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아 뭐지 이 찝찝함은.”
“왜 그래?”
출근을 하지 않는 토요일 점심. 취직하고 맞는 첫 휴일이었다. 주말이 얼마나 꿀 같은 황금시간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유정은 혜인과 카페에 와 있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유정은 턱을 괴고 골몰히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계속해서 멍만 때리는 유정을 지켜보던 혜인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유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는 그 날의 기억 때문에 답답해져만 갔다. 반쯤 잘린 필름, 그 날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던가.
“며칠 전에 우리 술 먹은 날 진짜 기억 안 나?”
“뭐가 궁금한 건데?”
“그날 3차까지 마셨잖아. 3차 포장마차 기억해?”
“그래, 축하주가 인생 고배주가 되어 열변을 토했었지.”
“근데 그날 우리가 어떤 남자랑 합석을 했었잖아. 기억 나?”
혜인이 기억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을 알아보는 남자 한 명이 나타나 합석을 요구했고, 이미 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두 사람은 격하게 오케이를 날렸다. 그리고선 웃고 떠들고 즐겁게 마셨더랬지. 하지만 그녀도 거기까지였다. 서로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부분적으로만 기억나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 때 무슨 얘길 했었지?”
“또 물어보네.”
술 마신 다음 날에도 그녀는 전화로 이렇게 물었었다. ‘그 때 우리가 무슨 얘길 했었더라?’ 하고. 그 때도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은 오죽했을까. 혜인은 도대체 왜 그렇게 거기에 집착을 하냐며 도리질을 했다.
“그냥 하루 즐겁게 놀다 갔으면 된 거지. 왜? 혹시 그 남자가 너한테 찾아오기로 했어? 관심 있다고? 설마 그런 거야?”
혜인이 눈을 흘기며 물었다. 그러자 별안간에 유정의 얼굴이 붉은 홍당무가 되었다. 괜히 찔린 탓이었다. 혜인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툭 하고 내뱉은 말이었는데 유정이 예상치도 못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유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혜인은 그 점이 더욱 수상하다며 유정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맞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물었던 거였어!”
“아니라니까.”
“근데 얼굴은 왜 빨개지실까요, 신유정 씨?”
“그게 아니라…….”
유정이 격하게 반박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의 입에서 ‘귀엽네.’하는 단어가 흘러나온 장면이 눈앞에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얼굴이 빨개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후에 줄줄이 사탕 엮듯이 이락과 있었던 일들이 마구 떠오르며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그가 의자 위에서 떨어져 자신을 덮쳤던 일, 자꾸만 귀엽다며 자신을 놀렸던 그의 목소리, 장난이 아니라며 사뭇 진지하게 대꾸했던 그의 얼굴도, 산새 시장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모두 말이다. 그 모든 일이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다음 날부터 이틀간은 매니저가 서로 다른 업무를 주어서 아침에 잠깐 인사만 하고 얼굴을 보지 못했었고, 바로 그 다음 날인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맞네, 맞아. 너 딱 말해. 다 말해 얼른!”
“아니라니까.”
“누굴 속이려고 들어? 설마 같이 잔거야? 벌써 그렇게 진도를 뺐어? 그래서 그랬네. 나한테 말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네!”
같이 잤다는 대목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혜인의 목소리가 너무 큰 탓이었다. 민망함을 느낀 유정은 얼굴을 구기며 입모양으로 ‘야!’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보였다. 유정은 달아오른 감정을 추스르고자 앞에 놓인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얼음까지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고서야 비로소 진정이 되는지 한숨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같이 일하게 됐어.”
“같이? 그럼 회사 동료야?”
“그 다음 날 나처럼 비정규직으로 출근을 했더라고. 나만 뽑힌 게 아닌 것 같아.”
“흐음, 그게 다는 아닐 텐데?”
혜인이 의심의 눈초리로 유정을 쳐다보았다. 말할 것이 더 있을 테니 얼른 토해내라는 뜻이었다. 유정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침묵을 유지하다가 결국 같이 밥 먹은 사실을 토해냈다.
“저녁만 먹었어.”
유정은 ‘만’을 강조하며 결코 다른 일은 없었으니 오해하지 말라는 듯 얘기했다. 그러나 순순히 멈출 혜인이 아니었다.
“데이트했네. 근사한 레스토랑이라도 갔어?”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사과할 겸 산거야. 그리고 레스토랑은 너무 부담 주는 거 같아서 엽전카페 갔어.”
“길거리 데이트 했네.”
“데이트 아니라니까.”
“남녀가 야밤에 사석에서 따로 만나서 밥 먹는 게 데이트가 아니고 뭐야.”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와의 연결고리인 첫 만남부터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불쑥 일하는 곳에 쳐들어와서는 몸을 숨기고, 그 덕분에 입으면 안 되는 옷을 입었다가 들켜서 허둥지둥 벗다가 지퍼가 안 벗겨져 도움을 주고. 그러다가 번뜩 포장마차에서의 한 장면이 유정의 뇌리에 스쳤다.
“맞다! 우리 같이 술 마실 때 얘기 했었어. 자기도 내일부터 우리 회사 출근할 거라고.”
“그랬었나?”
유정은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의 퍼즐조각을 맞춰나가며 그날의 일을 차근차근 회상했다.
“이모 여기 우동 국물 좀 더 주세요.”
“이모 여기 우동 한 그릇이랑…….”
그때 나는 어떤 남자와 이구동성으로 같은 이야길 했었다. 물론 마무리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첫 시작이 같아 신기하게 그 남자를 봤었다. 타이밍이 딱 맞는 게 텔레파시처럼 마음이 통한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알아보았다.
“어?”
“어!”
그 남자였다. 회사에서 마주친 그 남자. 나를 농락했던 그 남자! 회사에서는 유유히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딱 한 대만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렇게 사석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세상이 참 그래요. 비정규직의 슬픔! 이걸 누가 알아줄 거야?”
“근데 그 회사는 다른 회사랑 다르게 능력제로 사람을 평가한다고 하던데.”
“아직도 사회를 모르시네. 정혜인! 너랑 친구 먹으면 딱이겠다 아주! 세상 물정 모르시기는.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 아무리 능력제라고 하지만 그 능력을 평가받는 기준이 있다고요! 우리처럼 아르바이트 수준의 사무보조들은 그런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이 말씀이죠. 마셔, 마시자!”
혜인에게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된 사인지 소개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쯤, 나는 잔뜩 취해서는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그에게 열변을 토했다. 혜인과 똑같은 말을 하는 그를 보며 사회의 쓴맛을 더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내일 첫 출근인데.”
“오, 어디로?”
“퍼스트에이.”
“우리 회사? 진짜요?”
“나도 사무보조로 들어가요.”
“오, 앞으로 동료 되겠네!”
혜인이 친구 하나 생겨서 좋겠다며 축하해주었다. 시답잖은 사회이야기로 비평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나저나 왜 쫓겼던 거지?
“오늘 근데 누구한테 쫓긴 거예요?”
“아 그거?”
“맞아. 왜 도망 다녔어요? 혹시 약혼녀? 막 결혼하기 싫어서?”
혜인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꺄르륵 웃으며 물었다. 그가 그럴 리가 있겠냐며 덩달아 웃었다.
“솔로한테 결혼이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를!”
“오, 솔로? 유정아 솔로래. 둘이 잘 해봐! 회사 씨씨! 어때?”
“됐거든! 그리고 거기 사내연애 금지야. 물 흐린다고 걸리면 쫓겨난다던데?”
“그럴수록 더 해야지. 스릴 있고 좋잖아.”
“나는 반드시! 기필코! 내년 안에 자리 잡을 거야. 그러려면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나에게 연애는 사치야 사치.”
“에이, 우리 유정이 어때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분위기가 반전되었고, 사회얘기는 잠시 접어둔 채 농담 따먹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또 연애 얘기로 마시고 놀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는데. 문제는 여기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가 분명 무슨 중요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무슨 말이었지? 내게서 계속되었던 찝찝함은 여기서 나타났던 것이었다. 중간 이후의 기억이 텅 비었다. 우리가 어떻게 헤어졌지?
“맞아! 너 그날 울었어. 펑펑 울었어!”
“울었다고?”
“그래, 갖은 진상은 다 떨었어. 전봇대 붙잡고 소리 고래고래 지르고 미친년처럼 뛰어다니고. 내가 다음 날 왜 이렇게 어깨가 뭉치고 팔다리가 아프지 싶었는데 너 쫓아다니느라 그랬던 거네!”
그때 혜인이 하나 더 기억이 났는지 무릎을 탁 치며 얘기했다. 울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녔다고? 유정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그래서 그런 신기한 얼굴을 하고는 기억이 안 나냐고 물었던 거구나. 그렇게 진상 짓을 했는데도 기억에 없다고 하니 도깨비 보듯 쳐다봤던 거였어! 유정의 입술이 바싹 타들어갔다.
“아아, 도대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볼까.”
그것도 모르고 먹을 거에 눈 돌아가서 신나서 먹방을 찍고. 나를 놀리는 그의 모습에 발끈하며 반응하고.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유정은 마른세수를 하며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망했어. 망했다고.”
“왜?”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 낯짝을 어떻게 들이밀지. 너무 쪽팔려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유정은 고개를 푹 숙이며 울상을 지었다. 그녀는 이제부터 이락을 최대한 피해 다녀야겠구나 생각했다. 갑자기 유정이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섰다. 그리고는 귀신처럼 흐느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혜인이 어디 가냐고 묻자 바람 쐬러 간다는 명료한 대답을 남긴 채 점차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혜인은 얼른 짐을 챙겨 유정을 뒤따라갔다.
** ***
“신유정 씨 이거 5층 탕비실에 가져다 놓고, 갔다 오는 김에 차 실장님께 서류파일 건네주고 오도록.”
“차 실장님이요?”
유정이 눈을 껌벅거리며 물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에 그의 사무실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갑고 도도한 매니저 은선이 고이 설명해줄 리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유정의 마음을 백 번 이해한다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차태윤 실장님이라고 5층에 사무실 있어. 탕비실 반대편이니까 헤매지 말고.”
“아 네, 감사합니다.”
유정은 고맙다며 인사하고는 은선에게서 받은 서류뭉치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 와중에 그녀는 몇 번이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이락과 마주칠까 하는 불안감에서였다. 카페에서 기억을 떠올린 이후 이틀이나 지났고, 또 그를 못 본지는 무려 닷새나 지났건만 그녀는 아직도 민망함 가득한 모양이었다. 그를 마주치면 얼굴이 금세 화끈거릴 것만 같았고,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우스운 꼴만 보여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5층에 올라오기까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정은 주어진 임무에 충실히 했다. 탕비실에 받은 물건을 가져다 놓고, 차태윤 실장의 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근 일주일 간 근무하면서 5층은 처음이었다. 층마다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여기는 민트색과 화이트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었다. 유정이 5층을 천천히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그의 사무실에 당도해 있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마케팅 부서였다. 유정은 심호흡을 가다듬고 노크를 하려고 손을 가져다댔다. 그때 안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신이 지금 들어가면 안 되는 타이밍인 것 같았다. 유정은 잠시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시 해오세요.”
“네?”
“설마 못 들었을 리는 없고. 못 들은 척 하는 건가?”
“아뇨, 그게 아니라…….”
“알았으면 그만 가시죠.”
“실장님 죄송하지만 벌써 4번째 퇴짜 놓으신 건데…….”
여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금방이라도 닭 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여자는 방금 전 돌려받은 서류 파일을 꾹 움켜쥐었다. 울음을 참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하지만 실장이라고 불리는 그는 전혀 그 서류에 사인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자신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차가운 눈초리로 다른 서류들을 검토하기 이르렀다. 여자가 쭈뼛쭈뼛 그의 눈치를 살피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러길 10분, 남자는 보고 있던 서류를 다 검토했는지 파일 말머리를 닫았다. 그리고는 ‘차태윤.’ 이라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팻말을 응시하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직도 안 갔습니까?”
“…….”
“최민희 씨, 5번째도 통과 못할 리 없겠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태윤은 그 말을 끝으로 나가라는 듯 눈짓했다. 결국 그녀는 거의 울기 직전의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는 한심하다는 듯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도리질을 했다. 올해 갓 30살을 넘긴 태윤은 날렵하고 명석한 두뇌로 칼 같이 일처리를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 백 팔십이 넘는 비율 좋은 몸에 귀공자의 분위기까지 풍기니 이 회사에서는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문제는 성격도 칼 같다는 거지만. 돌려서 말하자면 적은 나이로 벌써 실장의 위치에 간 것은 운 빨도 외모 빨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능력제로 사람을 고용하기 때문에 실력만 갖추면 누구든지 승진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기회의 자리가 아무한테나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퍼스트 에이가 단기간에 우리나라 최고의 웨딩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테마 파크 호텔이라.”
태윤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요새 회사에서 새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인지 그의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이미 웨딩과 연계되어 호텔 사업도 꽤나 잘나가고 있었지만 회사 측에서는 탑을 원했다. 가구와 혼수도 함께 연계시켜 발을 넓히고 있지만 그거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내세운 아이템이 바로 테마 파크였다. 예식장, 백화점, 호텔이 함께 묶여져있는 거대한 건물로 말이다. 업체에서는 서로 물건을 납품하겠다며 난리였다. 책상에 쌓여져 있는 서류의 양만해도 어마어마했다. 가장 최적의 업체를 최상의 조건으로 계약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퇴근 시간까지 다 훑어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고 태윤은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하나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그때였다, 그녀가 등장한 것은. 그녀는 얼굴을 빼꼼 내밀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아까부터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정이었다. 지금 막 나간 여자로 인해 살벌해진 분위기가 유지 되서 그런지 유정의 행동은 상당히 느리고 굼떴다.
“뭡니까.”
“그러니까 이 서류를 제가…….”
유정은 말끝을 흐렸다. 방금 전도 서류문제로 난리였으니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튀길까봐 서였다. 태윤이 눈을 치켜뜨며 그녀를 또렷이 쳐다보았다. 유정이 오해하지 말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저는 그냥 매니저님께서 심부름 시켜서! 전달만 해주고 오라고 하셨으니까 오해하지마세요.”
유정은 서류파일을 책상 위에다가 놓고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방금 전 느린 행동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태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그녀를 보며 뭐지 싶었다. 그리고는 어딘가 낯익은 그녀의 모습에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 봤더라.”
회사 사람으로 마주쳤다고 하기에는 인상이 강했다. 분명히 강렬한 뇌리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태윤은 기억나지 않는 가려움증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며칠 전의 일이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그때도 이렇게 답답함에 몸을 일으켜 세웠었다. 그날 머리를 많이 써서 당이 현저히 떨어짐을 느꼈고 허기진 배도 채울 겸 편의점을 갈 요량으로 사무실을 나왔었다.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사무실은 밥을 먹으러 간 직원들로 인해 텅 비어있었다. 태윤은 평소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고 그날도 당연하게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와, 정말.”
1층으로 향하던 그가 누군가의 감탄사로 인해 발걸음을 멈췄다. 조용한 복도에는 그 여자의 목소리만 향연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예사 감탄사가 아니었다. 황홀경에 빠져 넋을 놓은 목소리였다.
“진짜, 정말, 예쁘다.”
태윤은 도대체 누가 저런 감탄을 무엇 때문에 내뱉고 있는지 참으로 쓸데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그 여자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울려 퍼지니 슬슬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인간은 항상 그 얄팍한 호기심 때문에 망하는 것이었다. 목소리의 길을 따라 도착해 보니 웬 못 보던 여자가 자신의 회사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을 놓고 있었다. 감탄사의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태윤은 하도 어이가 없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했다. 지금 시간에 있는 걸로 봐서는 직원인 것 같긴 한데, 중요한 건 왜 드레스를 입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자는 이리저리 돌아보며 자신의 앞, 옆, 뒤의 모습을 눈으로 간직했다. 마치 진짜 신부라도 된 마냥 없는 부케를 만들어 손에 꼭 쥐기도 했다. 태윤은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어 팔짱을 끼고 이제는 구경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태윤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웨딩 쇼가 끝나면 한 소리 하려던 찰나였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전화의 상대는 거래처 사장이었다. 태윤은 하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다음을 기약하며 말이다.
“드레스 도둑?”
태윤은 그제야 다 기억이 난다며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그녀가 주고 간 서류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김은진 씨 팀 사람이었군.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사무보조인가.”
태윤이 뜻 모를 눈빛으로 문 밖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싹 말아 올렸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입니다.
우리 겸둥이 이락이 댄디가이라면, 태윤은 차도남이랄까요.
태윤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락과의 관계에 있어서 줄다리기를 해주는 인물이 될 것 같아요.
3화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하구요♥
5화는 제가 학교일정이 있어서ㅠㅠ 아마 12월이 되서야 가지고 올 것 같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참고로 3화에 나온 산새시장은 없는 시장이구요~ 통인시장 도시락카페를 차용해서 썼습니다!
첫댓글 앜ㅋㅋㅋㅋㅋㅋㅋ드레스입는걸 본 사람이 또 있었군요!!락이와 라이벌 뭐 그런구도로 나오게 되는건가요? 벌써 기대되요. 차도남 츤데레 사랑합니다..♥ 유정이랑도 많이많이 역어주세요ㅋㅋㅋ!! 오늘은 우리 락이가 안나왔지만 다음편엔 꼭 데려와주세요>_< 12월달에뵈욥!!!
오올ㅋㅋㅋㅋ 태윤이 오올~ 새로운 꽃돌이의 등장인가요 +_+ㅋㅋㅋㅋ 비정규직과 실장님의 대결인가요 우후후♥
이번편은 이락이가 안나와서 살짝쿵 아쉽지만, 뉴페이스의 등장인가요?ㅎㅎㅎㅎ 앞으로 더 재밌어질것같은 예감이 드네요ㅎㅎㅎㅎ
여러분 락이 나왔어요~ 다시자세히봐보세요~
삼각관계...?뉴페이스?
♥♥♥잘보고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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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남 매력있죠... 새로운 뉴페이스의 등장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되네요...
우와앙....뉴페이스의 등장?!ㅎㅎㅎ 귀여운 락이도 좋지만... 저렇게 도도한 실장님도 좋달까요...ㅎㅎ
락의 경쟁자가 등장하는군요 ㅋㅋ! 앞으로 세사람이야기가 기대되욧~
첫번째 발자국소리가 혹시ㅋㅋ
락이와는 다른 매력의 차도남이 등장했군요!ㅋㅋ 차도남도 반가워요~ㅎㅎ
오늘정주행했는데 너무재밌어요!!ㅎㅎㅎ 락이짱짱귀여워욯ㅎ
ㅋㅋㅋㅋㅋ태윤이가 비중이 큰편이 아니라니!!! 서브인가요?!?!
ㅋㅋㅋ드레스입은걸 또 본사람이 있었네요
드레스 입은거 들킴 ㅋㅋㅋㅋ 혼나지는 않겠죠??
다음편이 보고 싶어요ㅠㅠ
전 갠적으로 차도남이 땡기네요*-_-* 제 스탈이예요....
오오오오오!!!!!!!!!!!!!!!!태윤 등장!!!!!♥아 그럼..확실히 남주는 이락이군요 태윤이도 괜찮을것같은데ㅎㅎ은솜님 이번화도 잘보고가요♡
차도남이면 왠지 너무 매력넘치는거 아닐까욕 락이 긴장해야겠네요 ~ㅋ
아..시장없는거고낭ㅎㅎㅎ 재미지네요
오~ 락이 긴장 좀 타야겠네요ㅎ
재밌어용 또 기대할게용!!^-^
ㅜㅠ 정말 잘보고 갑니다~
통인시장이여다니!!!ㅈㅓ도슴살되면가보느걸로...드레스도둑이라니...유정쓰우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