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繆稱訓(무칭훈)
01
道至高無上, 至深無下. 平乎準, 直乎繩, 員乎規, 方乎矩. 包裹宇宙, 而無表裏, 洞同覆載, 而無所礙.
도지고무상, 지심무하. 평호준, 직호승, 원호규, 방호구. 포과우주, 이무표리, 동동복재, 이무소애.
[解釋] 道는 지극히 높아서 위가 없고, 지극히 깊어서 아래가 없다. 水平하기 準보다 누수하고, 곧기는 繩보다 나으면서, 지극히 둥글기는 規보다 낫고, 방정하기는 矩보다 우수하다. 우주를 포용하고 있어서, 表裏의 구별도 나타나지 않고, 천지를 꿰뚫고 있어서, 훼방하거나 아무런 장애가 없다.
是故體道者, 不哀不樂, 不喜不怒, 其坐無慮, 其寢無夢. 物來而名, 事來而應. 主者國之心. 心治則百節皆安, 心擾則百節皆亂.
시고체도자, 불애불락, 불희불노, 기좌무려, 기침무몽. 물래이명, 사래이응. 주자국지심. 심치즉백절개안, 심요즉백절개난.
[解釋] 그렇기 때문에 道를 체득한 사람은, 슬퍼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기뻐하지도 않으며 노하지도 않고, 앉았더라도 사려하지 않고, 누워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않는다. 외물이 다가와 나타나면, 식별하고 사태가 일어나면 이에 응한다. 군주는 나라의 마음이다. 마음이 다스려 지면 몸속의 마디마디는 모두 안정이 되고, 마음이 흔들리면 마디마디가 모두 어지러워진다.
故其心治者, 支體相遺也, 其國治者, 君臣相忘也. 黃帝曰:「芒芒昧昧, 從天之道, 與元同氣.」
고기심치자, 지체상유야, 기국치자, 군신상망야. 황제왈:「망망매매, 종천지도, 여원동기.」
[解釋] 그런 까닭에 마음이 다스려지면, 肢體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그 나라가 다스려 지면, 君臣關係를 의식하지 않게 된다. 黃帝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스라이 까마득하게, 하늘의 道를 따르고, 근원의 氣와 일체가 된다.」
故至德者, 言同畧, 事同指, 上下一心, 無岐道旁見者, 遏障之於邪, 開道之於善, 而民鄕方矣. 故≪易≫曰:「同人于野, 利涉大川.」
고지덕자, 언동략, 사동지, 상하일심, 무기도방견자, 알장지어사, 개도지어선, 이민향방의. 고≪역≫왈:「동인우야, 이섭대천.」
[解釋] 그리고 至德인 자는, 하는 말이 요점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고, 행위는 本旨에 위배되지 않으며, 상하의 마음을 하나로 하여, 옆길로 빠지거나 한 눈 파는 자를 없게 하며, 邪로 향하는 자를 막으며, 善으로 가는 길을 열어, 백성들에게 正道를 향하게 한다. 그러므로 ≪易經≫에 말하기를, 「들에서까지 사람을 화합시키면, 大亂을 넘길 수가 있다.」고 한 것이다.
02
道者物之所導也, 德者性之所扶也. 仁者積恩之見證也, 義者比於人心, 而合於衆適者也. 故道滅而德用, 德衰而仁義生.
도자물지소도야, 덕자성지소부야. 인자적은지견증야, 의자비어인심, 이합어중적자야. 고도멸이덕용, 덕쇠이인의생.
[解釋] 道는 만물을 이끌어 주는 것이며, 德은 천성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仁은 쌓여져 온 은혜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고, 義는 인심에 따라, 여러 사람들에게 적합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道가 무너지면 德이 쓰임을 받고, 德이 쇠퇴하면 仁義가 생겨나게 된다.
故上世體道而不德, 中世守德而弗壞也. 末世繩繩乎唯恐失仁義. 君子非仁義, 無以生, 失仁義, 則失其所以生. 所以非嗜欲, 無以活, 失嗜欲, 則失其所以活.
고상세체도이부덕, 중세수덕이불괴야. 말세승승호유공실인의. 군자비인의, 무이생, 실인의, 즉실기소이생. 소이비기욕, 무이활, 실기욕, 즉실기소이활.
[解釋] 그러므로 上世에서는 道를 체득하여 德에 의지하지 않았고, 中世에서는 德을 지키어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末世에서는 오로지 인의를 잃지 않겠다며 급급해 하고 있다. 군자는 仁義를 떠나서, 살 수가 없고, 인의를 잃게 되며, 곧 그것을 잃게 되면 살아가는 근거를 잃는다. 하고 싶은 바를 이루지 못하면, 삶의 의욕이 없게 되고, 삶의 의욕을 잃으면, 그 살아가는 욕망을 잃게 된다.
故君子懼失仁義, 小人懼失利. 觀其所懼, 知各殊矣. ≪易≫曰:「卽鹿無虞. 惟入于林中, 君子幾不如舍. 往吝.」
고군자구실인의, 소인구실이. 관기소구, 지각수의. ≪역≫왈:「즉녹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불여사. 왕린.」
[解釋] 그런 까닭에 군자는 인의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소인은 이익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두려워하는 바를 관찰하면, 그 차이를 알 수가 있다. ≪易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백성을 접하는 데는 속여서는 안 된다. 만약 숲속으로 도망치는 일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만일 무리를 하고자 하면 吝이 된다.」
其施厚者其報美, 其怨大者其禍深. 薄施而厚望, 畜怨而無患者, 古今未之有也. 是故聖人察其所以往, 則知其所以來者.
기시후자기보미, 기원대자기화심. 박시이후망, 축원이무환자, 고금미지유야. 시고성인찰기소이왕, 즉지기소이래자.
[解釋] 베푸는 것이 두터우면 그 보응도 좋고, 원망하는 바가 심하게 되면 그 받는 禍도 깊게 된다. 조금만 베풀고도 많이 받게 되면, 남의 원망이 쌓여 나가다가 우환을 당하지 않는 일은, 예부터 지금까지 아직 있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聖人은 지난날을 관찰하여, 그것으로써 장래의 사태를 미리 아는 것이다.
聖人之道, 猶中衢而置尊邪? 過者斟酌, 多少不同, 各得其所宜. 是故得一人, 所以得百人也. 人以其所願於上, 以與其下交, 誰弗戴. 以其所欲於下, 以事其上, 誰弗喜.
성인지도, 유중구이치존야? 과자짐작, 다소부동, 각득기소의. 시고득일인, 소이득백인야. 인이기소원어상, 이여기하교, 수불대. 이기소욕어하, 이사기상, 수불희.
[解釋] 성인의 道를 말하자면, 十字路 한복판에 술통을 놓아두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길을 가는 사람은 퍼서 마시게 되는데, 많기도 적기도 하여 같지 않아서, 각각의 적당한 양을 푸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뜻을 얻는 것은, 백 사람의 뜻을 얻는 것이다. 사람이 윗사람에게 바라는 것으로, 아랫사람을 접하게 되면, 여러 사람이 추대하게 된다. 아랫사람에게 바라는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게 되면, 기뻐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詩≫云 : 「媚玆一人, 應侯愼德.」 愼德大矣, 一人小矣. 能善小, 斯能善大矣.
≪시≫운 : 「미자일인, 응후신덕.」 신덕대의, 일인소의. 능선소, 사능선대의.
[解釋] ≪詩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면, 그 결과는 두터운 덕에 의해서 되돌아온다.」 愼德은 큰 것이고, 한 사람은 작은 것이다. 작은 것이 좋으면 큰 것도 좋아지게 된다.
03
君子見過忘罰. 故能諫. 見賢忘賤. 故能讓. 見不足忘貧. 故能施. 情繫於中, 行形於外.
군자견과망벌. 고능간. 견현망천. 고능양. 견부족망빈. 고능시. 정계어중, 행형어외.
[解釋] 君子는 군주의 과실을 보면 자신이 처벌받게 될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기에 능히 간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遺賢을 보면 그 사람의 신분이 낮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謙讓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부족된 것을 보고는 빈궁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베풀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진정이 깃들어 있을 때라야, 행동이 외면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凡行戴情, 雖過無怨, 不戴其情, 雖忠來惡. 后稷廣利天下, 猶不自矜, 禹無廢功, 無廢財, 自視猶觖如也. 滿如陷, 實如虛. 盡之者也.
범행대정, 수과무원, 부대기정, 수충래오. 후직광리천하, 유부자긍, 우무폐공, 무폐재, 자시유결여야. 만여함, 실여허. 진지자야.
[解釋] 무릇 행동이 진정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라면 과실이었다고 하더라도, 비록 원망은 사는 일이 없다고 할지라도, 진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비록 헌신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미움을 받게 된다. 后稷은 널리 천하에 은총을 베풀었는데도, 그래도 스스로 자랑하는 일이 없었으며, 우왕은 모든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모든 資材를 민생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였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결함이 없는지 반성을 하였다. 충만하더라도 아직 모자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충실하더라도 아직 비어있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을 다하는 것이다.
凡人各賢其所說, 而說其所快. 世莫不擧賢, 或以治, 或以亂, 非自遁, 求同乎己者也. 己未必賢, 而求與己同者, 而欲得賢, 亦不幾矣.
범인각현기소열, 이열기소쾌. 세막불거현, 혹이치, 혹이난, 비자둔, 구동호기자야. 기미필현, 이구여기동자, 이욕득현, 역불기의.
[解釋] 대저 사람은 각자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賢人이라 생각하고, 쾌감을 주는 것을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세상에도 현인을 추천하지 않는 일은 없었건만, 혹은 다스려 지고, 혹은 어지러워지는 것이 일정치 않았던 것은, 자신이 성의를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과 동류의 인물을 구하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현명하다고 할 처지가 아닌데도, 자신과 동류의 사람을 구하고 있으니, 현인을 구하고자 하여도, 역시 도저히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使堯度舜則可, 使桀度堯, 是猶以升量石也. 今謂狐狸, 則必不知狐, 又不知狸. 非未嘗見狐者, 必未嘗見狸也. 狐狸非異, 同類也. 而謂狐狸, 則不知狐狸.
사요도순즉가, 사걸도요, 시유이승량석야. 금위호리, 즉필부지호, 우부지리. 비미상견호자, 필미상견리야. 호리비이, 동류야. 이위호리, 즉부지호리.
[解釋] 요임금에게 순임금을 평가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걸왕에게 요임금을 평가시키는 것은, 이를 비유하건대 되[升]로 石을 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제 여우를 너구리라고 한다면, 여우를 전혀 모르고, 또한 너구리도 알지 못하는 결과이다. 여우를 일찍이 본적이 아직 없는 자는, 반드시 아직 일찍이 너구리를 본적이 없는 것이다. 여우와 너구리는 다른 종류가 아니라, 같은 종류이다. 그러나 여우를 너구리라고 하는 것은, 여우도 너구리도 모르는 것이다.
是故謂不肖者賢, 則必不知賢, 謂賢者不肖, 則必不知不肖者矣. 聖人在上, 則民樂其治, 在下則民慕其意.
시고위불초자현, 즉필부지현, 위현자불초, 즉필부지불초자의. 성인재상, 즉민락기치, 재하즉민모기의.
[解釋] 이렇기 때문에 불초한 자를 현명하다고 하는 것은, 곧 반드시 현명한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고, 또 현인을 불초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불초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성인이 위에 있으면, 곧 백성들은 그 治政을 즐기며, 아래에 있으면 백성들은 그의 뜻을 사모하게 되는 것이다.
小人在上位, 如寢關曝纊, 不得須臾寧. 故≪易≫曰:「乘馬班如. 泣血連如.」 言小人處非其位不可長也.
소인재상위, 여침관폭광, 부득수유녕. 고≪역≫왈:「승마반여. 읍혈연여.」 언소인처비기위불가장야.
[解釋] 소인이 위에 있으면, 關門 위에서 잠을 잔다거나 누에고치를 햇볕에 말릴 때처럼, 잠시의 평안함도 얻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易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말을 타고 가면서 반점과 같은 것을 고민한다. 피눈물을 흐릴 정도로 계속하여 근심을 한다.」 소인이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있으면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物莫無所不用. 天雄烏喙, 藥之凶毒也, 良醫以活人. 侏儒瞽師, 人之困懟者也, 人主以備樂. 是故聖人制其剟材, 無所不用矣.
물막무소불용. 천웅오훼, 약지흉독야, 양의이활인. 주유고사, 인지곤대자야, 인주이비악. 시고성인제기철재, 무소불용의.
[解釋] 물체 중에 쓸모가 없는 것은 없다. 天雄이라든가 烏喙는, 모두 藥가운데 凶毒한 것인데, 良醫는 그것으로 사람을 고친다. 侏儒와 瞽師는, 사람 중에 괴로운 처지에 있지만, 군주는 그들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이렇기 때문에 성인은 아주 짧은 材木을 工作하여, 어떤 용도로든 쓰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다.
04
勇士一呼, 三軍皆辟, 其出之也誠. 故倡而不和, 意而不戴, 中心必有不合者也. 故舜不降席, 而王天下者, 求諸己也. 故上多故, 則民多詐矣.
용사일호, 삼군개벽, 기출지야성. 고창이불화, 의이부대, 중심필유불합자야. 고순불강석, 이왕천하자, 구저기야. 고상다고, 즉민다사의.
[解釋] 勇士가 한번 호령을 하면, 三軍이 모두 그것에 따르는 것은, 그 호령하는 마음이 정성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외쳐도 호응하는 자가 없고, 꾀해도 실행하는 자가 없는 것은, 그 마음의 중심에 반드시 와 닿는 것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때문에 순임금이 앉은 채로, 천하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기에 힘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윗사람에게 巧智가 많으면, 아래 백성들에게는 속임수가 많아진다.
身曲而景直者, 未之聞也. 說之所不至者, 容貌至焉, 容貌之所不至者, 感忽至焉. 感乎心, 明乎智, 發而成形, 精之至也. 可以形勢接, 而不可以昭誋.
신곡이경직자, 미지문야. 설지소부지자, 용모지언, 용모지소부지자, 감홀지언. 감호심, 명호지, 발이성형, 정지지야. 가이형세접, 이불가이소기.
[解釋] 몸이 구부러져 있는데 그 그림자가 똑바르다는 것은,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얼굴 표정으로 나타낼 수가 있고, 얼굴 표정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은, 마음의 정성으로 움직일 수가 있다. 마음으로 느끼고, 그것이 智에 의해 밝혀지며, 다시 모양으로 결실이 되어 나타나는 것은, 精이 하는 일의 극치이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자연히 배어 나오는 정성에 의해서 할 일이지, 그렇다고 말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戎翟之馬, 皆可以馳驅, 或近或遠, 唯造父能盡其力. 三苗之民, 皆可使忠信, 或賢或不肖, 唯唐虞能齊其美. 必有不傳者.
융적지마, 개가이치구, 혹근혹원, 유조보능진기력. 삼묘지민, 개가사충신, 혹현혹불초, 유당우능제기미. 필유부전자.
[解釋] 西戎이나 北翟의 말[馬]은, 모두 승마를 하기에 적합한데, 그 중에는 가까운 곳에서 멎는 것도 있거니와 먼 곳까지 가는 것도 있어서, 오직 造父만이 그 힘을 충분히 발휘시킬 수가 있다. 三苗의 백성들은, 모두 충성할 것을 맹세케 할 수가 있는데, 그 중에도 현명하고 어리석음의 차이가 있어서, 오직 唐虞만이 그 아름다움을 고루 성취시킬 수가 있다. 이러한 일들은 아주 미묘해서 傳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中行繆伯手搏虎, 而不能生也. 蓋力優而克不能及也. 用百人之所能, 則得百人之力, 擧千人之所愛, 則得千人之心. 辟若伐樹而引其本, 千枝萬葉, 則莫得弗從也.
중행무백수박호, 이불능생야. 개력우이극불능급야. 용백인지소능, 즉득백인지력, 거천인지소애, 즉득천인지심. 벽약벌수이인기본, 천지만엽, 즉막득불종야.
[解釋] 中行繆伯은 맨 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지만, 생포를 할 수는 없었다. 즉 힘은 뛰어 났으나 능히 모자라는 점이 있었던 것이다. 백 사람이 재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를 쓰면, 백 사람의 힘을 얻은 것이 되며, 천 사람이 경애하는 사람을 들어서 쓰면, 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결과가 된다. 예컨대 나무를 베어 그 근본을 뽑아 버린다면, 千枝萬葉이, 모두 따르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08
慈父之愛子, 非爲報也. 不可內解於心. 聖人之養民, 非求用也. 性不能已. 若火之自熱, 氷之自寒, 夫有何脩焉? 及恃其力, 賴其功者, 若失火舟中.
자부지애자, 비위보야. 불가내해어심. 성인지양민, 비구용야. 성불능이. 약화지자열, 빙지자한, 부유하수언? 급시기력, 뇌기공자, 약실화주중.
[解釋] 자애로운 아비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보응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속마음으로 끊을 내야 끊을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을 기르는 것은, 부역에 동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본성적으로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물이 원래 뜨겁고, 얼음이 원래 차가운 것과 마찬가지여서, 무엇을 닦음이 있겠는가? 자신의 힘을 믿고, 공을 세우려고 힘을 쓰는 자는, 배[舟] 안에서 失火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故君子見始斯知終矣. 媒妁譽人, 而莫之德也. 取庸而强飯之, 莫之愛也. 雖親父慈母, 不加於此, 有以爲, 則恩不接矣.
고군자견시사지종의. 매작예인, 이막지덕야. 취용이강반지, 막지애야. 수친부자모, 불가어차, 유이위, 즉은부접의.
[解釋] 그러므로 군자는 처음을 보면 즉각 그 끝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중매인이 사람을 칭찬한다고 하여, 그것을 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고용하여 억지로 밥을 먹인다고 해도, 고용인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비록 자애로운 부모라고 할지라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무엇인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 은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故送往者, 非所以迎來也. 施死者, 非專爲生也. 誠出於己, 則所動者遠矣. 錦繡登廟, 貴文也. 圭璋在前, 尙質也. 文不勝質, 之謂君子.
고송왕자, 비소이영래야. 시사자, 비전위생야. 성출어기, 즉소동자원의. 금수등묘, 귀문야. 규장재전, 상질야. 문불승질, 지위군자.
[解釋] 또한 떠나는 사람을 보내주는 것은, 오는 사람을 맞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죽은 이를 위해서, 장사를 후히 지내 주는 것은 산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 精誠이 자신에게서 나가면, 그 感應은 멀리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錦繡를 입고 廟堂에 들어가는 것은, 文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다. 제사용 옥인 圭璋을 앞에 두는 것은, 質을 숭상하기 때문이다. 文이 質에 이기지 않는 것을, 이를 일러 군자라고 한다.
故終年爲車, 無三寸之鎋, 不可以驅馳. 匠人斲戶, 無一尸之楗, 不可以閉藏. 故君子行思乎其所結. 心之精者, 可以神化, 而不可以導人.
고종년위거, 무삼촌지할, 불가이구치. 장인착호, 무일시지건, 불가이폐장. 고군자행사호기소결. 심지정자, 가이신화, 이불가이도인.
[解釋] 1년 내내 수레를 만들더라도, 3치의 비녀장이 없으면, 그 수레를 달리게 할 수가 없다. 목수가 문을 짜서 달더라도, 1척의 빗장이 없으면, 가히 문을 열거나 닫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그 종결까지를 꿰뚫어 보고 행동하는 것이다. 마음이 정성된 사람은, 그 정신에 의해서 자연히 사람을 神化시킬 수는 있지만, 능히 그것을 가르쳐 인도할 수 없는 것이다.
目之精者, 可以消澤, 而不可以昭誋. 在混冥之中, 不可諭於人.
목지정자, 가이소택, 이불가이소기. 재혼명지중, 불가유어인.
[解釋] 눈이 精秀한 사람은, 능히 萬像을 꿰뚫어 볼 수가 있지만, 그러한 것을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흐리고 어두운 상태에 있을 때에는, 남에게 가르쳐 깨닫도록 할 수 없는 것이다.
故舜不降席, 而天下治, 桀不下陛, 而天下亂. 蓋情甚乎叫呼也. 無諸己求諸人, 古今未之聞也.
고순불강석, 이천하치, 걸불하폐, 이천하난. 개정심호규호야. 무저기구저인, 고금미지문야.
[解釋] 그런 까닭에 舜임금은 앉은 채로도, 천하를 다스렸으나, 桀王은 섬돌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천하가 어지러워 졌다. 즉 情은 큰 소리로 부르는 것보다도 그 효험이 두드러지는 법이다. 자기 자신에게 없는데도 남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古今에 아직 들어본 적이 없었다.
同言而民信, 信在言前也. 同令而民化, 誠在令外也. 聖人在上, 民遷而化, 情以先之也. 動於上, 不應於下者, 情與令殊也.
동언이민신, 신재언전야. 동령이민화, 성재령외야. 성인재상, 민천이화, 정이선지야. 동어상, 불응어하자, 정여령수야.
[解釋] 같은 말을 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聖人을 믿는 것은, 말에 앞서서 믿음[信]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명령을 하더라도 聖人만이 백성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것은, 명령 말고도 정성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성인이 위에 있을 때, 백성들이 선하게 교화되어 가는 것은, 情이 가장 먼저 있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움직여도, 아래에서 응하지 않는 것은, 情과 명령[令]이 서로 배반되기 때문이다.
故≪易≫曰:「亢龍有悔.」 三月嬰兒, 未知利害也. 而慈母之愛諭焉者情也. 故言之用者, 昭昭乎小哉? 不言之用者, 曠曠乎大哉?
고≪역≫왈:「항룡유회.」 삼월영아, 미지리해야. 이자모지애유언자정야. 고언지용자, 소소호소재? 불언지용자, 광광호대재?
[解釋] 그러므로 ≪易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윗자리에 올라갈 대로 올라간 군주에게는 후회만이 있을 뿐이다.」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아기에게는, 아직 이해관계 따위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자애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알 수 있는 것은, 情이 서로 통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즉 언어의 기능이란, 반짝반짝 빛나기는 하지만 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 不言의 기능이란, 이 얼마나 茫漠하게 큰 것이란 말인가?
06
身君子之言信也. 忠信形於內. 感動應於外. 故禹執干戚, 舞於兩階之間, 而三苗服. 鷹翔川, 魚鼈沉, 飛鳥揚, 必遠害也.
신군자지언신야. 충신형어내. 감동응어외. 고우집간척, 무어량계지간, 이삼묘복. 응상천, 어별침, 비조양, 필원해야.
[解釋] 君子의 말을 몸으로 행하는 것은 信이다. 군자의 뜻을 마음속에 명심하는 것은 忠이다. 忠과 信이 마음속에 형성되면 그 감동은 밖으로 감응한다. 그런 까닭에 禹임금이 干과 戚을 들고, 두 계단 사이에서 춤을 추었던 바, 三苗가 복종하였던 것이다. 매가 냇가 위에서 날면, 물고기와 자라는 물속으로 잠수하고, 새들은 높이 날아올라서, 반드시 그 해로운 것을 피하려 들 것이다.
子之死父也, 臣之死君也, 世有行之者矣. 非出死以要名也. 恩心之藏於中, 而不能違其難也. 故人之甘甘, 非正爲蹉也, 而蹠焉往.
자지사부야, 신지사군야, 세유행지자의. 비출사이요명야. 은심지장어중, 이불능위기난야. 고인지감감, 비정위차야, 이척언왕.
[解釋] 자식이 아비를 위해 죽고, 신하가 군주를 위해 죽는 것, 그런 일을 하는 자가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죽음으로써 명성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은총을 느끼는 마음이 마음속에 있어서, 어려운 難을 스스로 떠맡게 되는 것이다. 즉 그들이 태연하게 死地로 가는 것은, 굳이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그러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君子之慘怛, 非正爲僞形也, 諭乎人心. 非從外人, 自中出者也. 義尊乎君, 仁親乎父. 故君之於臣也, 能死生之, 不能使爲苟簡易. 父之於子也, 能發起之, 不能使無憂尋. 故義勝君, 仁勝父, 則君尊而臣忠, 父慈而子孝.
군자지참달, 비정위위형야, 유호인심. 비종외인, 자중출자야. 의존호군, 인친호부. 고군지어신야, 능사생지, 불능사위구간이. 부지어자야, 능발기지, 불능사무우심. 고의승군, 인승부, 즉군존이신충, 부자이자효.
[解釋] 군자가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은, 겉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람들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용솟음쳐 오르는 것이다. 義는 군주를 바르게 해주고, 仁은 아비를 친애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군주는 신하에 대하여, 死生을 주관하지만, 안일한 명령에 의해 개죽음을 시키지는 않는다. 아비는 자식에 대하여, 孝心을 깨우쳐 주지만, 깊고 깊은 우려를 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義가 군주에게 이기고, 仁이 아비에게 이기게 되면, 군주는 존숭받고 신하는 충성되며, 아비는 자애로워 지고 자식은 효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