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미아삼거리역에서 내려 미아6동 파출소 앞까지 걷는 길은 수차를 젓는 물질이 끊이지 않는다. 한 달도
못 되어 미장원이 분식집으로, 분식집이 오락실로, 간판 위에 간판이, 덜 마른 벽에 또 페인트가 덧칠 됐
다. 매주 마다 한 번씩 독 속 김장김치의 흰 곰파이를 걸러 내던 재개발 언덕길, 목이 부러진 채 버려진
여자 인형의 터무니없이 맑은 눈알이 나를 바라본다 미아삼거리역에서 미아6동 파출소 앞까지, 재래시
장의 갈치떼며 멸치젖이 바다 밑 짠 기억으로 눈부시게 말라 갔다. 내일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의 날,
짠 발목을 염전에서 꺼내며 나는 편집부 엮음 『베트남혁명사』를 일반 쓰레기로, 베버의『프로테스탄
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재활용쓰레기로 각각 따로 묶기 시작했다.
조연호 시인은 흥미롭습니다. 신서정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나 뉴웨이브의 주류는 아닙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앞으로 나아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조연호 시인의 '농경시' 시집을 사보고 싶으나 엄두는 안납니다. 적어도 며칠 몇주는 골머리를 앓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분산되어 있으나 하나의 정서와 하나의 이미지로 엮어주는 조연호 시인의 시들이 좋습니다. 애매모호성의 공통점을 뚫어가고 있고 아포리즘을 조금 선명하게 제시해줍니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독자와 단절선언이라도 한 듯 스스로에게 갇혀 지내는 시들도 몇 편 있습니다. 이상하게 이 이후의 조연호의 시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조금 더 괜찮은 시들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