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맹모상(衆盲模象)
*뭇 장님이 코끼리 만진 것 같다.
부처님의 중맹모상경(衆盲模象經)에 보면 인도(印度)에서 석존(釋尊)이 살던 때에 인도 종교철학(宗敎哲學)이 어떠하였는가를 알 수가 있다. 외도(外道)들이 사견에 빠져서 저마다 다른 주장을 한 것을 장님이 코끼리 만진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떤 외도들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고 주장을 했고, 어떤 외도는 세상은 무상(無常)하다고 하였다. 세상은 끝이 있다. 세상은 끝이 없다. 사후에는 영혼이 있다. 사후(死後)에는 아무것도 없다. 등등 가지가지 이견으로 논쟁을 일삼고 주장하였다. 부처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들은 눈이 없는 장님들이다. 이(理)도 모르고, 비리(非理)도 모른다. 법(法)도 모르고, 비법(非法)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날카로운 입씨름만 하고있는 것이다. 옛날에 한 왕이 있었는데, 하루는 신하에게 도성 안에 사는 장님을 한 군데 모이게 한 후 코끼리를 만지게 하라고 시켰다. 신하는 왕의 명을 받아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만지게 했다. 어떤 장님에게는 코끼리 머리를 만지게 했고, 또 어느 장님에게는 코끼리 귀를 만져 보게 하였다. 또 어느 장님에게는 코끼리의 상아, 코, 몸체, 다리, 꼬리 등을 만져 보게 하였다. 잠시 후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는 왕의 물음에 그들은 마치 항아리 같다. 키와 같다. 쟁기의 끝 같다. 쟁기의 손잡이 같다. 곡창과 같다. 기둥과 같다. 절구와 같다. 절굿공이와 같다. 빗자루와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주먹을 휘두르며 싸웠다. 이것을 보고 왕은 재미있어하였다고 한다. 제자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외도(外道)에 빠진 수행자는 앞을 못 보는 장님과 같고, 이치를 모르고 비리를 모르며, 법을 모르고 비법을 모른다. 그래서 서로 입씨름을 하고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부처님은 시구(詩句)를 하나 읊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수행자는 그들이 본 것에만 집착하는구나. 일부분만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주장하며 다투는구나, 요즘 세상도 마찬가지다. 각기 나름대로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 주장을 앞세운다. 나는 바로 보았고, 내 말은 진리(眞理)라고 설쳐 된다. 이렇게 독선(獨善)과 아집(我執)에 빠진 자들을 부처님은 장님이 코끼리 만진 것 같다고 하셨다. 장님은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코끼리를 만진 부위가 코끼리의 전부(全部)라고 고집(固執)을 부린다면 멀쩡하게 앞을 보는 사람 입장(立場)에서 보면 어리석은 주장이 되고 만다. 요즘 불교 교단 내에서도 중맹모상(衆盲模像)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멸후(佛滅後) 몇 천년(千年)동안 이어온 대승불교(大乘佛敎)를 불교(佛敎)가 아니라고 폄하(貶下)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승불교교단(大乘佛敎敎團)에서 수계(受戒)하고 대승교단(大乘敎團) 밥을 먹으면서 말이다. 또 요즘도 전철에서나 길에서 자기 종교를 포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자기가 믿는 만(神) 만이 진리(眞理)이고, 인류(人類)를 구원(救援)할 수가 있는 유일신(唯一神)이라고 떠들어 댄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현대판(現代版) 중맹모상(衆盲模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