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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무한히 많은 일들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 영혼은 사람들이 어디에도 쓸모 없다고 여겨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깨진 항아리 조각처럼 종종 한쪽 구석에 내동댕이 쳐져 있습니다.
거기에서, 피조물들로부터 버림받은, 그러나 매우 실재적이고, 매우 참되며, 휴면(休眠)중임에도 매우 활동적인 그런 사랑으로 하느님을 향유하는 이 영혼은 그 무엇 하나 자발적으로 행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느님께서 바라는 방식으로 그분을 섬기기 위해 그분의 손안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많은 경우, 그는 자신이 무엇에 소용되는지 모르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사람들은 그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데, 외양이 이러한 판단을 부채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혼이 숨겨진 능력과 미지의 경로를 통해, 종종 자신들이 이 영혼으로부터 받게 될 은총에 대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그리고 영혼 역시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은총을 널리 베풀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고독한 영혼들 안에서는 모든 것이 효과적이고, 모든 것이 복음을 전하며, 모든 것이 사도답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침묵과 휴식과 망각과 초연함, 그리고 그들의 말과 몸짓에 다른 영혼들 안에서 작용하게 될 어떤 미덕을 부여하십니다.
그리고 피조물들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영혼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하느님의 은총이 이 수많은 피조물들의 우연한 행동들을 통해 그들을 이끌듯, 영혼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영혼들의 지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일과 어떤 명시적인 연관도 없고 또 그런 일을 하겠다는 어떤 약속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 영혼들 안에서 자주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움직임을 통해 활동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혼들은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비밀스런 능력을 보여주셨던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이 영혼들과 예수님 간에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자주 이러한 능력이 자신들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더군다나 그런 일들에 대한 기여가 전혀 그들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는, 그리고 그것 스스로는 자신의 효력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연고(軟膏)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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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軟膏) : 살갗에 바르는 약제 |