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루어 입문자 교습(2)
범용장비로 시작하는 1년간의 바다루어낚시
지난 호에는 바다루어낚시 입문자들이 입문 전에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큰 틀의 기준을 제시해 보았다. 바다루어낚시에 입문 후 당장 만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앞서 언급했던 내용을 참고해서 기준으로 삼는다면 괜한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일반론을 무시하고 전문적인 세부사항만을 익히고 낚시에 뛰어드는 많은 이들이 초보를 벗어나는 순간 길을 잘못 잡은 것을 확인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루어낚시 일반론은 그런 의미에서 초보자가 꼭 보아야 하는 글이지만, 결코 초보자가 알려 줄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자신과는 무관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한번 체크해 두면 앞으로의 낚시, 혹은 지금까지의 낚시를 반추해 보는데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입문자 교습 두 번째 시간으로 장비에 관한 일반론이다.
손맛과 효율 간의 교차점 찾기
장비 구입 시에 가장 고민 되는 부분은 범용 또는 전용 장비에 관한 선택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정답은 없다. 개인의 잣대에 따라서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보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장비 선택의 기준은 여러 가지 잣대가 있으나 가장 큰 변수인 ‘비용’을 고려하면 대상어 간 장비 호환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비 호환이라는 것은 결국 범용 장비의 영역이므로 호환성의 범주를 얼마나 넓게 보느냐에 따라 전용장비와의 격차가 벌어질 수도, 좁혀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또 한 번의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떤 장비를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입문자의 최대의 고민이다. 가장 수월하게 고민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동호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쓰고 있는
장비를 보고 조언을 듣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릴 한 대, 로드 한 대로 모든 대상어 낚시를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장비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제품을 구입하면 일년 내내 바다루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해서 적합한 장비라고 한다면 그것을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호환 가능하다’라는 뜻은 해당 대상어 낚시의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서 무리 없이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헤비급의 농어 장비를 가지고 있다면 볼락, 호래기, 에깅까지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딘 농어대로 볼락이나 호래기의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는 감각적인 낚시를 할 수 없을뿐더러 손맛도 없다. 반대로 볼락루어대로 에깅이나 농어루어낚시를 흉내 낼 수 있고 고기를 걸 수 있을지언정 마음 편하게 큰 고기를 걸거나 무거운 에기나 미노우를 멀리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잣대는 나중에 고가장비 VS 저가장비의 딜레마에서도 거치게 되는 부분이다. ‘싼 장비로도 고기만 잘 잡는다’라는 쪽과 ‘뭘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고가장비 사용자들의 대립은 아마 낚시가 없어지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 이 부분은 훗날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범용 장비 국민세트 볼락+에깅
어느 시기에 바다루어낚시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으나 대개의 경우 볼락루어낚시나 에깅 시즌에 가장 많은 초보자들이 입문을 시작한다. 특히 볼락루어낚시는 볼락은 물론 우럭, 호래기, 전갱이 등 거의 연중 어종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장비로 되도록 전용장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낚시에 큰 취미가 없고 그저 간간히 심심풀이 정도로 즐기는 정도라면 다른 어떤 장비 보다 볼락루어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그렇다면 1년 동안 쉬지 않고 바다루어낚시를 즐기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장비는 과연 어떤 것일까?
우선 가장 쓰임새가 많은 볼락루어장비를 갖춘다면 7.4~8.6ft 길이의 UL~L 파워 정도 로드가 적당할 것이다. 액션은 약간 낭창하다고 여겨지는 레귤러패스트~패스트 정도를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은 초릿대의 소재다. 속이 비어 있는 튜블러 타입과 가늘면서도 속이 차 있는 솔리드 타입을 선택할 수 있다. 튜블러 타입은 10g 내외의 다소 무거운 채비까지 던질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채비에서 느끼지는 작은 입질도 진동으로 전달해 준다는 것이 장점이나 다소 빳빳한 까닭에 입질이 예민할 때는 숏바이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솔리드 팁은 적은 무게의 지그헤드 게임에 적합하며 굳이 챔질을 하지 않아도 자동챔질이 되어 정확한 훅셋이 가능하다.
▲볼락루어낚싯대는 볼락을 비롯, 전갱이, 호래기, 갈치를 비롯한 각종 라이트 게임에 활용 가능하다
이들 로드의 특징은 각 지역의 볼락루어낚시와 연계되어 정확하게 지역색을 띄게 되었는데, 솔리드 팁을 채용한 7.4ft 내외의 볼락루어 로드는 갯바위에서 집어등을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볼락을 집어 시켜 빠른 시간 내에 마릿수 낚시를 하는 남해동부권 볼락루어낚시에서 많이 쓴다. 튜블러 팁 로드는 주로 7.9~8.6ft UL~L 파워를 선호하며 주로 포항, 울산, 부산권 등 동해남부권에서 많이 쓰인다. 이 지역의 볼락루어낚시는 무거운 던질찌를 이용한 원거리 포인트를 공략하는 까닭에 캐스팅에 유리한 로드가 적합하다.
두 지역에서 사용하는 로드가 이렇듯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볼락루어 로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필드가 어느 지역에 속해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반드시 그 로드를 써야만 고기를 낚는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일 년에 몇 번 가지도 않을 지역에 맞는 로드를 따로 구비하는 것은 쓸데없는 투자다.
로드를 선택했다면 그 다음은 릴이다. 릴은 볼락루어낚시 초창기에는 1000번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슬로우리트리브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 이상 릴 크기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특히 릴 소재가 경량화 되면서 과거 1000번대 무게를 가진 2500번대 릴이 출시되어 굳이 무게가 비슷해진 마당에 소형 릴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2500번대 릴로 볼락루어낚시를 한다면 에깅이나 농어를 할 때 릴 호환의 폭이 넓어진다. 에깅의 경우 대개 2500번대의 쉘로우 스플을 쓰고 농어는 2500번대 나 3000번대의 콤팩트 바디인 C3000을 쓸 수도 있다. 각 제조업체의 기준이나 표기가 차이가 나므로 선택 시 주의해야 하나 대략의 기준은 다이와의 경우 2506번, 시마노의 경우 C3000S, 혹은 2500S 정도를 선택하면 보조스풀 1~2개를 추가하는 것 만으로 1년 내내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용하는 로드와 대상어와의 궁합도 중요하겠으나 한 대의 장비로 여러 장르를 소화해 내야 하는 만큼 사용자의 취향에 미루어 포기할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보다 높은 호환성을 담보해 낼 수 있다.
볼락로드 + 2500번대 릴 조합이 라이트 게임을 커버한다면 나머지 30g 대의 루어를 던질 수 있는 로드가 필요하다. 대개 농어나 에깅 로드로 선택은 좁혀지는데 범용성과 휴대성, 사용빈도를 고려할 때 8,5~9,0ft 길이의 M 대 정도면 무난하게 쓸 수 있다.
▲에깅대는 각종 두족류 낚시, 하드락피쉬, 감성돔 루어, 농어, 라이트 게임에 범용으로 활용된다.
▲장비 뿐 만 아니라 각종 보조용품도 범용성이 강한 제품들로 준비하면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범용 장비의 한계
범용장비를 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앞으로 1년을 놓고 보았을 때 약 3개월 단위로 새로운 대상어의 시즌이 도래하므로 대상어로 바뀔 때마다 전용장비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면 낚시는 유지하기 버거운 취미생활이 될 것이 뻔하다. 입문단계에서 범용장비를 쓰는 것은 아직 바다루어낚시 호볼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용자가 가장 부담 없이 바다루어낚시와 친밀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1년 정도 지나면 바다루어낚시 장르를 거의 경험해 보고 난 후 자신에게 맞는 낚시를 알게 된다. 그 후로는 직접 좋아하는 대상어 낚시에 장비를 투자하고, 사용자가 추구하는 낚시에 알맞은 전용장비를 갖춰가면서 자신만의 장비를 모아 가는 것이다.
이처럼 낚시장비는 최초 구매에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결국 중복투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명한 선택은 장비 구매를 하면서 훗날 보다 쉽게 중고로 처분 가능하고, 감가삼각이 적은 제품을 소유하는 것인데, 인터넷 상의 중고장터를 잘 살펴보면 어떤 제품이 가격이 높고 빨리 거래되는 지 알 수 있다. 중고 가격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중고시장에서도 귀한 물건은 있기 마련. 인기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팔 때도 좋다. 예를 들어 30만원 정도를 주고 산 새 릴을 전용장비 구입을 위해 팔아야 한다 치자. 깨끗하게 사용한 제품은 20만원 정도 선에서 거래되므로 사용자는 10만원을 주고 1년 동안 그 제품을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아주 고가의 장비를 빼고는 큰 부담 없이 낚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용장비에서 전용장비로 넘어 간다 하더라도 원래 세팅되어 있는 범용장비 중에서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장비는 계속 쓰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므로 처음 범용장비를 맞출 때에도 최소 1년 정도 지나서 그 장비를 쓰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가장 안전한 것은 무조건 싼 가격의 제품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중급기 정도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면 초보를 벗어난 후에도 계속해서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