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계단 / 김유진
-가자니아*
펄럭거려, 치마 자락이, 바람따라 움직이는 중이야 벤치 한가운데 앉아 캔커피를 손으로
감싸고 웃는 그녀의 핸드폰에서 팝음악이 넘치고 있어 허공을 돌아 몸으로 스치는 스카
로브의 추억, 귀가 찰랑이고 버드나무를 지나 강물을 따라 살랑살랑 걸어가고 있어 손금
처럼 희미한 저 길을 따라가면 주홍빛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가 지나가
다 춤을 추는 나의 그림자를 보네 몇 발짝 가다가 다시 돌아보는 여자 여자의 치마 자락
사이 강물이 반짝거려 여자의 입술이 어두워지네 돌아보는 사람과 돌아서는 사람 사이
에서 버드나무와 버드나무 사이에서 주홍치마와 강물사이에서 바람따라 윤슬따라 눈이
비틀거리네 가을이 계단참에서 펄럭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