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침 까 치
임 영 화
카닥카닥카닥 차카닥
카닥카닥카닥 차카닥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단지에
웬 엿장수 가위질 소린가 나가 봤더니
까치 두 마리가 번갈아 엿 파느라 분주하다
아침에 내가 울면
귀한 손님 오신다고
좋은 소식 들린다고
까치까치 설날도 챙겨주고
까치밥도 남겨두곤 하더니
산촌이고 깡촌이고
핸드폰에 일 뺐기고
하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와
엿판을 메었단다
아직도 엿 먹는 사람 적지 않고
입시철 대목엔 눈코 뜰 새 없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너스레를 떤다
내 입에도 호박엿 한 토막
쿡 쳐 넣으며
카닥카닥카닥 차카닥
카닥카닥카닥 차카닥
* 마 트 료 시 카
TV 앞 소파에
세 여자가 앉아 있다
할머니가 딸, 외손녀와 나란히
아내가 친정엄마와 딸 사이에
딸이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각성바지인데
쏙 빼 닮았다
외탁이다
탁자 위 마트료시카들이 웃고 있다
퇴근 길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한 남자가 소주를 마신다
사위, 남편, 아빠
세 사람이지만
결국 하나다
카톡이 울린다 꼬마 마트료시카다
"아빠, 어디야?"
"응, 다 왔어"
서둘러 일어서는 딸 바보
*마트료시카: 러시아의 민속 인형
남 대 문
남대문 시장 한 바퀴 돌고
남대문 찾아 가는 길
남대문 꽃집을 지나
남대문 상회를 거쳐
남대문 식당 옆 골목을 빠져 나오면
도심 속 외딴 섬
소음도 역사도 비켜가는 곳
말끔하게 단장하고 유배 와 있는 국보
높이 걸린 <숭례문> 편액이
근엄한 모습으로
남대문을 부정하고 있다
도처에 남대문은 많기도 하다만
정작 남대문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살짝 열려있던 나의 <남대문>을
신속한 동작으로 닫아 걸고는
나오다 뒤돌아 본
활짝 열린 남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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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집 원고
아침 까치 외 2편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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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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