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가 달그락달그락
김정순
겨울이 다가온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때가 되면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기름통에 기름을 가득 채우던 생각이 난다. 가족들이 따뜻한 겨울을 지낼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였다. 지금은 도시가스를 많이 사용해서 예전처럼 기름을 넣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동안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항상 땔감 나무 (을)하러 가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학년 초겨울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꽤 먼 거리인 진마골(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이라는 곳으로 그곳으로)가는 길은 리어카나 차 한 대 정도 겨우 갈 수 있는 좁은 길인데 그 길을 따라가 끝까지 가면 작은 산골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 거의 다 가면 (마을근처에는)계곡이 있다. 산골 마을 사람들은 인근 바닷가 마을로 이전을 하여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떼어서 뒤쪽으로) 여름이나 가을이면 아름다웠을 태지만(봄,여름,가을은 아름다운 산과 들이었을 터이지만 우리가 그곳을 찾은 계절엔) 겨울이 오니 스산한 바람만이 내달리고 있다. 그러나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 뒤엉켜서 서로의 겨울 추위를 지켜주고 있는 듯했다.
살얼름이 언 개울을 건너고 돌다리가 우리를 맞이했고(다.) 작은 돌들로 덜컹덜컹 거리는 빈 리어카를 아버지께서 끌고 가시고 나는 뒤에서 잡고 따라갔다. (아버지께서 끌고 가시는 빈 리어카는 자갈길 위를 덜컹거리며 산골길에 정적을 깨웠다.) 아버지께서는 리어카를 타라고 하셨지만 오르막길이라서 타지 않겠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힘드실까봐 탈 수가 없었다)보리밥과 김치, 된장과 숟가락, 젓가락들이 저마다 덜컹거림에 불만이라도 하듯이 각자의 소리로 응답하였다.?(다시 생각) 진마골 입구에 도착하자 아버지께서는 리어카를 길목에 두고 칡넝쿨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셨다. 나머지 도구는 내가 들고 두리번거리며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진마골 골짜기로 한참을 들어갔다. 산골길을 따라가며 땔감도 하고 농사 때 지주대로 쓰는 물푸레나무도 잘라서 모았다. 나무는 차곡차곡 쌓여갔고 추운 날씨임에도 등에서는 땀이 났다. 아버지께서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으시고 나에게 건네주셔서 축축해진 땀을 닦았다. 아버지와 함께 작은 샘물로 가서 물을 한 그릇 시원하게 마시고 앉았다. 노란 도시락에는 보리밥이 들어있고 반찬통에는 김치와 된장만이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우리는?) 된장에 샘물을 넣고 풀어서 밥을 말아 김치를 얹어서 먹었다. 아버지께서는 밥 위에 김치를 얹어 주셨다.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된장뿐이었지만 서로 많이 먹으라고 주거니 받거니 챙기며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한참 땔감으로 쓸 잡나무들과 지주목으로 쓸 물푸레나무를 열심히 거두어들였다. (떼어서 두 줄 아래로)점심 식사 후에 구수한 아버지의 노랫가락이 나온다. ‘백금에 보석 놓은 황금을 준다 해도 보리밭 갈아주는 얼룩소만 못 하더라.’ 나도 노래를 따라 했다. (이곳에)노랫가락과 함께 땔감은 마무리되었고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때가 되어 간다.
아버지와 나는 지주대를 묶었다. 아버지께서는 “아이고~ 힘들다.” 하시면서 허리를 펴시며 “늦었다. 얼른 내려가자.” 고하시면서 묶은 나무를 나누어서 어깨에 지고 내려오셨고 나는 지주대를 적당히 들어 머리에 이고 휘청거리면서 아버지의 뒤를 따라 입구까지 왔다. (산을 내려왔다.) 그렇게 몇 번을 나르니 나무는 리어카로 가득 차서 앞서가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나는 말로만 소통을 하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왔다. 리어카 뒤에 브레이크로 달아놓은 나무 각목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끌리는 소리만이 조용한 비포장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심방골쯤 내려왔을 때부터 작은 개울이 자주 나타났다. (을 여러번 건너야 했다.)빈 리어카로 갈 때는 조금 얼었던 개울이 내려 올 때는 더 얼어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양말을 벗고 개울을 건너고 다시 양말을 신곤 하셨다. 조금 넓은 개울가에 다다랐을 때에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기다렸다가 아버지가 건너면 돌다리를 건너오라고 하시면서 리어카를 끌고 맨발로 개울을 건너신(셨)다. 나는 알았다고 하면서 아버지께서 개울을 건너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개울물 중간쯤에서 리어카가 휘청하였다. 급한 마음에 나는 신발을 신은 체(채)로 개울로 뛰어들어 리어카를 밀었다. 발은 냉동실에 들어간 듯이 시렸고 시린 발로 (지만)성큼성큼 걸으면서 리어카를 밀었다. 아버지께서는 놀라시며 “발 얼겠다. 애비가 건너면 오라니까 추위서 어쩌냐!” 하신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동상이나 감기라도 걸릴까봐 “추우니까 빨리 뛰어가자”고 하셨다. 우리는 리어카를 끌고 밀고 신나게 (부지런히)달렸다. 내 바지는 얼어서 달리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 소리는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아버지의 발소리와 다리가 짧아서 아버지보다 더 뛰어야 하는 내 발소리, 그리고 리어카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땅바닥의 흙과 돌맹이들이 부딫히며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어둑어둑한 하늘에는 힘들었던 시간 들이 한 점씩 구름이 되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와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집까지 달려갔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자 저녁 하시던 어머니께서 놀라시며 내 옷을 갈아입히셨고, 아랫목에 나의 손발을 집어넣어 주시면서 안스러워 하셨다. 그렇게 얼은 바지의 달그락 달그락 소리는 리어카와 함께한 그 시절이 오래오래 행복이 함께 했음을 알게 해주었다. 리어카와 바지의 달그락 소리와 함께...
추신: 한글파일 위쪽에 메뉴에 ‘검토’ 누르면 ‘교정부호’ 보시고 참고해서 수정하시고
파란색 끌씨는 제가 생각하는 문구입니다.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그렇게 수정하면 되구요. 문단 나눌 곳 표시해 두었어요. (줄 바꿈 하고 들여 쓰기 하세요.)
표시하지 않은 곳도 여러 번 읽어보고 거듭 수정을해야 글이 매끄러워져요.
소재는 참 좋은 소재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사건만 죽 이어져 있어요. 지금 그때를 돌아보며 느껴지는 감정들 (사유)가 들어가면 좋은 수필이 될 것 같아요. 마무리에 이제는 추운 겨울에 땔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을 우리들은 살고 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감정을 녹아내며 마무리 지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아버지께서는’ 이 낱말이 너무 많아 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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