들은 魏나라로, 그리고 막내아들은 齊나라로 보내니, 네 나라가 이를 의심하여 謀策이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