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S라인, 나와라! 캠프그라운드
오늘의 코스는 오전에 넙픽을 갔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짐을 싸고, 오후에 원더패스를 지나서 맥브라이드 캠프그라운드까지 가는 것이다. 대략 30km 정도의 강행군이다. 일주님이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하신다. 다들 듣는둥 마는둥이다. 그럴만도 하다. 서로 익숙해진 것이다.
가벼운 가방을 메고 느긋하게 넙픽을 오른다. 석기님이 계속 엘리자베스 호수에 정말 아름다운 S라인이 있다고 하신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가졌다. 두 번째 호수를 보더니, 석기님이 외쳤다. "보라고, 여긴 물 색깔부터 다르지 않냐"며, 엘리자베스 호수가 멋지다고 자랑하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곳은 엘리자베스 호수가 아니었다. 석기님이 조금 위축되 보였다. 결국 좀 더 걸어가서 엘리자베스 호수에 도착하였으나, S라인은 없었다. 석기님이 착각한 것이다. s라인 호수는 엘리자베스 호수가 아니라 바로 직전의 셀롤로이드(???) 호수였다. 작년 산행에서 석기님은 엘리자베스 호수를 봤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보지 못 했던 것이다.
다시 넙픽을 오르기 시작한다. 역시나 능선에는 돌이 많다. 석기님이 동물을 발견하였다. 마모트다. 그 놈 참. 불과 몇 미터 앞에 있으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지 할일에 열중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하다. 한데 좀 올라가 보니, 이 지역은 완전 마모트 사육지다. 한 두 놈이 아니었다. 여튼 넙픽의 최고 꼭대기에 올라가니 넓은 공토가 있다. 각자 앉아서 주변을 내려다 보니 역시나 장관이다. 맞은 편의 윈대릿지도 보이고, 아시니보인 산도 보이고, 그 밑의 마곡 호수도 보인다. 정말 눈이 호강한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더 오래 있자고 했을 것이다. 돌아오는게 아쉬웠지만, 아쉬움이야말로 찰나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캠프장에 돌아와서, 텐트를 걷고, 서로의 짐을 챙겼다. 이제 하산이다. 다시 한 번 마곡 호수에 가보지 못 한 것이 안타깝지만, 시간이 없다. 열을 지어 걷는데, 첫날보다 더 힘이 든다. 원더패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헬기를 보면서, 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갈림길에서 낯선 분에게 길을 물어본다. 근데 그 분이 한국분이다. 일주님과 김밥님, 석기님이 그 분이 토요산악회분이라고 한다. 잠시, 토요산악회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원더패스를 오르는 길에 본 야생화는 참 멋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피로와 함께 많은 길이 남았다는 사실이 꽃을 즐길 여유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내 기억 속에는 윈디릿지의 야생화만이 남아있다. 원더패스는 이름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곰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었을 뿐, 별로 볼 것은 없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다들 어서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같았다. 어느 정도 걸었더니 천둥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빗방울이 떨어진다. 쓸일이 없기를 바라며 챙겨왔던 우비를 걸치고 베낭커버를 씌웠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가 장비를 다 갖추고 나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
가파른 길을 지나 산허리를 따라 마블 호수를 따라 걷는다. 이런, 이 놈의 호수는 왜 이렇게 큰지. 모두 지친다. 힘들지만 쉬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쉬었다 다시 출발하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 고통, 첫 번째 날에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 더 힘들다. 그 동안 걸었던 피로가 몸을 더 무겁게 만든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더 숲을 지나서 드디어 평원이 보이고, 목적지인 캠핑장에 가까이 왔다. 두 갈래 길에서 캠핑장 위치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캠핑장을 찾았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어두워지기 전에 식사준비를 하였다. 식사를 끝마치고 차를 마시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추 뒷정리를 끝내고, 그릇은 빗속에 둔채로 모두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계속되는 천둥과 폭우로 내일 젖은 텐트를 지고 갈 생각을 하니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다행히 잠시 뒤에는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친 동안 가자미님이 남욱군님을 핍박하여, 남욱군님의 노래를 끌어내었다. 가자미님 덕분에 남욱군님의 노래를 간만에 들을 수 있었다. 남욱군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울려펴진 다섯 곳은 지금도 잠자리에 들기 전, 내 귓가를 맴돈다. 꺄악~~
다시 폭우가 쏟아지며 잠 속에 빠져든다. 그리 편하지 않은 잠자리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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