拙堂公 朴聰 先祖님의 행적록

[박내진]

  만물의 근원을 천체(天體)라고 여길 때, 그 생명체는 너무나 긴 세월 속에서 영혼으로 자라나서 하나의 유기체로 만나 내가 되었고 그 흐르는 피 속에서 나를 다시 이어가게 하는 관계가 혈통이며 유전자이다.
우리의 선조인 밀양박씨 졸당공께서는 경남 밀양시 후삽포리, 송악 마을에서 지금의 경남 합천군 대병면 성리, 송지 마을로 늦은 나이에 이주하였다.
합천군 대병면은 1914년 군(郡), 면(面) 통합으로 대평면(大平面)과 병목면(幷木面)을 합치면서 대평면의 대(大) 자와 병목면의 병(幷) 자에 앞 글자 한자씩을 따서 대병면(大幷面)으로 개칭된 면(面)이다.
대병면 성리와 장단리(벌터)에는 예스러운 빛이 그윽한 곳으로 우리 졸당공의 후예들이 예(禮)와 법(法)을 겸손하게 간직한 채, 삼황삼산(三黃三山)  <삼황(三黃) : 황강, 황매산, 황계폭포. 삼산(三山 : 허굴산(虛屈山), 금성산(金城山), 또는 봉화산(烽火山), 악견산(嶽堅山) > 속에 둘러 쌓여 옹기종기 모여 하심(下心)하고 자연법칙을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삼산(三山)의 산들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솟아오른 셋 봉우리는 저마다 무수한 사연을 담아, 오늘도 고요함 속에 운무는 여전히 산체(山體)로 올라 기운(奇雲)을 만든다. 크고 굵은 준맥(峻脈)의 등선 사이에 내미는 병풍바위, 용 바위, 베틀바위, 북바위, 지게바위, 날등바위, 촛대바위, 송곳바위, 맷돌바위, 마당바위, 장군바위, 피난바위, 새바위, 등이 천맥(泉脈)을 이루고 조화(造化)된 덤불 숲 속의 암릉(岩陵), 암봉(岩峯), 암벽(巖碧)은 망부석(望夫石)으로 어우러져 천태만상(千態萬象)의 골을 가꾼다.
아름답게 피워진 꽃들은 절벽 아래, 여기저기 널려 피어 있으니, 이곳을 어찌! 천혜비경(天惠秘境)을 빚대어 형용할 수 있다 말인가?  오늘도 졸당공께서 터전을 잡은 성리(송지 마을), 악견산(嶽堅山)은 맹호의 기운을 간직한 채, 아직도 천지를 포옹 하듯 꿋꿋하게 서서 귀옥(龜玉)의 몸을 천지에 실어 보내며 넓은 가슴으로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피붙이들은 힘껏 끌어당긴다.

졸당공(拙堂公)께서는 1353년 6월 24일(고려 공민왕 2년), 지금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 송악마을(못골)에서 출생하여 만년에 경남 합천군 대병면 성리, 대평(송지) 마을로 이주한 후에 새 터전을 이루고 1439년 2월 2일(조선 세종대왕 21년)날 별세하여 예장(禮葬)으로 합천군 용주면 봉기리 미금동 유좌원(酉坐原)에 묘지를 하였다. (85세 7개월 8일을 사셨다. 생존날자 약 31,346일)  그의 후손들은 이 지역을 발판으로 뿌리를 깊숙히 내렸으며 또한, 밀양박씨 졸당공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매년 음력 10월 10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봉기리 봉양재 서원에서 봉양재(鳳陽齋) 향사를 받들고 있다.  졸당공(拙堂公) 선조님의 뿌리는 신라박씨(新羅朴氏) 박혁거세왕으로부터 30세손인 경명왕(景明王)의 세자, 언침(彦忱)이 밀성대군(密城大君)으로 봉(封)해짐에 따라 본관이 밀양(密陽)으로 정해져 밀양박씨의 시조가 되었다.

이후 신라박씨 37세손이자 밀양박씨 8세손, 언부(彦孚)가 고려 23대 고종(高宗)의 무신정권 때, 태사(太師)를 지내면서 태사공파(太師公派)로 분적(分籍)되면서 1세대 중시조(中始祖)로 모셨다.
이후, 신라박씨 43세손이고, 밀양박씨 14세손인 영균(永均)이 판도판서(版圖判書)를 지낸 사후, 은산부원군(銀山府院君)으로 추봉(追封)되면서 은산부원군파(銀山府院君派) 1세대 파조(派祖)가 되었는데 이분이 바로 우리의 졸당공(拙堂公) 친할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는 은산부원군(銀山府院君)의 맏아들인 충숙공(忠肅公), 송은(松隱) 익(翊) 또는 천익(天翊)이며, 증조부(曾祖父) 간(幹)께서는 시호(諡號)가 양효(良孝)이며 이상(貳相)을 역임하였고 고조부(高祖父)  대화(大和)께서는 이부상서(吏部尙書)를 지내셨다.

졸당공(拙堂公)의 배(配)는 동래정씨(東來鄭氏)이며, 묘(墓)의 행방은 불분명하고, 후배(后配)는
강양이씨(江陽李氏)로서 태자첨사(太子詹事) 이공실(李公實)의 딸님이시고, 강양군(江陽君)
이약(李若)의 손녀(孫女)가 되신다. 묘소는 졸당공(拙堂公)의 묘지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삼기현(三岐縣 : 지금의 경남 합천군 용주면, 대병면과 봉산면 일부, 거창군 일원.)에서 엄청난
부자(富者)였고 자녀는 강양이씨(江陽李氏)로부터 2남 2녀를 두었다.

그의 맏아들, 두촌공(杜村公) 승문(承文)은 음직(蔭職 : 과거 시험을 거치지 않고 조상의 공덕에 의하여 맡은 벼슬.)으로 정랑(正郞 : 육조(六曹에 둔 정5품 벼슬.)을 하여서며, 가선대부동지중추부사(嘉善大夫同知中樞府事 : 종2품 밑에 계급으로 일정한 직무가 없는 당상관(堂上官)들을 우대하기 위해 설치된 관청.)의 품자(品資)를 받았고 두촌공파(杜村公派)의 파조(派祖)로 모시고 있다.
둘째아들, 태인공(泰仁公) 희문(熙文)은 태인현감(泰仁縣監 : 지금의 전북 정읍시 태인면으로 옛날 현(縣)이 있었다. 고을 현령(縣令)으로서 품계는 종6품으로 고려 시대의 감무(監務)를 고친 것인데 감무보다는 권한이 강하했다.) 관직에 계셨고 태인공파(泰仁公派)의 파조(派祖)가 되신다.

승문(承文)의 맏아들, 사림(士林)은 음직(蔭職 : 과거 시험을 거치지 않고 조상의 공덕에 의하여 맡은 벼슬.)으로 찰방(察訪=마관(馬官) : 각 도(道)의 역참 일을 맡아보던 종6품 외직(外職) 문관의 벼슬. 공문서를 전달하거나 공무로 여행하는 사람의 편리를 도움을 주는 역무관 일.)을 지냈고 둘째아들, 서림(書林)은 주부(主簿 : 병사의 무재(武才)시험, 무예의 연습, 병서(兵書)의 강습을 맡아보던 관청의 종6품 관직.)를 하였으면 셋째아들, 유림(儒林)은 글공부에만 열중 하였다.
희문(熙文)의 맏아들, 세림(世林)은 현감(縣監 : 고을 현령(縣令)으로 품계는 종6품으로 고려 시대의 감무(監務)를 고친 것인데 감무보다는 권한이 강하했다.)을 지냈고 현감공파(縣監公派)의 파조(派祖)가 되시며, 둘째아들, 언림(彦林)은 판사(判事 =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 : 국방회의기구(國防會議機構)의 정2품직,)를 하였고 판사공파(判事公派)의 파조(派祖)가 되었다. 셋째아들, 계림(係林)은 통찬(通贊=찬자(贊者 : 나라 제사 때에 의식의 순서를 적은 글을 맡아보던 임시 직무.)을 지냈다.

졸당공(拙堂公) 맏딸의 남편(여서=(女壻), 강위성(姜渭成)은 훈도(訓導 : 서울의 4학(四學)과 지방의 향교에서 교육을 담당한 정. 종9품의 교관.)였고 둘째 딸의 남편은 이석주(李碩柱)이다.
또한, 졸당공(拙堂公) 둘째아들인 희문(熙文)의 딸, 남편(손서=孫壻 : 손녀 남편)은 의성김씨(義城金氏)가문에 김헌(金獻) 공(公)이다. 의성김씨의 시조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외손자가 되고, 신라 경순왕의 5번째 왕자, 김석(金錫)이 의성군(義城君)에 봉해지면서 경북 의성을 본관으로 하였다. 김헌(金獻)은 홍문관 직제학(弘文館直提學)을 지낸 김숙검(金淑儉)의 손자이고 인천 도호부사(仁川都護府使)를 역임한 김안중(金安中)의 둘째아들이면서 조선(朝鮮)의 문신인 김전의 아우가 된다.
관직은 예문관 봉교(藝文館奉敎)를 거쳐 대제학(大提學)에 올랐다.

그러나 1519년(중종 14)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난(亂)으로 인하여 국청(鞠廳)에서는
신진사류들을 중대한 죄인으로 문초하는 국치가 벌어지고, 많은 선비들이 사사되거나 투옥되는 일대 정국의 혼란이 일어났다. 이때 기묘사화(己卯士禍)에 연루(連累)된 김헌공(金獻公)은 삼가현(三嘉縣)의 거부(巨富)인 졸당공(拙堂公) 처가댁으로 곧 바로 서둘러 낙향(落鄕)하였다.

이후 이곳에서 의탁(依託)생활을 하면서 대평(大坪) 송지촌(松旨村 : 지금의 합천군 대병면 성리.)에서 여생(餘生)을 마쳤다. 졸당공의 부친, 충숙공(忠肅公)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조님은 이성계(李成桂)의 역성혁명으로 고려조를 멸망시켜서나 이에 굴하지 않고 고려(高麗) 충신의 절개와 의리를 다하여 충정(忠情)을 지키시고 살아가신 분이다. 이분께서 넷 아들을 두셨는데 장남의 이름은 융(融)이요,호(號)는 우당(憂堂)이며, 둘째의 이름은 소(昭)이고 호(號)는 인당(忍堂)이며, 셋째의 이름은 조(調)로서 호(號)는 아당(啞堂)이다. 그리고 우리의 파조님이 되시는 졸당공(拙堂公)은 넷째 아들이었다.

졸당공(拙堂公)께서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남달리 총명하였고 자라면서 세분 형들과 같이 고려 대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선생 문하에서 공부를 하였고 일찍이 스승으로부터 사봉(四鳳)이라고 칭찬을 받았다. 친구로는 모두 당시, 현인들로서 야은(冶隱) 길재(吉再, 1353 ~ 1419),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1349 ~ 1392),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 ~ 1423), 춘당(春堂) 변중량(卞仲良, 1352 ~ 1398), 송당(松堂) 조준(趙浚, 1346 ~ 1405)등과 정의(正義)가 돈독(敦篤)했고 서로 도의
(道義)를 논의(論議)하면서 시문(詩文)을 주고받으며 면학(勉學)에 더욱 증진(增進) 하는데 힘썼다.

야은(冶隱)이 일찍 공(公)을 일려 "공(公)은 나의 스승이지, 벗이 아니라." 하였고 춘당(春堂)이 시문을 받아서 말하기를 충렬(忠烈 : 부친 송은 선생을 뜻함.)의 송계댁(松溪宅 : 밀양 고향 마을 이름.)에 연원(淵源)을 이은 4형제라 하였고, 춘정(春亭)이 말하기를 "공(公)을 말더듬이라 웃지 말라." 하였다.
「이는 한나라 주창(周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를 높이 받들어 존경함을 받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졸당공(拙堂公)께서는 행실(行實)을 스스로 더욱 갖추고 부모님께 효(孝)를 실천함에 있어서 "말소리는 부드럽게 얼굴표정은 밝고 맑게 하며 부모님의 뜻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라."하였다.
스승 정몽주(鄭夢周)가 초상을 당했을 때, 슬퍼하면 수척해짐을 본 사람들이 그 애절함과 효성에 감복을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춘당(春堂)이 전위(銓位)로 있을 때, 졸당공(拙堂公)의 효성(孝誠)을 조정(朝廷)에 천거(薦擧)하여 이조정랑(吏曹正郞) 관직을 발령받아 벼슬길에 올랐다.그러나 곧은 말로 조정(朝廷)에 진언(盡言)함에 따라 권력층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수년 동안 귀양살이로 많은 고생을 하였고, 당시 지은 적거자회(謫居自懷)의 시(詩)가 남아있다.

졸당공(拙堂公)의 신심신관장(愼心愼官章) 편에서는 벼슬에 오르기 전에 반듯이 갖추어야 할 자세는 "사고의 모든 걱정은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사라진다. 이미 벼슬에 있으며 백성들을 다스림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을 위태롭게 하지 못하도록 청렴한 마음 자세로 항상 가다듬고 욕심을 버려야 하고 바른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공(公)이 직접 경험한 말이다 .
공(公)은 귀양살이 이후 향리로 돌아와 조용히 살면서 학문을 강습하고 늙어도 게으른 생활을 하지 않아서니, 탁연한 그 시대의 모든 사람이 높이 우러러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도다.

이 당시 무신의 역성혁명으로 전국은 혼란 속에 빠져 권신들이 갈팡질팡하던 중에도 오로지 고려 왕조를 향한 송죽 같은 마음으로 고려를 이끈 마지막 남은 유신(遺臣)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께서는 일편단심으로서 나라를 위해 충절(忠節)을 다 받쳤다. 그런데 졸당공(拙堂公)의 스승이신 정몽주(鄭夢周) 선생께서 1392년(공양왕 4) 4월 4일, 선죽교에서 이씨조선(李氏朝鮮)의 태종(太宗) 이방원(李芳遠) 일당들에게 살해를 당하자, 졸당공(拙堂公)께서는 슬픔에 쌓여 거상(居喪)을 지내면서 통곡하면 말하기를 「정충탁절(貞忠卓節)로 운명하시다니 과히, 벼슬보다는 인(仁)과 의(義)의 도리(道理)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스승의 죽음으로 깨달았고 나에게는 교훈됨이 너무도 크다. 제자(弟子)가 스승을 위하여 죽지 못한 도리는 나의 부덕(不德)의 졸(拙)함이라.」

졸당공(拙堂公)의 나이 39세 때,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스승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피 끓는 울분으로 목이 메이고 심한 분노는 애끓다 못해, 그리움으로 가슴 속 깊이 가득 차 생로를 방황하는 기로(岐路)에 서서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스승의 거룩한 슬픔은 언젠가는 후손들 기억 속에서 고귀한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기록하면서 후손들에게 청백리(淸白吏) 함에 귀감이 되어, 여명(黎明)의 빛줄기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여기에서 선조님이 "졸당(拙堂)"으로 쓴 호(號)가 지닌 참뜻을 한번 살펴보자.
즉, 졸(拙)이라 함을 주렴계(周濂溪 : 불과 249자의 짧은 문장과 하나의 그림으로 된 태극도설로 부터 비롯한 성리학적 우주론 철학의 창시자, 주돈이(周敦이, 1017 ~ 1073)의 이름은 염계(濂溪), 자(字)는 무숙(茂叔). 돈실(敦實)이다.)의 부졸(賦拙 : 졸렬함을 알린다.)의 뜻을 취함이고 나의 `당(堂)`의 주인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스승이다.

"졸(拙)"의 의미는 「진실로 그 형세가 빼어남과 경치의 풍부함을 모두 기록하고 보여준 하나의 문자(文字)를 청해서 잊지 않는 자료로 삼으려 합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졸(拙)은 덕(德)의 바탕이니, 졸(拙)함으로서 깨끗한 마음을 잡으면 마음이 망령(妄靈)된 생각이 없고, 졸(拙)함으로써 몸을 가지면 몸이 망령된 행동이 없으며, 일에 응할 때에 졸(拙)로써 응하면 일이 순박하지 않음이 없고, 남을 대할 때에 졸(拙)로써 대하면 남이 믿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졸(拙)은 이와 같이 지극히 "겸손(謙遜)"한 뜻을 지닌 문자이니, 졸(拙)은 만복(萬福)의 기초가 아니겠는가?
졸(拙)함을 길러, 대대로 한 집안이 덕을 쌓으면 오래도록 그 공으로 남지만 혹시 탐욕이나 아부로 얻은 관직,손쉽게 축적한 재산은 얼마가지 않아 탕진한다. 또한 불행하다고 하여 낙심하지 말고, 덕을 쌓고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라.

그럼 모든 뜻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취하면 스승의 뜻을 따르게 하는 바로 효(孝)가 되는 것이다. 스승에게 졸(拙)을 써서 받쳐서니, 그 뜻의 효(孝)가 나타내는 의미가 더욱더 깊고 심미(審美)하다.
「졸(拙)한 것은 재주가 없어 부지런하고 순하다. 자기를 낮추어 행실하면 졸(拙)하지 않고 졸(拙)한 사람은 졸(拙)함을 따르므로 졸(拙)로 망하고, 사람은 언제나 졸(拙)하면 능력이 부족하다. 졸(拙)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은 항상 졸(拙)로 손해를 보는 작위(作爲)에 당한다. 졸(拙)은 그러므로 겸손하고 검소할 때 변통(變通)이 있다. 오직 재주가 있으면서도 졸(拙)함을 써서 성취하려고 하면, 더 졸(拙)한 사람을 만난다. 그러니, 재주로써 졸(拙)함을 구제하고 졸(拙)함으로써 재주를 억제하여 활용도애 알맞게 졸(拙)을 행함이, 효(孝)이므로 마땅한 도(道)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승 포은(圃隱)의 깊은 학덕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 한 채, 당시 심정을 적어 놓기를 「아리따움과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들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데 나 라고 그런 욕심이 없겠느냐.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 고려의 큰 군신들의 충직을 보고 깨달은 바가 매우 크다.」 하시면 「아! 절개를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느냐, 이제부터 나 홀로서라도 이씨조선(李氏朝鮮)의 졸(拙)함을 보면, 모든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면 살아갈 것이라 말하였다.」

드디어 1392년 7월 17일 역성혁명으로 이성계(李成桂)는 수창궁(壽昌宮)에서 이씨조선(李氏朝鮮)을 개국(開國)하고 왕위에 올랐서나 조정안 밖은 개국공신들 간 싸움으로 변질되어 갔고 올바르고 충직한 신하는 억울한 주검과 귀양살이를 떠나는 과도기로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으며 이 틈을 타서 간신 잡배들은 권신(權臣)들에게 붙어 아부가 판을 치는 세상으로 변모되어, 전국은 매우 불안하고 어수선 해 졌다.  이 모든 수난과 고달픔을 겪여 가면서도 졸당공께서는 고려 선비로 남기를 인내하여서나 끝내 고려의 왕국은 재건될 빛이 보이지 않고 나라 안은 안개정국으로 변모해 온갖 비리가 비일비재하고 간신잡배들의 판을 치는 세상인지라, 졸당공(拙堂公)께서는 노후에 맑은 세상, 두문동을 찾아 길 떠나 해매던 중 합천군 대병면 성리,송지 마을에 자기를 내려 놓은 것이다.

이씨조선 개국에 한 서린 마음을 묻고 골수가 사무치도록 항명(抗命)하는 삶 속에 새월은 흘렀고 때는 1395년 태조(太宗) 초기(졸당공(拙堂公) 42세) 때 전중경(殿中卿 : 조선 건국 초기 왕실 친속(親屬)의 보첩(譜牒)과 전내(殿內)의 급사(給事) 일을 맡아본 전중시(殿中侍)의 관직인 경(卿)을 지칭하는 용어.)으로 있던 춘당(春堂) 변중량(卞仲良)이 선조님의 효행을 조정에 천거(薦擧)하여 호조정랑(戶曹正郞 : 호조에 소속된 정5품의 관리, 호조는 국가의 재정과 회계, 경비의 지출 등을 맡은 6조의 관청이다.)의 관직을 제수 받도록 추천하여 잠시 벼슬길에 머물렀다.  어릴적부터 효행에 지극했던 졸당공께서는 부모님께 효(孝)를 실천함은 마땅하고 또한 행실(行實)은 스스로가 더욱더 낮추어 생활하여야 한다는 후손들에게 철학적인 교훈도 남겼다.

즉 졸당공(拙堂公)은 부모님을 섬김에 있어서 「말소리는 부드럽게 하여야 하고, 얼굴빛은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부모의 뜻을 새겨듣고, 잘 받들어 집 안에 기쁜 일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습관적으로 실천하여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심비(深秘)하였다.

잠시 호조정랑(戶曹正郞) 벼슬에 머물고 있을 때는 모두가 말하기를 말은 더듬으나 사람 됨됨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권세에도 아첨하지 아니하고 고집스럽게 올바른 말만 서슴없이 직언하다가 권력층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귀양살이를 갔다. 이때 졸당공(拙堂公) 선조님을 두고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이 말하기를  「졸당공(拙堂公)을 말더듬이라 웃지말라. 이는 중국 한(漢)나라의 주창(周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를 높이 받들어 존경함을 받는 것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인품을 갖춘 사람이다.」 라고 하였다.

유배지에서 시를 지어 읊기를,
일몽번연보곤임(一夢飜然寶袞臨) : 어느 날 꿈에 쌩쌩하게 임금님께서 찾아 오셨더라.
각래방식와강심(覺來方識臥江深) : 깨어나 보니 강기슭에 누워있구나.
가신막설관숭비(家臣莫說官崇庳) : 싱하가 되었다면 벼슬의 높고 낮음을 말하지 말라.
천부수무연주심(天賦誰無戀主心) : 타고난 천성, 누군들 임금 그리워하는 마음 없으랴!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일(一) 》

이 시귀(詩句)는 임금에 대한 충절이 잘 표현 된 것으로 후세 사람들이 범육장(范六丈)의 퇴우(退憂 : 중국 송나라 사람. 휘는 중엄(中淹)으로 육장(六丈)은 호다. 녹양루기(綠楊樓記)에 강호에 있을 때 임금을 걱정하고 조정에 있을 때는 백성을 걱정하며 천하를 먼저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 한 다음 즐거워한다는 고사가 있다.)에 비유하였다.
이런 시국을 살던 졸당공(拙堂公) 선조님의 억울한 귀양살이, 그리고 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분과 억눌 수없는 슬픔, 분노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당시 졸당공의 정신적인 정황을 상념(想念) 해보면 더욱더 고려 백성으로 굳은 정조(貞操)를 표출하고 살아가기를 원했고 이씨조선의 관료들에게는 강직함을 보이고 살아갔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아! 온 세상 사람들 중에는 영화와 관록(官祿)을 탐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들인데 슬프도다. 이 높은 뜻을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  특히, 졸당공 선조님께서느 "인본사상(人本思想)을 중요시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람들에 대한 사랑, 이주의 선택, 긍정적인 사고개념, 새로운 사회를 개척하고자 하는 창조성, 철학적 사고의 의미, 미래지향적 가치관 등 자아실현과 같은 인간의 긍정적인면에 초점을 두고 정의(正義)와 도리(道理)를 근본(根本)으로 살아간 흔적을 친구분들 문집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었고, 인간성과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 대단한 예찬(禮讚)을 한 대목이 많았다.

학문은 성리학(性理學)을 즐겨 탐구하셨고 특히, 시문(詩文)은 아버지 송은(松隱) 선조님의 문장력(文章力)과 손색(遜色)이 없을 정도로 칭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후손에게 남긴 「신심신관장(愼心愼官章) 」 의 뜻은 「사람은 항상 선비의 절개(節槪)와 위용(威容)을 갖추고 벼슬길을 대비하여 분골쇄신(粉骨碎身)으로 정성껏 학문을 수업하여 습득(習得)해 두고 근신(謹愼)하여야 차후 벼슬길에 나서도 백성들에게 모범(模範)이 될 수 있다.」는 단편적인 말씀인 것 같아도 그 의미를 새겨보면, 무위자연(無爲自然 :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고 백성 한 사람이 제 스스로의 몸가짐을 바르게 할 때, 그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나아가 세상이 편안해진다는 것.) 사상을 이야기하며 항상 생활함에 있어 모든 일을 위해 사전에 대비를 철저히 하고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하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의 깊은 뜻을 내포하여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다.

행실은 인륜을 중시하였기에 그 이름이 조정(朝廷)에까지 알려져 벼슬이 청반(淸班 : 조선 시대에 학식과 문벌이 높은 사람에게 시키던 규장각, 홍문관 따위의 벼슬, 지위와 봉록은 높지 않으나 뒷날에 높이 될 자리였다.)에 까지 올라 장차 충성을 다하여 바른 정치를 도우려고 하였으나 곧은 도(道)를 아는 이가 적어서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낙향한 후 마음의 갈등을 털어내기 위해 늦은 나이에도 유람생활을 즐겼다.  졸당공(拙堂公)의 당시 마음은 아름다운 옥산(玉山) 속 깊숙히 고요한데 묻어두고 흰 구름을 친구 삼아 여기저기 심산유곡(深山幽谷)을 찾아 배회하면서 의연하게 살다가 노후에 우연히 이곳 대병면 삼황삼산(三黃三山)을 찾아와서 나름대로 천기(天氣)와 천혜절경을 논하니, 사방팔달의 터전이 너무 맑고 고요한데다 오묘(奧妙)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 내 두문산골에 심취(心醉)되어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겠노라.』 라고 마음을 먹고 지금의 합천군 대병면 성리, 송지마을 【옛날은 이곳을 삼기현(三岐縣 : 또는 삼지현(三支縣), 마장(麻杖)이라 하였는데 경남 합천군 대병면, 봉산면, 가회면, 용주면, 삼가면, 쌍백면, 거창군 신원면 일대를 통틀어서 말한다.) 대평(大坪) 또는 송지촌(松旨村) :성리3구 마을 】로 주거지를 옮겨 이주하였는데 동네 뒤쪽, 악견산(嶽堅山) 등선은 아름답게 높이 솟아 범의 형상을 하고 산세는 거북이가 황강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암릉(巖陵) 속에 걸쳐 있었다.

졸당공(拙堂公) 박총(朴聰)께서는 이 마을을 범상(凡常)한 지맥(地脈)이라고 여기고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옥토와 집터를 정하고 졸당공파(拙堂公派)의 보금자리 터전을 내린 것이다.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삼산(三山)의 운무(雲霧)는 넓은 바다를 이루고 드문드문 보이는 덤불 숲이랑,빼어난 기암괴석(奇巖怪石)이며, 모든 자연이 골고루 숨쉬고 힘차게 박동(搏動)하는 범상한 지맥이다.
동네 양옆으로는 허굴산을 비롯하여 금성산이 여기에 천혜비경이 밖으로 새어 나갈까봐, 서쪽 붉은 낙조를 황매꽃으로 그득 담아 황매산을 만들어 놓았다. 붉은 동녘은 아침 찬 운무를 피워 황계폭포에 매달아 놓았고 땅바닥이 구불구불 못골재를 올라올 때, 악견산 한 자락이 언덕 아래로 뻗어 내려와 들머리에 작은 봉우리로 우뚝 솟아 세우고 능선 곳곳은 합천호에 자욱한 물안개로 가득 채워져 산자락 사이로 비치는 송지마을은 시원스럽고 평온함이 돋보인다. 

산이 많아 땀으로 한 덩어리 한 덩어리씩 개간시켜 조성한 땅, 그곳에는 인심 좋은 마음씨를 가진 부지런한 마을 사람들의 욕심 없는 순박함이 아름답게 묻혀 있듯이,대평 들에는 평화스럽게 학(鶴)들이 노닐고 기름진 옥토에는 오곡(五穀)들이 풍성(豊盛)하게 잘 자라고 있다. 마을 뒤 악견산의 정기(精氣)에 따라 『산기슭에 용(龍)이 꿈틀거리며 내려오는 산맥(山脈)과 아름다운 비경(秘境)이 사계절 내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일치점 』에 정자(亭子)의 터를 잡아서 작은 단(檀)을 쌓아 "옥산정(玉山亭)"을 지었다.
이 옥산정(玉山亭)의 택호(宅號)의 연유는 주자(朱子)의 시(詩)에 『산기슭에서 용이 여의주 구슬을 머금고 내려오는 맥박에 옥온산사(玉蘊山舍)가 있구나.』라는 문구와 악견산 지형과 너무나 흡사한 모습이라 여기고 편액(扁額)하였다. 그리고는 만년을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보내면서 젊은 만학도(晩學徒)들을 모아 청풍(淸風)에 희망을 펼쳐 갈 수 있도록 많은 학문의 길을 인도하게 하였고 당대의 여러 석학들과 교유(交遊)하면서 시문을 읊으며 토론한 곳이다.  특히, 「옥산정(玉山亭) 」 주변 정원(庭園)에는 고려 말 무렵, 8은(八隱) 충신을 기러기 위해 청솔 8그루를 같이 심었다. 

이 8은(八隱) 중에는 아버지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조님과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스승인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이 계셨기 때문이다. 8송(八松)의 또한 의미는 부친께서 사후(死後)에도 항상 "옥산정(玉山亭)"을 찾아서 8은(八隱) 충신들과 함께 고려의 숭고한 뜻을 영원히 간직해 달라는 의미적 상징성을 부여 시킬 정도로 뜻 깊은 효자였다. 이렇게 졸당공(拙堂公)께서는 부친과 스승을 그리워하면서 생전에 아픈 마음까지도 어루만지며 달래는 지극한 효행(孝行)은 남달리 대단하였기 때문인가, 우연의 일치인가는 몰라도 아들 2명과 친손자 5명. 손자사위(孫壻) 1명이 높은 벼슬에 오르자 당시 사람들은 이 정자(亭子)를 "팔인정(八印亭 : 8명의 인재가 나온 곳.)"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이곳 「옥산정(玉山亭)」은 영남 의병사(義兵史)에 중요한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졸당공(拙堂公)의 6세손인 천우(天祐), 천기(天祺), 서구(瑞龜),
종형제(從兄弟)들과 천강홍의(天降紅衣) 곽재우 장군(郭再祐 將軍), 조종도(趙宗道)등이
이곳까지 찾아와 정각에 모여 앉아 나라의 앞일을 걱정하면서  「모두가 죽기를 각오하고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을 호쾌하게 웃으면서 창의(倡義)한다.」라고 맹세한 최초 임진왜란 의병의 공모 장소이며 의병(義兵) 활동에 도화선을 만든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이렇게 깊은 역사를 간직한 채 400년이 흐른 지금 「옥산정(玉山亭) 」 은 1910년 한일합방(韓日合邦)과 함께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 시대에 일본 총독부는 임진왜란 때 우리의 애국유적지 및 민족 혼맥문화(魂脈文化)를 대대적으로 말살시키기 위해 수탈(收奪)하고 이곳 역시 왜곡, 변조하였으나 당시, 조당공 후손들은 시대적 아픔으로 넘기고 「옥산정(玉山亭)」  보존에 소홀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지금 옛 「옥산정」  자리는 황폐화 되어 오간데 없으나 역사를 이어온 노송(老松) 몇 그루는 아직도 살아남아 그 흔적이나마 작은 봉우리로 논 가운데 표시 하듯이 나타내고 그 옆에는 현대식으로 정자 한채가 건립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우리에게 옥산정은 졸당공(拙堂公)을 기릴 수 있는 뿌리 깊은 마음의 성지이므로 본래의 장소로 정중히 복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송은(松隱) 박익(朴翊)께서는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절친한 친구로서 고려의 충절과 절개를 배웠기에 이성계(李成桂)가 난을 일으켜 조선국(朝鮮國)으로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하자,72현 공신들과 백성들이 함께 모여 개성(開城) 송악산(松嶽山) 두문동(杜門洞) 귀은제(歸隱躋), 아주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밤낮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한결같이 외치기를 『하늘에는 두 개의 해가 없듯이 신하에게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 (천무이일 신무이군 = 天無二日 臣無二君)』라며 모두들 통곡하였다.
송은(松隱) 박익(朴翊),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목은(牧隱) 이색(李穡), 야은(冶隱) 길재(吉再),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제선생(諸先生)등과 함께 『불사신조(不仕新朝) 두문록(杜門錄)의 부조현(不朝峴), 언지록(言志錄)이라.』 말하고, 이들은 한결같이 정충탁절(貞忠卓節 : 목숨도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정신)과 송죽(松竹)같은 마음으로 오로지, 고려 왕조(王祖)의 신하로서 절개(節槪)를 지키신 분들이라고 박익(朴翊) 선조님이 집필한 "송은집(松隱集)"에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백성들의 절규를 만류하고 끝내, 이성계(李成桂)는 고려 32대 우왕(禑王 : 1374 ~ 1388)을 강화도에서 살해하고 역성혁명(易姓革命 : 난. 또는 쿠데타)을 일으켜 1392년(홍무 25) 7월 16일, 고려 왕조를 멸망시키고 왕위를 찬탈(纂奪)한 익일 17일, 이씨조선을 수창궁(壽昌宮)에서 개국하고 이성계(李成桂)가 왕위에 앉았다.  그러자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조님께서는 백성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이씨조선의 녹(祿 : 녹봉)은 죽어도 먹지 않겠다.』 는 굳은 충의를 피력(披瀝)하고는 아우 밀성부원군(密城府院君) 천경(天卿)과 함께 고향 밀양의 송계마을로 낙향하였다.이때부터 평생을 출사(出仕)하지 않고 은둔생활(隱遁生活)로 두문불출(杜門不出)을 고집하면서 굳은 선비정신으로 효(孝)와 충(忠)을 지키고 시(詩)와 서(書)로 교우들과 교환하면서 자연과 벗 삼아 미래를 위한 후학을 양성 시키며 학문연구에만 전념하였다.

항시 후손들에게는 겸손과 검소한 생활을 당부하면서 자기 자신을 독려(督勵)하고 학문에 심취(心醉)하면서 87세, 생존한 그날까지 부모형제의 훈계(訓戒)는 절대적으로 거역한 일없이 지키고 살았다.
졸당공(拙堂公) 께서는 후손들을 위해 저술한 신심신관편(愼心愼官篇 : 사람이 세상에 살아감에 있어서 벼슬하지 못한 자는 비록 걱정이나 마음은 반드시 편할것이요, 이미 벼슬한자는 비록 기쁘다 해도 마음은 반드시 걱정일 것이다. 벼슬아치가 되어 백성을 다스릴 때엔 마음은 굳게 잡을 만하다. 벼슬이 있으면서 욕심을 줄이지 않으면 반드시 천성을 상실할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벼슬이 높으면 위태롭고 낮으면 편안하다. 위태함과 편안함이 비록 다르지만 그 실상은 하나의 이치이다. 위태함을 알면서 깨닫지 못하면 반드시 험한 길에 빠지고 편안함을 알고 깨달으면 가히 족함을 안다 하리라. 무릇 녹봉은 마땅히 절용(節用)하여 가벼이 쓰지말아야 한다. 마음껏 맡은 일에 몸 바치고 지극히 청렴하고 지극히 근면할 것이니 청렴하면 사람들이 복종하고 근면하면 일이 잘 될것이다. 무릇 벼슬이 있는자는 어찌 털끝만한 비리(非理)라도 그 사이에 작용 하여 나의 본심을 어기리요, 공무에 몸 바쳐 직책을 다한 뒤에야 가히 벼슬과 녹의 위태함을 면할 것이니 내 본심의 덕을 온전히 하리라. 조심할 지어다! 조심할 지어다.!) 글을 읽어보면 벼슬길에 있더라도 청렴한 선비로 지내기를 당부하고 있다.

그외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이(二)》에 수록 된,

가야산(伽倻山)
장하홍류동(長夏紅流洞) : 긴 여름 홍류동에서
초초기주가(迢迢幾酒家) : 띄엄띄엄 몇 채 술집인가,
춘심간부염(春心看不厭) : 봄기운 볼수록 싫지않고,
조어청우가(鳥語聽尤嘉) : 새소리 들을수록 더욱 다정하다.
장기운시용(壯氣雲時聳) : 웅장한 기운 구름이 가끔 솟고,
계성석처와(溪聲石處渦) : 시냇물소리 돌 틈에서 맴돌아 치네.
향산응차지(香山應此地) : 향산이 여기 있으니,
보파낙래하(步破落來霞) : 떨어지는 노을 헤치며 걷는다.

3수(首)의 시(詩)
산중춘색(山中春色 : 산중의 봄)

만입산중주시란(晩入山中酒始瀾) : 늦게야 산중에 드니 술이 막 익어
초혼임월상미한(初昏林月上眉寒) : 초저녁 숲 위의 달 눈섶만큼 서늘하다.
로년신세자유상(老年身世恣遊賞) : 늘그막 내 행색 마음 놓고 놀려는데,
지괴명화무이간(只愧名花霧裏看) : 다만 이름난 꽃 안개 속에 보는 것 부끄러워라.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삼(三)》
세인막문벽산서(世人莫問碧山棲) : 세상 사람들아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지를 말아,
지청유림백설제(只聽幽林百舌啼) : 오로지 깊숙한 숲에 떼까치 우는 소리 들린다.
춘득인풍개금수(春得仁風開錦繡) : 봄은 어진 바람 빗겨 금수강산을 열고,
화련고목발고저(花憐古木發高低) : 꽃은 묵은 나무에 어여삐 높고 낮게 피었네.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삼(三)》
황조성중객역래(黃鳥聲中客亦來) : 꾀꼬리 우는 속에 손이 또 찾아와,
시인화의일시개(詩因花意一時開) : 시정은 꽃으로 인하여 활짝 열렸네.
하인병촉임간숙(何人秉燭林間宿) : 어느 누가 촛불잡고 숲 사이를 노닐다가,
호대남풍초록회(好帶南風草綠回) : 남쪽바람에 푸른 풀 밟고 돌아오더라.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삼(三)》

유삼강(遊三江 : 삼강에서 놀다.)
자애강변로(自愛江邊鷺) : 내 강가에서 해오라기 사랑해.
회두문시비(回頭問是非) : 이것저것 물으면서 고개 돌린다.
운심항취산(雲心恒聚散) : 구름의 심성은 모였다 흩어지고,
월의단영휴(月意但盈虧) : 달의 으태는 다만 둥글다 기울어진다.
주득신정취(酒得新情醉) : 술은 새로운 기분으로 취하고,
풍경구몽비(風驚舊夢悲) : 바람은 옛 꿈에서 슬퍼한다.
십년종이락(十年從爾樂) : 십년 동안 너를 쫓아 즐기나니,
호작사생기(好作死生期) : 의좋게 생사를 같이 하자구나.
《연방실기(聯芳實記) 하(下), 삼(三)》

그리고 셋째형, 아당(啞堂)이 남긴 글과 졸당(拙堂)의 시문을 합친 연방록(聯芳錄 : 연방실기는 송은 선생의 네 아들 중 셋째, 넷째 아들인 아당(啞堂)과 졸당(拙堂)의 시문을 모아 1916년에 간행한 것인데 책은 상. 하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석영(張錫英)이 서문을 썼다. 상권은 아당(啞堂) 선생 편으로 『자관(自寬)』을 비롯한 한시 14수(15)와 만장 2수, 제문이 실려 있고, 부록과 가장, 행장, 유사(遺事),
단갈명(壇碣銘)이 있다. 하권은 졸당(拙堂) 선생 편으로 『적거자회(適居自懷)』를 비롯한 한시 16수(20)와 글로 신관 신심편(愼官 愼心編)이 있다. 그 외 부록으로 가장(家狀), 행장(行狀), 묘갈명(墓碣銘),
봉산재기(鳳山齋記), 봉산재상량문(鳳山齋上樑文), 옥산정유허실기, 옥산정유허비기, 후식(後識)으로 되어 있다. 1992년 국역 연방실기(聯芳實記)를 간행하면서 아당(啞堂)편(상)에 물언재기(勿言齋記), 물언재이건기, 물언재이건상량문을 싣고 졸당(拙堂) 편(하)에는 졸당선생유허비명, 봉양재기, 봉양재기문, 봉양재상량문,봉양재사실기, 봉양재실기를 추가하여 실었다.)이 간행되어 후손에 전해지고 있다.

후손들과 세대는 비록 멀지만 졸당공(拙堂公)의 훈계만은 매우 교훈됨을 알 수 있어
후손들은 자나깨나 어찌, 배우지 않으리까?
이렇게 졸당공(拙堂公) 선조님에 대한 연혁(沿革)을 여러자료를 빌어 수년간 살펴보니,
고려 충신으로 삶을 영위하고자 한 사실을 알게 되어서며 있조선(李氏朝鮮) 때는 벼슬보다
후학(後學) 양성에 힘쓰면서 학문 증진과 시문 등에 매우 열중(熱中)한 것을 느껴 볼 수 있었고
수척한 몸으로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예절(禮節)을 다하면 살았다. 
아! 어찌, 대단한 도인(道人)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듯 연세가 90세에 오르니, 덕망까지 갖춘 유학자로 도의가 북두성(北斗星) 같이 명성이 매우 높아 대중들은 졸당공(拙堂公)을 서원에 모시는 것을 마땅하게 여겼고, 졸당공(拙堂公)의 도(道)를 후세까지 잊혀지지 않도록 하였다.  졸당공(拙堂公)께서 1439년(세종 21)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셨는데 사후에 나라에서 이조참판(吏曹參判)의 벼슬을 증직(贈職)하였다.
묘소는 합천군 용주면 봉기리 미금동 유좌(酉坐 :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향하여 앉은 자리이다.) 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대석(莎臺石)이 설치되어 있고, 허유(許愈)가 찬한 묘비와 이헌주(李憲柱)가 지은 유허비명(遺墟碑銘)이 있다
 
향사(享祀)는 1833년(순조 33) 옛, 덕남서원(德南書院) 경남 밀양시 초동면 신호리 220번지, 모선정(慕先亭), 뒤 송은공(松隱公) 박익(朴翊), 우당공(憂堂公) 박융(朴融), 인당공(忍堂公) 박소(朴召), 아당공(啞堂公) 박조(朴調), 졸당공(拙堂公) 박총(朴聰)을 봉안(奉安)하여, 제향(祭享)하고 영각(影閣)에 이안봉향(移安奉享)하였으며 충숙공(忠肅公)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조님은 예관치제(禮官致祭)를 드리고 1839년(현종 5)에 경남 산청군 신안면 문태리, "진태 마을" 신계서원(新溪書院 : 경남 산청군 신등면 문대리 진태 마을 후록(後麓)에 위치해 있다.아버지 송은공과,그의 아들 아당공, 졸당공을 배향하고 있다.고종 초에 대원군의 서원 철폐에 따라 신계사(新溪祀) 혹은 신계서당(新溪書堂)으로 통칭되고 있다. 1980년대 말에 흐무러진 담장과 사우 및 재실을 크게 중수하였다. 재실(齋室)과 제기(祭器) 18점이 지방문화재 135호로 지정되어 있다.)에 배향하였다.

신계서원(新溪書院)은 송은공(松隱公) 박익(朴翊), 아당공(啞堂公) 박조(朴調). 졸당공(拙堂公) 박총(朴聰)을 봉안(奉安)하여, 제향(祭享)하고 있고 신계서원(新溪書院)은 1839년(헌종 5) 지방 유림(儒林)에 공의(公義)로 박익(朴翊) 선조님의 학문(學文)과 덕행(德行)을 추모(追募)하기 위하여
창건(創建)되어 위패(位牌)를 모시고 있다.  창건과 함께 나라에서 "신계(新溪)"라는 사액(賜額)을 받았으며 선현배햔(先賢配享)과 지방교육의 일익(日益)을 담당하여 내려오고 있다.
신계서원(新溪書院)의 시제일(時祭日)은 매년 음력 3월 17일에 모시고 있다.

그리고 경남 합천군 대병면, 용주면의 악견산(嶽堅山)을 비롯해 인접에 금성산(金城山), 허굴산(虛屈山), 황매산(黃梅山)등과 인근 의령, 함안, 산청, 진동, 하동, 진주 등 서부 경남 주위로 졸당공(拙堂公)의 후손들이 많이 형성(形成)되어 있다.  현재는 이 지역에 본적만 남겨두고 많은 종족들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여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밀양박씨(密陽朴氏) 졸당공(拙堂公)의 "봉양재(鳳陽齋 : 계승한다.)"는 합천 용주면 봉기리에서 매년 음력 10월 10일 봉양재 서원(鳳陽齋書院)에서 향사(享祀)를 지내고 있다.  이밖에 졸당공(拙堂公)의 맏아들 두촌공(杜村公) 승문(承文)은 합천군 대병면 성리 2구에서 "봉산재(鳳山齋)"를 지내고 차남(次男) 태인공(泰仁公) 희문(熙文)은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 서재 밑에서 "산천재(山川齋)"를 음력 10월 11일 지내고 있다.

졸당공파(拙堂公派)는 후대(後代)에 가면서 또 여러 갈래로 분파(分派)되어있으나 모두들 신라박씨의 일맥이고 계보(系譜) 또한 같은 일파(一派)에 속한다.  우리나라 문헌(文獻) 곳곳에서 졸당공(拙堂公) 선조님의 문중에 대한 인물들을 논의한 세계(世系)를 피력한 것을 보면, 『모든 사물을 대함에 있어 비굴(卑屈)함이 없고 청백리(淸白吏)한 혈통으로서 맡은바, 국가임무에 책임과 의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충직정신(忠直正信)의 바탕에 훌륭한 혈맥을 지닌 가문으로 칭찬한다,』 라는 기록이 있다.

[출처] 拙堂公 朴聰 先祖님의 행적록|작성자 pack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