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1. 장대연의 시
‘아’ 와 ‘어’
손톱만큼 남아있던 패기로 버티던 몇 해 전 만 해도
이렇게 웃었던 것 같다. - 하하 -
세월의 물살에 깎여나가 흔적만 겨우 남은 용기로
요즘 난 이렇게 웃고 있다. - 허허 -
혈기 팔팔하던 시절의 시집엔 동짓달 삭풍조차도
이렇게 그려져 있던 것 같다. - 살랑 살랑 -
고독 냄새 풀풀 솟는 시집엔 윤사월 훈풍마저도
요즘엔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 설렁 설렁 -
아 다르고 어 다름을 똑 부러지게 증언하고 있는
서글픈 몸뚱이가 왠지 자꾸만 미워진다.
징검다리 건너다가
오랜만에 찾은
고향 마을 앞개울에
이끼 빛 여전한 징검다리
사뿐 사뿐
앞서서 잘도 건너뛰는
열 서너 살의 나를 따라
얼떨결에 쫒아 뛰다가
풍덩 바짓가랑이 적시고 만
머리 희끗해진 나
아~
그 옛날 버짐 핀 내 얼굴
비춰주던 맑은 냇물은
이미 그렇게 흘러가버렸음을.
꽃잎의 임종
계절의 냉정한 채근에
목전에 닥친 비장한 낙하를
겸허히 준비하고 있는
백목련 꽃잎 앞에 서다
절박한 순간 앞이기에
혼신을 다해 끌어올린 氣로
토해내는 최후의 향과 빛깔의
정점 앞에 숙연히 옷깃 여미다
임종 직전 짧은 순간
자글자글했던 주름살이
마술처럼 사라지며
내 어머님 얼굴에 피어오르던
염화시중의 미소를 다시 만나다.
돈
나 보고
청순하다 말하는 놈은 없어
매혹적이다 라는 놈도 없어
하지만
하 많은 멍청이들
날 만나지 못해 안달이지
아니,
대개는
나를 보면 아예 돌아버리지
설사
나를 제 품에 안아본들
놓칠세라 애를 끓이다가
끝내는 몸져눕게 되면서도
충전된 이승의 인연이
바닥나는 순간에까지
마약처럼 나를 찾는 꼴이란
그래? 그럼,
몽매간에라도
어디 한 번 ‘나 잡아 봐라!’
채송화
태어난 응달진 이곳이
天命의 터전이겠거니 여기며
전수받은 체념으로 버텨온
지지리 복도 없는 내 인생
작은 얼굴 내밀어 햇살 한 줌
보시 받기도 바쁜 신세건만
하늘 향한 눈길조차 과욕이라네요.
낮은 곳을 굽어보며 살라지만
앉은뱅이 억울한 운명에
고개 숙일 공간인들 있겠소이까?
초목의 그늘도 서러운 판에
동족의 눈꼴사나운 가자미 눈길은
무딘 칼날에 저며지는 생살입니다.
어쨌거나 이 몸도 명색이 화초인데...
남의 굴절된 운명을 안주삼아
비아냥거리는 네 년들이야
부모 잘 만난 덕에 깝죽댄다만
폭풍우 몰아치는 날 두고 보자
누구 허리가 꺾이어 있는지.
생선가게 순이 어멈
언 강이 마른 기침해대며 기지개 켜기 시작하면
헝클어진 머리에 눈곱도 안 떨어진 아낙들
장바구니 끼고 나와 일상의 단추를 꿰는 새벽녘
생선가게 순이 어멈의 쇳소리 호객 장단에
밤새 벼린 칼날이 비정한 춤사위를 던지면
서슬 퍼런 작두날 위 무녀의 발바닥 닮은
새끼 갈치 등줄기에 뻗친 청회색 지느러미
새파랗게 질린 채 혼절하여 고꾸라진다.
뽀얀 아침 햇살 늘어진 차양을 기웃거리니
나른해진 실안개는 뒤엉킨 전깃줄 타고
이슬로 굴러 떨어지고
부스스 일어난 한 소쿠리 바람의 비질도
퀴퀴한 쓰레기 질펀한 장바닥 가로질러
얼추 끝나갈 무렵
생선비늘 더뎅이 앉은 묵직한 앞치마 주머니에
부르튼 손 푹 찔러 넣은 억척이 청상(靑孀)의
한결 풍성해진 갈 짓자 걸음하며,
꾸겨져 수북이 쌓인 지전 주섬주섬 챙겨들고
또박 또박 헤아려가는 손끝에 퉤퉤
뱉어지는 침마다 굵직하고 걸다란 것은
두둑한 품삯 안겨준 꼭두새벽 칼춤이
판자촌 냉 골방에 선잠 깰 어린것들 앞에,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른 저 태양 앞에
한 점 부끄럼 없음의 다름 아니렷다.
반디는 알고 있을 터
반디는 알고 있을 터
트인 시야를 갈구하던 두루미들
사이비 구름 비켜가며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다가
꺾이어진 날갯죽지를 접고
하나 둘 추락하고 만 까닭이
높다란 굴뚝들이 밤낮 없는 줄담배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 때문이라는 걸
반디는 알고 있을 터
구정물을 벗어나려던 피래미들
숨통을 죄는 고통에 몸부림하며
물 밖 세상 향해 솟아오르다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차례로 눕고 만 까닭 또한
놈들이 틈만 나면 엉덩이 돌려대고
쏟아낸 악취 나는 배설물 때문이란 걸
오늘도 반디는
혀를 끌끌 차고 있을 터
제 살 썩게 한 장본인이면서도
생존의 일기를 쓰지 않는 게으름 탓에
시궁창에 몸 담그고도 쾌히 식사를 하며
개스실 속에서도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치매 걸린 만물의 영장을 향해.
고드름
외딴 산촌 둔덕배기에
두어 길은 족히 되는
눈 더미에 깔려 엎어진
노구의 오두막에
인기척 사라진지는 오래렷다.
압사의 벼랑 끝에 선
초가 이엉의 가뿐 호흡에
끝내 흐름을 멈춘 눈(雪)물은
달빛 젖은 투명한 뼈다귀로
추녀 끝에 거꾸로 매달렸구나.
지금의 거미줄 같은
저 맥박으로 보아
필경
해동의 여울소리 들릴 즈음이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흙에 묻힐 폐가로되
너라도 임종을 지켜
단단히 얼려 두었던 몸 풀고
몇날 며칠이고 喪主가 되어
외롭게 무너진 시신위에
위령의 눈물을 뿌리려무나.
하루살이
솟아오르는 해를 따라나선 生
또 다른 해가 어둠을 털어내기 전까지
나름대로 한 세상 살다 가노라
당당한 마지막 인사로 떠나려면
얄궂은 숙명 탓할 겨를인들 있을쏘냐.
태어난 곳에 이렇다 할 발자국 하나
남기지 못하고 떠나갈 미물일망정
부여받은 수명의 경계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최대한 늘이기 위해
허송할 수 없는 하루가 은총임을 알기에
경이로운 속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날개 짓에 온몸이 으스러진다한들
찰나의 순간이라도 쉬이 흘리지 않으며
제 날개보다도 가벼운 바람결에도
결코 맞서지 않는 슬기를 깨우쳤으리라
아, 눈물겹도록 가상한 삶의 애착이여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순종이여
하나가 되어
네 이름은 북한강이고
고향은 금강이라 했지.
내 이름은 소양강이고
고향은 설악이야.
태어난 곳 까마득 멀어도
서로를 갈구하는 본능은
수 백리 험한 순례로 이어져
끝내 천부의 자성(磁性)은
우리의 간극을 용납지 않아
여기 춘천호반에 이르러
한 몸이 된 너와 나의 연(緣)
연리지 운명, 비익조 숙명
- 어떻게 부른다 한들
누가 감히 토를 달수 있겠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왜 만나야하는지는
굳이 알려고도 하지 마.
어쩌다 보니 라는 말은
행여 입 밖에도 내지 마.
어떤 금 긋기도 용납지 않는
춤추는 물결 너른 바다가
까마득한 날부터 이미
살 섞어 온전히 하나가 된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음이야.
2. 안행덕의 시
봉선화 추억
울 밑에선 봉선화 꽃그늘이 길게 누울 때
단발머리 똠방치마 가시나
공깃돌 놀이도 시들해지고
어미를 기다리다 지친
두 귀는 천 만개로 늘어나지요
봉선화 씨앗처럼 부어오른 두 볼은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데
죄 없는 봉선화 꽃잎만 하릴없이 돌로 찧으며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입속으로 웅얼거렸지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이면
저승길이 밝아진다는 말은 믿지 않아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에
분홍빛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
들국화
화사한 꽃들 다 시들 때쯤
수줍은 미소로 곱게 피었구나
네 향기에 취한 바람도
건들건들 머뭇거리네.
아무도 찾지 않아도
별을 헤아리며
고운 꿈으로 이슬에 젖은 채
가슴 저린 향을 피워내는 너
앵벌이 같은 벌과 나비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精(정)이
내 어미 같아라
그래서 왠지 안쓰러운 너
해 저물도록
밭이랑에서
허기진 허리춤 졸라매던
내 어미는 들국화 되었으리.
가을 여자
성가시게 보채는 가을바람에
마지못해 떨어진 낙엽
징징대며 구르는 소리에
기약 없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추억처럼 쌓인 낙엽
골짜기마다 전설처럼 흩어지는데
한때는 잊으리라 한, 다짐
훌훌 털고 찾아오시려는지요.
살짝 스치는 바람 한 점에도
귀 기울이는 문풍지처럼 화르르 떨며
잊었던 임의 숨소리 기억해 내서
그리움 하나 품게 하는 이 가을
숫처녀 가슴처럼 봉곳한 벼랑 아래
나루터
길손을 기다리는 외로운 저 쪽배처럼
오늘도 잠방대는 그리움에 떠있는 여자
해월정(海月亭)
바다가 보인다
팔각정 난간은 멀리
솔숲 건너 출렁이는 세월을 본다
세월에 닳은 난간은 삐거덕
오래전 상처 끄집어내어
누구에게나 꼼꼼히 읽어보라 내어준다
해와 달을 안고 놀던 자리에
끝없이 마음을 펼쳐 놓고
짙은 솔 향 따라 바다로 간다
그럴 때마다 바다는 해풍을 안고 내게로 와 안긴다
은빛 물결이 가슴에서 출렁거린다
일출의 경이로움에 오금 저린 행복도
월출의 장관에 가슴 부풀어 던 날도
언제나 청풍은 끝없이 바다의 비릿함을
끌고 와서
해월정 난간에 바다이야기를 적어 놓는다.
능소화
세월이 약이라니요
날이 가면 갈수록
쌓이는 이 그리움을 어쩌라 구요.
행여 임의 발걸음 소리인가
나팔처럼 커지는 내 귓바퀴를 보세요.
애타게 담장에 매달려 키를
늘리는 안타까운 내 심정을 아시나요.
오늘도 붉게 피어나는
아픈 속내 감추지 못하고
줄기마다 새긴 사랑 헛되었어라
매정한 정
돌아보지 말자고
마디마디 새겨 두었건만
열꽃 같은 붉은 멍울 지우지 못하고
옛 정(情 )에 매달려 아직도 눈물 가득하여라.
세상은 말랑하지 않다
어수선함이 지나간 오후 구치소 대기실
묘지처럼 고요하고 퀴퀴하다
난생처음 두부 한모 사들고
낯선 묘지 속을 두리번거리며 서성인다
보석으로 출소하는 대기업 임원인 오촌 조카
두 시간의 기다림에 바람 같은 한숨 터질 때쯤
출입문에 정박한 시린 얼굴이 걸려있다
구겨진 정장의 추레함을 감추려는 듯
허허허 낯설게 웃는다
능청스런 푸른 말씀이 흉흉한 독버섯인 줄 몰랐고요
정도를 지키며 사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며
세상만사 우습게 보면 안 되겠더란다.
고생 많았지? 야윈 당숙 부의 위로가 쓰러질 듯
그에게 닿자 후련한 몸짓으로 말을 받는다
무력해진 단절의 세상에
빗장 닫는 소리가 고막을 치던데요
당숙 내미는 두부 한입 물고
세상은 두부처럼 말랑한 게 아니더라고
절절함이 배인 떨림 하나 토한다
강
강 같은 나이를 아시나요.
쉼 없이 깎이고도 참
편안히 흐릅니다. 그려
모난 돌에 할퀴고 벼랑에 부딪혀
퍼렇게 멍이 들어도
그 아픔이 참을 수 없어 몸을 뒤틀며
그래도 쉼 없이 가야 하는 길
잊혀갈 세월 서러워
잘게 부서지는 푸른 신음이
햇볕에 그을려 눈이 부시다
글썽이는 눈망울 같은
울먹임이 물비늘 되어 반짝일 때
세월의 아픔을 안고도 처연히 흐르는 강물
저 같은 속 깊은 가슴이 되고 싶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비워 내고 싶다
흐르는 세월처럼 처연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나이
속 깊은 저 강물의 나이를 아시나요
엿 먹어라
더위 피해 동해 바닷가로 나들이 갔다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군중 속으로 슬쩍 끼어들었다
희한하다
끈다리 여자 속옷 같은 치마 한 장 두르고
신나는 각설이패의 재주에
더위도 잊은 관중 박수소리 요란하다
우리는 거지가 아녀
우리는 종합예술가여
낡은 중고 악기는
좁은 빈터로 관중을 몰아넣는다.
품바가 금방 웨스턴 뮤직으로 바뀐다.
맞다 일인 4역 5역이다
여장남자들의 열연에 흠뻑 빠진 관중에게
농담 속에 진담 한마디
너무 힘들어
엿 좀 먹고 하자
엿판을 들고 나와
엿을 파는 저 젊은이들의 몸부림이
8월의 태양보다 뜨겁다.
둥지
별빛이 아직 잠들지 않은 새벽
식전 댓바람에 시린 발 동동
지친 날개 파닥이는 어미 까치
별 같은 흔적 삭정이 끝에 매단다.
젊은 날 저 까치집처럼 엉성한 둥지
옥탑에 올려놓고 애태우던 나 같다
행여나 어린것들 바람 들까 시려 울까
동분서주 안달하던 내 날개가
저 혼자 병드는 줄 그때는 몰랐지
빛 부신 아침 햇살이 저리 고운 줄 몰랐던
그날들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데
엉성한 까치집에서 어미 찾는 소리 애잔타
사랑을 보듬는 저 어미 까치의 고달픈 날개가 환하다.
와 목(臥 木)
지난해 태풍이 지나간 등산로에
넘어져 자리를 보전하고 누운 아카시아
넘어진 참에 쉬어 보자는 심산인지
아직도 그대로 누워 있다
태어나 한번 도 누워본 일 없어
좀더 오래 눕고 싶었던 게지
무탈하게 잘 자라는 그를 쓰러트린
바람도 하늘도 원망하지 않고
슬며시 누운 채 얌전히 새순을 피워내고 있다
허전한 옆구리에 옹기종기 새순을 피워
넘어질 때 아득함을 찰나였다,
스스로 위로하는 듯 조용히 누워
기다림에 지친 세상에 초록의 연서를 쓰고 있다
3. 홍연희시 감상
-복사꽃 필 때 -
-박경리 선생의 쾌유를 빌며-
매지 뜨락
복사꽃 필 때
힘없이 스러진
만개한 꽃 한 송이
붉은 눈물 다 흘리지 못하고
사람들 가슴에 남긴 자국들
아직
손끝에 남은 수많은 사연
다 그리지 못한 이승의 수채화
서희의 독백은
아직도 메아리치건만
늙은 손마디는
젖은 눈물로
이별을 밀어낸다
서러운 발길로 들어선
세력의 도시 북원경
가슴 저린 사연만 수북이 쌓인
변해버려 달라진 자취 안에
젖은 그림자 찾으려 기웃 댄 오후
따신 하늘의 기운
되찾으려 안간힘 쓸 때
사람들이 소원하는
기도소리
애잔히 가슴으로 파고드는데
복사꽃 피는 이 계절에
나는 왜
이리 속수무책이련가
어서 집으로 가자.
2008, 04, 27
-노랑나비의 꿈 -
-故박경리선생을 추모하며-
오월의 하늘 눈물 흘리니
적잖이 애끓는 구슬픈 여운
보랏빛 향기 황홀한 꿈으로
수만 가지 풍경 그리던
소박한 여인
천상에 오른 날
어줍은 손질로 가꾸던 채마밭
길손의 입맛 돋우던 여름
이제 굽어진 허리를 곧추세우고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선 그때,
이미 가슴은 뭉그러져
세울 기운조차 없어도
당당한 기세 꺾일 기운이 더 없다
세상에 부르짖고 싶던
하 많은 사연
욕쟁이 할머니의 입심이 아닌
수만 장 원고지 위
겪은 것이나 겪지 못한 것이어도
구름타고 거닌
실낙원의 풍경 그리 듯
넘실넘실
마구 저은 필봉(筆鋒)
팔십 두해의 삶 속
정 깊은 필체는
세상에 대고 소리 없이 크게 웃고
스러진 육신
거둘 날 기다리던
쾌청한 오월
아이들이 새처럼 날던 그날
노랑 나비로
하늘을 날다.
2008, 05, 07
-하얀 목련이 지거든-
아마도 구름 낀 날 일게야
꽃샘바람 불어오자
침상에 계신
어미는 목련을 기다리고
소싯적 풍경을
안으로 자꾸 들이고 싶어한다
나설 수 없는 굳어진 몸
바라다 보이는 마당 한 쪽
시선 닿는 곳을 넓히려
베개는 자꾸 높아지고
부는 바람으로
넘실대는
백색의 꽃 그림자
설레는 춤사위
기억에 넣는다
비 내리고 나서
목련 지거든
슬퍼도 눈물짓지 못할 모성
구름 낀 젖은 하늘 바라보며
마른 눈물 자욱 닦아 낸 손등
빈 젖가슴을 헤쳐 보인다.
“꽃잎을 들여놓으려므나”
-마른 눈물 -
그녀의 가슴이
마르고 있다
문이 열릴 때 마다
틈 헤집고 달려드는
시린 바람
가림 없이 온몸으로
그저 다 받아
하루, 이틀
시간 흐르며
가슴을 바짝 바짝
태우고 있다
찬 서리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어미 가슴에서
먼지가 인다.
-치매를 배우는 엄마
밤이 하얗다고 하더니
이제는 지난날들이 하얗게 바랬다
창가 지키는 작은 장미 넝쿨을 보며
소녀 적 당신만 우기는 것은
희미한 기억 속
아직은 남아 있는 따뜻한 추억
검지가 잘려도
단숨에 끝내 버리던 짭짤한 살림 솜씨는
달라고 조르는 투정으로 돌아 앉아
어미인 것이 두렵고
아내였던 것을 밀치고
여자인 것에 사래질 쳤다
흔들림 안에
아련히 비추는
기억하기 어려운 정체성으로
이제 다 섭렵 해 가는 치매는
어미 손 끝으로
내 가슴으로 기어든다
-살아야 하는 것은-
아직은 끓는 나이에
핏줄이 성치 못 한가
까만 세계가
가끔씩
들락거린다
몇 번의 경험으로
끝나길 바라는데
검은 머리 치렁대는
가슴은
자리 보존한 어미의
발치를 바라보며
큰 근심에 빠진다
아무도 거두질 못할 육신
드러눕히고
제 몸 간수 제대로 못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다니
곁 지키지 못하는 시간이면
두려움에 떠는 모친의
슬픈 눈초리가 처연하다
노랗게 익는 하늘
아득해진
몇 번의 기억
아직 먼 길 돌 시간
첩첩인데
사람 노릇 멈추지 말아야지
이 밤에 성히
살아있길 기도한다.
-목련 -
생리 멈춘 첫 봄
원기 충천하던 그때를 떠올린
아직은 청춘인 듯
온 몸 부풀린
그녀의 나이와
간밤
젖은 창가 흔적 남기고
햇살 뿌린 아침 만난
온통 검붉은 치장으로
거울 앞에 설
출산 앞둔 그대와
웅크려 안은
가득한 가슴 안 궁리는 같다
서로가
또다시 피우고 싶은
욕망.
-봄이 온다잖아 -
영하 11도
그 속에서도
봄은 온다잖아
새치름히
부는 바람 속
슬며시 들러붙은 꽃샘추위
옷 깃 여밀라치면
웃어주는 햇살로
한 겹 덜어내고
겨우내
거칠게 불어대던
어미의 숨소리 잦아진걸 보니
맞다
봄이 오고 있네.
-가마솥과 불길 -
나를 끓게 하는 것은
너뿐이야
잔잔한 것도 싫어
성난 야수처럼
들끓는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광폭함을 사랑하리다
네가 타오르는 동안
잦아질 줄 모르던 야성도
진즉에 불러일으킨
천연한 선심으로
세월을 빚는다
비렴(飛廉)도
기운을 부추길 뿐
불땀이 광활할 때
서슴없이
거머쥔 詩
-백해(百骸)가 무너지던 날-
소리를 멈추라고 이르는 것은
네발걸음을 묶어두는 게지
이른 아침
첫 기적 소리로 나를 깨울 때
허망하게 밀려오던
산 사람의 흠(欠)
수백 개의 발을 달고서
행여 다다르지 못할 곳이 어디있으랴마는
마음으로 추스른 그 곳
일정치 않은 부정함으로
도시만 맴돌던 날
하얀 거품을 하늘로 휘날릴 제
도사리지 못한 첩첩함으로
네 발에 나를 얹는다
바람이 불었다
갇힌 가슴이 열리고
묻어 두었던 미소 묻은 추억이
우르르 떼 지어 달려 나오며
망자(亡者)의 영정에 달라붙었다
백해(百骸)가 무너지던 이른 새벽
-고목(枯木)의 빈 틈
-
생사(生死)의 전(前)일까
바람 불면 내게로
쓸리 듯 달려들었다
살갗으로 파고들어
움찔거리는 육신 간질이고
뜻밖에 바람 난 여자처럼
배통 드러낼 천연한 비통(悲痛)
온갖 손길
시선 거두려
옹골진 골짜기로 터 잡은 잉태
모순 없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독 품은 웃음.
초대시 정건우
낙엽
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수천 마디 말(言)이다
이파리와 이파리 사이를
쉼 없이 드나들며
바람과 햇볕이 매달아 놓은
색색의 메모지다
봄 여름 가을 초록이 영글어
끝없이 갈래던 가슴들이
저마다 고민으로
고만고만 지쳐 왔겠느니
나는 여태껏
저 나무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저들끼리 몸 부대끼는
우수수한 사연을 듣고 있었구나
가을 숲은 그래서 고요하고
가지를 스치는 바람도
침묵을 안다.
단풍
한 나무에 이파리라고
다 같이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닌가 보다
저 나무 층층으로
뻗어나간 가지마다
매달린
서로 다른 궁금증
걸어간 발길들이
멈춰 선 거리만큼 속을
끓였나 보다
부르는 소리따라 마음이 가서
고개 돌리다가
혼절해 버린 얼굴
기다렸던 시간만큼 황홀한
저 가지가지
색깔 있는 생각들.
평화여인숙
너도 그랬었는지
낯선 역 텅 빈 광장에 서서
막차를 보내고
기다리던 사람도 보내고 비를 맞는
저 귀대 직전의 휴가병처럼
보낼 것 다 보내고 난 뒤에 찾아온 신열(身熱) 같은 것이
오랜 안부를 묻게 했는지
사람아, 내가 죽고 난 후에도
늦은 안부를 묻고
저기 세류역 건너 축축한 평화여인숙
하잔한 문앞에
전구처럼 발개질 오랜 사람아
뒷문도 없어 서글픈 여인숙 골목을
둘이 걸으며 숨고 싶어라
세상 처음 약속을 어기듯 너에게
옆구리에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라
머슴애를 밤새 다그치는 옆방 가시내
발칙한 조건을
너와 같이 듣고 싶어라.
초대시 김전한
청사포 기행
나 이제서야 청사포에 왔어요
바다뱀의 푸른 흔적을 좇아서 여기까지 왔네요
서너개의 사막을 훌쩍 건너온 듯 긴 길이었어요
굽이쳐 돌던 마음속의 회랑이 아득하네요
헛된 약속의 짐들 이제 내려놓을께요
녹슬어버린 그 먼지낀 시간들을
청사포 바람결에 돌려보내드릴께요
타지마할 궁전의 그 집요한 열망이 무너진다해도
내 사랑만은 특별한거라 믿었던 교만심도 이젠 내려놓을께요.
왜냐하면 여긴 청사포 이니까요.
내 속으로 켜켜이 묻혀있던 상처들
청사포는 나눠달라 하네요
달맞이 고개 산책로가 나눠갖자 하네요
해변가 둥글게 몸 굴리는 자갈들이 나눠달라 하네요
언덕으로 줄지어 선 소나무들이 나눠달라 하네요
방파제에 앉으면 저 멀리 붉은 등대가 빙그레 웃어주네요
기장가는 열차가 청사포의 순한 바람을 등지고 출렁출렁 밀려가네요
이젠 안심하라 하네요
때늦게 청사포에 와서야
나 이제 쉬려합니다.
청사포의 오후가 말 건네주네요
잦은 날숨따윈 거둬 들이고
길고 긴 휴식을 하라하네요
부암동 옛길
꽃들의 계절이 오면
부암동 언덕으로 산책가자 하였지요
앞산 뒷산 만산홍엽 피고지면
남쪽지방 허삼둘 옛가옥에나 한번 들러보자 하였지요
그러다가
나무들 잎사귀 다 버리는 12월이 오겠지요
겨울이 온들 어떠리오
차가운 바람등지고
소쇄원 그 쓸쓸한 툇마루에서 해바라기나 하러 가자 하였지요
가자 가자 하였지만
단 한번 가지않고도
그대 있던 그 어떤 하룬들 꽃피지 않은 날들이 있었나요
어느 한순간인들 우리 가슴 불타지 않은 시간 있었나요
그대 지금
이 지상에 없는 그대가 소근소근 위로해줍니다
'난 원래부터 없던 사람이었어요'
예고도 없이 문득 잘려나간 필름처럼
情人은 내게 부재중입니다.
부암동 옛길
나 혼자 서성입니다
자하문 한켠에서 잡았던 손길
손바닥 축축하게 베여나오던 情人의 습도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보라빛 안개의 문이라고 감탄하고 탄성질렀던 메아리
사라지지 않는데
그대, 이제 이 지상 사람 아니라고 자분자분 설명하지만
나 여전히 이해되지 못해 어리둥절입니다
나 이제 부암동 옛길에서
편지를 씁니다.
보낼 곳 없는 그 편지
하늘나라 우체국에라도 발신하려 합니다.
때맞춰 봄꽃들은 자박자박 다가오는데
이제 이 유서깊은 길에서
이 지상에서 완전하게 사라져버린 情人에게
편지를 씁니다.
정인의 시선 머물러 있는
4월의 꽃잎들 동봉합니다
하늘나라우체국으로
우두커니
편지를 씁니다.
창작시
망초꽃
눈 큰 소에게 망초꽃을 권한다
소는 기꺼이 잊으려 한다
우리 안의 자신
당나귀에게 망초꽃을 먹인다
기억에 미련을 섞어
질겅질겅 먹어치운다.
망각의 즙이 어찌나 달콤한지!
검은 염소, 황톳빛 돼지에게도
망초꽃 다발을 내민다.
잊히지 않는 뚜렷한 고통을
우적우적 먹어치우는 일상,
일상은 기억을 먹는다
고난을 위해 나온 인생
기억의 낮과 망각의 밤이
눈을 감았다 뜬다
우수 雨水/조정화
봄으로 가는 길목, 비는 없지만
다가서는 우수 憂愁의 눈동자
는 젖어 있다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를
눈, 서늘한 꿈의 계절을 딱 반만 향유하고
들어선 봄에 벌어진 이별의 기억
상처마저 고요했던
꽃잎은 밟혀도 아름다운 삶을
씨앗 에게 양보하기를, 가장 낮고 초라해져도
하늘 우러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부드러운 용기
어머니로 가는 길목에서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입맞춤을 끝으로
내 고단한 사막을 등지고 싶다
절망인지 희망인지 모를
3월을 코끝에 걸치고!
미역국
딸아
미역국을 끓여야지
왜 미역국을 오늘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만
얼른 내 국 사발에 김나는 미역국을 펄펄 퍼 다오
나를 낳고 가버리신 어머니를 위해 밥을 먹어야겠다
내 몸 구석구석에 스멀거리는
어머니의 배가 고프다
입맛없는 목구멍으로 술술 넘길 미역국을 끓여 다오
고단한지 너는 기척이 없고 딸아
나는 신새벽 잠없는 미역을 씻는다
미역 줄기 만큼 질긴 모녀 삼대三代
너도 어느 생일날은
나도 없는 이런 미역국을 스스로 끓이며
딸의 잠을 들여다 볼 딸아
2)공기를 팝니다
어제의 모든 것은 폐품이 되는
새 것의 시대
정보와 아이디어 스피드 광고가 생명이다
헌 마음 헌 관계들은 가라
절대가치(돈)를 제외한 모두는 가라
물을 팝니다
밥을 팝니다
공기를 팝니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끌어 온
신제품 공기 1팩에 천 원 지금은 세일 중,
잘 정제된 이들
그네들에게 열라 적합한
마음도 팝니다
오염 순도 100%, 불면 후루루 날아가 줄
마음을 팝니다
신발 / 이춘명
발가락 끼는 슬리퍼
동료들은 눈독 들이다
그대 발 크기
내 사람이라면
먼저 내 것이 되었다
휴가를 잡고
동료들은 각각의 꿈을 그리고
내 사람이라면
나는 그 신발을 따라
어느 모래밭에
어린 아이처럼 따라가겠지
등/이 춘 명
손을 놓고 앞서는
등은 사람 아니다
정을 뗀 움직임
강한 힘의 선전포고
이별의 아픔을 침묵으로
이겨낸 과거는 길다
그 만큼 개척하며
포기하기까지 나는
얼마나 등을 보였을까
강자의 짧은 젊음
같은 외로음을 받는다
보내야 하는 약속
미리 재촉하지 않아도
가거라 세상으로
그 등 미워하지 않고
다시 손 내밀고
너의 웃음만을 기억하리
지금도 오늘도 이 밤이라도
등 보일 때
나는 여기 그저 손 내밀고
1.혹
몸 안에 도둑이 들었단다
돈 안 드는 일이라고
나무늘보처럼 지내온 시간들은
보톡스 맞은 듯
무표정한 웃음 웃더니
목 오른쪽에
옹이 닮은 집 하나 지어
혹이라는 문패 달고
제 입맛대로
하루 일과를 요리하고 있다
이별한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도 아닌데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턱까지 차오르는 숨결은
서산 넘어가는 노을보다 뜨거워져
일어났다 앉았다
안절부절
오두방정 떨다가
어둠보다 더 깊은 수렁속을
헤엄쳐 나온
의식의 씨앗까지 불 태우며
야금야금
남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한 치 앞도 헤아리지 못 해
제 발등 찍고 섰는 눈물앞에
여보란 듯이
졸음 방망이 휘둘러 대는
자만의 검은 그림자
2. 늙은 오이
늦은 저녁준비로
마음이 동동거린다
신혼초에는
김 빠진 맥주처럼
물컹거리는
늙은 오이무침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식성도 참 별나다'며
길거리 좌판에서
할머니들이 팔고 있는 걸 사 오곤 했는데
오늘은
입이 귀에까지 걸릴
그 웃음을 떠 올리며
그물모양 얽은 오이를
각질 벗겨내듯
정성스레 다듬는다
나이 들 수록 젊어지고 싶은
그 마음의 뒤안길에 서고보니
누구에게나
차마 떨쳐버리지 못 한
그리움의 너울 한 자락이 보인다
어린 시절
담장 따라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오이를
마디 굵고 투박한 손길로
자식처럼 애지중지 다독거리시던
후손을 위해 빼빼 말라버린
오이넝쿨같은
어머니
그 커다란 젖꼭지가 그리운 까닭이다
3.회귀를 꿈꾸며
먹구름
바윗돌로 주저앉아
풀 이끼
환생 발원하는 대숲
죽비치는
바람소리 저 홀로 이울어도
하현달
한 조각 베어 문 하늘엔
작별인사
한 줄금 새기지 못한
야윈 설움들이
저마다의 별을 키운다
가슴 한 복판에
제각각 이름을 달고
승리의 나팔소리로
어둠을 자맥질 할 것이다
까마귀
낙상한 기수 엄마
얼떨결에
꽃가마 태워 저승 보내놓고
뜨음하더니
불쑥
봉이네 돼지 막 옆,
가죽 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깍깍
시끄럽다
'징한 것
볶아도 친다'
미수를 넘긴 봉이 할머니
켜켜이
겨운 시름을 모르고
참
밉상이다
장미
그 중에 한 송이
쑥 긴 목을 담 장 위로 쳐들었다
한껏 탐스러운 것이
제 잘나서인 듯
버젓이
넘어다보는 모양 가증스럽다
그러나
늘 오가는 발길들 예사로워
무심할 뿐....
아! 급기야
누군가의 눈치를 훔쳤나보다
까지 발 들었다
주저 없이
떼어 내버린 붉은 이파리
‘아파라’
배틀린 신음소리가
잠자코
지나가려는 바람 끝을 잡는다
조카
하늘만큼 땅만큼
고모가 좋다고 아양떨다가
금방
엄마 품에 안겨
"사실은 엄마 사랑해"
속삭일 때
삐친 척 보였더니
쪼르르 와서
말똥말똥
쳐다보는 눈이 예쁘디예쁜
얄,
미운 세 살
화서역에서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이
때로는 언 가슴을 녹여 줄때도 있구나
진눈깨비 흩날리는 새벽 다섯 시
긴 밤을 훑어낸 사내
화서역 승강장에서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살얼음 박힌 긴 밤을 걷어내고 있다.
침목 사이를 헤집고 한 시절을 맞서 버틴
메마른 망초의 꼿꼿함이
노도(勞道)에 지친 사내를 부축이고
잔 햇살의 따스함 마냥
손끝으로, 목덜미로
타고 흐르는 작은 미열(微熱)이
검푸르스런 새벽 여는 화서역 승강장.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생(生)을 깨운 사내,
다시 허리춤 곶추세우고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
전어
하안동 구석진 선술집에서
전어 한접시 시켜놓고 소주를 낚는다
물오른 소주는,
살오른 소주는
흰 비늘 번득거리며
바늘없는 낚시줄에
저 스스로 매달려 푸드덕 거리는데
추끝에 걸린 등대는
자정이 오기도 전 시소를 탄다
성장을 멈춘 후박나무 이파리 틈새 비집고
동해 먼바다 파도 밀려와
잎새끝에 머물다 술잔속으로 침몰하고
승냥이마냥 잠못 이루던 비둘기
구구대며 날아간 자리
비척대던 별빛 빈 병에 몸 숨긴채
웅웅 울어 재낀다
구름산 어디쯤으로 여명이 올까
축축히 젖어든 몸짓 가물해지면
아스팔트 수풀 헤집던 전어 한마리,
기력잃은 부래 부풀어 올려
산으로, 산으로 헤엄쳐 간다.
명주실처럼 하얀 엄마의 희망
첫잠을 자고 난 누에들의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는
이슬비 내리는 소리 같았고
석 잠을 자고 나면
세차게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와도 같았다
소나기 소리를 들을 때쯤이면 울 엄마의 정수리는
살이 오른 애벌레들의 쳐든 머리들을 닮아 가고 있었다
안방을 차지한 소나기 소리와 함께 온 가족이 골방으로 이사하던 날
숭숭 뚫린 문구멍으로 들려오는 엄마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
이슬 맞은 뽕잎으로 채반 하나가 죽어 나자빠졌다
내 작은 가슴속은 캄캄해진 그믐밤 만큼이나 어둠으로 채워지고
등록금 고지서가 부고장인 듯
허연 속살들이 뒹구는 안방에선 엄마의 한숨소리가 곡소리처럼 들려왔다
살아남은 애벌레들 섶에 올리는 날
예쁜 집 짓고 수 등 맞게 해달라고 두 손 모으는 엄마의 그은 얼굴엔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하얗게 토해내는 명주실 같은 희망이 보였다
하얀 고치 집이 완성되던 날
애벌레의 머리를 닮아가던 엄마의 머리 위에는 하얀 희망이
둥실둥실 춤을 추었지.
오디를 닮았다
안방의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잠을 청할때쯤이면
뒤란 구석진 곳에서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있던 뽕나무는
6월의 햇볕아래 반짝이는 푸르른 잎사귀 사이로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를 매달고 있다
김생원내 외동딸 바람나 집나갔다더니
반 실성하여 헤실 거리며 웃고 나타나
뽕나무 밑에서 손을 뻗는다
저고리 아래 무명 치마는 불룩한 배를 감추지 못하고
풀어진 옷고름 사이로 보이는 젖꼭지가
왜 까만 오디를 닮은걸까
사랑찾아 떠났던 욕망의 덩어리
빈 수레처럼 요란하지 않아도 될 그녀의 몸부림이
안방 가득 들려오던 소나기소리 같다
서투른 손짓으로 감싸않은 불룩한 아랫배
그녀가 찾아 떠나갔던 묙망이라는 보따리처럼 무거워 보인다
한낮의 햇살아래 떨어진 오디처럼
헤실거리는 그녀의 입안가득 잉크빛이 묻어난다.
가을 마당가에서
간밤의 목마른 긴 그리움을
눈치라도 챘단 말이더냐
찬 서리 맞으며 만추의 햇살 받아
피워낸 고결한 꽃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내게 준 선물
국화
아직 버리지 못한 욕망에의 미련인가
홀로 피어 있는 장미 한 송이
화려한 순간들을 영원으로 묻고
남아 있는 붉은빛이 요염하다
단풍잎
수채화를 그리며 떠날 준비를 하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가
곰삭은 묵은 지처럼 맛깔스럽다
깊어가는 가을의 언저리에서
푸른 달빛이 뿜어내는 아스라한 조각들
진하게 우려낸 커피 향처럼
가슴속에 다가오는 그리움이 있어 좋다.
말 많은 글쟁이
이제부터 가을이야
구월 따라 비 잦으니
저고리 단추를 끼워야겠다.
허전히 들여다보이는 덤불 밑으로
슬금슬금 거꾸로 기어드는 해 그늘보라.
한줄기 햇살 토실한 토막 잘게 썰어
알알 떠먹이는 모성애가
나무 가지마다
잡풀 줄거리마다 분신들에 속살을 채워간다.
가을들이가 뜸 들이는 즈음
농지 없는 농부, 할 말 많은 촌사람
깔끄러워지는 주름살을 달래며
부질없는 해 그늘 낭만을 밖에 두고
이제 팬을 잡아야겠다.
인연
사람의 인연은 묘한 것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는 실타래를 엮듯이
헤어나지 못하네.
어느 날
나의 곁으로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앉았네.
끈끈이를 부친 양
작은 나비는 떨어지지 않네.
사람의 인연은 묘한 것
나비의 어미는 빈 껍데기를 버린체 날아간다.
누에 껍질을 버린 어미를 쫒아가지 못하네.
인연은 묘해
작은 나비의 보호막이 필요해.
나는 작은 나비의 인연의 끈을 당기려 하네.
비상
폴짝폴짝 날아 나 보려고
가슴으로는 차고 넘치는 용암이 끓는다.
누가 나를 쫓을까
눈으로는 어떤 꿈을 그린다 .
코로 들이키는 욕망을
입으로는 허망의 날숨을 내 뿜는다 .
손으로는 가고자 하는 방향감을 잊어버린 채로
발로는 무언의 망설임에
단 한 발도 못 나간다 .
이제까지는 엮으려다가 만
집비둘기의 신세로세
시를 찾는 계절
한 발짝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가슴 시린 사랑의 아픔이 없어도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네.
쭉 뻗은 한 길을 보라.
그곳에는 황금이 숨어있다.
아직은 철 이른 주름 잎이
아주 작은 보라 꽃을 피운다.
제 집을 찾지 못한
청개구리는 팔딱팔딱 헤엄친다.
찌든 사람의 목소리에
도마뱀은 삼십육계를 친다.
서늘한 가을 바람에
누구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솔솔 부는 가을의 알림에
누군가를 미치게 보고 싶다.
덜 여문 배추의 푸름에
내 젊은 날의 초상이 그리워진다.
촛불집회 진압현장을 보며
나의 저항의 한계점은
여기 까지 이다.
아무도 여기서
눈물로 하늘을 가리게 하지 못한다.
나를 밟고
내 숨통에서 솟아나는
흙내음을
기억하며
다시는 여기서
울어 예놓은 목청을
넘겨가는 함성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악한 그 거울
거울이 아니어도 바깥의 어둠으로 스스로 거울이 되는 유리는
내 얼굴을 비추고 지나가는 짐승의 손짓까지도 투과 시킨다.
인간의 경계 속 유리.
사악한자 쾌락도 천국의 안락함만큼 즐기게 하여
하루 속 괴로움을 견디는 짓밟힌 자의 작은 희망 마져 앗아간다
깨어진 유리 파편.
쓰라림만 남기는 은혜를 모르는 짐승과 그들의 썩어빠진 구취는
분명 반듯함으로 축복 받아야 할 소년을 오염 시킨다.
투명함의 혜택은 오늘도 공평하지 못해서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소박한 아이의 입 마져 하염없이 짓뭉게다.
세상을 요란하게 타락시키는 검은 짐승의 거울은
지금도 투과된 유리 사이로 자신의 그름이 잘못된 것 인줄도 모르고
순백의 사냥감을 입에 문다.
그렇게 세상은 한 번 더 오염된다.
< 천 장 >
아이의 눈에 별이 맺히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낡은 천장
그 곳이라도
예쁜 별이 곱게 접혀진 하늘을
볼 수 있다.
그 검은 눈동자에 별이 맺히면
쪽빛물을 겹겹이
천 번을 들인 듯한
참한 면포처럼
오히려 밤하늘 빛도 손안에 잡혀서
만 천개의 작은 우주가
숨을 쉰다.
내사람아 /
운명처럼 다가오는
그대의 작은 웃음은
나의 큰 기쁨입니다
때론 어쩌다
아주 어쩌다 삶의 고달픔이
커다랗게 맴돌다
사라져가는 공허가
애타게 그리울때 있거든
그대를 곁에 하고픈 한 사람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픔으로 다져진 속내
밀려가는 오늘의 무대 위에서
존속되지 않을 가치로 염원해본다 하나
그 아픔 덜어낼수 있는
그대의 그리움이
나였으면 합니다
소리없는 몸짓 하나하나
어둠 속을 돌아 다시 아침을 열고
심어둔 오색 빛 그리움은
어두운 밤길 밝혀주는
벗어나지 못할 내 사람입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그대의 작은 몸짓은
나의 큰 행복입니다
닮아간다는 것
그랬다
실상과 허상이 갔던 것이다
무지함을 기다렸던 것이리라
떠도는 구름도
생성되곤 소멸하여가고
저 바람
시작된 곳 나침판 기울고
삶의 기슭 어디쯤
어디메쯤에서 내려놓을지
그래
너를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
잡히지 않는 무색무취 속에서
어떤 갈망을 또 할까
빈 하늘을 두고도
빈 하늘가
바람조차 어색한
눈물 머금은 의미로
와 닿고
알몸이던 나목
화려한 날의 슬픔으로
오늘은
구름이 노숙을 한다
굴레 속에 꺾여진
가난한 언어들이
식은 찻잔 속을 유영하고
기다림으로 머물고
그리움으로 머물러
출렁이는 하늘이 온통
당신으로 가득하여
마음 시린 시선은
부질없는 낙서로 되살아나
목마른 찻잔으로
부서져 떨어진다
나 이토록
당신을
사랑해도 좋을지 몰라
하늘을 비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 하늘이 가슴에 내려와
다 가져간다 해도
늦둥이
백해百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
시리도록 가난한 삶.
먹잘 것 없어
배는 주름진데,
그나마
요놈이라도 보며
그냥 살아 보라고
삼신께서 점지 해 준
눈 까만 늦둥이.
허기 채우는 재롱
마음의 양식으로
아스라한 생을 엮어
지척인 내일도 모를
오늘을 산다.
이미
아비 어미 머리엔
가을이 앉았는데,
단내 나는 이 가난 외에
무었을 물려 줘야 하나.
불 면
샛별 이슬 되어 내리고
꿈속에 안주하는 적요의 시간
가슴 싸하게 파고드는 편영
어둠속 의식을 밝히는 상념들
이불 뒤척여 털어 내려 해도
이미 포로가 된 자아
해 묶은 것들마저
하나 둘씩 시간을 깨운다.
무겁게 움직이던 시계바늘은
두시의 눈금에서 대롱거리며
수억 광년 우주를 돌아드는
야윈 기억들을 수신하고 있다.
무심히 바라본 달력
이미 죽어간 하루의 넋은
아직 따 나지 못하고
나를 향해 눈 흘겨 배회하는데
언제쯤일까?
완납되어 무거움을 내려놓을 날이.
여 름
옹골차게
한 시기를 풍미 하다가
화장발 채 가시지 않은
젊은 나이에 죽어간 봄
여름은
푸른 수의 갈아 입혀
계절을 엮는 시류로 염하고
수국 꽃 장식한 하얀 상여에
영정 든 오월 앞세워 장사 치룬 뒤
작두 위 무당이 춤추듯
분수대 물줄기가 펼치는
녹음 신 내림굿 마당 앞에
넌즈시 자리를 잡는다.
기백산 화전민
가파란 산등성이 돌길 따라 오리길
바위돌에 짚신 닳고 떡갈나무 손 때 묻어
엉겨붙은 껍질닳아 등등마다 빈지게,
어여 어여 긴 한숨은 바지 작대기 끝에 달고
터벅대며 오르느니 한숨 쌓인 능선이라
발길 채인 탄식이니 앓는 소리 절로 나고
휘어 진 가지마다 내 등허리 닮아 가나,
오늘도 숯뎅이 검은 얼굴 눈빛들
내 손 안부 먼저 묻는다.
그대 인 줄 알았어요/
봄바람 일렁이며 꽃잎 훔치고
내 여민 옷깃을 팔랑일 때도
나는 몰랐어요.
벚 꽃 한 잎
바람에 기대어
어깨 위에 슬그머니
손 얹어 놓을 때에도
나는 전혀 몰랐어요.
밤 빛 수은 가로등
벚나무 사이에서 꽃잎 환히 비추일 때에도
나는 알아채지 못했어요.
아스라히 보이는 먼 산,
그 곳에서
내 그늘진 작은 눈가로
연분홍 꽃웃음 눈시울 적시어 보낼 때에,
미안해요
그때서야 그대 인 줄 알았어요.
건계정 왜가리 1
건계정 산책로 옆 유계수 (流溪水)
왜가리 한마리 가로등 불빛에서
물 밑 쪼아 본다.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 땜에
어지러웠는지
이내 고개를 쳐 들고 두리번 거리다
다시 긴 목을 구부려뜨리고
물밑 쪼아 본다.
흐르는 물에 비추이는 불빛이
어지럼을 주련만
한참을 그러고 용하게 서 있다.
벚나무를 흔들어 본다.
꽃잎이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내 눈에
긴 날개 활짝 펴며
떨어지는 꽃잎 너머로 날아 가버리는
왜가리 한마리 들어온다.
아, 내가 경솔 했구나.
건계정 산책길을 걸어 나오며
미안함과 혹시나함에
자꾸 뒤 돌아 보게된다.
건계정 왜가리 2
건계정 산책로 옆 유계수 (流溪水)
가로수 벚나무 어느새 꽃 지고
이제 잎파리 새 순 돋았는데,
놀란 가슴안고 날아 가버린
왜가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흔들었던 벚나무 건드려도 보았지만
이제는 밉다고 잎새 조차 떨구지 않고
놀라서 쓰린 가슴 내게로 전이되어
내 가슴이 아려온다.
가만히 쪼구려 앉아 물밑을 쪼아 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슴프레 어둠 내려
건너편 차로에 가로등 켜져도 일어 설 줄 모르다
흐르는 물줄기에
불 빛이 흘러 갈 때 쯤에야
흔들었던 벚나무 고개들어 바라본다.
왜가리가 기대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1. 海仁의 노래
고요~ 적막~
풀잎 위에 맺힌
淸白색의 영롱
순진무구한 생명의 탄생이어라
온 천지는 방울들의 노래
저 너머까지
뽀오얀 안개숲
밝은 햇살의 실타래
바다 위에 무지게 다리 되어
지상까지 드리워진다
돌~ 돌~ 돌~
길섶으로 흐르는 냇물
네가 속삭인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
물의 표면은
반짝이는 영광
그러나 더 넓은 어진 곳
海仁에게로의 귀향
2. 내 사랑 수인
-사랑하는 이를 천국으로 보내며-
수인씨가 보석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샘물의 집에서 보석 중의 보석이라는 것을 알았네!
요단강 건너 천국으로 가면서
강 같은 평화
세심한 배려
바위 같은 당당함이
나를 고개숙이게 하네
신비감을 느끼게 하네
한국과~ " 뉴질랜드 사이에 떠 있는 담즙색의 섬들은
그대의 오열
다은이 채우가 이별이 서러워 흘리는 눈물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사랑하는데!
그리워하는데!
엄마의 말은 단 세 마디
내가 이루지 못한 믿음, 사랑, 봉사의 삶을 살아라!
꼭 전해 주리라.
그런 삶을 사는 아이들로 키워 드리리라.
그대와 나
하나님의 뜻으로 만나 같이 살았고, 잠시 헤어졌으며, 또 다시 만나
성스러운 샘물의 집에서 진실한 사랑을 하였소.
그리고 이별을 합니다.
당신을 행복하게 못 해준 나이기에
찢어지는 가슴 슬픔이 가득하나
천국으로 가는 그대의 당당함에는 사랑과 존경을 보내드립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살아있는 내가 부끄럽습니다.
내 사랑 수인
그대의 뜻을 알기에 그렇게 살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천국에 가거들랑 믿음이 약한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합니다.
2007년 1월 18일 목요일 02시 13분 철홍.
3. 사랑하는 님에게
사랑은?
내나음 나도모르게
당신을 향한 열정이 선택되어 지는것
그속에 진정한 자유가 있나니!
내눈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맑은 미소는
내마음에 희망의 별을
뜨게 합니다.
그대의 사무적인 언어는
그별 한없는 어둠속으로 떨어지게 하고
나는 그 슬픔을 마셔버립니다
마셔버린 고독의 별하나...
삼켜버린 슬픔의 별하나...
내눈에 수많은 별을 뜨게 합니다.
하나...
둘...
셋...
나의 별이 지상에 드리워져
산산이 부셔집니다
내사랑이여!
내가 죽어도 사랑할 여인이여!
내가슴에 당신의 선한 별을 뜨게하시고
그대의 친절함으로
그별을 더욱 빛나게 하소서!
제발 부탁하노니
고독의 별하나
슬픔의 별하나
당신의 상냥함으로 거두어주십시오
그대를 사랑하기에!
우리서로 마주보다가
따뜻한 사랑으로 마주보다가
이별 할때에는
내가 보는님 그대도 보게하리이다
그대가 보는님 나도 바라 볼 것입니다
그속에 진정한 평화가 있나니!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 그렇게 이별합시다.
우리사랑은 하나의 님을 같이보고
손잡고 걸어가는것!
내 마음에 채워진 감사
그대의 가슴에 가득채워 드리리다
그냥 그대로 있어만 주면
그냥 그대로 살아만 주면
그대의 생을 의미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 선한 저의 사랑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나를 향한 마음이 선택되어 지기를
기도합니다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맺어준 인연
감사와 행복함으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아!사랑하는 님이여
지금 여기에 홀로 서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 한자락을 뜸쁙띄어
저를 주시옵소서!
하나의 목적이 이끄는
육의 장막 저 넘어까지
사랑하는 여인이여!
우리 손잡고 같이 걸어가시길
바라옵나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살포시 그대의 손을 꼬~옥
마주 잡으렵니다.
가을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내 가슴에 불을 질러대던 가을이
간다고 주섬주섬 봇짐을 챙기는데
따라 나서지도 못하고
가슴만 탄다.
타다 남은 재
바람에 날릴까 겹겹이 여며보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시린걸 보니
올겨울 몸도 마음도
독한 몸살감기로 고생하지 싶다.
고 독
밀려오는 외로움
너는 아는가
내가 오늘은 혼자 인것을.......
나의 곁에 있어야 할
포근함이 없음을
너는 아는가
내가 오늘은 취하고 싶음을.......
낙서장이 옆에 있음에
삶에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음을
너는 아는가
내가 오늘 너에게 시 한수 올림을......
나는 쓸쓸함에
고독을 홀로 삼킴을
너는 아는가
내가 올 너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냄을......
------ 직장 발령으로 주말 부부 생활을 하면서 부인에게------
구조조정
삶의 터전
뒤로 한 채
떠나는 당신의
뒷 모습
못내 아쉬움 감추고
발길이 무겁다
행여
나는 아닐까
초조함에 비틀댄다
행여
나는 아닐지라도
동료의 가슴에
응어리 맺힐까봐
조심스레
당신을 바라봅니다
행여
내가 대상이라도
가족의 위안을 받기를
바라는
얇은 마음이 됨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정(精)산호인/유한석
기억속에서 잊고 싶은 사연이 있을 때
그때가 헤어짐을 알았습니다.
머리속에서
당신의 모습이 희미해 질때
나는 알았습니다
이것이 정이란것을......
주체 못할 눈물이
두빰에 흐를때
이별의 슬품을 알았습니다
가슴 속에 응어리 진
미련이 남았을때
비로서
당신의 精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랑했던 순간이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옛 길인 줄 알았을 때
비로서
당신의 정이 깊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 08.07월 직장 동료들과 헤어지면서 ---
아들은
한평생을
아들만 의지하며 살아오신 어머니
한줌의 고추라도 주고 싶어 하시더니
아들은
어머니의 반 에 반 도 못 하네요
그리도 끔찍이 여기시던
자랑 스런 아들인데
가려운 등 한번 시원하게
못 긁어 드리네요
아들은
뒤돌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눈길을
애써 외면 하며
돌아 오네요
아들은
아버지의 눈 속에 그렁그렁한
물방울 을 못 보네요
거칠어져서 내밀기를 부끄러워하는
손조차 잡아 주지 못 하네요
여행
하얀 민들레 눈꽃 날아갈까 떨어질까 조심조심 살며시 따서 들고
동그란 속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길쭉한 홀씨들이 하나하나 붙어있지
깃털과 함께 조금만 건드려도 떨어질듯
잘못하여 툭 하고 건드렸더니
성미 급한 몇 개의 홀씨는 벌써 날아 올랐다
자 그럼 준비
크게 한숨 들이 마시고 푸~우 ~~ 하고 힘껏 불면
하늘 멀리 저멀리로 날아올라 뿔뿔이 흩어지고
바람타고 날아가고 발길에 뭍어가고
새등에 타고 가고 뛰어가는 개구쟁이 아이의 옷에 뭍어가고
제각각 자리를 찾아 날아서 날아서
비오는 날을 기다려 새 생명 꿈 꾸겟지
온 사방에 노랑 민들레 꽃 만발 할때 입김으로 날아가서 새롭게 둥지를 튼
너희들 이란걸 알겠지
낚시
물속 어딘가에서 휘젓고 다닐 물고기 생각에 손을 물에 담그고 훔쳐보았지
기다란 낚시대가 드리워지고 물속에 바늘과 추를넣고 수면에 찌맞추고
기어 다니는 지렁이로 유혹 한다
하늘과 수면 그 중간에 까딱이는 찌를 뚤어 져라 쳐다보면
순간 현기증이 일어 세상이 하얘 진다 바람이 가세하여 울렁증은 더해간다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찌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면
반사적 행동으로 손을뻗어 낚시대를 잡아채고
손끝으로 오는 전율 온몸을 타고 뇌리까지 전달되면
줄 끝에 달려오는 파닥이는 생명의 존엄보단
어린아이 기쁨 감추지 못하는 느낌을 한껏 느낀 다
팽팽해진 낚시 줄은 피아노 소리와 함께 활처럼 휘어져
수면 끝에 달려오는 생명 파닥이는 물체감 을 느끼고
바늘끝의 날카로움에 주둥이 찔려 걸려 올라오는 슬픔에찬 몸둥이를 내려 본다
은빛으로 감싼 비늘 햇빛에 반짝일때 커다란 눈망울에 비친 내모습 본다
손바닥에 올려진 생명감을 감상하고 뻐끔뻐끔 들이 마시는 가쁜 호흡이
그만 내려 달라는걸 알아채고 입 주둥이 걸린 바늘 상처 없이 빼내고
손끝에서 꼬리지느러미 치고 달아나는 느낌을 간직하며
다시 바늘 끝에 지렁이 입 밀어 넣네
새벽 편지
온종일
그대 생각하던
밤이 가고
어느덧
어스름 반짝이는
새벽별이 보입니다
때론…,
그대 없는
밤이 외롭기도 하지만,
더 쓸쓸한 것은
차가운 밤 공기가
애처롭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외진 산꼭대기에
왜 천문대가 있는지 아시나요?
그것은,
그대보다 낮은 내가
높은 그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마음 때문이예요
오늘도
눈부신 태양
나, 그대 바라보는 곳에서
환하게 비추입니다
아카시아꽃
따스한 햇살 아래
하얀 웃음 짓는 너
설레이는 바람 타고
향긋한 향기 날리는 너
가슴 깊이 사랑 품고
하얀 눈꽃 날리는 너
우정,
숨겨진 사랑,
친구의 애정이라고 말하는
내 가슴속에 사는 너
버찌 열리는 계절
꽃이 진 벚나무에
하얀 꽃이 남기고 간
달콤한 사랑의 흔적,
그 누구에게라도 검붉은
탐스러운 사랑
새콤달콤 열매 열렸다
버찌 열리는 계절,
오늘도 햇살 같은
따스한 내 마음
살랑 부는 바람에 날린다
버찌가 되고 싶다
그대를 향한 /정미경
그대가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기면
맑게 퍼지는 웃음 소리에
꿈을 꾸는 듯 합니다
그대와 있으면
창문에 부딪히는 빗물처럼
그대에게 젖어 들고 싶습니다
내 가슴을 들뜨게 하는
그대 웃음 소리에
행복을 읽어 내립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구멍 하나 /정 미경
내 마음에 구멍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구멍 하나에 궁금했던 기억들을
볼 수 있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으리
내 마음에 구멍이 메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볼 수 있게
내 마음에 구멍이 있었으면
모든 기억들을 간직하며
볼 수 있게
내 마음에 구멍 하나 있으면 좋으리
당신을 향한 마음/정미경
하얀 눈이 소복소복 소리없이 내리듯
포근함과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이 내 가슴에 왔습니다
언제나 따스함으로 다가와 나를 기다리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나는 당신 그리운 마음으로 살고
당신은 나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며
우리 서로
그리움을 태우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 마음은
항상 함께 한다는 걸 압니다
겉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하늘의 별님들이 혹여 질투라도 할까봐
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지켜주는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나락/신홍승
가을을 지나는
때 이른 무거운 낙엽
우수수 떨어진다
내쉬는 한숨마다 걷어차이며
버티던 힘 다 소진해 버리고
하염없이 흐르던 구름과 멀어진다
나락으로 침전해 갔다
저물어 가는 저녁 따라서
마지막 손바닥처럼 내민 옅은 햇살은
붙잡아 주지 못할 것 같다
밤을 기다리고 있을 뿐
어지럽게 흔들어 놓던 바람이
바닥을 향할수록 요람 같다
마침내 눈 감는 하늘이다
어두운 곳에 등을 기대고
오랜만에 긴 숨을 쉬고 있다
비 오는 밤
귀뚜라미 우는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
갑자기 찾아온 먹구름 같은 이별에
이 가슴은 너무 무거워
그대 잠든 사이
그대의 집 창밖을 두드린다
주르륵주르륵 내리는 비에
사랑을 말하고
어둠에 가려
아픔을 씻어 낸다
이 밤이 끝날 때까지만
비야 그렇게 내려다오
꼭 아침이 되면
햇살 가득한 미소를 보여다오
그대가 아파하지 않게
꼭 그렇게 해다오.
벌레 울음소리
알 수 없는 벌레 울음소리
예민한 잔가지 어디에 붙어 있나
보이지 않는 나무 속 찾지 못하겠는데
그 고운 연주에 이미 반했나 보다
지금 이 소리 뭔지 압니까
달리 표현할 길이 꽉 막힌 가슴
누구도 들리지 않는가보다
여기저기 크게 들려오는 이 세레나데를
혹시나 보고픈 임 부르고 있었던 것일까
분홍빛 코스모스처럼 멀리서 듣고 있을까
만약 들린다면 파란 하늘 그 사람인 듯
사춘기 소녀처럼 기대어 흔들리고 있겠지
온 하늘
분홍빛으로 물이 든다
환하게 임도 웃고 있을 거라
부푼 생각들은 한나절
뭉게구름은
여전히 떠 있다
비는 내려와 흘러갔다
그대는 저 비처럼
메마른 가슴에 내려와
촉촉한 기운으로
꽃 같은 사랑을 피우고
영원할 것처럼
멈추지 않을 것처럼
가슴속에 내리고
내리다가 흘러간 그대
남은 수증기는 어느새
그대의 추억이 되고
그리움만 웅덩이가 되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구나!
학교 앞에서
따뜻한 베개처럼
꼬옥 안고 싶은 너
정문에 들어서자
스치는 바람마저 달콤하다
숨어 있던 추억들이
하나 둘 나와 미소 짓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너를 나오고 싶었는지
담을 넘으면서 까지
너를 외면했던 기억들
잠시 웃어 보지만
이제는 네가 보고 싶구나
해어진 후에 깨달은 사랑처럼
이렇게 너를 그리워한다
비 오던 어느 가을
너는 떠나려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 보고 있으니
마음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너는 거센 바람 일으키며
눈물을 감추려 해보지만
날리는 너의 눈물에
이 세상은 더욱 젖어든다
그렇게 설레던 마음도
어느새 함께 젖어들고
그 마음에 네가 남긴
짧은 여운만 추억이 되어
책갈피에 나뭇잎처럼
깊은 마음 속에 물들어 간다
네가 그리운 날엔
손 사래칠 틈도 없이
연실 눈매무새 어우르며
차갑게 식어버린 눈망울에
너를 그리는 날엔..
하이얀 손수건에
새겨놓은 눈물 자욱만큼
네가 그리운 날엔..
흐린 잿빛하늘아래
그려지는 눈물꽃 사이로
무수한 발자욱을 새기며
너의 그림자를 쫓는다.
살갗을 찢기우 듯한
아픔보다 더
네가 보고픈 날엔..
하염없이 나리는 눈물꽃에
아
사랑했다고
사랑했단 말 가슴속에 잠재우고
아닌 척 숨죽이고 있을래요.
어쩌다 바람이 그리움 흔들면
흘러내리는 눈물 빗물이라 우기지요.
곁에 가고 싶다고
욕심내지도 못하지만
보고픈 날엔 하늘 쳐다보며
떠가는 구름에게 그리움 전할게요.
헤어져 만날 수 없지만
고운 얼굴 하나 가슴에 있다고
조용히 달래 가면서
사랑했다고 가슴으로만 말할래요.
평행선 사랑
먼 훗날 이별이 와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닿지 않는 거리에
만날 수 없어
가슴 아리게 하는
날도 많지만,
서로에게 상처 주는
아픈 사랑 보다
아름다운 인연이고 싶다.
순간적 만남이 아닌
좌절과 절망도 견디게 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평행선을 걷는 사랑이고 싶다.
들꽃
쓸쓸한 언덕에
외로이 피는 꽃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지만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파란 미소를
보여주는 꿋꿋함,
아름다운 향내 풍기며
인기를 누리는 장미 보다
은은한 향을 간직한 채
한갓 들녘의 잡풀이지만
시련 속에 홀로 견디는
강인함이 있어 좋다.
거친 들녘
곱게 피어있기 위해
끝없이 견디는 그 푸르름
가는 길 지치고 힘이 들어도
다소곳이 참고 또 참는
소박한 들꽃처럼 살고 싶다.
그리움 -석양-
무지개 처럼 피어오르는 추억을 색칠하며
아물거리 는 기억 저편으로 멀어저간 너를
기억하며 내게는 소중한 아주 소중한 이가
돼어버린 너이기에 그리움이 밀물처럼 스처
지나가는 너이기에 오늘은 너의 동그란 모습
눈물나게 그리운 날이면 동그란 너의 모습위에
또하나 의 그리음 일곱색 의 무지개 빛 색으로
한줄은 빨갛게 한줄은 파랗게 색색의 무지개로
곱게곱게 색칠을 하고 그래도 그리움이 이는날엔
파랑색 으로 온통 너의 모습을 칠해두고 잠못드는
긴밤을 지세우고 억메이듯 주어진 작은 시간이나마
어쩔수 없기에 오늘은 너의 작은창을 두드린다 그리웁다고
작은행복
길고긴 터널같은 세월의 강을 돌고 돌아서 이제야 내것으로
가질수 있는 벅차고 행복함에 눈물나게 고마워서 누눈가에게
칠남매 의 맡이였기에 더더욱 네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십수년
지나가 버린시간속에 앙금같은 시린마음만차곡차곡 쌓인채로
였던 시간의 굴레를 훌훌 벗어버리고 이제부터 시작인 내것에
다시 의미를 느끼며 내자은 지금의 행복이 믿어지지 앉는것은
새벽과 함께 찿아와준 지금의 내작은 행복이 대지를 비추는
화사한 햇살처럼 아침이 오면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해주길
긴터널같은 세월의 강을 수없이 건너온 지금에야 늦었어도
감사하며 한자씩 한자씩 작은공간 을 메워가는 즐거움에
지금 나의 행복이 파랑새 처럼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비록 만학이라 고통같은 아픔이 함께해도 먼훗날 의 소망이
지나가버린 버거운 삶의 기억을 지울수 있는 그날 을 기다리며
물안개
스멀거리 는 뽀얀 수면위로 아침 햇살이 부서지며
산 자락을 감싸는 물안개 위로 지난날 의 나를 겹처보며
아스라하게 스처간 상념같은 공간속에 빈그림자 로 남은
나를 생각하며 멀리에서 울어대는 서쪽새 우는소리에 놀라
수면위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햇살이 현란한 춤을 추며내게
손짓을 하려는지 적막을 깨트리는 서쪽 새 소리에 저 멀리에
내려 앉은 물안개 걷히며 여름날 의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한장의 추억만이 맴돌뿐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추억은 추억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